둘째 날 시험이 끝났다.
노력한 보람이 있는가? 정답을 맞춰보는 동빈의 얼굴에는 희색이 가득했다.
“22번에 4번.”
“좋아.”
“23번도 4번.”
“그래… 바로 이거야…….”
동빈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이 정도 성과면 어제의 희생을 메우고도 남았다.
“24번에 1번.”
“으흠.”
“마지막 25번은…….”
“3번!”
동빈은 주먹까지 불끈 쥐며 만세를 불렀다. 얼마나 기쁜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물론, 석진과 주철은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친구의 기쁨을 망칠 수 없었기에 축하의 말을 잊지 않았다.
“동빈이 좋겠다. 진짜 시험 잘 봤구나.”
“나도 축하한다. 열심히 공부했으면 당연한 결과지.”
“고맙다. 모두 너희들 덕분이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은 기분.
바로 동빈의 심정이 이러했다. 여태껏 본 시험 중에서 최고의 점수를 획득했다.
“참! 오늘 정한수 놈이 왜 이리 조용하냐?”
“조용한 게 아니라, 학교도 결석했는데?”
“동빈이가 운이 좋구나. 정한수가 난리를 쳤으면 이런 점수는 받지 못했을 거다.”
‘이것들아!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아느냐!’
동빈은 속으로 실컷 웃었다. 정한수가 출석을 했어도 자신을 괴롭히지 않았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얼굴을 가렸기에 고맙다는 말은 듣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시험을 잘 본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답이었다.
“소문을 들으니까 말이야, 정한수 그놈 맞아서 못 나왔다고 하던데? 지금 병원에 입원했대.”
“석진아, 정한수가 맞았다고? 누구한테 맞았는데?”
동빈은 놀라서 반문했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정한수가 강창도에게 맞기는 맞았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다.
“창도 선배도 누군가에게 맞아서 입원했잖아. 열 받은 창도 선배 친구들이 조사해보고 정한수가 범인이라고 지목했어. 사고 직전에 창도 선배가 정한수를 때렸다고 하더라고. 정한수가 복수했다고 생각한 거지.”
“…….”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동빈은 정한수를 도우려 했지만 오히려 화가 되었다.
“동빈이 너는 좋겠다. 정한수가 퇴원하려면 시간이 걸리잖아. 시험 기간 내내 안심할 수 있겠네.”
“그, 그러게…….”
동빈은 뜻하지 않은 행운(?)까지 얻었다. 재수 없이 당한 정한수만 억울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