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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140화 (140/200)

[140] 140화.

“어떻게 아셨어요?”

이걸 직접 이렇게 물어보는 건, 만약 지원재 실장이 나에게 접근한 다른 이유가 있었다면 썩 좋지 않은 행동이라 생각해서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일일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놀라서 그런 부분도 있었다.

-뭘 말씀이십니까?

“아니, 어떻게 제가 피해자에 대해 알아보려고 연락하실 줄 아셨는지 궁금해서요. 방금 생각한 건데…….”

근데 그는 너무나도 평소와 똑같이 평온하게 대답했다.

-제가 대표님 알게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습니까. 대충 제가 생각하는 거랑 비슷한 판단을 내리시기에 이번에도 피해자 쪽을 생각해 보지 않으실까 했습니다.

피해자를 생각한 건 맞지.

근데 이렇게 사람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이 흔한 일일까.

그는 이런 생각을 안 해 봤을까?

아무튼 일단 급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아, 네. 그랬군요……. 저, 피해자였던 학생에 대해서는 그럼 찾아낸 것이 있으세요?”

-이름은 이수진입니다. 지금 17살로 이번에 고등학교에 입학했고요.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재밌는 사실이요?”

-그 학생도 오늘 은성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 중 한 명이더군요.

뭐야?

단순한 학교 폭력 사건이었다면 가능할 수도 있긴 하다.

그리고 은성 고등학교가 일반 고등학교라면 지역에 따라 입학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니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안 학교 입학은 신청을 해야 하고, 성 관련 학교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대안 학교에 입학을 신청하는 경우가 과연 있었던 적이 있을까.

“헐, 정말입니까?”

-아직 모르고 계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예민한 부분이라 확인하면서도 은성고에는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았거든요. 오광필 교장 선생님께도 아직…….

“말씀 드리시죠, 왜?”

-방금 확인한 부분이고 먼저 연락을 드려 이러이러하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주제 넘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다만 대표님께서는 연락을 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오광필 할아버지도 모르는 사실.

이것이 그리 큰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가해자가 우리 학교에 입학 신청을 했단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도 같은 학교에 입학 신청을 했다?

큰일이기보다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사실들이 그들 사이에 있는 듯했다.

지원재는 과연 어디까지 조사를 해 둔 것일까.

“어떻게 확인하셨어요, 근데? 저도 피해자에 대해 알아보는 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실장님께 연락을 드려 본 건데요.”

-방법이 있습니다만, 대표님은 좋아하지 않으실 방법이라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도대체 어디를 통해 알게 된 것인지…….

중학교에서 알려 줬을 리는 없다.

학교라고 밝힌 우리에게도 피해자 학생의 정보는 알려 주질 않았다.

그게 사실 맞는 거고.

학교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 기자?

기자와는 연락도 할 수가 없었는데.

연락할 방법이 따로 있던 것일까.

“알려 달라고 해도 말씀해 주시지 않으시겠죠?”

-죄송합니다.

이게 그의 스타일이다.

아마 기자를 통해 알게 됐으리라 생각했다.

그 기자가 그냥 알려 줬을 리는 없고.

해당 언론사에 돈을 준 걸까?

아니면 다른 방법을?

강재훈 현 성공 대입학원 원장, 그리고 전 맥스스쿨 대표가 무너지던 때가 떠올랐다.

나에게 있어서 지원재 실장은 어마어마한 선물이었다.

그가 없었더라면 내 성공도 그때 이미 꺾였을 수도 있다.

그랬더라면 지금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런데 지원재 실장이 그만한 결과를 계속해서 보여 줬다는 것이 갑자기 두렵기 시작했다.

이미 나는 사업 자체에서는 손을 뗀 상태.

S 아카데미가 무너질 상황이 아니라면 내가 다시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선다고 하더라도 예전처럼의 영향력을 가질지도 모르겠고.

이제는 지원재 실장의 S 아카데미가 된 것이다.

그가 만약 등을 돌린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 될 것이다.

내가 아무래도 정도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으려는 성향의 경영자였다면, 지원재 실장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정도를 벗어나는 일도 충분히 할 사람이었다.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해 준 적도 많이 있었고.

그의 대척점에 내가 서 있게 된다면 그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그래서, 어디까지 알아내셨어요?”

그건 일이 터지면 고민할 일이고, 일단은…….

-사건 전반에 대한 내용입니다. 기사에 나온 대로 학교 인근 PC방에서 지속적으로 사진 촬영을 하다가 걸린 거죠. 근데 은성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을 제외하고는 전부 합의가 되었습니다. 준일이만 빼고요.

“합의요?”

-네. 총 네 명의 학생이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셋은 합의 후 학교 차원의 징계로 사회봉사가 끝이었습니다. 준일이는 합의가 잘 되지 않았던지 사회봉사 후에도 경찰 조사 및 재판까지 받았고요.

세 명은 합의가 되고 한 명만 경찰 조사까지?

그런 경우도 있을 수는 있다.

일반적이진 않지만…….

학교와 관련한 학폭 사안의 경우 사안이 학교에서 처리가 불가능할 정도의 내용이라면 경찰로 넘겨야 한다.

하지만 내부에서 합의 및 징계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지.

그런데 가해자 몇은 합의가 되어 경찰로 넘어가지 않았는데, 합의가 되지 않은 경우가 우리 학교에 들어온 준일이?

합의는 대부분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으로 이루어진다.

“준일이네 집이 조금 어려운가요?”

-그것까지는 제가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객관적으로 나온 부분만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그건 은성 고등학교에서 확인하는 것이 수월할 겁니다.

“그렇군요. 그러니깐 사건 자체는 크지만 합의가 될 정도라면 피해자였던 이수진 학생과 가족들도 어느 정도 용서는 했던 상황이었고, 같은 학교에 입학을 결심할 정도의 관계라는 건가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나머지는 학교 안에서 알아보고 해결해야 하리라.

하여간 지원재 실장은 어디서 어떻게 이런 내용들을 속속들이 알아본 것인지.

두려울 만치 대단한 사람이다.

-일단은 그렇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확인할 수 있던 부분입니다.

“감사해요, 실장님.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움이 크게 될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부분은 해 드려야죠. 나중에 어떻게 해결되는지는 들려주십쇼.

“알겠습니다.”

아직 손에 잡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내가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의 막막함이 한 꺼풀 벗겨진 기분이었다.

오광필 할아버지와 논의를 해 봐야겠지만, 이제 해야 할 일은 오늘 내로 이수진 학생을 찾아 이야기를 해 보고, 준일이와 오광필 할아버지의 내일 인터뷰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시간은 이미 점심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오전 8시 20분 1교시 시작, 그리고 12시 10분에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입학식이라 9시에 시작했고, 입학식이 끝나고 담임 시간까지 보내고 난 뒤 내가 교무실로 들어왔던 때는 10시 30분.

그리고 이제 1시간 반이 지났다.

다행히 수업이 따로 없는 날.

첫날 영어 수업이 왜 없느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은성 고등학교는 일반계 고등학교가 아니라 대안 학교인 만큼 교육과정에 있어서 훨씬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명목상이기는 하더라도 이사장인 오브라이언의 추천에 따라 인문 교육을 1학년 과정에 많이 넣어 놓았고, 국영수 주요 교과 중 영어는 상대적으로 수업 시수가 적은 편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긴 시간은 보통 학교에서 보기 어려운 철학과 토론 수업으로 채워졌다.

슬슬 교무실 선생님들도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하나둘 씩 교무실을 나갔다.

나는 학생부를 뒤져 이수진 학생의 반을 찾고는 그 반으로 찾아가기 전 오광필 할아버지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 교장실로 들어갔다.

나처럼 그 또한 첫날의 사건으로 인해 피곤한 모습이었다.

밥은 생각도 없어 보이는 듯 전화를 붙잡고 있었다.

잠시 뒤 그가 전화를 끊고, 나는 그에게 말했다.

“교장 선생님, 지원재 실장과 혹시 통화는 하셨나요?”

“지원재 실장? 아니. 왜? 무슨 일 있어, 그쪽도?”

정말 그는 나에게만 연락을 했던 것 같다.

나와 통화를 한 이후에는 평소와 똑같이 S 아카데미 업무를 했을까?

“아, 지원재 실장에게 부탁을 좀 했습니다. 이번 사건 좀 알아봐 줄 수 있냐고요.”

“알아볼 것이 뭐가 있어? 뭐 또 사고 난 거야?”

“아닙니다. 그냥 피해자가 누군지,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서 어떻게 끝났는지 알아야 좋을 것 같아서요. 내일 교장 선생님과 그 학생 인터뷰도 잡아 놓기도 했고요.”

“뭐? 인터뷰? 야!”

역시나 노발대발…….

하지만 그것도 그것이지만 일단 지원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해야 했다.

잠시 동안 전에 못 보던 오광필 할아버지의 욕하는 모습을 기다리고는 이야기를 이어 했다.

지원재 실장이 독단적으로 미리 알아봤던 건 내가 부탁해서 알아본 것으로 바꿨다.

그리 해야 말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조용히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오광필 할아버지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야, 이게 내 나이에 무슨 일이냐. 너 때문에 인생이 고달파졌어.”

“죄송합니다. 그래도 나름 뿌듯하시게 해 드릴게요.”

“방금 전 전화 어딘지 알아? 교육청이야, 교육청. 거기서도 연락 와서 입학 신청자 어떻게 가려서 뽑은 거냐고 막 따지더라고.”

가려서 뽑고 말고 할 부분이 아니지.

물론 문제가 있는 학생은 피할 수는 있다.

대안 학교의 특권이라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노하우가 생기는 것도 수년 간 학교가 운영되며 자료가 쌓이고 경험이 쌓여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만약 이 일을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 학생의 입학원서를 버려두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모르긴 몰라도…….

내 미안한 표정을 잠시 보고 있던 그는

“이수진이라고? 희한하긴 하네. 얼른 만나 봐. 그 반 담임한테는 내가 따로 이야기해 둘 테니, 일단 먼저 만나 보고 담임에게 상황 설명 먼저 하고 나한테도 알려 줘. 그나저나 내일 인터뷰 어쩔 거야! 네가 해!”

이렇게 말하고는 의자를 돌려 버렸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잘 해결할게요.”

* * *

“얘들아! 이수진이 누구니?”

첫 점심 식사는 나름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아예 급식실에 가지도 못하고 교무실에서 곧바로 교실로 왔다.

배는 고팠지만 몸이 크게 인식하진 못한 것 같았다.

“네? 전데요?”

창가 쪽에 앉아 있던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왜소한 체격의 여자 아이.

나는 그녀를 데리고 상담실로 갔다.

상담 선생님이 여자 선생님이라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그 분께 부탁을 하고 나는 나와 있어야 옳다.

대략적인 사정을 이야기하고, 우리는 먼저 상담 선생님이 대화를 나눠 보고 수진이가 동의할 경우 나와 그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기로 했다.

“유현덕 선생님.”

“네.”

문이 열리고 상담 선생님이 나를 찾았다.

혹시나 불편할까 봐 문에서도 조금 떨어져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들이 들어간 뒤 5분이 채 되지 않아 그녀가 나온 것을 보고는,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들었다.

“들어오셔서 이야기 나누셔도 될 것 같아요.”

그녀의 표정 또한 나쁘지 않았다.

이게 언제 일어난 일이더라…….

상처가 아물 만큼의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랬기에 더 조심스러웠다.

“이야기 나누는 것 괜찮다고 하던가요?”

“말씀해 주셨던 그 일이 지금 다시 거론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요. 아이도 밝고요.”

다행인가?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다.

상담실은 그리 넓지 않았다.

일반적인 학교의 교실 한 칸 정도라고 할까?

다만 교실 안에 수업용 책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담 선생님 전용 책상과 의자, 그리고 더 안쪽으로 칸막이로 가려진 독립적인 공간이 있었다.

입구에서 보면 그 안쪽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같이 들어가시겠어요?”

나는 조심스레 상담 선생님께 물어봤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여학생이 젊은 남자 선생님과 단둘이 이야기하는 게 불편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벌어진 일이라면 당연히 제가 상담을 진행해야겠지만 이건 상담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아직도 학생이 그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라면 모르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가해자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가해자요? 준일입니다.”

“네. 그 가해자와의 관계도 지금은 피해자, 가해자가 더 이상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은성 고등학교에 들어오기로 한 것도 둘이 같이 이야기해서 들어왔다고 하고요.”

“네?”

놀랄 만한 일이지.

이런 경우는 전생에 학교에서 수년 간 근무를 하면서도 본 적이 없었다.

학폭은 예민한 문제다.

아이들 또한 그 나이 대가 상당히 예민한 시기라서 학교 폭력과 관련한 문제가 일단 시작되면 상처가 아물고 다시 잘 지내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의 폭력 문제도 그런데 이번 건은 성 관련 문제였다.

그런데 둘이 같은 학교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직접 말씀 나눠 보셔요. 호호. 긴장하지 마시고요. 괜찮지, 수진아?”

“네! 괜찮아요, 이제.”

상담 선생님과 이수진이라는 학생은 오히려 덤덤한 분위기였다.

어려운 이야기가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던 나만 오히려 어색하게 긴장한 모습.

갑자기 나도 웃음이 나왔다.

예민한 문제이지만 당사자가 이렇게 받아들이는 상황이라면 내가 더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터지지 않은 문제를 걱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 또한 바보 같은 짓일 것이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네.”

상담 선생님이 칸막이 건너편에 있고, 우리 둘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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