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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67화 (67/200)

[67] 67화.

제5강 도전과 고생은 끝이 없구나!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서너 일이 훌쩍 지나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한가?

안 가르쳐 주겠다.

“유현덕 선생님, 강의 들어가셔야 합니다.”

“네, 곧 들어갈게요.”

강의는 계속됐다.

“자, 오늘 수업은…….”

“선생님!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궁금한 거? 그런 거는 수업 끝나고 질문을 해야지.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이런 경우에는 욕을 먹기 일쑤였는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세대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요즘은 궁금한 거 생기면 못 참는 아이들이 많다.

그나마 궁금한 게 있으면 다행이지. 잠만 자지 않으면 다행이다, 정말로.

“응? 뭐가 궁금한데?”

“저희 학교 선생님께서 외국에서 공부한 분이신데요.”

외국에서 공부를 했다?

이거 궁금한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흥미가 갔다.

외국에서 언제 공부를 하고 왔다는 건지부터.

“오~ 외국에서? 어디에서? 언제?”

어떤 질문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정보를 알고 대처할 시간을 벌어야겠지.

“아, 미국에서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오셨다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교에서 근무하신다고?”

뭔가 독특하다.

나야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까지 순수한 국내파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것은 외국에서 고등학교 나와서 학교에 들어가서 애들 가르치는 경우는 드문데.

이건 내가 전생에 학교에 근무를 해 봐서 안다.

일단 내가 본 기억은 없다.

뭐, 전국에 몇 명 정도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참, 굉장히 유명한 자사고나 이런 곳들은 아예 외국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교사로 근무한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는데, 그건 다른 세상 이야기고.

“네. 그런데 그 선생님께서 영어 잘하는 방법을 알려 주셨거든요.”

“영어를 잘하는 방법? 뭔데, 그게?”

“그냥 많이 읽고 많이 들으면 된다던데요?”

이 사람이 누굴 말려 죽이려고 저런 소리를…….

하지만 막상 반박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사실은 사실이니.

영어를 잘하는 방법은 내가 생각해도 별 것 없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에 많이 읽고 많이 듣는 것이 포함되지, 암!

“맞는 이야기야.”

나는 웃으면서 질문을 해 온 학생에게 대답했다.

이 녀석은 아마도 “아니야, 그거 개소리야!” 라는 대답을 듣기 원했을지도 모르지만 원하는 것을 줄 수는 없지.

그리고 그 학생의 표정을 보니 내 예상이 적중했다.

아쉬워하는 표정.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지.

“많이 읽고 많이 듣는 것.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거든. 애기들 우리말 배우는 걸 생각해봐. ‘엄마’, 그리고 ‘아빠’라는 단어 하나를 말할 때까지 수십, 수백 번 엄마와 아빠가 애기 앞에서 그 소리를 계속 들려주거든. 영어는? 그것보단 훨씬 빠르게 배울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양적으로 보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 그래서 우리가 문법을 배우는 거고.”

크, 말 한 번 참 잘한다. 약을 팔라고 하면 이렇게 팔지는 못 하겠지만.

어찌 보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만병통치약을 파는 것과 수업을 하는 것.

물론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문법이요?”

“응. 애기 때 그러는 것처럼 우리에게 누군가가 계속해서 영어를 들려주고 읽어 주고 읽혀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깐 약간의 꼼수가 필요한 거지. 수학으로 말하면, 공식 같은 것?”

그리고 이 대화는 대략 10분 정도 계속 이어졌다.

내가 조금 이해 가지 않았던 것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굳이 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그것 자체가 스펙이 되기 때문에 차라리 학원가로 들어오면 훨씬 돈도 많이 벌고 명성도 쌓을 수 있을 텐데.

혹시 말을 잘 못하나?

강의력이 딸려서?

아무튼 호기심 가는 대상이 생겼다.

“아까 이야기한 그 선생님 이름이 뭐니?”

“그 선생님이요? 현지훈 선생님이세요.”

“수업은 재밌게 잘하셔?”

내가 한 질문이지만 참 쓸데없는 질문.

수업, 또는 공부는 웃길 수는 있어도 재밌을 수는 없다.

“괜찮아요. 의외로 굉장히 문법 설명을 자세하게 해 주시기도 하고요.”

‘문법 설명을 자세하게 해 준다’라.

나는 곧 그 학생을 보내고는 다음 날 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S아카대미 대표 겸 신성 학원 영어과 강사 유현덕이라고 합니다.”

-네? 아, 안녕하세요. 현지훈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어라? 목소리가 굉장히 젊게 느껴졌다.

물론 목소리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아마 내 나이 정도? 아니면 조금 더 들었을 것 같다.

“다름이 아니라 감사 말씀을 하려고요. 제 수업을 듣는 학생 한 명이 선생님께 큰 배움을 얻은 것 같더라고요. 영어를 잘하는 방법이라고…….”

-…….

대답을 기다렸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하긴,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웬 학원 강사가 전화를 해 와서 감사하다고 하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겠지.

“그리고 그 학생이 말씀해 주신 방법을 저에게 이야기해 줬는데 상당히 흥미가 생겼습니다. 혹시 지금 학교에 근무하시는 것이 정교사로 계시는 건가요?”

실례가 될 수 있는 질문. 나도 사실 전생에 이런 질문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수업을 더욱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긴 하지만.

그리고 의외로 쿨 한 대답이 들려왔다.

-아니요. 기간제입니다. 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렇군요! 말씀하시는데 끊어서 죄송합니다. 그러면 다름이 아니라 혹시 계약 기간이 끝나고 사교육에도 생각이 있으시다면 꼭 연락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한 번 뵙고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게 목적이지.

그리고 학원의 장점이기도 하다.

학교에서는 아무리 본인의 능력이 뛰어나도 이걸 제대로 인정받거나 활용하기 어렵다.

그만한 대가를 기대할 수도 없고.

하지만 학원은 다르다. 괜찮다면 본인의 능력대로, 그리고 노력한 만큼 받을 수 있는 곳이 학원이다.

오해할까 봐 한마디 덧붙이자면, 내 말은 ‘어디가 더 좋고 나쁘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다르다’라는 의미.

지금의 나는 학원 강사이면서 온라인 교육 업체의 대표이다. 유능한 사람이 있다면 기회를 주고 싶었다.

결국 주어진 그 기회를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는 그 사람의 유능한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겠지만.

-아, 하하. 네. 좋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갑자기 이런 연락을 받아 당황스럽네요. 아무튼 알겠습니다. 기억 해 두겠습니다. 저는 이제 수업을…….

“네. 저도 감사합니다. 그러면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한 명씩 유능한 강사를 늘리는 것.

그게 지금 내가 S 아카데미의 대표로써 할 수 있는 성장 방안이다.

다른 것은 웬만큼 준비가 된 상태.

강의 사이트도 잘 돌아가고 있고, 회원 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수입도 늘고 있고.

하긴, 이제 지분이 나뉜 상황이라 수입이 늘어도 내가 가질 수 있는 돈은 줄어들었다.

학원 돈을 내가 쓸 수가 없어졌으니.

대신 통장은 그만큼 빵빵해졌다. 이걸 어디다 투자할지는 고민 좀 해 봐야겠다.

* * *

“누나, 요즘 거기는 분위기 어때요?”

누나라고?

누군지 궁금하지 않은가.

-여기는 별일 없어. S 아카데미는? 이미도 원장님 분위기는 어떤데?

“이쪽에 안 계시잖아요. 지난번에 전화로 말씀 드렸을 때는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셨어요.”

그랬다.

주현필에게 한참을 혼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 이후 그가 S 아카데미와 관련한 이야기를 꺼낸 적은 없었다.

김윤지의 안부를 간간히 물어볼 뿐.

그리고 이미도 원장님께 연락은 드려서 말씀 드려 놓으란 말뿐이었다.

이미도 원장 또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략 전후 사정 설명을 하느라 20분 정도 나 혼자 말하고 났더니 그녀는 “그래요?”라고 대답한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중간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하겠어요, 유 선생님.”이라고도 말을 했고.

하긴, 어차피 S 아카데미를 가지고 어떻게 움직이든 그건 내 소관이니 만큼 그녀도 이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다행이네, 일단은.

김윤지가 회복되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다.

매일 경호를 맡겨 놓은 업체에서 연락이 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았기에 약간은 무슨 스토킹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녀도 이렇게 하는 것에 동의를 했으니 뭐.

그녀는 며칠 동안 병원에 다녔다.

그럴 만도 하지.

외삼촌에게 강제로 감금을 당하다시피 했고, 거기에다 협박까지 받았으니.

다행인 것은 그래도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인다는 점이었다.

속은 많이 힘들겠지만.

-그나저나 조규만에게 연락은 따로 온 건 없지, 아직?

그녀는 그 일 이후로 자신의 외삼촌의 이름을 그대로 부른다.

확신하기는 이르지만, 조규만은 그녀의 안에서 루비콘 강을 건넌 것으로 보였다.

하면 안 될 일을 했으니.

“아직 없어요. 곧 올 겁니다. 흐흐.”

-한 방 먹여 줘.

“크게 한 방?”

-응.

단호한 목소리.

하지만 크게 먹일 수는 없다.

그럴 거였다면 그냥 그쪽에서 제안한 10%만 주고 시세 차익만 가져가게 하면 됐지만…….

내가 굳이 30%로 올려 버렸기에.

“크게 한 방은 나중에요. 기회가 되고 힘이 된다면…….”

-그래.

뭔가 서운한 목소리가 되었다.

그렇겠지.

어떻게 외삼촌이나 되는 사람이, 나이도 그렇게 먹고서는 외조카가 하룻밤 보내는 영상을 가지고 협박을 하는지.

나도 화가 났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단은 퍼지지 않도록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였으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지금은 위험해요. 어차피 조규만이 원한 건 S 아카데미를 어느 정도 장악하면서 동시에 비자금도 만드는 것이었으니깐…….”

-알아, 나도. 시세 차익만 조금 더 크게 주고 S 아카데미는 못 건드리도록 해 둔 거라고. 거기에 속아서 또 다른 해코지하지 않도록 금전적 이득을 준 것까지.

“네. 기다려 줘요, 누나.”

-기다리지 않으면 어쩌겠어. 그나저나 한성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팀은 방문했어?

그녀의 말대로 한성 그룹에서는 자체적으로 교육 사이트 론칭을 준비 중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재훈 전무의 부탁으로 그 사이트 론칭을 돕기로 했고.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이 오늘이다.

출발하기 전 요즘 매일 한 번씩 김윤지에게 전화를 걸어 근황을 물었기에 지금 그녀와 통화하고 있는 것이었고.

“오늘 가요. 이제 슬슬 나가 봐야 하고요.”

-오~ 오늘 가는 거야? 잘 다녀와. 그쪽 분위기 좀 알려 주고. 이러다가 신성 학원이나 우리 같은 그냥 학원들 다 사장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그럴 리는 없습니다. 하하. 그럴 거였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어요.”

-돈이 들어오는데 어련하시려고. 아무튼 다녀와서 연락 줘. 아니면 오늘 만나든가.

“만나죠, 오늘!”

이쯤 되면 그녀와 나의 관계가 이제 드디어 한 발자국 진전된 것인가 싶겠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았다.

호칭만 서로 조금 편해진 것이고 우리는 사귀거나 만나거나 하는 사이는 아니었으니.

오묘한 사이가 그대로 이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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