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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172화 (172/200)

[172] 172화.

“회장님, 이런 식으로 하시면 곤란합니다.”

-허허. 유 대표는 내가 했다고 확신하고 말을 하고 있나 보네요. 말했다시피 나는 이 일을 방금 알았습니다.

이한일이 자신이 이번 일의 배후라는 걸 직접 말하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맥스스쿨까지 원하는 대로 넘겨받은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공격을 감행한 것에는 항의를 해야 했다.

물론 자신이 그 일과는 관련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는 사람에게 항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김태원 사장의 증언이 있다고는 해도 그를 전면에 내세울 수는 없다.

그가 우리와 손을 잡은 것은 전적으로 그나 그의 가족들이 이한일에게 해코지를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인데, 지금 상황에서 이한일에게 불리한 말을 했다가는 앞뒤 가리지 않는 그의 성격상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어쨌든 예상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딱 부러지게 자신은 이번 일과 관련이 없단 말을 반복했다.

“아무튼 이제 회장님과 부딪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그러길 바라네요. 유 대표 같은 사람과 부딪혀야 내가 어디 살아남겠습니까. 학교 일은 잘 마무리됐고요?

“아주 큰일은 아니잖습니까. 맥스스쿨은 어떤가요?”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오갈 통화는 아니다.

맥스스쿨에 대한 질문도 내가 할 일은 아니다.

이미도 원장 체제에서 퓨처 금융투자에서 내려 보낸 전문경영인 체제로 넘어간 뒤의 상황은 내 예상대로였다.

흔들린다는 표현은 조금 과하리라.

다만 강재훈에서 이미도 원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때보다 훨씬 불안정해졌다고 해야 할까.

학원은 시스템적으로 잘 짜여있어 내부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전과 동일하게 운영할 수 있는 그런 사업이 아니다.

이미도 원장조차 초반에는 기존 강사들과 약간의 불협화음을 겪은 적이 있었다.

-음…….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군요.

우리는 그렇게 별 의미 없는 말들만 주고받다 전화를 끊었다.

은성 고등학교의 사고는 나의 사업에 대해 약간은 다른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다.

나는 이한일과 경쟁할 생각이 당장은 크게 없었다.

학교에서 이런저런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그리고 대부분은 전생과 비슷하나 약간의 변화가 생기는 모습을 보며 학교를 운영해 보고 싶다는 나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었다.

전생이었다면, 전생에 내가 이런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나는 전생의 나와는 다르다.

주변 사람들도 다르고, 내가 가진 조건들도 다르다.

그리고 전생에 없던 적도 있고…….

나의 적은 나 하나만은 공격하지 않는다.

내 주변의 것들, 내 주변 사람들을 공격하고 위기에 빠뜨려 나를 흔든다.

어느 정도 피하면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아니 정말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자꾸 노리냐고…….

하지만 내가 싸움을 피하면 피할수록 나 자신보다도 주변의 사람들이 위험해진다.

내가 학교를 다음 목적지로 잡은 이상, 학교의 학생들 또한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었다.

“실장님…….”

“네, 대표님.”

“이미도 원장님과 강재훈 원장님, 주현필 부원장님 좀 연락해서 모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제 움직이시려는 겁니까?”

“네.”

든든한 지원재 실장.

하지만 그 또한 내 일을 계속 하다보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전생에도 싸움을 잘하지 못했다.

아니, 누군가를 때리는 것보단 맞는 것을 선택했다.

이건 핑계겠지.

약한 사람의 핑계.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맞는 것을 선택한다면 맞는 것으로 상황은 종료된다.

하지만 내가 때리는 것을 선택한다면, 그 상황을 종료시키기 위해 부모님이 나서야 하고, 그리고 돈이 나서 줘야 할 수도 있다.

돈이 나서 주는 상황.

그때는 돈이 없었다.

지금은…….

지금은 돈이 있다.

이틀 뒤, 학교 일과가 종료되고 오광필 할아버지에게 S 아카데미에 다녀온다고 했다.

“드디어 움직이는 건가?”

“뭘요?”

“이한일 잡으러…….”

최근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과 나의 상태를 보고 그는 내심 짐작하고 있던 것이었다.

은성 고등학교가 시작되기 이전의 유현덕과 은성 고등학교 이후의 유현덕이 달랐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다시 이전의 유현덕으로 돌아가려는 것을 말이다.

“잡아야죠. 학교까지 건드리는데요.”

“조심하게. 조규만과 유사한 종류의 사람이야. 아니, 훨씬 더 강하다고 해야겠지.”

“저도 그때보단 많이 강해졌습니다.”

어차피 주변 사람들은 나의 결심을 바꾸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제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는 잠시 측은한 눈빛을 나에게 보냈다.

“그래도 조심해.”

“네, 할아버지.”

왜 측은했을까.

이제 전쟁터에서 조금 벗어나 나의 삶을 즐기려는데 다시 전쟁터로 끌려 나가는 모습이라 그러지 않았을까.

S 아카데미에 도착하자마자 지원재 실장이 회의실로 안내했다.

이미도 원장과 강재훈 원장, 주현필 원장이 이미 와 있었다.

“늦은 시각에 이렇게 모셔서 죄송합니다. 이거 끝나고 오랜만에 예전처럼 회식이나 한 번 하실까요? 하하.”

무거운 분위기.

심상찮은 이야기가 오갈 회의라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으리라.

지원재 실장 체제로 S 아카데미가 운영된 이후 내가 여기에서 이들을 직접 부른 적은 없었다.

일부러 약간은 힘을 빼기 위해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아무도 얼굴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아. 다시 이런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은…….”

그렇지.

죽었다 다시 살아온 이상, 그리고 내가 바라긴 했지만 잘 몰랐던 삶을 사는 이상 그것이 가져오는 부차적인 변화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나를 훨씬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었다.

“으흠. 으흠. 유 대표…….”

강재훈 원장이 헛기침을 하며 나를 불렀다.

아직 이미도 원장이나 주현필은 아무 말이 없었고.

“네, 원장님.”

“이한일 회장과 붙어 보려는 건가.”

“네.”

“이길 수 있겠나?”

“이겨야죠.”

“전에 준비해 둔 그 방법으로?”

“네.”

전에 준비했던 방법.

정확히 말하자면 준비한 건 아니었다.

이미도 원장이 맥스스쿨을 운영하고 있던 당시, 이런 방식으로 맥스스쿨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던 내용.

“이미도 원장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강재훈 원장이 이미도 원장을 보고 물었다.

“글쎄요. 저는 이한일이란 사람에 대해 잘 모릅니다. 유 대표의 생각이니 유 대표의 뜻대로 할 것이고, 저의 역할이 있다면 그걸 담당해 줄 뿐이에요.”

“으흠. 위험한 일인 건 잘 알고 있지?”

이번엔 나에게…….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일러 주게, 그러면.”

회의랄 것도 없다.

이렇게 되어 버리는 것을 원치는 않았지만, 언제부턴가 나의 결정은 모두의 신뢰를 자동적으로 받는 것이 되었다.

신성 학원의 지역 학원가 경쟁에서부터 맥스스쿨 인수, 그리고 S 아카데미 설립과 미국 한성 에듀 사업까지.

처음에는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뤄 낸 것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런 것도 사라졌다.

우려.

우려는 이럴 때 해야 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내가 길을 잘 가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지에 대해 말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때만큼은…….

“나는 뭘 하면 돼?”

주현필이었다.

이 방에서 유일하게 이제까지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사람.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첫 만남이 썩 좋지는 않았지.

하지만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 든든한 사람도 없었으리라.

“주현필 원장님은 우리 모두의 보디가드.”

어이없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조규만과의 대치 상황과는 스케일이 다른 만큼 무거웠지만, 그래도 이런 숨 쉴 틈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미연 부회장에게 이미 연락을 해 둔 상태.

돈은 부담하겠으니 믿을 만한 경호원들을 각각 붙여 달라는 부탁이었다.

도대체 계획이 뭐냐고?

계획 자체는 위험하지 않으리라.

특별히 내가 그런 일을 할 만한 위인도 아니고.

단지 이한일은 위험하다 생각했다.

한성 그룹 김승주 회장도 그 말을 했었고.

자, 이제 시작이 될 텐데, 누가 이기려나.

“선생님, 표정이 왜 그러세요?”

특별히 기분이 우울하거나 슬프진 않았다.

아니, 그럴 만한 일도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일까.

괜히 불안한 기분.

현생에서 이런 기분을 느꼈던 적이 언제였을까.

김윤지와 산장에 갔을 때?

아니다.

그때는 그 후에 일어날 일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응? 아냐. 너야말로 표정이 왜 그래?”

괜한 반문이었다.

내 표정을 가지고 태클을 건 아이의 표정은 별로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그냥 평소대로인데.

어쨌든 나는 아직 은성 고등학교에 근무 중이었다.

나의 계획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표정에서 드러났던 것일까.

바로 다음 주면 계획이 시작됨과 동시에 나는 은성 고등학교와의 계약을 끝낸다.

“괜찮겠어? 군대 갈 때까지는 한다고 했잖아?”

오광필 할아버지의 일침.

군대가 아직 남아 있지.

나는 현역 입영 대상자로 분류됐고, 다만 일을 한다는 구실로 지금까지 버텨 왔다.

그리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내년 초에 입대할 예정.

그 내년 초가 이제 서너 달밖에 남지 않았다.

“군대 이야기는 하지 마시죠, 할아버지.”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나저나 정말 괜찮아? 아직 시간도 남아 있고, 자네가 벌려 놓은……. 그, 뭐냐. 텃밭이나 해외 교류 사업도 아직 진행 중인데…….”

“다른 선생님들께서 잘해 주실 겁니다.”

무책임한 발언이다.

전생에 내가 다른 선생님들 입장이라면 욕을 해 댔겠지.

일은 잔뜩 벌려 놓고 계약 종료라니.

하지만 그만큼 내가 이 학교에 해 놓은 것도 많았다.

아마 전역 이후에나 다시 신경 쓸 수 있으려나.

아니면 군대에서도 계속 학교와 관련하여 연락을 받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계획을 일단 실행하면 내가 우리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은 더욱 많은 사람들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아이들조차도 식중독 공격 대상이 되지 않았던가.

오광필 할아버지의 표정은 나보다도 더 어두웠다.

속으로는 아마 ‘이 녀석아, 네가 나를 이 자리에 앉혀 놓고 너는 떠나면 어쩌자는 거냐.’ 싶겠지만 그 또한 나의 이 선택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잘 알리라.

그리고 계약 종료 날.

내가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이 날 위해 울어 주리라 생각했으나, 그런 감동은 이제 없었다.

그러기에는 함께한 시간들이 너무 짧았고, 나의 정신이 그들에게만 온전히 쏟아지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몇몇 아이들, 그리고 개교하자마자 큰일을 겪은 두 녀석은 눈물을 보였다.

생각해 보면 이 두 녀석들도 결국 내가 현생에서 이 정도로 일을 키우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될 아이들이었다.

학교를 곧바로 나올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김윤지가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전교생 앞에서 내가 인사를 할 때는 나오지 않았었다.

“누나…….”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보는 눈빛.

하루 종일 뭔가 안타깝다는 눈빛만 계속 받아온지라 그녀의 동일한 눈빛에 조금은 지칠 법도 했지만 그러진 않았다.

“누나는 계속 일할 거죠? 계속하셔야 해요. 학교에 콕 틀어박혀 계셔요.”

일부러 약간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풀어지지 않는 그녀의 굳은 표정.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미도 원장님께 이야기 들었어. 위험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래도 위험한 상황은 피해. 꼭.”

“아…….”

인사를 하고 싶었다.

작별 인사라고 하기에는 멀리 가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떠나니까 인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입을 제대로 열기도 전에 몸을 돌려 학교로 들어갔다.

내가 할 일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니 약간은 의심이 들었다.

“자, 시작합니다.”

S 아카데미 본사?

아니었다.

여긴 이충현 사장(이제는 사장이라고 부르기로 했다)의 에듀코인 사무실.

사무실이라고 해 봐야 기업의 형태라기보다는 개발팀 작업실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열악하다.

이충현 사장은 회사명을 에듀코인이라고 지었다.

아무래도 나의 제안에 따르려면 교육과 관련된 명칭을 가진 코인명이 되어야 하고, 어차피 암호 화폐 사업을 하는 회사라면 해당 암호 화폐 이름으로 회사명을 짓는 것이 홍보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아직 개발 단계라 뭘 시작하고 말고 할 것은 없었다.

그런데 왜 ‘시작’이란 단어를 썼냐고?

“네. 사장님이 결정하고 시작하셔야죠.”

“아, 물론 버튼은 제가 누르죠. 하하.”

이제 에듀코인의 개발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담은 백서(White Paper)가 공식적으로 온라인상에 올라간다.

보통은 이러면서 ICO를 해서 투자금을 유치하지.

하지만 에듀코인은 투자금이 필요 없다.

백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에듀코인은 비트코인과는 다른 방향성을 가집니다. 투자가 목적이 아닌, 활동에 따른 보상을 지급함으로 질 좋은 교육을 더 낮은 가격에(궁극적으로는 무료로) 공급함을 목표로 합니다. 첫 사용처는 한성 에듀와 S 아카데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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