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롤로그 (1/224)

프롤로그

어느 추운 겨울.

국가 인권위원회의 결정으로 국방 전략 프로젝트 하나가 사라졌다. 국가 안보에 관련한 특급 비밀에 속하는 내용이었다. 외부로 유출된 비밀은 충격적이었고 국가 인권위원회가 나설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장군님. 어째서 그들의 권고를 받아들이셨습니까! 이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장군님의 경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상관없다.”

보좌관은 열변을 토했지만 삼성 장군은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솔직히 국가 안보에 관한 사항이라고 적당히 둘러댈 수도 있었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할 수 있었으나 장군은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았다.

“냉정을 찾으셔야 합니다. 아드님 때문에 많이 힘드신 줄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장군의 현재 상황은 설상가상이었다. 외아들이 죽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터진 것이다. 보좌관이 답답함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였다.

“장군님, 제 말을 듣고 계십니까?”

“…….”

장군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침묵으로써 보좌관의 열변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었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악몽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자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 아들은 죽었다.’

석연치 않은 아들의 죽음. 한평생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아온 장군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살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다. 차디찬 강물에 몸을 던진 아들만 생각하면 온몸의 피가 끓어올랐다.

‘폭력과 일진회…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가 되었다.’

학교 폭력과 연관 있다는 첩보가 있었다. 그러나 아들의 수사는 단순 자살로 매듭지어졌다. 관련된 사람들이 미성년자였기에 처벌이 힘들었고 결정적인 물증도 없었다.

‘폭력을 쓰는 놈들은 학생이 아니다. 고교의 평준화가 아니라 고교의 평정화가 필요한 시점이지.’

경찰이 학교 폭력을 뿌리 뽑겠다고 나섰지만 장군은 믿지 않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법만 따지는 경찰로는 부족해. 이제는 군인이 나서야 할 차례야. 그들과 똑같은 미성년자라는 기득권을 가진…….’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장군은 변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나라만 지키겠다는 군인 정신이 사라졌다.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었다.

“장군님. 국가 인권위원회의 징계는 이미 받지 않았습니까? 구태여 비밀 코드 770을 양자로 맞을 필요는 없습니다. 770은 전쟁을 위해 길러진 살인 기계입니다.”

비밀 프로젝트는 침투 공작원에 관한 내용이었다. 어릴 적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쳐서 최고의 인간 병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훈련이 잔혹한 것도 문제였지만 대상이 청소년이라 인권위가 나선 것이다. 장군은 죄를 속죄하는 의미로, 군에서 10년 동안 길러진 비밀 코드 770을 양자로 맞이하기로 결정했다.

‘폭력은 더 큰 폭력으로 해결한다. 이것이 바로 전쟁의 법칙! 학교 폭력은 더 큰 폭력에 철저히 무너질 것이다.’

스르륵.

마침내 장군이 눈을 떴다. 보좌관의 독촉 때문은 아니었다. 굳게 닫힌 철문 쪽에서 인기척을 들었기 때문이다.

철컹.

커다란 자물쇠가 열리는 쇳소리와 함께 투박한 철문이 열렸다.

뚜벅뚜벅.

당당한 체구를 지닌 청년이 걸어 나왔다. 계급장이 없는 군복을 입고 있었다. 군인인 것은 확실했지만 고등학생 정도의 외모를 지녔다.

“충성! 코드넘버 770 김동빈입니다!”

청년은 장군을 보자마자 거수경례를 올렸다. 절도 있는 동작과 활기찬 목소리. 비밀 프로젝트가 키운 최고의 비밀 병기였다.

“오랜만에 보는군. 새로운 명령을 하달하겠다. 너는 이제부터 내 아들이다. 알겠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충성!”

그들은 법적으로 부자 관계가 되었다. 그러나 진짜 아버지와 아들처럼 다정해 보이진 않았다. 명령에 죽고 사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모습이었다.

오늘은 동빈이 10년 만에 민간인으로 돌아가는 첫날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