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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178화 (178/200)

[178] 178화.

“중국? 내가?”

“네.”

그녀는 상당히 놀란 눈빛이었다.

군대에 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계속해서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충격이었을 것이다.

“잠깐, 중국 시장 진출은 논의가 되긴 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진행됐던 건 없잖아?”

“그러니깐 네가 많이 도와줘야 해. 에듀코인이 거래소 운영하기 시작하고 자금이 들어오면 중국 쪽에서도 관심을 가질 거야. 온라인 교육업체에서 상용화를 하고 있으니 그쪽의 암호화폐 기업들과 사교육 기업들 모두에게서 말이지.”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그러면 우리가 찾아 나서야겠지만 그럴 일은 별로 없을 거예요. 누나가 에듀코인의 이사로서 곧 이충현 사장과 함께 호재 하나를 발표하게 될 거거든요.”

다시 한 번 벙찐 모습의 그녀.

굳이 이런 식으로 놀라게 할 의도는 아니었지만, 나름 효과가 있었다.

“호재?”

“네. 정확히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아마 연락 올 겁니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준서도 그렇고 김윤지도 그렇고 날 무슨 도인처럼 잠시 바라보는 사이, 나는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국제전화 번호였다.

물론 내가 아는 번호는 아니지만 말이다.

“Hello. 여보세요?”

-유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김준현입니다.

아는 사람이다.

한성 에듀 일로 미국에 들렀을 때 함께 일을 했던 김준현 대리.

그때는 대리였지만 이제는 나름 부장급 대우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아직 한성 에듀 소속이지만 S 아카데미 미국 지사가 아직 없기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잘 지내셨어요? 메일 확인은 하셨나요?”

-네. 확인하고 바로 진행 중입니다. 오늘 미팅 잡아 놨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역시 그쪽에서 믿을 분은 형님밖에 없어요.”

-아이고. 형님이라뇨, 이사님. 사정은 대강 들었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다고요.

어딜 통해서 들었다는 건지.

메일에는 업무 관련한 내용만 적어 보냈다.

김승주 회장은 이제 한동안 나를 보는 걸 불편해할 것이고.

김미연 부회장이 연락을 줬던 걸까.

생각해 보면 대기업의 정보력과 인맥은 항상 유용했다.

미국에서 한성에듀 소속으로 일을 진행할 때도 그랬고.

어쨌든 미국과 중국 시장을 다시 개척하려는 나.

과거에는 한성이라는 대기업의 뒷배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간 쌓은 내 인맥과 능력으로만 해야 한다.

근데 사실 전에도 내가 다 해낸 것이긴 하지.

그나저나 이 사람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닙니다. 이걸 고생이라고 말하기에도 조금 그렇죠.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이쪽 일 정리되고 한국 오시면 한턱 크게 쏘겠습니다.”

-오. 완전 기대되는걸요? 아무튼 로빈이 가끔 연락을 주긴 했습니다. 프린스 리뷰도 대표님 차기 사업 구상이 따로 없냐고 묻더군요. 적절한 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대해도 좋을 거라고 전해 주십쇼.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결론을 빠르게 내려주면 계약도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 해 주세요. 흐흐.”

통화는 길지 않았다.

그동안 준서와 김윤지는 내가 언급했던 호재가 미국 시장과 관련된 것을 듣고는 서로 이런저런 의견들을 주고받는 듯했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나는 그들을 쳐다봤다.

바로 며칠 전까지(물론 내가 그들 얼굴을 다시 살아서 볼 수 있게 된 것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완전히 풀이 죽어 있던 나였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국내 최대 대기업을 상대로 뭔가를 해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잠겨있던 나의 모습.

그들의 눈에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자리에 이미도 원장과 주현필, 오광필 할아버지가 함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항상 그렇게 함께 일을 해 나갔는데…….

“미국?”

김윤지가 조심스레 물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미국 이야기가 나오니 나름 흥미로웠겠지.

“네. 프린스 리뷰와 관련된 사업이에요.”

“혹시 거기도 에듀코인을 써서?”

“흐흐. 하루 이틀만 기다려 주세요. 잘만 되면 신문 비즈니스 면에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때는 한성일보와 오광필 할아버지 힘도 다 빌려 써야 하겠지만요.”

이틀 뒤.

예상대로 로빈은 내 제의에 흔쾌히 동의했다.

잠시 프린스 리뷰의 사업현황을 이야기해 보자면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동종업계 2인자 캐플턴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 내가 한성 에듀를 통해 과거 진행해 보려 했던 모바일 업체 푸글과의 사업.

그걸 푸글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은 채로 캐플턴을 전격 인수했다.

그리고 우리 쪽에서 제안했던 내용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자신들의 모바일 운영체제에 캐플턴의 어플리케이션을 기본 탑재하여 순식간에 시장점유율을 높였고.

프린스 리뷰는 우리와 손을 잡았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온라인 교육 시장 모델에 관심을 보였다.

거기에 이건 약간은 치사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프린스 리뷰의 미래를 알고 있는 나이기에 가능한 계획 하나.

캐플턴이 푸글에 인수된 건 내 전생에도 없었던 일이나, 프린스 리뷰가 네플의 온라인 서점에 들어간 건 일어날 일이었다.

물론 완전한 제3자의 입장에서 봤던 전생에서의 뉴스와는 다른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말이다.

프린스 리뷰가 네플 온라인 서점에 들어간 것이 바로 작년.

문제는 네플에 지불해야 하는 플랫폼 사용료가 상당하다는 사실이었다.

그간 강사 풀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미국의 S 아카데미라고 부를 만할 정도로 규모는 커졌으나 규모에 걸맞은 대우를 제대로 받질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 시점은 위기였다.

단 1년 만에 푸글이 지원하는 캐플턴을 시장 2인자로 밀어냈지만, 곧바로 다른 도전에 직면했다.

모바일 시장의 확장, 그리고 캐플턴의 추격이었다.

“자!”

내가 회의실 문을 열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밝은 표정은 그들 입장에선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의 예상을 벗어난 일도 있었다.

자리에는 당연히 김윤지와 준서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머지 동료들이 다시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았는데…….

자기들끼리는 편안한 표정으로 대화를 주고받았겠지만 아무래도 지금 시점에 내 앞에서도 그러기는 조금 불편했겠지.

주현필이 인상을 구기며 놀란 모습으로 입구에 그대로 멈춰선 나에게 던졌다.

“뭐?”

“원장님?”

“나는 안 보이냐?”

아직은 뼈가 있는 말투였으나, 그의 평소 말투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미도 원장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다시 혼자가 된 기분에 정말 힘들었는데 그 수렁에서 김윤지와 준서가 나를 꺼내 주었다.

그리고 혼자 싸움을 시작해야 하나 싶었는데 함께했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주었다.

“얼굴 보니 어느 정도 회복은 했나 보네요. 확실히 막 풀려났을 때보다는 얼굴이 좋아 보여요.”

이미도 원장이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이미도 원장님, 주현필 선생님, 그리고 할아버지.”

“할아버지라고 그만 좀 하면 안 되겠냐. 뭐, 이제는 다른 말로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긴 하다만…….”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요, 그러면. 흐흐.”

분위기는 모처럼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호재가 뭔지는 몰라도 큰 거라고 김윤지 선생님이 계속 연락을 하셨어요. 감사는 김윤지 선생에게 해야 할 거예요.”

그랬겠지.

그 이야기는 준서와 김윤지만 알고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게 뭐죠?”

“그 전에 전후 사정을 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한다.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어쨌든 이들이 다시 이 자리에서 전처럼 나와 함께하려면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할 테니 말이다.

나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뭔가 전에도 가끔씩 이렇게 긴장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언제였는지를 모르겠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아니, 그 전으로 더 가면 신성 학원 면접을 볼 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런 기분을 썩 즐기는 건 아니었지만, 이후에 일들이 진행된 것을 생각하면 나쁘게 된 일은 없었다.

나는 천천히 내가 실종된 기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에듀코인, 미국 최대 온라인 교육기업 프린스 리뷰 인수결정!]

[일본 기업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인수와 맞먹는 충격 선사! 한국 벤처기업의 신화 창조!]

중앙지 비즈니스 섹션 1면에 실린 내용과 논평이다.

기분 좋은 회의가 끝나고 하루 뒤,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대표님, 좋은 소식입니다!

김준현 부장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잔뜩 들떠 있었다.

이미 내 사업 스타일을 한 번 겪은 로빈은 이번에는 처음에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단순히 강의의 개수를 늘리고 강사료 지급 방식과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전달받은 지난번 제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가치를 보장하는 화폐와 다르게 암호화폐의 가치는 가변적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비트코인의 가격을 보고 있자면, 이건 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골동품 거래나 주식시장과 유사했다.

어찌 보면 별 의미 없는 데이터 쪼가리를 돈을 주고 산다는 개념이 보수적인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교육 시장에서는 이해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에듀코인의 프린스 리뷰 인수합병안.

로빈은 프린스 리뷰 운영을 그대로 맡은 상태로 S 아카데미와 에듀코인 지분을 각각 10%씩 가진다.

어떻게 국내 기업의 지분을 제공하면서 미국의 거대 교육업체를 인수하는지 의아하겠지만, 이는 국내 교육 시장이 미국보다 볼륨이 훨씬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미국 내 해당 업계 최고의 위치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교육시장 자체가 작아 매출의 차이와 시총의 차이가 생긴다.

단순히 지분만 보고 그럼 로빈이 이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그것도 아닐 것이고.

프린스 리뷰의 시장은 미국이란 한 국가에 한정되어 있다.

S 아카데미는 한국이란 국가에 한정되어 있는 것처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아예 같은 계열사가 되는 것은 시스템 혁신에 있어서 아주 유리하다.

에듀코인이 바로 그 혁신의 첫 고리가 될 것이고.

“고생하셨네요. 잘돼서 다행입니다.”

-로빈이 빨리 계약서 작성하자고 난리입니다. 이쪽에는 언제 오실 예정이십니까?

“이번 달 내에 방문하겠습니다. 세부사항 조율만 좀 부탁드릴게요, 이제.”

-네, 걱정하지 마십쇼. 그나저나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는 조금 보이기는 했습니다. 괜찮으신가요, 그건?

“우려하는 것이 당연한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말이 많습니다. 그래도 잘만 된다면 시장선점효과에 대기업 부럽지 않은 규모로 키울 수 있어요.”

그렇게 될 것이다.

잘만 된다면이 아니라 비트코인의 성장은 일정 부분 확인된 사실.

물론 내 전생의 사건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에듀코인은 비트코인 광풍이 불기 전에 그것보다 미리 상용화 붐을 일으켜, 나중에 비트코인과 각종 암호화폐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진정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부차적인 효과들.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교육을 팔아 돈만 쓸어 담는다는 인식을 확 바꿀 기회입니다.”

계약이 성사됨과 동시에 일을 진행시키면 연내에 프린스 리뷰도 현재의 S 아카데미나 한성 에듀처럼 에듀코인을 벌고 수업료로 충당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런데, 대표님?

“네?”

잔뜩 흥분한 목소리의 김준현.

하지만 순간 뭔가 변화가 있었다.

뭐랄까.

조심스럽게, 하지만 궁금한 부분은 해결해야겠다는 뉘앙스였을까.

-오브라이언 대통령과는 아직도 가끔 연락하시나요?

오브라이언?

“네? 아뇨. 왜 그러십니까?”

다시 시작하는 마음에 들떠있던 나에게도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오브라이언의 직통 전화번호로 연락을 건 적이 있었지만, 박승재와 그가 만나고 간 후로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둘 사이에 뭔가 일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은 들지만 연락을 받지 않으니 확인할 방법도 없었고.

그나마 나나 김승주, 그리고 지원재에게 한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닌 것 같았기에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방금 김준현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된 것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잠시 머뭇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부장님?”

-아, 죄송합니다. 저도 확실한 건 아닌데, 이쪽에서는 최근에 오브라이언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한국에 다녀온 뒤로 조금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이상하다고?

“이상해져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이걸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오브라이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항상 유연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물론 북한이 그런 태도에 절대로 호응하는 국가는 아니지만요.

북한?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전생의 오브라이언 대통령은 확실히 평화주의자의 면모를 보였었다.

그가 재선까지 성공하고 도합 8년을 대통령직을 수행한 후 들어선 다음 정권이 문제였지.

그런데 지금 김준현이 나에게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슨 말씀이신지…….”

-정확한 정보는 아니고 그냥 워싱턴 쪽의 한성 그룹 직원들 통해서 들은 이야기인데, 그쪽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하더라고요. 전쟁 이야기도 나오고……. 그런데 제가 아는 오브라이언 대통령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지금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승재를 만난 뒤 변한 그의 스탠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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