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185화.
문제의 그 큰 폭발음이 들렸을 때 지원재는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유현덕이 몇 달간 소유하던 사무실. 그리고 그가 사라진지 사흘 째였다.
불안한 마음이 들만도 하지만 사실 그렇진 않았다.
알 수 없는 차분함이랄까. 아니면 유현덕에게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 때문이었을까.
어차피 그가 유현덕을 대신하여 운영하고 있는 S 아카데미는 유현덕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 굴러갈 상황이다. 그것이 유현덕이 자신에게 바랐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장님, 이번 달 정산 내역서 가져왔습니다.”
“아, 고마워요. 확인하고 연락할게요.”
“네.”
20대 후반 여성 한 명이 사무실에 들어와 서류를 건네주고 나갔다.
일반적인 중소규모의 학원이었다면 원장과 안내 데스크 직원의 관계가 이렇게 딱딱하진 않다.
하지만 현재의 S 아카데미는 웬만한 중소기업의 규모를 뛰어넘는 상황이었다.
단지 들어오고 나가는 돈의 액수 외에도 각지에 직영점처럼 운영하고 있는 학원 건물만 열두 개. 각각의 학원 수강생 숫자만 하더라도 만 명이 넘어간다. 거기에 온라인 강의 수강생까지 더하면…….
책상 앞에 놓인 서류를 잠깐 봤지만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대기업 수준은 아니지만 어쨌든 교육 분야에서는 최고 위치까지 오른 이 기업을 세운 유현덕. 그는 지금 어디 있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그의 모습이 담겼던 장면을 떠올렸다.
이한일과 만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차에서 수십 명의 사내들이 내리는 모습과, 마치 그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자기 발로 승차하는 유현덕.
‘위험하다.’
이것이 지원재 머릿속에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걸 들고 온 김윤지의 표정 또한 불안감에 가득 차 있었다.
바로 이한일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이한일의 개인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한성 김미연 부회장과 연락을 하고 그쪽에서 알아보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그런데 뭐랄까. 처음 자신의 마음속에 들었던 불안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너무한 것 아니에요?”
너무 편안해 보였을까? 김윤지가 그에게 이렇게 따져 물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런 시점에 너무 느긋하게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뭘 어쩌랴. 사라진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단서가 될 수 있는 곳으로의 연락은 불가능하다.
바라는 것밖에 없잖은가. 온전한 상태로 집으로 잘 되돌려 보내기를.
그것보다 중요한 건 도대체 이한일이 왜 유현덕을 데리고 갔냐는 문제였다.
‘맥스스쿨 운영이 잘되지 않는 것에 대한 복수? 아니. 복수랄 것도 없는데, 이거는…….’
그건 분명 아니리라 생각했다. 애초에 줄 일도 없던 것을 억지로 뺏어 간 사람이다.
거기에 이쪽 업종에 대한 관심은 그의 옆에 있는 유미진이 아니었다면 없었을 것이다.
대부업으로 돈을 벌어 온 사람이 교육 사업을 운영한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며 과거 사채가 가지고 있던 안 좋은 이미지는 많이 희석되었으나, 그래도 좋지 않은 것은 좋지 않은 것이다.
이걸 통해 이미지 전환을 꿈꿨다? 그것도 당연히 아니고.
어차피 평생을 그리 살아온 사람이 갑작스레 이미지 메이킹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뭘까.
권력? 정치권력?
그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아닐 것이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이런 식보다는 차라리 정치권에 돈을 확 뿌리는 것이 낫겠지.
그는 데스크 안내 직원이 가져다준 서류를 눈앞에 두고서도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시일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황은 나빠진다.
사흘.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처럼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의 사흘간의 연락두절은 짧은 시간도 아니다.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 화면을 켜고 이한일의 번호를 검색했다. 굳이 이것저것 누를 필요도 없었다. 오늘만 한 시간에 한 번씩 여섯 번의 통화를 시도했었으니.
‘경찰?’
112와 이한일의 전화번호 중 다시 한 번 이한일의 번호를 선택했다.
그리고 수신부에서는 다시 한 번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통화할 수 없다는 메시지.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소리도 함께 들렸다.
전화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천장에서 뭔가가 투둑 거리고 떨어지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 자신의 머리 바로 위였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니 먼지 비슷한 것들이 나풀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이 사무실은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건물 맨 윗층. 옥상은 안전을 이유로 개방하지 않았다.
‘흔들림?’
그리 생각했으나 흔들림 또한 아닌 것 같았다.
2015년 이후가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그때가 되기 이전이다.
과거의 변화로 인해 천재지변도 일어날 수 있을까?
가능하긴 할 것이다.
나비효과. 중국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 짓을 하며 떠오르면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모래폭풍이 될 수도 있다는 이론.
그래도 설마…….
그리고 들려온 폭발음.
벽에 금이 가며 쏟아져 나온 섬광을 마지막으로 지원재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몸이 어딘가로 떠가는 기분, 그리고 매우 뜨겁고 여기저기 부딪히는 느낌만 들었다.
⁂
“어떻게 된 거야? 왜 벌써 돌아와?”
그가 다음으로 본 것은 이제는 익숙해진 공간이었다.
주변이 하얀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 같기도, 아니면 빛이 워낙 밝아서 그렇게 보이는 넓은 공간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한 번 본 곳은 아니었다.
“몇 번이나 오고도 정신 차리는 데 시간이 그리 걸려서 어떡하니.”
“아…….”
몇 번이나 왔지만 그때마다 건강히 잘 지내는 상황에서 왔던 것은 아니었다. 여기 올 때의 대부분이 누구나 생각해도 죽을 상황이었다.
누군가가 그랬었나? 죽음은 또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이고, 고통은 잠깐이라고?
누가 그랬지? 찾아서 조금 패 줘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쨌든 죽음 직전에 이르는, 아니면 죽어 버리는 것은 큰 고통이 수반된다.
곧바로 이 공간에서 깨어난다 할지라도 경우에 따라 완전히 미친 상태에서 이 할아버지를 마주할 수도 있으리라.
“몇 번째죠?”
“네 번.”
“그럼 이제 한 번 남은 건가요?”
“약속했던 것이 다섯 번이니 그렇지.”
다섯 번의 약속. 다섯 번의 회귀.
너무 짧다. 뭔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에는…….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리라. 자신이 가지게 된 다섯 번의 기회.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기회는 총 네 번이겠지.
한 번은 여기 처음 오기 전의 삶이었으니 말이다.
“구했어?”
흰머리 할아버지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뇨.”
“아직 못 구했어?”
이번에는 약간 풀이 죽은 표정으로.
“네. 쉽지 않네요.”
“쉽지 않지. 그리고 너 같은 선택을 한 사람도 별로 없고.”
“…….”
대답을 요하는 말이 아니었기에 지원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할 거야?”
“뭘요?”
“네가 지금까지 해 왔던 것.”
“해야죠.”
잠시간의 망설임도 없었다.
어차피 다섯 번의 삶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물론 이 앞에 서 있는 할아버지와 시장에서 흥정하듯 한두 번의 기회를 더 얻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자신 또한 그냥 하라는 대로 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두 번이나 기회를 더 얻은 셈이었다.
유현덕도 아마 그냥 하라는 대로 하고 다시 돌아간 것이겠지.
처음 한 번의 회귀로는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것을 이뤘다.
그게 아마 유현덕이 기억하는 자신의 과거, 준서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학원 강사로 살아가며 딱 원하던 위치까지 올라갔던.
하지만 끝이 좋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강재훈 원장이 부인 유미진과 아들 강민호에게 배신을 당하며 목숨까지 잃고, 자신 또한 회귀자라는 이점이 무색하리만치 어이없이 당했다.
이게 그의 두 번째 기회였다.
그리고 다시 돌아간 하얀 방.
거기서 그는 하얀 머리 할아버지를 상대로 거래를 했다.
자신의 기회를 몇 번 더 갖는 대신, 딱 죽은 시점으로 돌아가는,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살지 않겠다는 거래.
사실 이게 흥정거리가 되기는 할까 싶었다.
일종의 규칙 같은 것이 있을 테고, 그러면 자신에게 여러 번의 기회를 더 준다는 건 규칙을 어기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기억했다.
하얀 머리 할아버지가 유현덕을 언급했던 것은 첫 번째 회귀 때.
사후 세계의 공무원 같은 사람일까 싶을 정도로 여러 명을 상대하고 있다는 그는, 유현덕의 이름을 굳이 그에게 들려주었다.
수많은 회귀자들이 섞여 살아가는 세상일 텐데 왜 유현덕을 거론했을까.
뭔가 둘의 관계가 자신과 이 할아버지의 관계와는 다른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 사람? 아니, 이 할아버지도 과거 언젠가는 인간으로 살아갔던 시절이 혹시 있었을까.
어쨌든 되지도 않을 거래였으나 의외로 흔쾌히 허락한 할아버지는 그에게 세 번의 기회를 더 주었다.
두 번은 날렸다.
두 번이 아닌가?
어느 정도까지는 도울 수 있었으나, 친구 유현덕의 삶도 자기만큼이나 복잡하게 변화했다.
이 녀석의 첫 번째 삶은 괴로웠지만 길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이상하리만치 짧게 끝이 나 버린 한 번의 삶.
그리고 이번 유현덕의 삶에서 자신에게 두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중 한 번은 날렸다.
자신이 먼저 죽어 버렸고, 그래서 이 공간에 오게 된 것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돌아가면 마지막 한 번의 기회.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습니다.”
“그래.”
길게 말하지 않아도 그가 원하는 것은 유현덕의 더 나은 삶이었다.
도대체 왜 그가 유현덕이라는 한 사람의 삶에 대해 이토록 신경을 쓰는 것인지 이해되진 않았지만, 전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면 그가 물어본다고 전부 말을 해 줄 리도 없었다.
그래도 지원재는 한 번 물어볼까 생각을 하고 말을 꺼냈다.
“왜 유현덕이에요?”
“응?”
“왜 유현덕에 대해서 할아버지가 따로 그리 신경 쓰는 건지 궁금합니다.”
곧바로 대답이 나오리라 생각지 않았고, 아예 대답을 안 할지도 몰랐지만 굳이 물었다.
그리고 그는 아주 잠시나마 이 할아버지의 표정이 움찔하는 것을 봤다.
둘 사이에 어떤 모종의 관계가 있기는 하다.
분명히.
할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아무 말도 없이 그 자리에 서서 지원재를 바라봤을 뿐.
잠시 뒤,
“그건 나중에…….”
라고 말을 한 그는 지원재에게 손을 뻗었다.
돌아가는 신호.
다시 돌아가면 어디에서 깨어나는 걸까.
이렇게 죽은 시점으로 돌아가는 건 그도 처음이다.
“할아버…….”
말이 끝나기 전에 그는 눈앞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
“형!”
-조용히! 이러시면 끊습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지원재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사람이 목소리만으로 상대방이 누군지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우리 둘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당연히 Ji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 수 있겠지만, 일단 그게 아니라면 뜬금없이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그렇게 밝히면서 아는 척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아…….”
벅차오르는 감격이라고 해야 할까.
가슴이 하도 쿵쾅거려 휴대폰을 손에 붙잡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나와 그의 사이가 그 정도로 가까웠냐고?
지원재는 확실히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다. 사적으로 나와 특별히 돈독한 사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그래도 분명한 것은 우리가 알아 온 시간이 꽤나 오래 흘렀다는 것. 그리고 내가 어려울 때 가장 든든하게 내 옆에서 묵묵히 일을 처리해 준 사람이 그였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그가 목소리만으로 나에게 연락을 해 온 것은 그 나름의 의도가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 폭발하면 이성이 아무리 소리를 쳐도 들을 수 없지만, 그래도 다행히 이성의 끈은 확실히 붙잡았다.
“네.”
그제야 나는 주변을 둘러봤고, 나를 보고 있던 김윤지의 눈이 동그래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혼자 있는 곳이 아니었지.
그래도 지원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이 사람들에게 먼저 알려야 하는 것 아닐까.
-주변에 혹시 누가 있습니까?
“네.”
-그럼 그냥 듣기만 하십쇼. 제가 살아 있단 건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알리시면 안 됩니다. 복잡해지니까요.
마치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 말하는 지원재.
그가 분명 맞았다.
지금 상황을 이토록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건…….
-대표님, 제가 어디에서 어떻게 있는지는 지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사고 이후로 운이 좋게 살아남았고, 그 정도 사고를 일으킬 자들이라면 제가 살아 있다는 것은 그들의 계획이 어긋났다는 걸 알려 주는 꼴이라 일단 숨어 있는 상황입니다.
침착했다. 그리고 그런 목소리를 듣는 나도 침착해졌다.
나는 계속 듣고 있었다.
-조만간 곽한영 의원과 이한일 회장이 접촉할 겁니다.
“곽한영 의원은…….”
-그냥 들으십쇼!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나도 내 실수를 깨달았고.
지금 통화에서 곽한영이란 이름이 나온다면 분명 윤지 누나나 준서가 통화의 상대방이 누군지 궁금해할 것이다.
이들에게 빨리 이 좋은, 이 다행인 소식을 전하고 싶었지만 지원재는 그것을 원치 않는 것 같았다.
그러면 일단 나도 그의 계획에 장단을 맞춰야겠지.
“이번 회차 출연진에 있어요. 사인 받아 놓을게요.”
이게 더 이상한가?
의심의 눈초리가 내 쪽으로 쏘아졌다.
나는 머쓱해하는 척하면서 회의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밖이에요.”
-혹시 모르니 그래도 그냥 들으십쇼. 그쪽 둘과 뭔가 함께하는 것은 불편하시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제가 그쪽과 먼저 접촉하고 조율해 놓은 계획이 있습니다.
“계획이요?”
-네. 김승주 회장과 저를 공격한 쪽이 삼전 박승재 회장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죽었다는 사람이 살아올 수나 있겠는가.
박승재 회장이 연루되어 있는 건 우리 사이에서는 다들 아는 사실이나, 밖으로 세어 나갈 일은 없었다.
지원재는 잠적한 몇 달 간 사고에 대해 조사했을 것이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지금 대표님께서 하셔야 할 일은 군 문제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2년은 너무 깁니다.
2년 간의 공백.
지금 시점에서는 위험한 일이다.
지원재가 숨어 있는 상황이고, 김승주 회장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이미도 원장에게 부탁하는 수도 있겠지만, 이한일 회장과 맥스스쿨을 거래하며 걸린 조건이 이미도 원장이 S 아카데미 경영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
지금 상황에서 무슨 적과의 거래 내용을 신경을 쓰냐 싶겠지만, 깨도 관계없는 거래는 없다.
그럼 이미도 원장이나 주현필 부원장도 제외.
남은 것은 준서와 윤지 누나뿐.
오광필 할아버지는 당연히 은성 고등학교를 맡아 줘야 한다.
그쪽 일은 아예 다른 문제였으니까.
지금 상황에서 나의 군 입대는 변수를 너무 많이 생성한다.
“알고 있어요. 근데 가게 되면 가야죠, 뭐.”
근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건 정말 신에게 맡겨야 할 문제…….
-이한일 회장과 곽한영 의원이 어느 정도 도울 수 있을 겁니다. 조금 무리하시더라도 그냥 큰 계획을 위한 것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무리한 계획? 그건 뭘까.
-제가 드릴 말씀은 그들이 곧 연락을 해 올 것이고, 위험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일단 따라 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뭘 하든 지금 그들은 저의 계획과 함께 움직이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이해해 주십쇼. 그것까지만 정리되면 저도 찾아뵙겠습니다.
“잠깐만요. 그럼 언제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럼 이만.
올 때처럼 갑작스럽게 끝나는 통화.
‘이게 뭐야’ 싶은 기분으로 멍하니 까만 화면을 보고 있었다.
뭔가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분명 꿈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지원재가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그가 뭔가 계획을 세웠고, 이한일과 곽한영에게서 연락이 올 거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마치 방금 통화를 끝낸 지원재가 이제 시간이 됐다고 그에게 연락을 한 것처럼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곽한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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