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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40화 (40/200)

[40] 40화.

“도대체 얼마나 버는 거예요?”

김윤지 원장이 물었다.

동업이기는 하더라도 S 아카데미는 거의 신성 학원 건물에서 운영하다 보니 그녀와 마주치는 일은 드물었다. 이렇게 단체로 뭔가 새로운 일을 진행할 때나 만나는 것이고.

성공 학원 출신 강사들이 S 아카데미의 주력들이기에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으면서 굳이 또 물어보는 것은 왜일까?

“글쎄요. 막, 계속 계산하지는 않아서요. 하하.”

‘나 이만큼 벌어요.’라고 말하는 것만큼 뭔가 기분 이상한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게 액수가 크다면 자랑하는 것처럼 보일 테고, 액수가 작다면 그것대로 민망한 일일 테니.

그래도 사실 동업이니 회계 자료를 보여 주기는 해야 할 텐데.

아직 내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물론 돈의 흐름은 신성 학원에서 고용한 회계사를 통해 가끔씩 전해 듣고는 있었다.

“회계감사 한 번 해야겠는걸요?”

짓궂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그녀.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만약 우리가 처음에 적으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분명 이 여자한테 대쉬했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내 이상형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지금이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강이 하나 흐르는 기분이다.

조규만 전 성공 대입학원 원장, 그녀의 외삼촌은 나를 거의 죽일 뻔했다.

그 부분에 대해 내가 복수를 한다거나 할 생각은 없지만, 그쪽은 사정이 다를 수도 있겠지.

나와 신성 학원이 성공 대입학원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갔고, 그 여파로 그는 자신의 학원을 맥스스쿨과 합병했으니.

뭐, 국회의원 준비 중이니 다 잊었으려나?

“어차피 자본금은 전액 제 주머니에서 나온 거라, 하하.”

회계감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지분 100%.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은 수강료로 들어오는 것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내가 돈을 삥땅친다거나 하는 것밖에는 없으리라.

“S 아카데미에 계약한 강사들 차들이 바뀌었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호호. 그런데 유현덕 선생님은 왜 차를 안 사요?”

“오. 그런가요? 저야 집에서 학원까지 걸어서 다니는 걸요. 서울 나갈 때는 차 끌고 가는 것보다 그냥 대중교통이 편하고…….”

“그런가요?”

나만의 착각이려나. 그녀가 대답을 하며 약간 아쉬운 듯한 표정이 언듯 지나간 것 같았다.

차…….

차 살 돈은 충분히 있다. 다만 굳이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인데. 이제는 돈도 충분히 있겠다, 한 번 사러 가 볼까?

“그리고 그 원룸에서도 계속 살 건가요?”

“네?”

원룸? 내가 사는 원룸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나도 한 번 가 봤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기억을 못하시는군요. 역시 그래서…….”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내 원룸에 와 봤다고? 그녀와 나는 내 원룸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근데 그녀의 표정은 이게 거짓이 아니란 건데…….

“아, 제 원룸에서, 기억이 나질 않아요. 언제였죠?”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내 원룸에 왔던 것도 기억에 없지만, 그곳에서 뭘 한 거지, 도대체?

“됐어요.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니깐. 그나저나 집은 이사 안 해요?”

그녀는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뭐지?

그리고 정말로 ‘뭐지?’ 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그녀를 보고 있는 나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돈도 그렇게 많이 벌었는데 이사는 안 할 생각이에요?”

내가 원룸이 살건 좋은 집에 살건 그녀가 무슨 상관이랴.

하지만 상관이 있으려나?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원룸에 와 봤다는 그녀의 말은 그렇게 진실을 알 수 없이 지나가 버렸다.

“집? 그러고 보니 이사하는 것도 괜찮겠네요. 뭐, 일단은 지금은 정신이 없어서……. 하하.”

그래도 머릿속에서는 무엇을 하든 ‘나도 한 번 가 봤는데.’라는 그녀의 말과 그때의 표정이 한동안 맴돌았다.

* * *

“준비는 다 됐습니다만, 언제쯤 다음 단계가 진행될까요?”

이미도 원장이 전화기를 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잠시 전화기 건너편에서 정적이 흘렀다.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전화기의 입 부분을 막고 있으리라.

-대표님께서는 ‘곧’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한 달 이내로 저희가 공식적으로 연락을 드릴 겁니다. 그때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낮은 목소리의 주인은 지원재였다.

강재훈 대표와의 직접 통화는 이미도 원장이 거절했다.

‘주현필이 대신 통화하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주현필이나 지원재 둘 다 결정권이 있는 이미도 원장과 강재훈 대표에게 모든 사안을 물어봐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쪽 상황은 어떤가요? S 아카데미의 성장은 확실한데 어느 정도 맥스스쿨을 끌어내리고 있는지 저희는 알 수가 없어서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큰 타격은 없습니다. 일부 결제 회원 수가 빠져나가고는 있지만 많은 수는 아니고요. 아마도 S 아카데미에 회원 수가 증가하는 것은 거의 신규 유입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신규 회원의 증가도 중요하겠지만 맥스스쿨의 결제 회원들이 S 아카데미로 옮기는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다.

단순히 돈을 더 벌려고 맥스스쿨이 잡고 있는 수능 시장에 진입한 것이 아니었기에 현상유지는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그러면 계획대로 진행시키기 어려운 것 아닌가요? 지금 우리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맥스가 떨어져야 현재 준비한 자금으로 투자를 할 수 있을 텐데요.”

-생각보다 저희 학원이 탄탄한 것 같네요. 그래도 변화는 확실히 있습니다.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만 하더라도 요. 강사들은 동요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강재훈 대표님 자리가 확실하지만, 곧 다음 단계 터뜨리면 강사들 빠져나갈 준비할 겁니다. 그러면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 후에 투자 협의 진행하면 되고요.

“그러면 다른 준비는 다 끝난 상황이고 강재훈 대표님 움직이신 후 맥스가 떨어지기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다른 준비는 아마도 증여 문제일 것이다.

이 부분도 지원재를 통해 협의가 이미 끝난 상태.

이미도 원장에게 맥스스쿨을 주려는 그의 계획에는 현재 가족 모르게 진행하겠다는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

남편, 또는 아버지가 잘나가는 학원 원장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학원을 싼값에 웬 옆집 여자한테 넘긴다고 하면 당연히 의혹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떨어지기 전 일부 지분을 서류상으로 증여시켜 놓는 것.

그렇잖아도 강재훈 대표의 아내 유미진과 아들은 그걸 원하고 있었다.

현 시세대로라면 엄청난 액수겠지만, 지분을 떨구게 되면 그리 큰 액수가 아닐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받은 지분을 계속 가지고 있건, 아니면 강재훈 대표가 자신의 지분을 이미도 원장에게 넘길 때 같이 넘기건 크게 의심받지는 않을 것이다. 사업이 흔들리니 외부 투자를 받는다는 것도 이해시키기 쉽고.

그 외부 투자자가 이미도 원장이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강재훈 대표의 머리에서 나와 지원재 실장이 구상한 계획.

-그래도 혹시 모르니 현금은 최대한 늘려 놓으시길 바랍니다. 여기서 떨구더라도 요즘 S 아카데미가 성공하면서 쓸데없이 이 시장의 미래 가치를 높게 보는 경우가 많아서요. 엉뚱한 곳에서 채 갈 수도 있습니다.

만약 맥스스쿨 지분을 이미도 원장이 받고 나서 S 아카데미와 합병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준비하고 진행해 온 일이지만 나도 궁금하긴 했다.

전생에 우후죽순 이 시장에 진입해 결국 파이를 나누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어찌 보면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벌어 놓고 손을 털고 나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었다.

다만 그건 우리가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나서 생각할 일.

그리고 이 정도 규모의 합병, 거기에 수능, 내신 교육 시장에 이어 공무원, 고시 시장까지 한발 먼저 진출하기 시작하면 후발주자들의 도전을 완전히 밟아 버릴 수도 있다.

한 번 해 봐야 하나.

이제까지는 책상 뒤편에 앉아 통화 내용만 듣고 있다가 전화기를 들고 있는 이미도 원장의 표정을 살짝 살폈다.

그녀도 많이 긴장한 표정.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 오광필 할아버지, 김윤지 원장, 주현필 까지도 전부 긴장한 상태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 기다릴게요. 고생 조금만 더 해주세요.”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이제 길게 잡아 봐야 아마 한 달 내로 우리가 서울로 올라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미도 원장이 전화를 끊고 우리가 있는 방향을 봤다.

다들 긴장한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지 씩 웃으며 그녀가 말했다.

“저쪽도 바쁘겠죠. 너무 걱정들 하지 마세요.”

“전쟁 하나 끝나니 또 시작이구먼. 그래도 이번에는 든든한 아군이 그쪽 진영에 있어 안심이 되어야 하는데, 뭔가 조금 불안하네, 계속.”

오광필 할아버지가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나도 이상하리만치 이번에는 긴장이 됐다.

그리고 시선이 건너편에 앉은 김윤지에게로 무심코 넘어갔는데, 그녀도 나를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서둘러 없었던 일인 양 시선을 피하는 그녀.

“우리가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얼마죠, 총?”

어색할 뻔했는데 다행이 이미도 원장이 그 흐름을 끊어 주었다.

“신성 학원만 보자면 지금 당장 50억 정도입니다. 그리고…….”

주현필이 말을 하다 말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 돈까지 끌어다 써야 하는 상황이 되려나.

“저는 20억 정도 될 것 같아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얼마 전 강사 수급을 위해 왕창 내다 쓴지라 당장은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미친. 정신이 나갔네. 20억이 무슨 껌값이냐, 현덕아.’

말을 끝내자마자 나 자신에게 이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20억은 가용 가능한 금액이었다.

S 아카데미를 통해서 매달 들어오는 걸로 따지자면 이제 5억에서 10억 사이로 꽤나 커졌으니.

“아슬아슬하긴 하겠네요.”

이것도 아슬아슬한 정도.

지금 시점에서 S 아카데미가 아무리 빠르게 성장하고 있더라도 맥스스쿨은 최근 2~3년간 이 바닥에서 독점기업이었다.

이걸 강재훈 대표는 과연 어느 정도나 떨굴 수 있으려나.

* * *

“잘 생각했어요, 여보. 호호.”

강재훈의 사무실.

유미진은 흐뭇한 표정으로 강재훈 대표가 변호사, 회계사와 함께 써 준 회사지분 양도 계약서를 보며 말했다.

현재 맥스스쿨의 지분 구조는 강재훈 대표가 45%, 퓨처 투자금융이 35%, 그리고 원내 1타 강사들을 잡기 위해 전속계약의 대가로 준 스톡옵션이 20%였다.

그리고 이 학원이 한 해 벌어들이는 총매출액이 500억대.

뭐가 이리 크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총매출액은 사이트 운영비, 강사료 등이 나가기 전, 그러니깐 외부에서 벌어들이는 금액의 총합을 의미한다.

학원의 특성상 강사들이 가져가는 비율이 50%에서 많게는 70%이기에, 이것과 홍보비, 운영비 등을 제하고 나오는 순이익으로 따지자면 150억 정도.

복잡하게 이것저것 따질 필요 없이, 지금 당장 강재훈 대표가 맥스스쿨을 다른 누군가에게 지분 45%를 전부 시가대로 판다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회사 가치 천억 기준으로 450억이라는 말.

물론 이건 가정이다. 그리고 정확한 액수도 저렇게 딱 떨어질 리 없다.

거기에 누군가가 강재훈 대표의 지분을 사겠다고 하더라도 경영권을 얻기 위한 수준이 최대일 테고, 사실상 전부 살 이유도 없다.

방금 유미진이 받은 서류로 강재훈 대표의 450억 원 중 200억을 자신과 아들이 갖게 된 그녀는 실제 그것이 지니는 가치보다도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이 즐거웠던 것.

이로써 강재훈 대표가 직접 들고 있는 지분은 25%.

그의 아내 유미진과 아들이 가지는 지분은 20%이다.

물론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걸 당장 현금화시킬 수는 없다. 주식이니 지분이니 모두 현금화하기 이전까지는 단순한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니.

그녀는 자신과 아들이 이제 맥스스쿨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점에 즐거워할 뿐이었다. 그리고 곧 이 가치는 후드득 떨어질 예정이고.

강재훈 대표의 심경은 그래서 조금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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