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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150화 (150/200)

[150] 150화.

“대책이라면 어떻게 하자는 건데?”

글쎄.

아직 확실히는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확실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일이긴 한 것일까.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이런 일을 저지르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생각을 해야 한다, 현덕아.

내가 학교를 그만두는 걸 원한다면 이렇게 하진 않았겠지.

그럼 은성 고등학교가 성공적으로 교육계에 진입하는 걸 방해하려는 걸까?

일단 날 공격하려는 의도인 것은 알겠다.

그런데 축제 담당자가 내가 된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무슨 일을 벌이려고 돈까지 써 가며 지역 대학에서 하라는…….

S 아카데미가 신성 학원 건물을 사용할 때 조규만이 계획하고 강민호가 실행한 사건.

폭발 사고.

사고가 아니라 정확히 말하자면 테러였다.

“돈은 안 받으실 생각인 거죠?”

“받을 거였다면 조용히 압박 넣고 유 선생 망하는 것 보고 있었겠지.”

“어떻게 망하는데요? 아세요?”

“응? 아……. 뭘?”

박성현 부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뭔가를 판단하는 건 섣부를 짓이겠지.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일 수도 있다.

그래도 확실히 하고 넘어갈 건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

S 아카데미의 사고는 다행히도 학생들에게 피해는 크게 없었다.

물론 심리적인 불안 증세를 겪은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자재실 같은 곳에서 폭발물이 터져 인적 피해는 적었다.

만약 학교 축제에서 사고가 터진다면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일이 벌어질 것이다.

경찰에 알릴까도 생각은 했으나, 연락은 발신자가 확인되지 않는 번호로 왔고, 내용 또한 그것만 가지고는 테러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려우리라.

나야 한 번 겪은 일이다 보니 거기까지 생각하는 거지만, 누가 학교에 테러가 발생하는 일을 쉽게 생각하겠는가.

“누가 이런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아직. 축제 담당자가 제가 된 상황에서 장소를 학교 외로 잡아 달라는 건 밖이 교내보다 보안이 취약해서가 아닐까요? 혹시 아시는 것 더 있으면 지금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애들 일이에요.”

‘애들 일’이라는 부분에서 잠시 풀어졌던 그의 표정에 다시 긴장감이 서렸다.

이건 쉽게 볼 일이 아니다.

물론 학교에서만 근무한 분들에게 이런 일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이해시키는 것은 어렵겠지만, 나는 다 겪어 본 일들.

죽을 뻔한 적이 몇 번이던가.

돈과 관련된 일들, 그리고 지위와 관련된 일에서 이쪽 세상의 사람들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과격해지곤 한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들어 내가 한 일이라고는 숨죽이고 학교와 재단 일만 한 것뿐이니 범위는 좁혀진다.

이미 지난 지 한참이 된 준일이와 수진이 사건을 다시 들춘 그들.

유미진 또한 그쪽에 있다고 하니 그녀 입김도 작용했으려나?

“일단 내가 받은 건 그것뿐이야. 다른 건 없었어. 돈은 천만 원을 준다고 했고.”

현재 은성 고등학교의 부장 선생님들 숫자가 여덟.

대충 1억 정도 돈으로 이런 일을 벌인다니.

세상사 돈으로 안 되는 일은 없다지만 참…….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축제를 하지 않으면 차라리 좋겠는데 그건 좀 안 되겠죠?”

“개교 후 첫 축제야. 미루는 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아예 하지 않는 건 좀……. 그리고 위험해 봐야 뭐 큰일 있겠어?”

이 문제에 대해 그들이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학교에서 일이 일어나 봐야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

그리고 나도 아마 전생에는 그들과 똑같은 입장이고 똑같은 반응을 보였겠지.

보통은 그렇단 의미이다.

하지만 이건 보통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큰일은 없어야죠. 아무튼 감사합니다. 천만 원이면 큰돈인데요.”

“일반 학교 기준 150% 받으면 우리도 꽤 돼. 아직 유 대표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호봉이란 것이 생각보다 꽤 크거든.”

“더 준다면 제안을 받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면?”

“하나만 물어보자, 유 선생.”

확실히 성향이 드러나는 듯한 대화.

계속 나와 말을 주고받는 건 박성현 부장이었다.

그리고 임선욱 부장은 보통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진중한 쪽은 임선욱 부장이겠지만, 속을 잘 알 수 없는 스타일이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에는 그가 나에게 질문을 하겠다고 했다.

“네.”

“애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거야? 그냥 단순히 돈 문제나 유 선생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고?”

위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공포가 아니라 경각심.

“조심하자는 거죠. 굳이 그만한 돈을 들여서 할 일이 다른 게 떠오르질 않아서요.”

“당신이 그냥 그만두면 어떻게 되는 건데?”

내가 그만둔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 택할 것은 아니다.

만약 이들에게 누군가가 그걸 요구한 거라면 생각은 해 봤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내가 그만두건 계속 일을 하건 관계없이 사고는 일어날 수 있으리라.

“사고 나면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은 연락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제가 그만두는 건지 모르잖아요. 은성 고등학교가 무너지는 걸 바랄 수도 있고요.”

“그건 그렇긴 하네. 아무튼 우린 뭘 해야 하는 거지?”

“부장님들은 그냥 평소대로 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천만 원을 주겠다는 거지 통장으로 입금이 된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축제는 학교 교내에서 실시하는 걸로 제가 기획안 올리겠습니다.”

결국 일은 내가 하게 되는구나.

하지만 일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일단 내가 축제 업무를 피해 봤자 상대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특별히 무슨 증거가 있거나 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나와 싸웠던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그러리라 생각했다.

조규만과 강민호 모두 적정선이란 건 없는 사람들이었지.

그로부터 한 달 반 정도, 즉 4월 초부터 5월 중순까지 축제 기획안 작성에 열을 올렸다.

다행히 원래 업무를 맡고 있던 선생님이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고 그간 준비해 둔 업무 인수인계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해 주었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들어온 분이라고 해서 조금 걱정은 됐지만, 그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깔끔했다.

남의 업무를 넘겨받았다는 부담보다도 오히려 남이 끝내 놓은 밥상을 뺏은 기분이라 미안할 정도였다.

오광필 할아버지는 부장 회의마다 박성현 부장과 임선욱 부장이 받은 문자 내용을 들며 다른 부장도 혹시 연락을 받았는지 확인했지만, 어느 누구도 답하지는 않았다.

돈이 걸려 있는 부분이라 그렇기 보다는, 또는 누군지 모를 상대방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기보다는 그 사실 자체를 드러내기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어쨌든 각자 받은 내용의 확인을 하면서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싶었지만 그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 당일.

즐거움으로 가득 차야 할 학교 축제 당일을 사건 당일이라 표현한 이유는 그날 일어난 사건 때문이다.

총 여덟 시간의 축제.

오전 네 시간 동안은 정상적인 학교업무가 돌아갔다.

학생들은 수업을 듣긴 했지만, 물론 집중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축제 연습 시간을 주는 선생님도 계셨고.

점심 식사가 끝난 뒤, 그동안 고생해 주신 급식실 어머님들께 노래를 불러 드리는 이벤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축제가 오후부터 시작되었다.

오후 축제는 개교 후 만들어진 각 동아리가 순차적으로 자신들의 활동 내용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자리였다.

재밌는 부분은 ‘농사 동아리’가 있다는 것.

이건 사실 거의 내 팬클럽이었다.

3월 한 달간 나는 일과 후에 으레 한두 시간 씩 텃밭에 가서 쟁기질을 하고 씨를 뿌리고 물을 줬고, 몇몇 아이들이 야간 자율 학습을 빼고 나와 도와준 적이 있었다.

성과는 특별히 없었는데, 그건 나도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맨땅에 헤딩하듯 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 몇몇 아이들은 공부에 특별히 흥미가 없는 녀석들이었고, 학교 밖으로 나가도 할 일이 없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 설득에 아예 동아리를 만들어 텃밭 한 구석을 일구기 시작했다.

재밌는 결과가 나타났다.

공부에는 분명 흥미가 없던 녀석들.

하지만 농사에는 흥미를 가진다?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자신들이 일구는 밭에 아무런 성과가 보이질 않자 나름대로 인터넷을 뒤져 가며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인 것이다.

뭐, 이게 얼마나 길게 갈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겠지.

이 아이들도 오늘 축제의 한 코너를 맡았다.

“……그래서 저희는!”

발표를 진행하던 녀석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친구에게 신호를 주었다.

“학교 텃밭에 이런 작물들을 만들어 부모님들께 보내드릴 생각입니다!”

거대한 강당 스크린에 몇몇 채소들 사진이 올라왔다.

작물을 키우고 그걸 수확한다는 생각은 평범한 생각.

하지만 그걸 자신들의 부모님들께 보낸다는 계획은 기특했다.

뭘 기특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녀석들 중 대부분은 공부에만 흥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 시절부터 이런저런 문제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었다.

어차피 공부는 누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능동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는다면 다른 곳에라도 흥미를 찾아야지.

미래의 농부들이 될 것인가, 이들은…….

적어도 일단은 여기에서 이 아이들이 안 좋은 것에 노출될 일은 없다.

관심거리가 책에서 텃밭이 된다 하더라도, 그게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것이라면,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일을 생각해 본다면 나름 성공을 기대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저녁 식사 후 이어진 야간 축제.

여긴 돈질을 조금 했다.

은성 고등학교는 산골 깊숙이 위치해 있다.

기숙형 학교라 학생들은 주말에만 밖을 나갈 수 있었고.

그랬기에 뭔가 분출구가 필요했다.

다양한 동아리로는 해결되지 않는 그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분출할 계기.

인기 걸그룹에 남자 아이돌 그룹까지 섭외한 공연이 진행됐다.

그들을 섭외하는 일에는 돈이 거의 억 대로 들어갔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쓸데없는 투자는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거의 끝날 무렵.

마지막 가수가 노래를 끝마치고 아이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잠시 나누고 있을 때였다.

대화?

맞다.

돈이면 안 되는 일은 정말 없는 것 같다.

“유현덕 선생님, 고생 많으셨어요.”

“다행이네. 별일 없이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걸?”

다른 선생님들이 나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네며 지나갈 때였다.

이미 전에도 언급했던 적이 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학교에는 한성 그룹 소속 보안 요원들이 배치된 상태였다.

축제는 철저하게 외부 인사 초청은 배제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문자가 부장 선생님들께 갔고, 외부에서 축제를 해 달란 것을 제외하고 내가 책임자로 진행하는 것까지는 문자대로 따랐다.

다행히도 별일 없이 끝나나 싶던 은성 고등학교 개교 첫 축제.

삐오삐오삐오.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강당 안쪽이 워낙 소란스러웠기에 가깝게 와서야 들을 수 있던 거지.

“무슨 소리야, 그런데? 불자동차 왔나?”

“그러게요?”

오광필 할아버지가 소리를 먼저 듣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했다.

그리고 내가 대답을 하자마자 강당 입구 쪽에서 선생님 한 분이 우리에게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직감했다.

걱정하고 우려했던 것이 이제 터지는구나 하고.

아니, 사실 걱정을 하진 않았다.

교내 건물들은 축제 전 보안 요원들이 몇 번이나 구석구석 확인하며 폭발물 같은 것이 없는 걸 확인했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교장 선생님!”

닫혀있던 강당 문이 다시 열렸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 몇이 들어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왜? 무슨 일이야?”

오광필 할아버지는 그 장면을 보진 못한 듯했다.

그는 자신을 부르며 달려온 교사만 보고 있었다.

“산불이에요!”

산불?

이젠 별걸 다 하는구나.

방금 전 들었던 사이렌 소리는 그럼?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강당 문으로 막 들어온 처음 보는 사람들.

경찰이나 소방관이라면 뭔가 복장이 있을 텐데, 이 사람들은 그냥 평상복이다.

몸도 굉장히 건장하다.

아니, 이건 건장한 수준을 넘어서 몸을 일부러 불린 사람들 같은데.

강당이 꽉 차 있으나 불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가수와의 대화 시간이었으니.

시끄럽지만 시끄러운 소리가 시야를 가리지는 않는다.

한 명이 이쪽을 봤다.

그리고 정확히 내 쪽으로 손짓을 했다.

‘나보고 오라고?’

오광필 할아버지가 교장이다.

이 학교의 총 책임자.

그들이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여덟? 아니, 열 명 정도.

그나저나 보안 요원들은 어디 있는 거지?

“어느 정도 산불이길래 이렇게 급히 뛰어와?”

“그게……. 학교 바로 근방에서 불이 보여서. 일단 보안 요원 선생님들 전부 그쪽으로 가서 진화 작업하고 있습니다. 인근 소방서에서 지금 출발하는데 도움 요청해서요.”

문으로 들어온 남자들이 이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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