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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102화 (102/200)

[102] 102화.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 협상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을 텐데.

푸글은 제이폰이 나온 이후 빠르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내놓고 제플과 경쟁하게 되지.

안드로이드의 초창기 형태는 뭘 하기에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오픈 플랫폼이라는 장점을 잘 살려 단지 몇 년 만에 제플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둘 중 어디를 한성 에듀에, 그리고 어디를 S 아카데미 사업에 넘기는 것이 좋으려나…….

그리고 과연 뜻대로 일이 잘 풀리기는 할 것인지 갑자기 걱정이 살짝 들었다.

-참, 미리 말씀은 못 드렸는데, 거기 김준현 대리라고 있습니다. 일처리 확실한 사람이니 도움이 될 겁니다, 대표님. 다만…….

벌써 만난 상태인데.

미리 좀 귀띔이라도 해주면 어디가 덧나는가.

그도 아마 정신이 없어서 놓쳤겠지.

근데 ‘다만?’이라고?

-저도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 중요한 건 제가 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쓰시든 대표님 판단이니 제 생각은 참고만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완전히 믿을 사람은 아니라는 의미 같다.

사실 모든 걸 맡길 생각은 없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해 왔고.

“알겠어요. 준서는 잘하고 있나요?”

-아직 모르죠. 오늘도 강사들 면담을 여섯 건 진행했습니다. 대표님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나름 자리를 잡을 것 같습니다.

내가 소홀히 했던 부분을 정확하게 짚고 그 부분부터 해결을 하는구나.

근로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사업의 기본이다.

다만 나는 플랫폼적 성격을 가지는 S 아카데미의 특성상 강사 개개인에 대한 관리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준서는 경영을 전공하고 돌아온 경영자니 나와는 분명 다른 방식을 택하겠지.

그를 믿기에 모든 것을 맡기고 왔다.

나는 내 일을 이제 열심히 하면 되는 거다.

“잘 부탁드려요, 실장님.”

-걱정 마세요.

김준현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한성 에듀의 미국 지부는 생각보다 작은 사무실 하나였다.

굳이 크게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리라.

한성 에듀의 온라인 교육 복지 서비스는 S 아카데미와 유사하다.

큰 규모의 건물 안에 여러 명의 강사가 상주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촬영을 하는 맥스스쿨과는 달라야 한다.

“촬영은 어디서 하나요?”

“그건 서버 업체에 있는 빈 사무실에서 하고 있습니다만, 곧 각 강사들이 근무하는 곳에서 직접 진행할 예정입니다.”

“직접 진행한다면…….”

“참여를 원하는 강사들에게 최소한의 장비를 제공해 주면 직접 촬영하고 파일을 우리에게 다시 보내오는 방식이죠. 지원재 실장님이 구상해 놓으신 겁니다.”

경제적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훨씬 더 유리해질 것이고.

촬영에 필요한 장비들이 점점 더 소형화됨에 따라 이쪽에서는 그 방식이 훨씬 나아 보였다.

천재인가, 지원재는…….

“슬슬 나가 보셔야 합니다만…….”

“아, 네. 가 보죠.”

첫 목적지는 푸글이었다.

* * *

“Hello. I made an appointment with Mr. Smith. (안녕하세요. 스미스 씨와 약속을 잡아 놨는데요?)”

“Wait a second. Let me check his schedule first and I’ll let you know. (잠시 만요. 그의 스케줄을 먼저 확인하고 알려드릴게요.)”

처음 와 보는 푸글 본사.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거대한 위용은 없었다.

당연하겠지. 이미 푸글이 검색 엔진으로는 정점을 찍었지만, 아직 안드로이드는 그렇지는 못했다.

2008년 초.

제플의 제이폰 초기작은 작년 여름에 이미 출시된 상태.

하지만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널리 사용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다.

사실 아직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의 존재를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했고.

공개를 해야 하는데 아직 그럴 시점이 되질 않았다.

올 연말이었나?

“크죠, 상당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더니 김준현이 한마디 했다.

“아뇨. 생각보단 작은 걸요?”

“예? 저희보다 훨씬 큰데요.”

“한성이요? 여기가 한성 그룹 전체보다 더 커질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우리가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앞에 놓인 컴퓨터를 확인하던 여자가 전화를 한 통 하더니만 우리를 다시 불렀다.

“예약 확인했습니다. 오른쪽 엘리베이터 타고 12층 올라가시면 나와 계실 겁니다.”

“감사해요.”

한국처럼 안내해 주는 사람은 따로 없었다.

한성 그룹 차원에서라면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한성 그룹 내 비영리 계열사 한성 에듀 소속이기에 앞으로 어마어마하게 더욱 성장할 이 회사에 투자 같은 건 할 수가 없다.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쩌랴.

지금 있는 것으로 키우는 재미를 가져 봐야지.

아무튼 그렇기에 이쪽에서도 우리에 대해 별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만난다는 스미스란 사람은 푸글 내 모바일 부서 담당.

그리고 내가 제안할 건…….

띵.

엘리베이터 소리는 여기나 우리나라나 비슷하구나.

천천히 문이 열리고, 눈앞에 복도가 들어오는가 싶더니만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백인 남자 한 명이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스미스입니다.”

“반갑습니다. 지난번에 뵙고 몇 달 만이네요?”

응? 김준현 대리도 이 사람을 본 적이 있었나?

나야 모르지.

지원재 실장이 대부분의 일을 처리했다고 생각했기에 혼자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근거 없는 생각이 있었다.

아무래도 같이 다녔던 적도 많았던 것 같네.

“이쪽은 유현덕 대표님이라고, 지난번에 Mr. 지가 말씀드렸던 분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유현덕입니다.”

나도 손을 내밀었다.

커다란 체격에 운동이라곤 해 본 적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손도 살이 많이 붙어 이 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쪽으로 오시죠.”

우리는 그의 안내를 받아 그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공간은 매우 협소했다.

공간 자체도 그리 넓지 않을뿐더러 여기저기 쌓여 있는 서류 더미들로 발 디딜 공간도 부족해 보였다.

“미안해요. 조금 비좁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여기 앉으면 될까요?”

“네. 의자도 조금 그렇긴 합니다만…….”

하긴, 푸글이나 제플이나 집에 딸린 창고에서 시작한 업체들이다.

우리나라라면 상상하기 힘든 시작이지만 여기 미국에서는 종종 스타트업들이 창고나 차고에서 시작한다.

몇 년 뒤라면 대부분의 가정에 몇 대씩 있는 스마트 기기에 들어갈 두 개의 운영체제 중 하나를 만드는 대형 업체가 되지만 아직은 검색엔진 중심이니…….

하지만 실망스럽지 않았다면 거짓이리라.

몇 년 뒤에 와 볼 걸 그랬나?

그런데 그랬다면 이쪽 사람 만나는 것도 지금처럼 쉽게 볼 수도 없었을 것이다.

“미스터 지가 대략적인 이야기는 했습니다만, 유현덕 대표님께 듣고 싶군요.”

“무슨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뭐, 별 이야기 안 해 주었습니다. 흥미로운 사람이고, 우리 회사와 함께 일을 할 기발한 아이디어를 줄 사람? 이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네요. 하하.”

기발한 아이디어라…….

내 생각이 부디 이들에게 기발해야 할 텐데.

“그보다도, 지금 푸글의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는 잘 진행 중인가요?”

그리고 ‘안드로이드’라는 단어에 웃음 가득하던 스미스의 표정에 긴장이 스쳐 지나갔다.

“안드로이드? 어디서 들으신 거죠?”

“안드로이드 업체를 인수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 전 제플에서 제이폰이 나왔고요. 그럼 뭐 뻔한 것 아닌가요? 하하.”

일부러 조금은 ‘다들 아는 거 왜 이러시나?’하는 투로 말했다.

사실 나도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했다.

고등학교 교사가 IT업체의 역사에 대해 공부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안드로이드 업체를 인수했다는 건 미국 오기 직전 인터넷으로 기사를 조금 찾아봐서 알 수 있었다.

사실 푸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그리고 제플의 제이폰과 제이패드는 전생에는 누구나 다들 알고 사용하는 것들이었지만 전생 기준의 과거인 지금은 아직 생소하리라.

아직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제대로 배포한 것도 아니고.

“음……. 그럼 유현덕 대표님이 말씀해 주실 아이디어도 안드로이드 관련한 것입니까?”

“정확히는 모바일 운영체제 관련한 내용입니다. 어디까지 진척되었는지 여쭤 보면 실례일 것이고, 어플리케이션 확보는 어떻게 하실 거죠?”

알고 있지만 물어본 거지.

어플리케이션 확보는 마켓을 통해 할 것이다.

나중에는 플레이 스토어로 명칭이 바뀌는 안드로이드 마켓.

“아직 비밀입니다.”

“비밀이군요. 기본 어플리케이션은 어느 정도로 준비 중이신가요? 이것도 비밀이신가요?”

“그것도 비밀입니다.”

“교육용 어플은 없겠죠?”

없다.

이건 내가 답을 알고 있는 사실.

제플이 제이폰과 제이패드를 통해 미국 교육 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보여 줬던 것과는 다르게, 푸글은 안드로이드 자체로 교육 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은 따로 없었다.

아니, 있었지만 실패일 수도 있겠지.

그래서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어쨌든 내가 제안할 내용은 이것이었다.

“교육용 어플리케이션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기본 어플 중 하나로 선택해 주십쇼. 어플리케이션 제작과 운영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하하. 기발하긴 한데, 저희가 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걸요? 교육용 어플이라. 그걸로 뭘 하려는 겁니까?”

“이걸 한 번 보시죠.”

우리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김준현 대리가 이때다 싶게 준비해 둔 파워포인트 자료를 노트북에 띄워 그의 앞에 내밀었다.

내가 어제 밤 확인하고 약간의 수정을 거쳐 완성된 최종본.

이게 어느 정도나 먹힐지는 모른다.

차라리 돈을 싸 들고 가서 ‘이거 투자해 줄 테니 어플 하나 끼어 줍쇼.’ 하고 협상하는 것이 빠르겠지.

하지만 그럴 만한 돈이 없다.

아니, 돈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이들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닐 것이다.

흔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투자는 필요하면 받는 것이다.

그냥 돈이 많다고 해서 싸 들고 가서 ‘투자할게요.’ 한다고 투자를 다 받는 것이 아니라.

몇 년 전의 푸글이라면 혹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시점의 푸글은 투자금이 부족한 회사는 아니었다.

제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iOS에 비해 푸글의 안드로이드는 초창기 기본 어플이 부실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루는 제플과 상대하기에는 최적화 문제도 걸려 있었고.

하지만 폐쇄적인 구조의 제플보다 안드로이드는 훨씬 더 오픈 지향적이다.

쥬튜브가 기본으로 들어가기 전 한성 에듀를 기본 어플 구성에 미리 집어넣어야 한다.

“이건…….”

“한성 에듀가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입니다. 각 교과별 강의를 촬영하여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 중이죠.”

“왜 이걸 하는 거죠?”

돈이 되질 않을 텐데 왜 하느냐는 의미겠지.

한성 에듀는 전적으로 한성 그룹의 이미지 재고를 위한 프로젝트다. 영리적 기업인 S 아카데미와는 다르지.

김준현 대리는 다음 페이지를 눌렀다.

그리고 이제까지 나온 세 개의 페이지와 다른, 한성 그룹 각 계열사의 미국 내 사업 현황이 정리된 페이지가 떴다.

“일단은 비영리사업이니 미국 내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한성 그룹이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사업들입니다.”

이건 사실 어젯밤까지 나도 몰랐던 것들.

워낙 큰 그룹이니 이런 저런 사업들을 많이 벌려 놨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다.

이 거대한 그룹의 부회장 김미연이 더욱 대단해 보이기도 했고.

근데 뭐 대단할 것이 있겠는가.

일단 그녀가 부회장인 건 회장의 딸이라 그런 것인데.

어려워졌다고나 할까.

다음번에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백화점, 쇼핑몰 사업에는 지분 투자 및 물건 납품 수준이고, 자동차와 석유 시추까지, 한성 그룹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푸글과의 관계로 따지자면, 현재 휴대폰 사업도 준비 중이고요.”

“휴대폰? 그럼 우리 운영체제를 한성에서 만들 휴대폰에서 사용하겠다는 말씀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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