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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93화 (93/200)

[93] 93화.

카페에서 찍힌 조규만과 누군가의 만남.

그리고 폭발물…….

모자를 눌러쓴 사람의 정체…….

이들 둘이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강민호가 폭발 사건에도 관련이 되어 있었다.

폭발물을 전달해 줬거나, 아니면 직접 설치하고 실행했거나.

“사진 보여 드리자, 누나.”

탁민호 경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 시선을 따라 그녀를 보았다.

“무슨 사진 말씀이신지…….”

그녀가 들고 온 서류 봉투를 탁민호 경사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 들고 테이블 위에 내용물을 펼쳐 놓고는 자신이 꺼내 놓았던 사진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고.

나는 탁민호 경사가 보여 주었던 사진을 보고 곧바로 조규만과 누군가가 만났던 사진에서의 그 사람과 동일 인물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윤지도 바로 알아보았겠지.

똑같은 로고가 그려진 챙이 달린 야구 모자에, 같은 점퍼.

골격이야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같다, 다르다’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양쪽 모두 건장한 사람이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애가 봐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탁민호의 지금 반응으로 보면 전문가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고.

그가 이런 일 한두 번 해 보겠는가.

“허……. 이것, 참…….”

“같은 사람인 것 같죠?”

“이 사진들은 어디서 났습니까?”

그녀가 나를 쳐다보았다.

‘말해도 되겠지?’ 하는 표정이겠지.

말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이 사진들은 김현진이 건네준 조규만이 폭발에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

그리고 그 사진에 나온 강민호로 보이는 사람까지.

생각해 보니 조금 무섭기도 했다.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 전부가 이제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지 않은가.

사실 그의 계획대로 되었다면, 물론 아직 그의 계획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만 살아남고 나와 김윤지도 조규만과 김현진 뒤를 따라갔을 수도 있었다.

“김현진…….”

“네?”

“김현진 비서가 갖다 줬어요. 외삼촌이 김현진 명의로 보유한 S 아카데미 지분을 현금화시켜 주는 대가로요.”

“지분 넘기고 돈 받아 숨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왜 그런 증거물까지…….”

“외삼촌이 힘이 있는 상태로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복수를 당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깐…….”

“아예 끝내 버릴 수 있는 증거물이란 거군요. 이 사진들이…….”

탁민호 경사는 강민호와 조규만이 함께 나온 사진을 잡고선 가만히 있었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무릎을 갑자기 탁 쳤다.

“그런데 강민호가 바로 그 실행 담당으로 접근했던 거고……. 물론 그 부분은 따로 증거가 필요하긴 하겠지만요. 그리고 강민호가 그 일과 관련된 모두를 죽여 버리려 한 것인가? 허……. 참.”

하지만 그는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김현진의 움직임까지는 이해를 해볼 수 있지만 문제는 강민호였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 부분에 대한 실마리가 없었고.

혹시 맥스스쿨 지분 싸움에서의 일 때문에 나에게 그런 걸까?

근데 조규만은 왜 죽였을까?

김현진은 또 왜 죽였고?

애초에 나와 맥스스쿨이 엮이게 된 것이 조규만 때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전혀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머리 좀 복잡하죠? 하하.”

그가 갑자기 찡그렸던 표정을 확 풀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뭔질 모르겠네요, 통.”

“이런 일은 자주 있어요, 이쪽에서는. 사건이 잊힐 때까지 정리가 안 되는 경우도 많고요. 일단은 전후 사정으로는 더 이상의 위험은 없을 것 같으니 들어가서 푹 쉬셔요.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엥? 이게 전부라고?

이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논의하고 나서 결국 해결을 못 한다는 말인가.

하긴, 신이 아닌 이상 강민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는 없으리라.

탁민호 경사도 그렇고 나도 마찬가지고.

“굉장히 쿨하게 보내시네요.”

“들어야 할 내용은 전부 나온 것 같으니까요. 거기에 김현진 씨가 넘겨줬다던 사진 자료도 나왔고. 저희도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또 다시 조사를 해 봐야 합니다. 앞뒤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고생 많으시네요. 아무쪼록 도대체 그 사람이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사실 그 전에 몇 번 연락드리고 모시고 와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이게 말씀드리기는 참 뭣 하지만 어쨌든 칼을 사용한 것은 김윤지 선생님이시기에 조금 번거로우실 수도 있습니다.”

각오는 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며칠간 그녀와 가끔 만나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조금 예상해 보았으니까.

그녀가 칼을 사용해서 나를 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사람이 죽었다.

죽은 사람이 살인자인지, 아니면 잠재적 살인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일은 벌어졌고,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소명할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길게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그녀가 먼저 내보내고 난 뒤 그녀를 따라 나갔다.

경찰서란 곳은 언제 오든 참 불편한 분위기를 가진 곳이다.

* * *

이걸로 대부분의 악재들이 해소된 걸까.

끔찍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지만 일상은 여느 때와 똑같이 진행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아이들은 학원으로 계속 나오고.

지원재 실장의 도움으로 강사들 계약도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가끔씩 이미도 원장이 서울에서 연락을 해 올 때도 있었고, 주현필이 내가 있는 강의실을 방문할 때도 있었지만, 딱히 그들이 새로운 뉴스를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니었다.

김윤지와 나는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것이 내 일상이라고.

“떠난다고요?”

“응.”

그녀가 갑자기 떠난다는 통보를 나에게 한 것은 경찰서에 마지막으로 다녀온 뒤 일주일 되는 날이었다.

물론 그전까지도 성공 대입학원을 인수해 달라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그때는 그래도 심각하게 들리지 않았는데.

나는 그녀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살폈으나, 이번에는 단호했다.

“그래도 갑자기…….”

“막지는 말아 줘. 너한테도 미안하긴 한데, 잠시 그냥 이 공간에서 떠나고 싶어. 모든 것으로부터.”

“학원은요? 그건 어떻게 하시고요?”

“왜? 네가 안 받아 주면 맡을 사람 없을까 봐?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냐?”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은 했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분명 슬픔이 서려 있었다.

웃는 것도 웃는 것이 아닌 그런…….

하긴, 조규만에게 납치를 당했을 때부터 그녀는 어쩌면 여길 떠야 했을지도 모른다.

내 부족한 머리로는 내가 그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결국 이런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으니.

이번 일은 강민호가 꾸민 일.

그녀는 관련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와 연관된 주변 사람들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었고.

어제 탁민호 경사에게서 온 전화가 바로 그것이었다.

강민호의 최근 카드 사용 내역에 폭발물을 제조할 수 있는 약품을 구입한 것이 있다는 것.

조규만은 단순하게 강민호가 자신의 말에 따르리라 생각했겠지, 검토만 한 계획을 실제로 실행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모든 의문점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로써 신성 빌딩의 폭발 사고는 강민호가 일으켰을 확률이 높아졌다.

조규만은 자신이 머리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이번 사건만 보자면 머리는 강민호였고, 조규만과 김현진은 오히려 이용을 당한 입장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근데 도대체 왜 죽이기까지 했을까.

김현진이 가지고 있던 증거는 조규만을 가리키고 있었고, 가만 놔둔다면 조규만만 망할 텐데…….

김현진을 먼저 죽이고, 그 다음 조규만, 그리고 나까지 죽이려고 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 셋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내가 알리는 없겠지.

죽은 강민호를 깨워서 물어볼 수도 없고 말이다.

나중에 다시 흰 방에 들어가면 할아버지한테나 물어볼까 생각하고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제가 가져갈게요, 그러면.”

“괜찮겠어? 가격이 꽤 될 텐데?”

“이 지역에도 건물 하나 사야죠. 실강용 건물.”

일부러 약간은 거만한 투로 말했다.

너무 진지하면 그녀가 불편해할 수도 있겠지.

어서 그녀의 머릿속이 정리가 되어야 할 텐데.

내 머릿속도…….

갑자기 원재 형이 제안한 것이 떠올랐다.

“그나저나 어디로 가시려고요? 이 동네에 계속 있지는 않을 것 같고…….”

“조금 멀리 가려고.”

“어디요?”

“비밀!”

나에게까지 비밀로 할 것까지 있겠는가 싶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한 번 떠나 볼까나…….

* * *

“무슨 소리야, 갑자기?”

또 화를 낸다, 주현필 이 사람은.

내가 애도 아니고, 무슨 결정을 하면 일단 좀 듣고 생각하고 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이게 이 사람의 매력일지도 모르지.

이렇게 매번 티격태격 하면서도 나는 안다.

그가 나를 정말 친동생처럼 여기고 신경 쓴다는 것을.

“이제 S 아카데미도 정착이 어느 정도 됐고, 맥스스쿨도 그렇고요. 새로 시작한 사업들도 교육방송과 지역 학교들과도 안정화 단계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전문적으로 경영을 배우신 분께 맡겨 드릴까 합니다.”

“야, 너 가진 돈이 얼만 줄 알고 남에게 함부로 맡긴다는 거야? 전문 경영인이라고 하더라도 사교육 시장에 대해서는 네가 더 잘 알거 아냐?”

사실이기는 했다.

사교육 시장의 특이성은, 아무래도 이쪽은 규모가 커져도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

그건 일반적인 회사와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었다.

돈을 받고 강의를 파는 것은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과 같아 보이겠지만, 학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리적인 측면이 매우 중요하다.

물건 AS와는 약간 다른 관리.

바로 아이들에 대한 관리와 강사들 관리 부분이다.

아이들 관리는 그렇다 쳐도, 강사들을 관리한다?

사실 내 입장에서 강사들을 관리할 수는 없다.

S 아카데미에는 나보다도 훨씬 더 경험 많고 노련한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기에.

하지만 내가 말한 관리란 ‘수급’ 부분.

이게 바로 맥스스쿨과는 전혀 다른 전략이었고, 나름 업계에서 성공한 것으로 인식되는 부분이었다.

맥스스쿨과 그 외 대형 학원들은 철저하게 1타 강사 중심으로 학원을 운영한다.

한 명 한 명이 곧바로 수백 명의 원생들을 데리고 나갈 수 있는 1타 강사.

그리고 그렇기에 그들의 요구와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가며 학원을 운영하는 것이 바로 수천 명의 실강생을 가지고 있는 대형 학원의 능력이다.

하지만 S 아카데미는 그것보다는 벼룩시장 느낌이었다.

강사가 원한다면, 그리고 우리와 조건이 맞는다면 강의 촬영까지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거절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S 아카데미 사이트는 일종의 인터넷 포털 기능을 강의 검색으로 집중시킨 구조인데, 이는 원생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강의를 효과적으로 검색하여 선택하고 수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에서는 1타 강사는 필요가 없다.

대형 학원은 1타 강사 중심으로 운영되기에 언제나 그들이 떠날 위험성을 안고 가야 한다.

강민호 사건 전 이미도 원장이 나를 맥스스쿨로 불러 강사들과 대화하도록 했던 일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고.

아마 그런 사정을 경험시키려고 했던 것이겠지.

내가 맥스스쿨의 대주주 중 한 명이니 말이다.

하지만 S 아카데미에서는 그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1타 강사든 아니면 유명하지 않은 동네 강사든 간에 학생들에게 선택을 받으면 큰돈을 벌게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도태되는 것이다.

매달 열 명이 넘는 강사들이 S 아카데미를 떠나고, 그만큼 많은 강사들이 새로 들어온다.

어쨌든 바로 여기에서 운영하는 사람이 전문 경영인이 별로 없는 이유가 드러나지.

‘강의’라는 ‘물건’보다도 ‘강사’라는 ‘노동자’에 대한 관리가 더 중요한 것이 이 바닥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제가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 대표님?”

“왜요? 지원재 씨 능력은 내가 익히 봐 왔으니 인정을 하는데, 혹시 당신이 그러면 그 역할을 하겠다는 말을 하려는 거요?”

“침착하세요, 주현필 부원장님. 일단 전부 들어 보고 생각하죠. 유현덕 선생님의 결정이 이제까지 우릴 실망시킨 적은 없잖아요. 지원재 실장님, 말씀해 주셔요.”

이 일로 서울에서 내려온 이미도 원장이 약간 거들어 줬다.

그렇지!

내 결정이 언제 이들에게 해가 된 일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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