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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162화 (162/200)

[162] 162화.

나는 그냥 그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았다.

학원에서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고, 말 그대로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교육 업체의 간판이었던 그.

그리고 그 업체를 삼켜 버린 나.

그의 얼굴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열정과 욕심이 가득했다.

욕심이라고 표현해서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욕심 없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충족하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욕심만 아니라면, 욕심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나 또한 전생보다 잘 살고 싶은 욕심으로 여기까지 왔고.

“그걸로 뭘 하고 싶으신 건가요?”

흐흐.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질문 아닌가.

사실 내가 한참 사업을 키워나가던 당시 이미도 원장과 김윤지가 나에게 물었던 질문이기도 했다.

인생에는 목적지가 있어야 한다.

중간에 내리는 여러 결정들은 그 목적지로 가기 위한 길을 선택하는 작업이고.

좋은 결정은 목적지로 조금 더 수월하게, 또는 조금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해 주지만, 나쁜 결정은 힘든 고난을 주거나 때로는 목적지로 갈 수 없도록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학교에서는 공부를 하라고 하는 것이고, 어렸을 적에는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

좋은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만약 목적지 차체가 잘못된 곳으로 설정되어 있다면?

이미도 원장이나 김윤지가 나에게 저 질문을 했을 때, 아마 그녀들도 지금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을 느꼈겠지.

이 녀석의 목적지가 과연 좋은 곳일까.

아니면 좋지 않은 곳일까.

내가 저 질문을 받았을 때마다 잠시라도 머뭇거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는 마치 내가 이 질문을 할 줄 알았던 것처럼 바로 대답했다.

단호하고 확신에 찬 표정으로.

“1차는 물론 사업적 성공입니다만, 그 외에 다른 것들도 하고 싶습니다. 가져야 할 수 있는 일들요.”

가져야 할 수 있는 일이라?

흥미가 생겼다.

가진 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가 현생에 들어와서 많이 해 보지 않았는가.

심지어 학교까지 세우고.

“나라를 바꾸고 싶습니다.”

헐.

“네?”

나라를?

“과도한 교육열이 문제라고 언론에서는 연신 떠들지만, 그 교육열이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든 거죠.”

“암호 화폐로 나라를 바꾼다고요?

조금 어이가 없었다고나 할까?

암호 화폐는 분명 대단한 기술일지 모른다.

그러니 그 많은 돈이 아무 의미 없는 데이터 비트에 투자된 것이겠지.

마지막으로 봤던 비트코인 하나당 가격이 얼마였더라…….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문제도 엄청났다.

중, 고등학생, 아니 심지어 초등학생들 까지도 암호 화폐에 돈을 넣고 도박에 가담했다.

이게 주식보다 더한 문제가 장이 시작되고 종료되는 개념이 없고 24시간 계속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

아이들은 밤새 자신이 넣은 돈이 사라지는 걸 보고 학교에 와서는 숙면을 취했다.

이건…….

“아, 오해를 하신 것 같습니다. 암호화폐는 교육과 무관하게 진행하려고 하는 별개의 사업이고, 이걸로 번 돈으로 교육 봉사를 해 볼까 하고요.”

“나라를 바꾸신다면서요?”

“교육이 중심이 되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교육이 중심이 되는 나라라.

우리나라는 이미 교육이 중심이라 할 수 있다.

한 해 버는 돈의 수십 퍼센트를 자녀 교육비에 투자하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

여기에서 더 교육을 중심으로 끌어들인다고?

하지만 그의 말에 아예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공교육이란 것이 워낙 덩어리가 크기에 엄청난 예산을 소모하기는 하지만, 반면에 항상 예산이 부족한 부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교육부는 전통적으로 힘이 없는 부서이기에 뭔가 새로운 변화를 주는 사업에서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

암호 화폐와 교육이 중심이 되는 나라라…….

생각에 잠긴 내 표정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있다는 점이 드러났을까.

이제까지 단단했던 이충현의 얼굴에도 불안감이 살짝 스쳤다.

암호 화폐라…….

“이따 콘서트에서 어떤 내용을 말씀하실 건가요?”

나는 일부러 활짝 웃었다.

말은 완전히 돌리면서.

관심이 아예 가지 않는 건 절대 아니다.

사실 암호 화폐 쪽은 나도 전혀 생각지 못한 사업 아이템은 맞았기에.

그리고 내 성격 탓인지, 머릿속에서는 전생의 기억에서 암호화폐가 학교에 가져온 폐단들을 떠올림과 동시에, 혹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커지고 난 뒤에는 전 세계적인 광풍이 불기에 일개 자금으로는 제어가 불가능하다.

어쩌면 비트코인을 창안한 사토시란 사람도 그걸 유도한 것일지도 모르지.

애초에 탈중앙화 화폐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중앙화는 양날의 검.

이쪽도 결국 돈이 있는 선발주자들이 돈이 적은 후발주자들의 피를 쪽쪽 빨아먹는 식으로 클 것이다.

“그건…….”

“지금은 그게 저에게 중요합니다, 선생님. 사업 이야기 왜 하신지는 알아요.”

투자나 동업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게 아니고서는 지금은 경쟁사가 되어 있는 학원의 수장이 나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을 테니.

단순한 정?

그럴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다.

얼굴 본 것도 딱 한 번이었을까.

흥미가 가는 이야기였다.

단순한 투기라 생각하고 발도 들여놓지 않으려 했던 부분인데 혹시라도 그 전생의 폐해를 내가 지금 막을 수 있지 않을까도 싶었다.

거기에 돈도 더 벌면 좋고.

비트코인이라.

돈을 벌 것이었다면 그냥 지금 내가 가진 돈 털어서 사 둔다면 몇 년 뒤 암호 화폐 유행이 극심할 때 어마어마한 돈을 만질 수 있겠지.

어느 정도나 올랐더라?

아마 한성 그룹을 통째로 살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한들 그걸로 할 것이 없다면 그냥 은행 데이터에 찍힌 숫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뭔가를 생산해서 파는 개념,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 아니기에 내가 그렇게 버는 돈은 결국 누군가가 잃은 돈일 것이다.

“저도 생각할 시간을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지금은 학교에 있으니 시간은 더욱 많이 주셔야 하겠고요.”

“아, 네. 제가 너무 급했군요. 죄송합니다.”

“오늘 토크쇼에서 하실 말씀들도 그쪽 관련한 내용인가요, 혹시?”

“약간 들어가 있기는 합니다만, 주요 내용은 아닙니다. 학원 강사로 부르신 건데요.”

“그렇죠. 살짝 소개하는 정도로만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술적인 부분들이면 더 좋을 것 같고요.”

“네, 알겠습니다.”

코인이라.

새로운 영역이었다.

대략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는 수능시험 문제에 출제될 수도 있기에 알아본 적이 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문과와 이과 차이의 간극은 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쪽 시장이 커지는 것이 확실하고, 그렇게 되는 만큼 폐해도 같이 커진다는 점이었다.

아이들.

암호 화폐의 기본적 내용에 대해서는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어찌 보면 네트워크의 발달이 가져온 혜택일 수 있으니.

하지만 이걸 어떻게 접근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투기장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이 기술을 가지고 뭔가 해 볼 생각을 할 것이냐.

그렇게 새로운 고민거리로 하루 일과가 끝나 가고, 토크 콘서트 시작 시간이 되었다.

약 두어 시간 전부터 학교 밖은 소식을 듣고 찾아 온 기자들로 북적였다.

참석한다고 미리 연락을 준 도내 학교 선생님들과 교육청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콘서트 시작 30분 전까지 출입을 막았다.

신성 학원, S 아카데미, 그리고 맥스스쿨에서의 입시 설명회 때보다는 사람이 적었지만, 이번 행사가 열리는 장소가 도서관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수를 제한해야 했고,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어쩔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충현이라고 합니다.”

사회를 맡은 학생이 이충현을 소개하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둥그렇게 둘러앉은 학생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

그는 독립 후에도 계속 강의를 하고 있기에 학생들에게는 나름 유명 인사였다.

본격적으로 이런저런 대화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그에게 직접 질문을 주고받았다.

“선생님께서 학원에서 강사 생활을 시작하신 것에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음, 편하게 말하자면, 돈을 많이 벌고 싶었습니다.”

이런 질문과 답변들.

근데 너무 솔직한 것 아닌가.

그는 웃으면서 대답을 이어갔다.

“이러면 속물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국 목적은 돈이긴 했습니다. 어릴 때와 큰 뒤의 다른 점은 나 자신이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그러려면 돈이 필수고요.”

“다른 직업도 있는데 왜 굳이 강사를 선택하셨나요?”

사회를 맡은 학생의 재치 있는 질문.

“할 줄 아는 것이 공부밖에 없었다고 하면 조금 식상한 답변이 될까요? 장사를 하려면 밑천이 있어야 합니다. 강사를 하려면 지식이 있어야 하고요. 밑천은 학교를 다닌다고 얻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식은 어디에서든 얻을 수 있죠. 칭찬도 덤으로 받을 수 있고요. 직접 만나서 알겠지만 몸을 쓰는 일은 하기 어렵습니다. 몸이 딱 봐도 허약해 보이니…….”

여기저기서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처음 행사가 시작되고 한동안은 학생들이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을 향해 있는 수많은 카메라들과 지켜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통제하는 보안 요원들까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충현의 과도하게 솔직한 대답 몇 개가 그들의 긴장을 어느 정도는 풀어 준 것 같았다.

나쁘지 않은 접근이었다.

확실히 프로는 프로다.

“저도 돈을 벌고 싶어요!”

이런 질문 아닌 질문.

“버세요! 열심히 일해서 벌면 됩니다!”

“아, 그런데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뭐라고 대답하려나.

“지금 학원 강사에게 학생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겁니까? 공부를 하세요, 공부를!”

아.

“공부로 돈은 많이 못 벌잖아요?”

“저도 있고, 이 학교에 공부 하나로 돈 엄청나게 많이 버신 분 있으시잖아요?”

이런.

학생들은 나를 잘 모른다.

애초부터 이쪽에 관심이 많았던 몇몇 학부모님들, 그리고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그들에게 나는 그냥 선생님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굳이 숨기려고 하진 않았지만 조금 민망한 기분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의 시선이 잠시 허공을 갈랐다.

이미 이충현의 대답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내 쪽으로 카메라를 돌려 사진을 찍는 기자들도 몇 있었고, 그걸 본 아이들은 그제야 그가 지칭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알아차렸을 뿐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

“네? 누구요? 선생님?”

“유현덕 선생님이요?”

나름 진중한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어수선해진 듯했다.

“어? 제가 실수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하하.”

내 바로 옆에서 행사를 지켜보던 오광필 할아버지는 고개를 숙이고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약간 우려했었다.

학교보다 나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

그래도 어쩌랴.

언젠가는 일어날 일인데.

그리고 그리 큰일도 아니다.

피곤하게 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내 존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우리 학교 학생들밖에 없을 것이다.

“아닙니다! 계속 하셔요! 잘 듣고 있습니다.”

내가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이충현은 잠시 머쓱하게 웃고는 아이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콘서트는 대략 1시간 반 정도 진행됐다.

원래 1시간으로 예상을 했으나, 말미에 기자들 몇도 이충현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원해서 허락했더니만 30분을 질문을 퍼부었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답변할 때 암호 화폐 사업 이야기도 살짝 거론됐고.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는 그 이야기를 그가 직접 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조금 우려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으니 그랬겠지.

그 점에 대해서는 고마웠다.

유명 강사 이충현을 시작으로 매주 한 명씩 초청하여 이루어질 콘서트의 첫 시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생님.”

나름 긴장은 했는지 얼굴이 땀범벅이었다.

학생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하하. 아닙니다. 제가 영광이죠. 그리고 저…….”

사업 이야기일까.

“네, 말씀하시죠.”

“아까 말씀드린 부분은 고려만 해 주시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그냥 잊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사람아, 나는 그 생각에 대해 아니라고 한 적은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기보다는 내가 전혀 생각한 적이 없었던 부분을 갑자기 들고 나왔기에 거기에 대해 고려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그리고 대략 정리는 이미 한 상태였다.

준비 작업도 그 바쁜 사이에도 부탁해 두었고.

누구에게 부탁했냐고?

이런 일 부탁할 사람이 누가 또 있겠는가.

지원재 실장이지.

“자세한 내용은 들어 보겠습니다. 물론 주말 같은 때 저 일 없을 시간에 말이죠.”

“네?”

“동업이나 투자 말씀이시잖아요. 아닙니까?”

“아…….”

그 목적 외에는 그 이야기를 굳이 나에게 꺼낼 이유가 없잖은가.

그의 표정이 급 밝아졌다.

기대는 조금 해도 괜찮겠지.

“참! 아직 결정한 건 아닙니다.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고요. 그냥 궁금해졌을 뿐입니다. 이충현 선생님이 어떤 일을 벌이려고 하시는지 말이죠.”

“아……. 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빨리 안 해 주셔도 괜찮으니 잘해 주셔요. 그림이 잘 그려져 있지 않으면 어쩔 수 없습니다.”

멋있는 말 아닌가.

‘급히 하지 말고 그림을 잘 그려 놔라’ 라는 말.

어느새 나도 갑질을 하고 있는 걸까?

설마…….

“네. 알겠습니다.”

어쨌든 은성 고등학교의 발전을 위한 여러 삽 중 하나도 제대로 뜬 것 같았다.

부디 아이들이 학교에서 꿈을 찾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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