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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28화 (28/200)

[28] 28화.

“수능은…….”

“괜찮았어요. 유현덕 선생님 예상대로 난이도가 쉬워서 뭐 큰 대박을 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원생들은 확실히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죠.”

“다행이네요. 제 강의는 그러면?”

“재수 종합반 선생님들 중 한 분 모셨지. 유현덕 선생처럼 무슨 찍신 강림하고 그런 건 아니라 조금씩 빠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어.”

하긴, 내가 찍신 강림한 듯 학교 정기 고사 문제를 맞힐 수 있었던 건 한 번 겪어 본 일, 게다가 내가 전생에는 학교에 근무를 했기 때문이었다.

훌륭한 학원 강사라도 갑작스레 맡은 반의 시험문제를 맞히기는 어려웠겠지.

“그래도 원생들 학부모님들이 유 선생 돌아오면 연락 달라고 하신 분들이 많아. 강의 다시 받으면 원생 수도 늘 거야.”

학원, 그리고 비율제 강사 입장에서 원생 수는 곧 수익이었다.

학생을 수익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조금 거북할지 모르지만 어쩌랴. 결국 고객과 판매자 입장인 것을…….

그나저나 성공 대입학원으로 스카우트되어 넘어가 한동안 보지 못했던 유환 선생님. 그는 역시 이 자리가 제격으로 보였다.

몇 달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많이 수척해진 모습.

사교육에 발을 들였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기대해 보는 1타 강사의 자리. 하지만 어느 직업이나 맨 꼭대기는 아래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좋지만은 않으리라.

능력은 기본이고, 그 능력 외의 것들도 충족시켜야 비로소 1타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것이고.

유환 선생님은 괜찮은 강사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정글 속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기에는 약해 보였다. 나만의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맥스스쿨이 직접 합병까지 하며 넘어온 것 치고는 선방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다행이었다.

“김윤지 실장은 어쩌다가 원장이 됐대요?”

“그건 우리도 다 파악하지는 못했는데, 맥스스쿨 합병에 있어서 그녀 역할이 컸나 보더라고. 병원에 몇 번 갔었다는데 유 선생 혼수상태일 때라 모를 거야.”

유환 선생님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확실히 내부에 있던 사람이라 밖에서보다는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겠지.

그녀를 한 번 만나 보고 싶었다. 어차피 조규만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사실인 것 같으니.

“아직도 연락되셔요?”

내 뜬금없어 보이는 질문에 다들 당사자인 유환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글쎄? 나 다시 넘어오면서 안 했지. 왜?”

다시 나에게로 쏠리는 시선.

“그냥요. 한 번 봐야 되지 않겠어요? 합병 비율도 궁금하고.”

“그게 아니라 미인이라서 보고 싶은 거 아니야?”

“유 선생님도 여자에 관심이 있기는 한가 보죠? 호호.”

아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나는 단지 내 돈 쓸 곳을 찾고 있었을 뿐인데.

뭐, 지금 당장은 이렇게 둬도 괜찮겠지?

* * *

하지만 누군가 사람 일은 항상 예상을 벗어난다고 했었나? 나에게 먼저 연락을 준 쪽은 김윤지 실장이었다.

조규만 회장이 손을 떼고 학원연합 회장에 오광필 할아버지가 다시 올라갔다.

따라서 더 이상 미래 학원의 이름 아래에서 강의해야 할 필요가 없었지만, 애초 약속한 대로 위치상 미래 학원 인근 학교 학생들이 신성 학원까지 갈 수는 없었기에 강의실을 빌리는 형식으로 강의를 했다.

그날은 내가 퇴원하고 복귀한 지 사흘 째.

바로 엊그제 김윤지 실장, 아니 이제 원장이 된 그녀를 봐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나에게 전화가 왔다.

-유현덕 선생님, 저 김윤지에요.

내가 먼저 들이닥쳐야 하나 생각하다 어색한 마음에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유현덕입니다. 안녕하셨어요?”

-네, 저는 잘 지냈습니다. 건강은 좀 괜찮으신가요?

무미건조한 대화.

역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해 봐야 될 것 같았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성공 대입학원 원장님 되셨단 소식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아, 뭐, 그렇게 됐습니다.

어색한 침묵.

내가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색해 미칠 것 같다.

관심이 가는 걸까. 아니면 내가 약속을 깬 것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일까?

-한 번 뵙죠, 우리. 신성 학원에서 다시 근무하시는 거죠?

“네, 맞습니다. 시간 언제 괜찮으신가요?”

그리고 우리는 그날 밤 늦게 만났다.

거의 넉 달 만에 보는 모습.

서로의 입장과 사정이 있었으나 서로 한 번씩 미안한 일이 있었기에 만나도 분위기는 어색했다.

“여기요. 오랜만이네요.”

먼저 들어와 있던 김윤지 원장이 나를 보고 불렀다.

그녀는 넉 달 전과 똑같았다.

하긴 넉 달 만에 얼굴이 달라질 일은 없지.

여전히 미인이었다. 하지만 한 번 이겨낸 미인계인 만큼 자신을 갖고!

“얼굴이 더 좋아지셨습니다?”

“입은 아직 힘이 넘치시는 군요?”

강하다, 역시. 이제는 같은 원장인 만큼 이미도 원장과 비교할 만했다.

“일단 미안해요. 우리 쪽에서 그런 거겠지만 나도 모르는 일이었어요.”

어련하시겠어.

내가 뒤통수를 치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그녀가 아예 몰랐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걱정 마십쇼. 죽지 않고 이제 멀쩡하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과거는 과거로.”

개뿔.

조규만 회장에게는 언젠가 꼭 갚아 줄 것이다. 똑같은 방식은 아니겠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일이다. 그것 때문에 그녀를 보려고 했던 것이고.

그런데 그녀가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 카드를 먼저 던져 봐야지.

“그나저나 맥스스쿨과 합병이라니. 깜짝 놀랐네요.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대답을 바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단지 오늘 만남이 마무리 될 즈음에는 알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너무 맨입으로 내부 정보 요구하시는 거 아녜요?”

“하하. 그런가요?”

“그건 근데 왜 알고 싶으신 거죠?”

그녀가 내 쪽으로 몸을 약간 숙였다.

“합병하고 맥스스쿨 간판 걸고, 지금 성공 대입 분위기가 어떤가요?”

좋을 리 없다고 확신했다.

맥스스쿨이라는 거대 교육 기업과 합병한다 할지라도 내부 구성원은 기존 멤버 그대로 간 성공 대입학원.

맥스스쿨은 온라인 중심이다. 수익 배분부터 운영비까지, 모든 부분이 삐걱대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같은 지역 강사들이었던 신성 학원 출신 수학과 강사들도 혀를 내두르던 텃세. 지금은 자신들보다 더 학력 좋고 인정도 받는 맥스 강사들과의 관계는?

“…….”

“별로인가 보군요?”

“왜 그렇게 관심을 보이시죠? 이제는 신성 학원과 대립하는 상황도 아닌데?”

갑질 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합병을 물려 달라고는 못하겠지만, 제의를 하나 할까 합니다. 우리가 손을 잡는 것은 어떨까요?”

“손을 잡다니요?”

“상생입니다. 같이 살자고요. 저희도 온라인 교육에 진출할 겁니다.”

“신성 학원이 온라인 교육에요? 무슨 돈으로…….”

돈은 충분했다. 물론 여유분 잔뜩 예상하고 있었는데 세금으로 다 날렸지만, 일단 계획을 실행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스튜디오 만들고 장비 들여놓을 돈은 있어요. 맥스스쿨 강사진에 필적할 만한 강사진만 확보되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신성보다는 성공 학원의 강사진이 화려하잖아요?”

“하지만……. 이미도 원장님도 동의하시던가요?”

이것이 내가 살짝 우려하는 부분이기는 했지만, 그녀도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기존 신성 학원 내 강의들은 그대로 이어 나갈 테니. 정 싫다 하면 지분 참여라도 남겨 줄 수도 있다.

“아니요. 말씀드린 적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제가 모은 돈으로 시작하려고요. 신성 학원과 성공 학원 기존 강의들은 그대로 진행하되, 주말을 이용해서 촬영하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셔요.”

“돈을 도대체 어느 정도나 벌고 싶으신 거죠?”

속물을 보는 눈빛인가? 처음과는 달라 보이긴 했다.

돈과 관련해서는, 맞다. 어느 정도는 속물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솔직히 나는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죽을 뻔한 상황을 또 겪어보니 겁이 없어진 걸까?

“맥스스쿨을 잡아 보고 싶습니다. 성공 학원과 김윤지 원장님께는 제가 이기면 이익을, 맥스스쿨이 이겨도 손해는 없는 제안이 될 것 같네요. 이번에는 같은 편으로 한 번 해 보지 않으시겠나요, 원장님?”

이 계획에는 분명 이미도 원장도 함께해 줄 것이다.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인가요?”

“계획은 다 있습니다.”

제2강 새로운 도전

“야, 너 진짜 정신 나갔냐?”

이젠 말까지 막 하는 주현필.

하긴 저런 반응이 나올 법도 했다. 만약 학교였다면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

바로 찍히고 재계약은 끝날 만한 일이었다. 다행히 용서를 받는다 하더라도 불안하게 1월을 기다려야 할 것이고.

정교사라면? 정교사였다면야 신분의 문제는 생기지 않았겠지만 아마 승진은 머나먼 곳으로. 나는 내가 근무하는 학교 교장 선생님께 보고도 안 하고 옆 학교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기획안을 제출한 것이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했다. 어차피 신성 학원이 이 지역 내에서 가장 큰 학원으로 만족할 것이라면 내가 떠나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런 일을 너 혼자 계획하고 다른 학원 원장한테 제의까지 맘대로 하고. 이제 아주 원장 다 되셨구먼?”

“우리 학원 성장에도 도움이 되잖아요. 큰판에서 뛰어 보는 거라고요.”

“온라인 교육 시장? 그게 얼마나 큰판인데? 아직 맥스스쿨도 투자한 금액 못 뽑고 있는 분위기 몰라?”

사실이기는 했다. 지금은 아직 맥스스쿨이 기업 공개를 하기 이전이니깐 분명 우려의 목소리도 컸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사실대로만 일이 진행된다면, 맥스스쿨이 온라인 교육 시장을 개척하고 대성을 거두며 다른 대형 학원들에서도 따라 진입한다.

그때 신성 학원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

“인터넷으로 강의 동영상 올린 것 홍보 효과 제대로 나왔잖아요.”

“그건 홍보용이지. 거기다 강의를 올려서 돈을 받고 판다는 개념 자체가 아직은 정착이 되질 않은 상태라고.”

한참을 주현필과 떠들고 있으니 다른 선생님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강의실 문 앞을 서성거리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매번 그렇듯 이미도 원장이 나설 차례.

“조용히 이야기를 해 보죠. 유현덕 선생님. 저한테까지 말하지 않고 곧바로 김윤지 원장에게 가서 이런 제안을 꺼낸 이유가 뭐죠?”

먼저 김윤지 원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라.

“먼저 말씀드리지 못한 점 우선 죄송합니다. 당연히 원장님께 허락을 받고 일을 진행시켜야 했는데, 제 짧은 생각으로는 온라인 교육 시장의 경우 우리 학원보다는 성공 대입학원 강사진이 간판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사실이었다. 웹사이트에 강사 소개로 학력을 세세히 기재해야 할 텐데 우리는 그렇게 당당히 내세울 만 한 강사가 별로 없었다. 가르치는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대학생일 뿐.

직접 강사로 뛰는 방안도 있지만 내가 전국구 강사로 뛸 수는 없었다. 온라인 교육 시장은 그런 곳이다.

“그러면 우리를 배재하고 진행하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오해할 만하잖아. 성공 대입학원은 이제 맥스스쿨이랑 마찬가지인데,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랑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진정하세요, 주현필 선생님. 유 선생 생각 좀 들어 보죠.”

한겨울인데도 등에서 땀이 또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제대로 이해를 시켜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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