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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33화 (33/200)

[33] 33화.

강사들이 전부 신성 학원과 성공 대입학원 소속이라서 이들 두 학원의 이니셜 S를 전면에 내세우고 난 뒤에 ‘학원’을 의미하는 아카데미를 붙였다.

대표: 유현덕.

헐, 이거 조금 어색하긴 했으나, 기분이 오묘하게 괜찮았다. 기간제 교사, 강사보다는 대표가 훨씬 무게감도 느껴지고.

부대표: 오광필, 이미도, 김윤지, 주현필.

오광필 할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현 학원연합 소속 학원 강사 중 넷이 우리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메인으로 세우는 강사들은 어차피 성공 학원 강사들이기에, 그들은 교과서 분석 강의 전문으로.

그래도 내 계획상 교과서 분석 강의는 절대로 작은 비중이 아니었다. 어쩌면 맥스스쿨과 한판 붙는 상황에서 우리의 조커가 되어 줄 수도 있는 분야.

아무튼 그래서 오광필 할아버지도 부대표 자리에 올라간 것.

소속 강사: 총 12명(2003년 7월 기준)

강의 수: 총 18종(2003년 7월 기준) + 특별 강좌 3종

강사는 12명인데 강의는 18개라고?

그건 강의를 두 개 올리는 강사도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욕심 많은 우리 유환 선생님은 ‘고등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 분석’과 ‘수능시험 대비 기출문제 특강’이라는 두 개의 강의를 준비했다. 돈을 두 배로 벌어 가고 싶은 모양이지.

그리고 특별 강좌는 단순히 대입 어떻게 준비해라 뭐 이런 것들이다. 물론 이것들은 전부 무료 강의로 풀리는 것들.

각 강의마다 체험 강의 개수는 맥스스쿨의 두 배를 잡아 두었다. 평균적으로 40회 강의에 네 개의 무료 강의가 풀린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수익을 엄청나게 많이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1년, 이 기간 동안 버티면서 규모를 맥스스쿨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

그리고 비슷한 규모의 원생이 확보되면 그때부터 수익을 추구하며 기업 공개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누가 먼저가 될지는 모르지만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기업 공개를 우리가 먼저 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안정화가 이루어진 플랫폼을 팔거나 합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긴 팔기 전에 이미도 원장이나 김윤지 원장이 달라고 하겠지만…….

어쨌든 이번 설명회에서 주현필의 특강 공지가 끝나고 S 아카데미 론칭 공지 차례가 되자, 지방지 기자들 외에 서울의 중앙지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마구 터졌다.

지난 번 입시 설명회에서 나의 긴장을 풀어 주었던 주현필 부원장은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째려보며 마이크를 넘겼다.

물론 이것도 장난이기는 하다. 매사에 툴툴대는 그라고 하더라도 나와 같이한 시간이 이제는 꽤 길어졌으니.

나한테도 어찌 보면 약간 어려운 형 같은 사람이었다.

지방에서 맥스스쿨이 운영하는 것과 유사한 온라인 교육 사업을 시작한다는 소문은 예상외로 빨리 퍼졌다.

아직 다른 대형 학원들이 진입하지 않은 시장이고, 지방 학원들은 거의 전적으로 주변 고등학생을 타깃으로 삼는 전략이기에 이 시도 자체가 흥미로운 기삿거리가 됐으리라.

내가 원하는 기사 제목은 ‘다윗과 골리앗’, 뭐 이런 종류. 그렇잖아도 S 아카데미 론칭 발표 때 언급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설명회에서 로고가 보였던 각 신문사 교육 섹션에는 원하던 기사 제목들이 달려 있었다.

[골리앗을 이기는 다윗이 될 수 있을까, 맥스스쿨 vs. S 아카데미]

제3강 S 아카데미 론칭

휴대폰 벨 소리가 하염없이 울린다.

오늘은 분명 일요일일 텐데. 일요일 아침부터 웬 전화가 오는지 모르겠다.

몇 번은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계속 끊기고 울리기를 반복. 결국 부은 눈을 억지로 떠 휴대폰 화면을 봤더니 엄마였다.

“여보세요?”

-현덕아,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아, 피곤해서 자고 있었어요. 엄마, 웬일이에요?”

분명 서운하셨으리라.

최근 몇 달 동안 또 다시 너무 정신없이 일이 흘러가는 통에 집에 연락을 드린 적이 없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는 일이 생길 때마다 자주 연락드리고 조금 더 자주 뵈러 가야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매번 잊어버리고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달리다 보면 항상 죄송해지는 똑같은 결과.

-웬일이기는. 너 잘 지내나 해서 연락했지. 밥은 잘 먹고 사는 거야? 일 너무 힘들게 하는 것 아냐?

정말 힘들어요, 엄마.

그래도 그만큼 벌 수 있어서 버티는 거였다. 내가 잘하면 잘할수록 보상이 따르니깐.

그나저나 내가 지난번에 드렸던 5억은 잘 쓰신 걸까?

정확히 말하자면 5억에 증여세가 1억이 넘으니, 아마 3억 몇 천?

“괜찮아요. 돈 잘 벌고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엄마. 돈은 어떻게? 쓰고 계세요?”

사실 이 5억은 내가 죽을 시점인 2010년대 후반의 5억이 아니었다. 물가상승률이란 것이 있기에 2000년대 초반의 5억 가치는 지방 대도시 집을 서너 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3억 5천 정도면 적어도 두 채 정도 살 수 있는데, 우리 부모님 성품상 집을 막 사 두셨을 것 같지는 않고 어딘가에 고이 모셔 놓지 않으셨을까?

-그 돈을 어따 쓰니? 우리 돈도 아니고. 그래도 네 학자금 대출 받던 것은 그걸로 갚았고 나머지는 은행에 넣어 놨지. 참, 너 좀 더 맞아야 돼. 세금 얼마나 낸 줄 알아?

“세금이요? 1억 조금 넘게 들지 않았어요?”

-얘 좀 봐. 억이 무슨 옆집 개 이름이니? 1억 5천 가까이 나가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세금 절약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던데. 그리고 굳이 그거 우리 안 주고 네가 가지고 있어도 되는 거였잖아.

역시, 꽤나 많이 드는구나.

1억 5천이면 지금 내가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하는 학원 일을 다섯 달이나 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그것도 지금 내 입장이나 돼서 가능한 일이지, 일반적인 보습 학원 강사들이나 학교 교사로는 꿈도 못 꿀 일.

생각해 보면 전생에 교사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도 5천이라는 숫자도 통장에 찍혀 본 적이 없는데, 그 세 배의 돈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다니.

그것도 그거지만 사실 땅 팔면서 낸 양도소득세는 끔찍하다.

이건 죽을 때까지 비밀로…….

“아직 어려서 몰랐죠, 그런 것까지는. 그래도 이제 도와주시는 분들 많이 계셔서 다음에는 조심할게요. 아빠 건강은요?”

-괜찮으셔. 요즘은 일도 조금 편한 곳으로 바꾸시고. 덕분에 우린 잘 지내는데 네가 고생하니 걱정이지. 참, 신문에 나온 것, 현덕이 너 맞니?

어? 참, 나 신문에 나왔구나!

각 신문사에 뜬 제목만 보고 내용은 제대로 확인을 하진 못했다.

“네? 아마 맞을 거예요. 어떻게 나왔어요?”

서둘러 워드만 사용했던 집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창을 열었다.

느리다.

이게 휴대폰 하나만으로 문서 작성에 인터넷 정보까지 확인 가능한 시대를 누리다 과거로 돌아오니 모든 것이 너무 느렸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별다른 전자기기 금단 증상 없이 사용량이 줄었던 것.

하지만 그렇다고 책을 또 전생보다 많이 보는 것은 아니었다. 책은 그때 충분히 많이 봤다. 어떤 작가가 어떤 시기에 대박을 칠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러고 보니 그 작가들은 지금 뭘 하고 있었을까? 혹 투자라도?

-네가 직접 봐야 할 것 같아. 나는 봐도 모르겠어, 요즘 기사는. 공교육이 무너진다는 둥 그런 이야기도 써 있더만.

어라? 공교육이 무너진다고?

하여간 사교육과 공교육의 이분법이란 언제나 기사들의 기삿거리였다. 아직 수강료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공교육? 괜찮아요, 그건. 그것 말고……. 아니, 제가 찾아볼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뭐,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그래도 공부는 놓지 말고 꼭 해야 한다? 일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자나 깨나 자식 걱정은 전생이나 지금이나 똑같으시다. 만국 공통이겠지.

“알겠어요, 엄마. 정기 검진 꼭 받으시고요, 엄마도요. 아버지도 좀 모시고…….”

-알겠어. 끊는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곧바로 통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어르신들은 뭐가 그리 급하신지 전화를 끊을 때면 한 방에.

이건 오광필 할아버지도 마찬가지.

-나 간다!

뚝. 뚜뚜 뚜뚜.

어차피 말 나온 김에 조만간 부모님 모시고 병원 가서 정밀 검진을 한 번 받아야겠다.

돈은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 * *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매일 총 세 집단으로부터 온 선생님들이 강의를 촬영하기를 20일.

그런데 왜 세 집단이냐고?

이게 조금 복잡하다.

일단 성공 대입학원 소속 강사 다섯. S 아카데미의 메인인 수능 강의만을 담당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신성 학원 소속 강사 다섯. 원래 신성 학원 강의들 자체가 교과서와 내신 시험 대비. 따라서 이들은 내신 강의를 중심으로, 유환 선생님과 주현필 부원장만 수능 강의를 병행한다.

마지막으로 오광필 할아버지의 학원연합을 통해 참여하게 된 강사 넷. 그중 둘은 미래 학원, 나머지 둘은 각각 다른 학원에서 추천을 받아 들어왔다. 이들은 수능 강의와 내신 강의를 병행하기로 했고.

아무튼 이렇다 보니 서로 데면데면한 사람들이 하루에도 여러 번 마주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은근 어색한 상황.

“조진명 선생님?”

의자에는 셋이 앉아 있는데 아무도 대답 없이 두리번거리고, 그 와중에 한 분이…….

“화장실 가신 것 같은데요?”

이렇게 말하는 어색한 모습이 자꾸 연출되었다.

이거 단합 대회라도 한 번 해야겠다. 대충 1차 강의 촬영을 끝낸 후에.

그래도 이런 어색함을 제외하면 다들 나름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다른 말로는 비싼 몸값을 가진) 프로들이었기에 촬영은 거의 항상 완벽했다.

근 3주 동안 촬영을 마치고 일주일간의 밤샘 작업.

촬영기기 구매할 때 설치하러 왔다가 그 자리에서 바로 고용된 기사님이 지금 옆에서 자고 있다. 근무시간이 내가 생각해도 너무 지랄 맞기에 힘들 것이다.

이 기사님 이름은 윤형진. 나이는 나보다 조금 많은 스물여섯.

공고를 졸업하고 공대 나와서 영상 촬영 장비 회사에 설치 기사 용역으로 들어가 있다가 S 아카데미 촬영 편집 담당으로 채용되었다.

그리고 한 달 전부터 그는 오전 11시에 출근하여 4시 까지 촬영, 그리고 밤 10시까지 쉬다가 새벽 1시까지 촬영이라는 초강행군을 했다.

연봉도 야간 근무 고려해서 처음 이야기했던 3천에서 5천으로 곧바로 인상.

사실 이건 나도 같이 하는 일이라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나는 2주째 쓰러져 3일간 입원 치트키를 썼기에 조금 나았다.

그래도 이제 론칭 전날까지 모든 작업을 완료하고 맥주를 한 잔씩 마신 상태.

그는 고작 맥주 한 잔에 장렬히 쓰러졌다.

“야이! 내가 너보다 형이라고오오오~.”

잠꼬대까지. 아마 나한테 하는 말 같은데?

그에 대한 호칭은 윤기사 님.

편하게 부르고도 싶었지만 그래도 내가 명색이 대표인데 일부러 신경 써서 그리 불러 줬건만.

내일 일어나면 윤 형이라고 불러야겠다.

‘어이, 윤형!’ 하고.

그나저나 정말 힘들다. 그야말로 코피 쏟아 가며 준비한 론칭. 이제 내일이다.

내가 읽었던 회귀 소설의 주인공들은 분명히 대부분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엄청 성공해서 재벌 되고 여자들 들러붙고 했는데 나는 왜 이리 힘들게 사는 건지.

이럴 줄 알았으면 전생에 경영, 경제학과에나 가서 클 회사들 알아 놓고 주식을 하는 건데.

그래도 그렇게만 된다면 너무 사기스럽겠지.

일을 해서 인정받고 성공하는 것은 똑같다.

그것이 운을 타고 난 듯한 결정으로 성공을 하는 것이든, 아니면 약간의 미래 지식만을 가지고 실패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든 말이다.

나는 후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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