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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85화 (85/200)

[85] 85화.

-야, 너한테 손 벌릴 일 없다. 이미 집도 사 주고 다 해 줬는걸.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돈 잘 모으면서 살아. 허튼 곳에 쓰지 말고.

“그럼 일은 계속 하시는 거예요?”

-한 달만 쉰다고 하셨대. 나이 드니 할 수 있는 일이 경비 일밖에 없다 보니 일단 하고는 있는데, 그게 보기보다 힘이 좀 드시나 봐.

아파트 경비원.

아직 그분들의 고생이 세상에 드러나기 이전이다.

2010년이 넘고 경비원들의 이런저런 고생과 부당한 대우 들이 수면으로 떠오르기 전까지는.

아니, 20대 아들이 시총 1조원 대의 회사를 운영하고, 현금과 주식을 팔면 곧바로 수천억을 통장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답답하게 사시는지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 같았으면 그냥 부업 같은 일만 가끔 하면서 해외여행 다니고 먹고 싶은 것들 다 먹어 보고 다닐 텐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렇다고 막 펑펑 쏟아진 건 아니고.

“힘들죠. 몸 안 좋으시면 꼭 쉬시라고 하셔요. 나이 생각 좀 하고 사셔야죠.”

-알겠다. 그만 이야기해. 그나저나 언제쯤 얼굴 한 번 보여 줄 거야? 못 본 지 너무 오래되지 않았어?

“요즘은 조금 바빠요. 조만간 찾아뵐게요, 엄마.”

-그래, 젊은 사람들은 바빠야 맞는 거다. 그래도 힘들 때는 연락도 좀 하고, 얼굴도 좀 보고 하자. 별일 있는 건 아니지?

“별일이 있기는요. 그냥 궁금해서 연락드렸어요.”

-그래.

그리고 이 정도가 우리 가족의 전형적인 대화의 전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올해 건강 검진 꼭 받으세요. 조만간 들를게요.”

-응. 꼭.

전화가 끊겼다.

그래도 지난번처럼 인사 후에 훅 끊어 버리진 않으셨네.

나는 이미 끊긴 전화기에다가 대고 속삭이듯이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사랑해요, 엄마, 아빠.”

* * *

“와, 건물을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무슨 전국 일주를 하셨어요?”

“한 지역에 여러 개 살 필요가 없잖습니까. 지난번 사고가 타격이 클 뻔했던 것도 S 아카데미 기본 자산이 전부 한 건물에 있어서였고요. 대표님 신변에 문제라도 생겼으면 회사 통째로 날아갔을 겁니다.”

지원재가 들고 온 건물 계약서들. 자그마치 열두 개였다.

그것도 한 지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구석구석.

하긴 500억이라는 돈을 쥐어 주고 쇼핑을 하라 했으니 그걸 전부 쓰는 게 맞긴 하다만, 그래도 개수로 이 정도가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내가 너무 회사에 소홀했던 걸까?

이런 저런 일들이 너무 많이 터지는지라 아무래도.

“대부분이 한성 그룹 소유 건물입니다. 오히려 그쪽에서 그간 묶였던 건물 처리하고 현금화시켰다고 좋아할 만하고요.”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하나에 몇십억 하는 건물들은 매매가 쉽지 않다.

들고 있으면 돈이기는 한데, 팔고 싶을 때 후딱 팔고 현금화시키기가 어렵다.

우리가 아무리 한성 에듀와 긴밀한 관계라고 하더라도 헐값에 건물을 매입하지는 않았을 테니 그쪽에서도 나쁠 것 없는 거래.

“그렇잖아도 김미연 부회장님이 전화 주셨어요. 두어 번 같이 나갔다고 하던데. 사람 괜찮나요?”

“그걸 왜 저에게 물어보십니까, 대표님. 하하. 재벌가는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인 것 같으니 조심하세요, 항상.”

“실장님은 믿을 수 있겠죠?”

“저도 믿지 마시고요.”

웃으며 대답하긴 했지만, 그리고 나도 농담조로 던지기는 했지만 그의 대답에는 뼈가 있었다.

사업에서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엄청 큰 힘이 되지만, 사실 누구도 믿지 말아야 할 곳이 이 판이 아닐까.

강재훈이 지원재 실장을 믿었지만 배신을 당했던 것처럼.

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일단은.

사실 나도 지원재 실장을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니.

그리고 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 건물들은 어떤 용도로 사용하실 생각이신지…….”

“그걸 먼저 물어보고 구매했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대충 예상이 가서 고려하고 구매하긴 했습니다. 제 예상이 맞는다면 곧바로 진행하면 되고, 혹시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용도로 돌릴 수 있는 건물들이죠.”

글쎄.

갑자기 열두 채나 되는 빌딩들이 생겼다.

이 정도로 다량 구매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서울 한복판에 있는 빌딩 몇 개를 500억 주고 사기는 싫었다. 그랬기에 지원재 실장에게 처음부터 서울은 배재하고 알아봐 달라고 했었고.

그렇더라도 대여섯 개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용도는 물론 학원이다.

S 아카데미가 지난번 사고에 취약했던 것은 촬영실 하나와 강의실 몇 개만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곳이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구매까지는 끝났고, 대대적인 리모델링 후에 시작할 것은 학원.

S 아카데미 프랜차이즈 대형 학원의 시작이랄까.

“학원…….”

“그럼 예상대로네요. 다른 것 딱히 하실 사업도 없으시잖습니까.”

“예?”

“하하.”

이러면서 씩 웃는 지원재.

확 다른 사업 벌려 버려?

하지만 나는 내가 잘 안다.

다른 걸 하려면 그쪽 분야 전문가가 따로 있어야지 내가 할 수는 없겠지.

당장 학원 사업만 하더라도 전생에서 내가 가져온 기억이 없었더라면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타깃은 똑같이 수능, 내신으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아니요. 건물이 총 몇 개라고 하셨죠?”

“수도권 다섯 개, 지방 일곱 개입니다.”

내가 구상만 했던 것을 전부 실현시켜 볼 수 있는 숫자.

서울이라고 해 봐야 요즘은 인구 다수가 수도권 지역으로 분산되어 있었고.

중요한 건 내신, 수능 강의 시장은 이제 곧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사실.

수도권 다섯 개의 빌딩이 전부 필요하지도 않았다.

“수도권 두 곳은 수능시험 전문으로 가시죠. 그리고 지방은 전부 내신과 재수 종합학원으로요.”

“수도권 세 곳이 남습니다만…….”

“세 곳은 각각 공무원, 경찰, 어학원으로요.”

이렇게 말은 해 놓고 그의 반응을 살폈다.

설마 이런 구상까지 비슷하려나?

하지만 그의 표정을 보니 예상외라는 반응인 듯했다.

“왜요?”

“건물을 거기다가 살 줄 알고 계신 분처럼 결정을 내리셔서…….”

“예상은 못했습니다. 다만 예전부터 생각한 계획이기는 했어요.”

수능 시장과 내신 시장.

물론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선 지금까지도 이 둘이 사교육의 중심이다.

하지만 이건 정시 비중이 어느 정도 유지될 때의 이야기.

곧 정시 비중은 급격히 줄어든다.

내신 시장이 물론 수시에 영향이 있기는 하다만, 수능시험 일변도의 2000년대 초중반 사교육 시장은 이제 하락세.

전생의 사교육 시장은 맥스스쿨 주도하에 여러 후발주자들이 뛰어든 형태였다면, 지금은 맥스스쿨과 S 아카데미가 반독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두 개의 사교육 업체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를 가지고 있기에 어떤 대형 학원도 쉽게 발을 들이밀지 못하는 상황이고.

그렇기에 매출은 지속적으로 오르고는 있지만, 성장세는 요 몇 달간 확실하게 둔화되었다.

완전히 성장률 제로가 되는 시점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게다가……. 갑자기 뭔가 이전보다 돈 쓰시는 것이 화끈해지셨네요.”

이건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

예상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현상을 관찰한 결과였지만.

이제까지 내 사교육 사업은 매출에 비해 엄청나게 안정성을 추구했다면, 건물을 매입한 이후 각 지역에 학원을 만들겠다는 생각 자체가 파격적인 것이었다.

‘학원 하나 만들자!’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건 다들 알고 있을 테고.

부연 설명을 조금 하자면, 학원 하나를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좋은 지역에 위치한 건물, 우수한 강사, 많은 학생 수, 이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건물이야 돈 많으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

하지만 우수한 강사는 어쩔 것인가.

많은 학생 수는?

“아끼고 자시고 할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사고 터지고 나서 생각했던 것이, 안정적으로 제대로 하나만 운영하겠단 생각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날아왔거든요.”

“사실이기는 합니다. 테러까지 당할 줄은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확장을 하면 한동안 버틸 체력이 유지가 될까 걱정이긴 합니다.”

“이럴 때 쓰라고 그렇게 돈이 들어왔나 봐요.”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신성 학원을 봤을 때 적어도 1년 정도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겠지.

하지만 내가 기대하는 건 따로 있었다.

“뭐, 500억 사재 출연이 아니군요. 따지고 보면.”

“천억 다 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혹시 투자를 더 받으실 생각이십니까?”

응. 투자를 더 받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지원도 더 받을 생각이고요.

하지만 입 밖으로는 내뱉지 않았다.

나도 내 개인 돈으로 S 아카데미 건물을 사서 재산 목록에 올려놓는 것이 주식 시장에 얼만한 효과가 있을지 모르니.

그걸 보고 투자를 받고 말고도 결정할 생각이었다.

“모르죠. 그건 그렇고, 우리 회사는 주주총회 한 번 안 하나요?”

“또 발표회로 뭔가를 해 보실 생각이시군요. 주주총회야 날짜만 정해지면 바로 공시하고 하면 됩니다만…….”

“최대한 빠르게 하죠. 한 달 이내로 하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한성 그룹도 대주주니깐 김미연 부회장님의 스케쥴과 맞춰 보겠습니다.”

“좋아요. 그리고 S 아카데미와 계약되어 있는 선생님들 지금 전부 몇 명이죠?”

“당장 스물둘입니다.”

“이틀 뒤 그분들과의 미팅 좀 잡아 주세요. 분점들을 잔뜩 내려면 선생님들이 필요할 테니, 각 지역의 담당자들로 내려보내면 좋을 것 같아서요. 물론 원하는 경우에 한해서.”

“웬만하면 지금 하고 있는 비율제 비율만 조금 올리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거기에 전속계약 추가 정도면 뺄 사람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죠. 리모델링은…….”

“각지에 있는 한성 그룹 산하 기관들에서 맡아서 해 주기로 했습니다. 활용 방안만 정해지면 바로 진행해 줄 수 있다고 했으니, 나가면 시작하도록 연락하겠습니다.”

순식간에 오랫동안 구상만 했던 것들을 결정해 버렸다.

너무 조급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S 아카데미를 시작하고 그것만 운영할 때와는 모든 것이 다른 상황.

이렇게 과도한 결정, 그리고 위험해 보이는 확장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S 아카데미가 테러를 받은 초유의 상황에서도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둘째는 어차피 진행해야 할 사업을 이참에 밀어붙여 보는 것이었다.

수능과 내신 담당 학원 아홉 곳은 길어야 1년 정도면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리고 그쪽에서 나오는 수익은 대부분 그쪽 강사들과 학원 운영비로 사용될 것이고.

S 아카데미의 인터넷 강의로 발생하는 수익은 지금처럼 S 아카데미로 축적시킬 예정이다.

앞으로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공무원 시험 시장.

이미 공무원은 최고의 직장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험을 준비시키는 국내 최고의 학원이 이제 오픈한다.

S 아카데미의 이름을 달고.

참, 교육 복지 사업은 그러면…….

그건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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