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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64화 (64/200)

[64] 64화.

2주는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윤주환 사장과 새로운 인물을 만나기로 한 날.

나는 그를 처음 만났던 그 횟집으로 갔다.

올 때마다 매번 느끼지만 서울 공기는 참 탁했다.

하지만 탁한 것도 기분에 따라서 달라지니, 오늘의 이 만남은 궁금하고 기대되고 두려운 만남, 그렇기에 탁한 공기도 대도시 특유의 분위기로 느껴졌다.

횟집에 들어서니 이번에는 주인이 내 얼굴을 알아본 듯 했다.

“유현덕 대표님 맞으시죠?”

“아, 네. 맞습니다. 어떻게 기억을…….”

“저희 가게에는 손님이 많이 오시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미리 이재훈 전무님께서 기다리신다고 언질을 주셔서요. 이쪽으로 가시죠.”

이재훈 전무라.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전생에는 무슨 연예인처럼 볼 수 없는 인물이라 생각했던 윤주환 사장에 이어, 이 이재훈 전무라는 자는 또 얼마나 엄청난 사람일까.

그리고 내가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게 되다니.

“이재훈 전무님, 유현덕 대표님 오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들어오시죠, 유 대표님.”

문이 열리자 지난번에 이미도 원장이 앉았던 자리에 윤주환 사장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건너편으로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고.

40대 중반? 그리고 전무라고?

생각보다 엄청나게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된 사람이라.

도대체 어떤 회사일지, 그리고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안녕하십니까, 유현덕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윤주환 사장도, 그리고 이재훈 전무라는 사람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게 당연한 거지.

사실 지난번에 윤주환 사장의 극진한 대접은 조금 부담이 됐다.

“어서 들어오세요, 유 대표님. 하하. 자주 뵙게 됩니다, 이거. 참, 먼저 인사드리시죠. 이쪽은 한성 그룹 이재훈 전무님이십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현덕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이재훈입니다. 여기 명함.”

나는 명함이 없는데.

무슨 몇백 억짜리 회사의 대표가 명함 하나 없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굳이 필요성을 느낀 적이 없었다.

민망하게 엄청난 사람의 명함을 받아 들고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자 이재훈 전무가 웃으며 말했다.

“교육계 분들은 명함을 만들지 않으시더군요. 어서 이리 앉으시죠.”

한성 그룹이라…….

화학공학이 강점인 재계 10위권 거대 재벌이다.

내가 다른 회사는 잘 몰라도 이 회사는 아는 이유는, 바로 내가 전생에 이어 현생까지 평생을 살아온 지역을 연고지로 둔 야구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성 피닉스…….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본 적이 있던 것이고.

사실 그렇다고 해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교사란 직업이 굳이 재벌이나 무슨 회사들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할 이유가 없기에.

둘 사이에 어떤 접점도 없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또 왜?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색한 침묵의 시간.

윤주환 사장도 어려워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하긴 교육 사업은 교육 사업일 뿐이고, 재벌은 차원이 다르다.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편한 사이는 아닌 듯.

윤주환 사장이 조심스레 침묵을 깼다.

“업무차 가끔 뵙는 이재훈 전무님께서 유 대표 이야기가 나오니 꼭 좀 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아, 네. 그런데 저를 무슨 일로…….”

“아직 식사도 하기 전인데 일 이야기를 하시다니요, 사장님. 하하.”

이 사람아, 지금 이 분위기에서 식사가 넘어 가겠냐.

하지만 나는 일개 학원, 아니면 온라인 교육업체 대표일 뿐이기에 그냥 따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은 내 생각이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이재훈 전무는 나를 보며 웃었다.

“너무 불편해하지 마십쇼. 음식 나올 때까지 조금 이야기나 해 볼까요, 그럼?”

‘네! 먹다 체하겠습니다.’

“네, 전무님.”

“유 대표, 혹시 예전에 무료로 인터넷에 강의 올렸던 적 있으십니까?”

강의?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건데.

무료로 올리는 건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건 초창기에 홍보용으로 시작한 것이었고.

당시만 하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뭘 한다는 개념이 정착되기 이전이었고, 이제는 많은 수의 강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데.

그리고 그때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칸 아카데미.’

“네. 예전에 무료로 올렸던 것이 있긴 한데……. 왜 물어보시죠?”

이재훈 전무가 미소를 지었다.

“저희 회장님 따님이 그 동영상을 보고 공부하는 걸 회장님께서 보시고선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맞구나. 칸 아카데미.

무료로 강의를 온라인에 올려서 빌게이츠의 눈에 띈 그 사업.

이걸 사업이라고 해야 맞나?

아무튼, 빌게이츠는 그의 딸이 칸 아카데미의 수업을 듣는 모습을 보고 직접 칸에게 연락해 투자를 했다.

근데 이건 유사한 경우기는 해도 완전히 같진 않았다.

일단 내 강의가 칸이 만든 것처럼 영어로 전 세계의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빌게이츠가 아니라 한성 그룹의 회장이라는 것도…….

그래도 신기한 건 신기했다.

그러면 여기 이재훈 전무가 나를 보고 싶어 했다는 건 투자 이유일까? 아니면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 복지 사업?

“아, 이거 감사하네요. 별로 큰 강의도 아닌데…….”

“아닙니다. 당시로써는 획기적이었죠. 그리고 그걸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의 나이가 20대 초반이었으니까요.”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또. 하하.”

“그래서 말인데, 유 대표님께서는 지금 S 아카데미의 종착지를 어디로 보고 계시나요?”

종착지?

사업하는 사람의 목적은 다 같지 않겠는가. 큰돈을 벌고 사업을 확장시키는 것.

솔직히 말하자면 더 확장시키기도 어려웠다. 고민은 언제쯤 공무원 강의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 정도일까?

“글쎄요. 종착지가 딱히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내 대답에 그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 버렸다.

놀라거나 해서 그런 것은 아니리라.

뭔가 할 말, 요점으로 가기 위한 장치였다.

“한성 그룹에서도 조만간 온라인 교육 시장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회장님 전언입니다. 유 대표님께서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교육 파트를 전담해 주신다면 S 아카데미의 현 시가 기준으로 5배의 금액에 지분 40% 투자, 그리고 운영권은 그대로 유 대표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조건으로 인수합병 가능성을 타진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현 시가 다섯 배라…….

지금 기준으로 아마 500억 정도 되지 않을까?

투자금은 물론 그것에 한참 못 미쳤지만, 그래도 연 총 매출액이나 그중 순수익, 강의의 개수와 강사 수 등을 따져 본다면 2년 전 맥스스쿨의 규모보다 컸다.

그리고 40%라고 하면 200억, 그것의 다섯 배라…….

이건 물론 내 기준에서 대략 산정한 금액이고, 저쪽에서 보는 금액은 그것보다 작을 수 있긴 했다.

어쨌든 아직 기업 공개 이전이고, 제대로 된 평가는 이루어진 적이 없었으니.

아무튼 어마어마한 금액인 것은 확실했다.

그런데 왜 굳이 40%를 다섯 배를 주고 사겠다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수익을 얻는 것이 기업의 최대 목적인데, 기업 공개로 올라갈 가치를 그만큼으로 본다는 것인지.

하지만 그건 나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다섯 배면, 현재 총 가치를 500억으로 봤을 때, 2500억이 되어야 한단 것인데.

전생에 맥스스쿨의 가치는 조 대로 올라가긴 했다.

하지만 그건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던 시기에 한한 이야기였고, 여기저기 온라인 교육으로 진출한 뒤에는 다시 주가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내려갔다.

“놀라셨군요, 금액에. 물론 현재 유현덕 대표께서 판단하시는 S 아카데미의 가치와 회장님의 지시로 저희가 계산한 가치가 다를 수는 있습니다.”

역시, 내 생각보다 작게 보고 있겠지.

“그렇겠죠? 하하. 놀라긴 했습니다. 다섯 배라니요.”

“40%면 천억 정도로 보고 있는데. 물론 기업 공개 이전 가치로요.”

아, 이 사람들 무슨 천억이란 숫자를 천만 원 수준으로 여기는 건가.

나도 엄청나게 성공했다 생각했는데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굴리고 있구나.

그런데, 지금 중요한 건 이 엄청난 액수보다도 왜 이들이 S 아카데미에 눈독을 들이는지였다.

그만큼 이쪽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이미 기업 공개를 한 맥스스쿨을 알아보는 편이 더 안정적일 텐데.

물론 기업 공개 이전에 투자를 하는 것과 기업 공개 후 투자를 하는 것은 투자자의 수익 면에서 차원이 다르기는 하다.

가능하다면, 그리고 그 회사가 분명 살아남고 성장할 것이라면 무조건 기업 공개 이전 투자를 해 두는 것이 좋기는 한데.

“여기에는 두 가지 단서 조항이 붙기는 합니다. 첫째, 유현덕 대표가 향후 2년 동안 계속 지금처럼 사업을 운영하는 것.”

당연하지. 2년이 아니라 계속하려고 마음먹고 있기는 했다.

끝이 어딘지 보이지는 않지만, 그리고 언젠가는 그만두기는 해야겠지만 적어도, 아마 군 입대 이전까지는 내가 직접 운영하고 싶었다.

내 첫 회사고 첫 성공이니.

“그리고 둘째는 조금 복잡하긴 한데…….”

“네…….”

“유 대표가 나머지 지분으로 투자를 다른 곳에서 받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지분과 유 대표의 지분이 총 50%를 초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유 대표는 주주총회 등의 상황에서 항상 우리와 보조를 맞추셔야 하고요.”

“운영은 제가 하는데 주주총회에서는 한성 그룹 명령을 따라야 하나요?”

이건 조금 타격이 있기는 할 것이다.

내 발목을 묶어 놓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지금 계획하는(물론 내 머릿속에서만 계획 중이지만) 공무원 시험 시장 진출도 마음대로 하지 못할 수도…….

그리고 내가 급히 다른 사람의 투자를 받게 된다면, 그러면 최대 주주가 바뀔 수 있다.

40%의 한성 그룹, 또는 그 이상의 지분을 가지는 사람으로.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60%고 한성이 40%니 해당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 질문에 이재훈 전무가 갑자기 굳었던 표정을 풀고 씩 웃었다.

“명령이라니요. 하하. 걱정하지 마십쇼. S 아카데미 운영이나 향후 사업 확장 등에 있어서는 전혀 관여치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원하신다면 계약서에 그렇게 명시할 수도 있고요.”

“그러면 굳이 왜 그런 단서를 말씀하신 건가요?”

“이건 단서라기보다는 저희가 유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해 주시면 어떨까요.”

보호라고?

“저,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왜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저와 계약을 하려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게 가장 큰 의문이었다.

조만간 기업 공개를 할 것이니 분명 투자자들은 숟가락 얹으려고 달려드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 숟가락 얹는 조건이 너무 컸다.

그가 말한 제안은 말 그대로 밥숟가락 하나 얹겠다고 하면서 대신 쌀 한 가마니를 주려는 것과 같았기에.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 어리둥절했다.

“아까 잠시 말씀드렸잖습니까. 회장님 따님이 큰 도움을 받으셨다고요.”

“그렇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맞다. 그래서 칸 아카데미가 떠올랐던 것이고.

“그것에 대한 보답에 추가적으로…….”

여기서 나올 말이 진짜 이유겠지.

“회장님께서는 우리나라의 저소득층 지원에 큰돈을 투자할 생각입니다. S 아카데미의 방향을 그쪽으로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고요.”

이런, 그러면 아까 내 머리에 떠오른 것처럼 내 마음대로 운영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한성 그룹은 지금 S 아카데미, 또는 내가 가진 인프라를 통해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업체를 운영하여 그룹 전체의 이미지 개선을 노리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이렇게 무리한 투자가 이해가 되기는 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아무튼 엄청난 제안을 이미 받았으나, 이건 내가 조금 더 요구할 수도 있는 상황 같은데…….

평소 같았으면 내 마음대로 어느 정도 조율을 할 텐데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쉽게 그렇게 하질 못하게 만들었다.

“그럼 수익 사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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