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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31화 (31/200)

[31] 31화.

물론 메인은 수능 시장, 성공 학원 강사진이겠지만.

“강사진 추가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해 주세요. 내신 대비 강좌도 동시에 열 것이니깐. 강사진은 우리 지역 강사진 중심이지만 고객은 전국 대상이니깐요.”

“원장님 다 되셨어. 허허.”

주현필이 웃다니. 이 아이언맨 같은 남자가.

참, 아이언맨은 아직 개봉 전인가?

“준비는 잘되고 있는 거죠?”

옆자리에 앉은 김윤지 원장이 이번에는 나에게 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인이라 쳐다보기가 민망한…….

그냥 내 앞에 놓인 술잔만 보면서 대답해야지.

“물론이죠.”

“얼굴 좀 보고 이야기해요, 유 선생님. 지금 보니깐 김윤지 원장님 참여시키잔 생각이 꼭 강사진 때문만은 아니었나 본데? 호호.”

“아닙니다!”

“원장님!”

이제는 이미도 원장까지.

그래도 이 분위기, 좋았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잡아먹을 듯 싸우던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동지가 늘어난 기분.

김윤지 원장도 민망한 듯했다.

“그나저나 저희 강사진 상당수가 지금 교체되었어요. 맥스스쿨 본원 강사진이랑요. 그리고 그쪽에 웬 아주 젊은 분 하나 새로 오셨던데, 알고 보니 유 선생님 친구분이라시던데요?”

잠깐만, 친구라고?

전생에 친구야 꽤 있었지만 지금은 그다지 학교생활을 하지 않는 터라 그렇지가 못했다. 게다가 맥스스쿨에서 대학생 강사를 뽑을 이유는 없을 텐데.

“친구요? 저 친구 별로 없는데요?”

“이준서라고 하던데요, 이름이?”

준서. 준서가 맥스스쿨에?

“그럴 리가 없는데? 정말 저 안대요?”

“그렇다니까요? 옆 신성 학원에 유현덕 선생 아냐고 저한테 직접 물어봤어요.”

그럴 리가.

준서는 4학년, 나는 혼수상태로 세 달을 보냈기에 3학년이다.

그리고 곧 군대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대화를 나눴던 것이 한 달 전이었는데.

군대야 나 같은 경우에는 일이 있다 보니 최대한 늦춰서 갈 생각이었는데 준서는 아니었다. 당장 다음 달에라도 가겠다고 말하던 녀석이었는데.

“뭐야? 친구 얘기 나오니깐 얼굴 쳐다보네? 하하. 김윤지 원장님, 얼른 좀 데려가요, 이 친구. 능력도 좋고 나이도 어리고 좋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라는 인식을 하지 않으면 괜찮은데 이게 그렇게 인식이 되는 순간 어색해진다.

능글맞은 주현필.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데 굳이 분위기를…….

하지만 나만 빼고 다들 실실 웃는 모습을 보니 이런 것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했다. 뭔가 손을 잡았다고는 하더라도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으니깐.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겠지.

하지만 김윤지 원장의 반응은 실망이었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아직 군대도 안 다녀온 어린애한테……. 아, 미안합니다, 유 선생님.”

그래, 나는 군대도 안 다녀온 어린애다.

* * *

다음 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준서를 찾았다.

폰으로 연락은 가능했지만 그 녀석도 나에게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기에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 봐야 했다.

수업 시작 전 그를 만났다.

“너 맥스스쿨 들어갔어?”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나? 하지만 공격적이지는 않았다. 단순히 일이 어떻게 돌아 간 건지 궁금했을 뿐.

멀쩡히 학교 졸업하고 임용시험을 보겠다던 녀석이 하루아침에 국내 최대의 학원으로 들어갔다니.

그의 반응은 오히려 담담했다.

“어? 현덕이! 응, 나 맥스스쿨 들어갔어. 하하. 운이 좋았어.”

“어떻게 된 거야? 임용시험은?”

“그건 졸업해야 볼 수 있잖아. 아직 군대도 남아 있고.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

마냥 밝은 이 친구. 물론 내가 걱정하고 말고 할 문제는 아니었다.

전생에 나는 학교에, 준서는 학원에 근무했다. 그것도 신성 학원에서.

이번 생애에서 내가 학원으로 바꾸었으니 그의 삶이 어떻게 바뀌든 내 영향이려나.

“이야, 아무튼 축하한다. 어떻게 거길 들어가게 된 거야?”

사실 내가 궁금했던 부분은 여기. 맥스스쿨은 이쪽 시장에서는 완전 대기업이다. 졸업도 전에 거기엘 들어가다니.

“그러게. 사실 너는 일하느라 몰랐겠지만 우리 학교로 몇 달 전에 맥스스쿨에서 사람이 왔었대. 키울 만한 학생 없냐고. 그래서 교수님께 부탁드려서 면접 봤는데 됐더라고. 나도 놀랐지. 이제 한 달째야.”

“한 달째? 나는 왜 몰랐지?”

“너는 뭐 수업 끝나자마자 학원에 일하러 갔잖아. 하하. 주말마다 교육 받고 실습하고 하다가 이번 주부터 성공 학원에서 근무 시작해.”

좋은 소식이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강사진을 어찌 돌려야 할까.

성공 학원 출신으로 간판을 달아 놓으려 했던 것인데 맥스스쿨과 인사이동이 있었다니.

“몇 명이나 맥스에서 성공으로 온 거야, 이번에?”

“다섯 명. 교육 차원인 것 같던데? 성공 학원에서 유명했던 강사들 다섯이 서울로 올라갔다고 하더라고.”

다섯이면 아마 내가 염두에 두던 인원 전원일 것이다. 교과 대표 강사 다섯.

젠장. 이거 계획이 일부 수정되려나?

그 부분은 김윤지 원장이 담당하지만, 혹시 맥스스쿨에서 넘어오는 강사들이라면?

“내려오는 맥스 강사들은? 얼굴 봤어?”

그들을 써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계약 조건을 모르니 쉽사리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메인 급 바로 아래라도 괜찮을 것이다.

메인 급이라면 굳이 지방으로 내려온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고, 페이도 맞출 수가 없었다. 연 몇십억 수준으로 벌어들이는 사람들이니.

이거 나도 사업가가 다 됐네.

“응, 봤지. 신규들 교육해 주던 선생님들. 학력도 장난 아냐. 네 걱정도 되더라, 나는.”

“내 걱정? 괜찮아. 뭐, 그 사람들 온다고 하더라도 이쪽 시장에서 곧바로 원생들 뺏어 갈 수는 없을 테니. 다른 이야기는 없었어? 김윤지 원장님은 만나 봤고?”

“김윤지? 아, 성공 학원 원장님이 그분이셨구나. 미인이신 분. 그나저나 너는 어떻게 아는 거야? 신성 학원에서만 근무하는 것 아니었어?”

내 이야기를 자세하게 이 친구에게 해 준 적이 없었다. 워낙 바쁘기도 했고, 자세하게 이야기할 만한 일도 없고. 그냥 돈만 많이 번다는 소리만 했었다.

그나저나 준서는 아직 김윤지 원장과 잘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이 친구에게 상황을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알려 주는 것은 상관없지만, 이제까지의 상황이 너무 복잡하니.

또 궁금했던 것은 도대체 왜 맥스스쿨에서 지방대 학생을 강사로 채용을 한 것인가다. 이건 이 친구에게 물어봐도 알 리가 없었다.

나야 신성 학원에서 몇 년간 근무하며 성공도 하고 죽을 뻔도 하고 별별 일을 다 겪었지만, 준서는 이제 시작이었다.

‘지원재’란 사람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김윤지 원장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혹시 준서가 지원재 실장은 알려나?

“신성 학원에서만 근무하지. 그런데 학원 바닥이 좁아서 서로 어느 정도는 알고 지내거든. 그러면 너, 혹시 지원재 실장이라고 알아?”

“지원재 실장님? 알지! 나 면접 봐 주신 분인데. 완전 멋지시던데? 딱 우리 고 학번 선배 나이인데 완전 성공한 사람이잖아!”

그렇지. 나도 그렇게 느꼈었다. 완전 젊은 나이에 그 위치까지 올라갔다는 것. 그것은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나거나 시류를 정말 잘 탔다는 의미였다.

나도 물론 비슷한 상황이라 볼 수는 있겠지만, 나는 한 번 살아본 삶이라 이 정도 올라온 것이고.

“괜찮은 분이야? 한 번 뵀는데 조금 무서웠어.”

무서운 것도 사실이었다. 왠지 간단한 사람 같지 않은 느낌을 풍기는 사내였다. 초면에 자신이 근무하는 맥스스쿨을 뛰어넘을 생각인지 직접 물어보다니.

그리고 뭔가 모를 이질감이 있었다. 과연 그 사람이 정말 그 나이에 능력만으로 그 위치에 올라간 것인지.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기에 능력 자체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능력만 가지고 그렇게 할 수 있는가가 놀라웠던 것이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그중에 성공하는 사람은 그 만한 운을 타고나거나, 아니면 나처럼 조금 특수한 상황이어야 하지 않을까.

어?

그러고 보니 나도 전생을 겪고 다시 살고 있는데, 지금 이 세상에 나 같이 한 번 살았던 삶을 다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나뿐일까.

혹시 지원재란 사람의 성공에도 그런 요인들이 있지는 않을지.

“조금이 아니라 많이 무서웠던 것 같은데? 하하. 야, 너야말로 엄청 운도 좋고 성공하고 있으면서. 지원재 실장님 완전 인텔리야. 대학도 서울 대학 출신이고, 중간에 유학도 다녀오고. 그런데 사람은 참 괜찮아. 나한테 잘해 줘.”

“너한테? 너한테만 잘해 주는 거야?”

“응? 아니겠지? 모르지 뭐. 다른 사람들이랑 있을 때는 그냥 좀 차갑긴 한 것 같네. 그냥 따로 가끔 지나가다 보면 이것저것 알려 주는 것도 많고, 참! 우리 학교에서 강사 채용하자고 한 것도 본인이었대.”

본인은 서울대 출신이면서 지방대에서 강사를 채용하자고 했다? 이거 조금 특이하긴 했다.

물론 내가 아무리 머릴 굴려 봐야 지금 당장 이 대화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으리라. 도대체 이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우리 학교에 왔던 거지?

* * *

“맥스스쿨? 이쪽으로 앉으시죠.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갑자기 방문해서 죄송합니다, 교수님. 다름이 아니라 요즘 사범대 취업률이 문제지 않습니까? 그래서 서로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유민상 교수는 뜬금없이 거대 학원 맥스스쿨의 업무실장이라는 사람의 방문을 받았다.

보통 학원에서 사범대학을 방문하는 경우는 임용시험용 강의를 홍보하려는 것이 대부분인데 맥스스쿨은 전적으로 수능시험 대비 온라인 교육 기업이지 임용시험은 강좌가 없었다.

그리고 서로 도움이 되자고?

이 지원재라는 업무실장이 말한 것은 분명했다. 아마도 학생을 강사로 채용하려 하고 추천을 받으려는 것이겠지.

과거나 지금이나, 경제위기 이전이나 이후나, 사범대 출신들이 직업을 가지는 곳은 크게 두 곳이다. 중, 고등학교로 대표되는 공교육이나, 아니면 학원으로 대표되는 사교육.

그리고 실재로 졸업생 중 임용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는 상당수가 몇 년 이내에 학원으로 진출하기는 한다.

하지만 맥스스쿨은 이쪽 분야의 대기업. 최소한 SKY 수준의 대학생들이나, 적어도 외국 대학 졸업생들을 강사로 채용하지 자신이 근무하는 지방 사범대학 학생들을 강사로 채용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저, 학생 추천을 바라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괜찮은 학생 추천을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그거라면 알겠습니다. 저희도 학생들이 맥스스쿨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그런데 굳이 왜 저희 학교까지 오셨는지…….”

혹 지방대학 출신을 뽑으면 업체에 이득이 되는 정책이 있나 머리를 굴려 봤으나, 아직 그런 것은 없었다.

그런 것들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은 지방 기업이 채용하는 경우의 혜택. 맥스스쿨은 서울권이 본원이었다.

“이번에 저희 맥스스쿨에서 성공 대입학원과 합병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쪽 지역 진출을 위해 지역 내 대학 출신 강사가 필요했던 것이고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공지하고 면접 절차 거쳐 추천하겠습니다.”

이게 보통의 추천-채용 방식이었다. 아니면 여기에 면접을 채용하는 기업에서 직접 나와서 하는 경우가 있었고.

하지만 지원재 실장은 조금 다른 방식을 원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는데…….”

“네, 말씀하세요.”

“면접은 저희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준서 학생?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준서요?”

이것이 지원재의 목적이었다.

“네. 혹시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학생의 개인 정보를 알려드리는 것은 조금…….”

“그 학생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겁니다. 저희 학원 채용 관련한 연락이니까요. 혹 원치 않는다면 절대로 학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미련 없이 연락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망설이는 유민상 교수에게서 이준서의 번호를 받았다.

소리 내어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재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는 이준서의 연락처가 쓰인 메모지를 들고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겠네, 이준서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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