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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171화 (171/200)

[171] 171화.

반격

“이런 일은 학교에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맞아요. 애들 먹이는 건데. 입시 설명회 때는 그렇게 좋은 식재료만 쓴다고 하시고선…….”

다음 날 열린 긴급 학부모총회.

역시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몇몇 학부모님들은 적극적으로 관리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고, 다른 학부모님들은 그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오광필 할아버지는 마치 죄인처럼 그들 앞에서 연신 허리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미안했다.

거의 1시간 정도 이어진 성토.

어떻게 벌써 알았는지(물론 도교육청, 도청 등 관공서에도 보고를 한 상황이기에 알 수는 있다) 기자들도 몇 명 보였다.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으나, 어차피 대략적인 사안은 언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할아버지가 하도 허리를 숙여대 그의 건강이 걱정될 무렵, 드디어 조금 진정되는 기미가 보였다.

결국 원하는 부분은 실현 가능한 재발 방지책이기에 우리는 이때를 타이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왜 처음부터 재발 방지를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그러면 변명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고가 터진 후에는 일단 사과가 먼저다.

물론 사건의 전후 개요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나, 중앙 식품의 사정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상 책임은 우리가 전부 떠안아야 했다.

“…….”

한참을 열을 올렸기에 학부모석이 이젠 조금 지쳐 보이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1시간째 앞에 서 있는 오광필 할아버지가 그제야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에 흥건한 땀을 닦아냈다.

“다시 한 번, 그리고 대책을 말씀드리기 전 마지막으로 사과드립니다. 학교는 아이들의 학업과 건강한 생활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지만 사고가 터졌다는 건 부족함이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더욱 철저히 신경을 쓰겠습니다. 세부적인 대책은 여기 유현덕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실 겁니다. 혹 저희가 생각한 것 이외에 좋은 안이 있다면 바로 말씀해 주시면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

약간은 입시 설명회 같은 느낌도 들긴 했다.

물론 분위기는 절대 그렇지 않았지만.

나는 오광필 할아버지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이런 일이 생기면 학교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것이기에 나도 먼저 사과부터 해야 했다.

그리고 대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을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

대책은 크게 세 가지.

그중 하나는 어느 학교에서든 이런 일을 겪으면 할 법한 뻔한 것이었다.

그게 첫 번째 대책.

“급식실 인력을 50% 늘려 조금 더 세밀한 식자재 검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어느 학교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인력을 늘리는 건 그만큼 예산이 더 필요하단 의미고, 정해진 예산을 국가에서 받아 써야 하는 일선 일반 학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쨌든 우린 예산을 받는 것보다는 재단을 통해 지원되는 금액이 훨씬 크기 때문에 조금 출혈을 감수하고 그렇게 하도록 결정했다.

당연한 일이겠으나 학부모님들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이 정도면 재단 차원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지 표명으로는 충분했다.

이제 두 번째 대책.

“이건 사전에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사고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대책이 바로 두 번째입니다. 학교에서는 교내 보건실과는 별개로 군 보건의료원과 연계시킨 의료 인력을 한 명 채용할 계획입니다.”

의료 인력.

쉽게 말해 학교에 상주하는 의사를 한 명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돈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

은성 고등학교 주변에는 전에도 말했다시피 인가가 거의 없다.

따라서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30분 이상 걸리고, 그렇기 때문에 급박한 사고에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교무 회의 때 있었다.

그럼 개교할 때 이렇게 하면 좋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의사 채용은 생각보다 엄청난 비용이 든다.

사람만 채용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 행위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하고, 그 공간 안에 필요한 기기들은 보건실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보건실을 병원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나왔으나, 학교 보건실과 병원은 하는 역할이 엄연히 다르기에 그냥 새로 하나 만들기로 한 것.

이번에도 학부모석에서는 별 반응이 나오진 않았다.

오히려 반응이 보인 곳은 기자석.

몇 안 되는 기자들이지만 그들은 학교에서 의사를 채용해 상주시키겠다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했다.

두 명 정도 기자들이 손을 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했고, 그들의 질문은 대략 이런 것들이었다.

“방금 말한 두 번째 안에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 정도로 예상하시는지…….”

적게 잡아도 1년에 2억 이상.

대략적인 예산안은 지원재 실장과 한성 그룹에서 도와주었다.

그리고 나온 것이 저 금액.

하지만 저건 최소로 잡은 것이다.

의사의 기본적인 연봉에다가 의료기기도 계속 교체해 주어야 한다.

거기에 문제는 또 있긴 했다.

의사만 있다고 해서 병이 치료되는 건 아니지.

진단을 하고 나서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데 약은 의사가 직접 줄 수가 없다.

그럼 약사까지 고용을 하고 약국까지 차려야 하느냐…….

이 질문도 같은 사람에게서 나왔다.

“저희는 은성 고등학교에 아예 독립된 병원을 만들어 운영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의 건강을 최대한 고려하고,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그렇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만약 전문의약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인근 소재 협약된 약국을 통해 필요한 약을 배송 받는 방식을 협의 중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이것이었다.

“인근 타 학교 학생들과 너무 차이가 나는 수준의 지원이 아닐까요? 상대적 박탈감 같은…….”

이 이야기도 이미 회의 때 교사들과 이사진들끼리 의견을 나눈 부분이었다.

가뜩이나 전원 기숙 생활에 정해져 있는 학비도 사실 일반 고등학교보다는 훨씬 세다.

대안 학교 특성상 그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국가 지원을 일반 학교만큼 받지 않기 때문.

하지만 이건 반대로 말하자면 재단 차원에서 돈을 들여 학생을 위하는 일에는 일반 학교보다 자유롭게,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나는 은성 고등학교가 대안 학교라는 사실, 그리고 국가에서 지원받는 부분과 재단에서 출연한 부분을 수치로 들어가며 말했다.

상대적 박탈감은 당연히 있을지도 모른다.

인근 학교들에선 이렇게 하는 곳이 없으니깐.

아니, 우리나라의 어느 대안 학교나 자사고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 우리는 굳이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은성 고등학교는 돈이 많아야 올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또한 공부를 잘해야만 올 수 있는 학교도 아니다.

인근 중학교 출신들도 1학년에 입학해 학교를 다니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었다.

선택의 문제.

그리고 그 선택은 우리가 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학부모가 한 것들이다.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했지만 역시나 이 부분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으리라.

기자의 표정은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있을 수 있다는 것처럼 보였고, 나 또한 이 부분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할 필요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대책.

“이건 제가 직접 말씀드리지 않고, 이사님 한 분이 발표하실 내용입니다. 지원재 이사님?”

지원재 이사?

실장이 아니라?

S 아카데미의 소유주는 나.

하지만 현재 운영은 지원재가 도맡아 한 지 꽤 되었다.

기간제 교사로 있으면서 이사회에 소속이 된다면 채용 부분에 있어 계속 말이 나올 수 있어 나는 아예 이사회에서는 빠져 있었다.

다만 S 아카데미는 재단과 관계가 있는 이상 그쪽에서 한 명 정도 이사를 맡아야 했고, 이걸 지원재 실장이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내 신호에 맞춰 그가 강당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은성 고등학교 이사이면서 S 아카데미 운영실장을 맡고 있는 지원재라고 합니다.”

재밌는 것은 그가 나타나자 학부모석이 살짝 술렁였다는 사실이었다.

현재 국내 온라인 교육 시장은 S 아카데미와 맥스스쿨, 그리고 새로 생긴 대현 N스쿨의 삼파전이었다.

말이 삼파전이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S 아카데미와 맥스스쿨이 거의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고.

은성 고등학교가 다른 유명 자사고처럼 명문 대학 진학에 특화시킨 그런 학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2년 뒤에 있을 대입을 앞둔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국내 유수 사교육 업체 관계자가 이 자리에 온 것이 흥미로웠을 것이다.

물론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자식을 진학시킨 학부모가 대다수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거 예상치 못한 반응이긴 하네요. 일단 에듀파티 재단의 일원으로 이번 사고에 대해 죄송하단 말씀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아마 대입 제도에 대해 설명해 주거나 진학 관련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가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가 여기 온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사실 이 발표는 내가 하는 것이 맞기는 한데, 내가 직접 드러내 놓고 활동하는 건 아닌지라 조금 애매했다.

“이번 일과 관련하여 에듀파티 재단에서는 재단 차원에서도 학교 운영에 조금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지원 사업들이 진행되겠지만, 일단 그중 첫 번째로 S 아카데미에서 직접 은성 고등학교에 식자재 공급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헐.

사교육 업체가 무슨 식자재 공급을 한단 말인가.

어찌 된 일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김태원 사장님, 나와 주시죠.”

다시 강당 문이 열리고 이번에는 김태원 사장이 들어왔다.

그는 천천히 지원재 옆까지 걸어갔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좋아진 얼굴.

원래 마음의 병이 몸의 병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이지.

그는 올라오자마자 이쪽에서 가장 연장자인 오광필 할아버지부터, 그리고 나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곧바로 학부모석을 향해 이번에는 거의 90도 가까이 몸을 숙이며 인사했다.

“이건 원래 대표님께서 발표를 해 주셔야 하겠지만…….”

지원재 실장이 말하면서 나를 슬쩍 쳐다봤다.

이미 회의 전 그가 이 일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진행하고 발표하기로 끝난 이야기였지만 역시나 조금 불편했으려나.

나는 아주 살짝, 말 그대로 가까이서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워낙 비밀이 많으신 분이라 제가 하겠습니다. 여기 계신 분은 이제까지 은성 고등학교에 개교 이후 식자재를 공급했던 중앙 식품의 사장님이십니다. 사장님.”

“김태원입니다. 이번 사고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더욱 신경쓰겠습니다.”

그가 다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 더 확실하게 은성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드리기 위해 S 아카데미는 중앙 식품의 지분 49%를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관리 체계를 현대화시키기 위한 투자도 진행하여 학부모님들께서 빠르면 금년 이내로 아이들의 급식에 올라가는 재료들이 어느 농장에서 언제 수확되는지, 그리고 며칠을 걸려 운송이 되고, 식탁에 어떤 반찬으로 올라가는지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실 겁니다.”

사실 의사 채용이나 급식실 인력을 늘리는 일보다 이게 돈이 더 많이 들었다.

이런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학부모들도 급식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회사 자체를 거의 인수하다시피 한다는 건 듣도 보도 못 한 일일 것이다.

스크린에 새로운 화면이 올라갔다.

지원재 실장이 방금 공지한 사안과 관련하여 현재 개발 중인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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