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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23화 (23/200)

[23] 23화.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나, 내 기억으로는 1년 안으로 그 땅값은 분명 오를 것이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조규만 회장이 우리 학원의 강사들을 빼 간다 하더라도 약속한 금액을 지불하려면 출혈이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그 한 방에 우리를 쓰러뜨릴 테니.

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조규만도 현금이 부족해 질 것이다. 강사를 갑자기 여러 명 추가시킨다고 원생들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일은 드물다.

치킨 게임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더 오래 버티면 결국 조규만 회장이 무릎 꿇을 수밖에 없을 터.

“한 명만 데려가지는 않을 텐데? 유환을 데려간다는 걸 보면 적어도 수학과 선생들 전부? 신성 학원 수학과 몇 명이지?”

“지금 총 네 명이요.”

“그 넷 모두 데려가지 않을까? 나라면 그리할 것 같은데. 그러면 신성 학원은 순식간에 종합 학원 규모에서 단과 전문 학원으로 내려오는 셈이야. 원생들도 수학 선생 없으면 영어도 같이 빠져나갈 것이고.”

“버티는 겁니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버텨?”

“학원협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작은 학원들 있잖아요. 교습소도 있고요. 이참에 한 번 그쪽으로 강사 쇼핑해 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이것저것 보장도 충분히 해 주고요.”

이 말에 이미도 원장이 놀란 눈으로 나를 봤다. 성공 학원의 계획을 듣고도 놀라지 않던 그녀였다.

“강사 쇼핑이요?”

“네, 표현이 좀 그렇긴 합니다만. 우리가 페이를 올려서 선생님들 나가시는 것을 막는 데는 오히려 한계가 따를 것 같습니다. 결국 현금 싸움이 되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조규만 회장도 좋아하겠죠. 분명 이기는 싸움이니 시작했을 것이고. 제 이야기는 그러니깐, 조규만 회장 뜻대로 되도록 놔두자는 것입니다.”

“아직 해결책이 안 나왔어. 그렇게 되면 망한다니깐?”

“이쪽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겁니다. 이번 기회에 차라리 일대 중소규모 학원에 신성 학원 간판을 내걸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괜찮은 강사들 데리고 있는 곳들로만 선정해서요.”

그리고 이번에는 오광필 할아버지가 뭔가에 한 방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어이없는 안이라는 투로 대답했다.

“그자들이 뭘 보고 신성 학원 간판을 달아? 이미 조규만이랑 싸우고 있다는 소문 다 났을 텐데.”

“소문이 났으면 더 좋죠. 연합에 가입되지 않았다면 이제까지 이런저런 피해를 많이 봤을 것 아닙니까? 악을 물리친다는 공동의 목적으로 뭉치자는 슬로건 정도면 움직일 것 같은데요?”

악을 물리친다. 내가 생각해도 유치한 표현이었다.

“악을 물리친다니. 허허. 애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그러고 나서 신성 학원은 그 상태로 버티고, 싸움은 미래 학원을 중심으로 해 보는 거죠. 강사들 늘린 상황에서 원생 숫자 줄면, 그것이야말로 엄청 큰 타격이 되지 않을까요?”

“그게 우리가 원래 노리던 일이었으니깐?”

잠자코 한동안 듣기만 하던 이미도 원장이 입을 열었다.

맞다. 내가 생각한 방안은 묘책까지도 아니었다. 우리는 조규만의 공격에 우리가 준비하던 모든 것을 까맣게 잊어 버렸던 것이었다.

성공 대입학원의 원생을 잠식해서 학원연합 회장 자리에 오광필 할아버지를 다시 올리는 것이 애초 우리의 계획.

절대적인 현금 양은 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쓰는 현금 양은 그대로 두고, 조규만 회장이 써야 하는 현금 양은 늘도록 만들면 얼추 엇비슷하게 싸움을 해 볼 수 있다.

“허허. 이거 이거,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겁을 먹었던 것은 우리구먼? 유현덕, 이 어린 녀석도 붙어 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말이야.”

“신성 학원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회장님. 유현덕 선생도 같이요.”

“그러시게나. 재미있겠네, 이거. 복덩이는 복덩이구먼, 역시. 그나저나 계속 버티기만 하고 마지막 한 방이 없으면 안 되는데?”

“그건 걱정 마세요. 1년만 버티면 됩니다. 그리고 이미도 원장님?”

“네, 말씀하세요.”

“전에 말씀드렸던 학원 투자 건. 그 1년 버틴 후에 다시 제안 드리겠습니다.”

이건 엄청난 도박이었다. 없는 돈으로 투자 이야기를 꺼내다니.

하지만 내가 조금 다른 삶을 살았다고 해서 전생에 겪은 대선에 영향을 줄 만한 인물은 아니니, 만약 전생대로만 된다면 이길 수 있는 도박이었다.

“우리 바람대로 신성 학원이 그때까지 생존할 수 있다면요.”

마치 치열한 전투를 앞둔 군인의 표정이었다.

“성공 대입학원은 제가 인수하죠. 하하.”

나도 긴장이 잔뜩 되었기에 말이라도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술 마셨어요? 술 냄새가 어떻게 이렇게?”

“아, 죄송합니다. 어제 좀……. 지금 먹고 온 건 아닌데요.”

이런 젠장할…….

이미도 원장이 얼굴을 찌푸렸다.

제9강 개싸움, 그리고 결말

“언제까지 우리 학원에서 현덕 씨를 기다려야 하는 거죠?”

김윤지가 뽀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미 그들의 첫 만남 이후 지난 시간은 3개월.

그간 유환 선생님과 신성 학원 수학과 강사 셋은 모두 성공 대입학원으로 이직했다.

명목상 그들이 밝힌 이직 사유는 단과반 비율제를 올려 달라는 것이었으나, 애초 6 대 4의 비율을 5 대 5로 올리는 것에 이미도 원장이 합의했음에도 그들은 다음 날 자리를 정리했다.

비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총 액수가 달라진 것이었다.

아마도 나나 유환 선생님만큼은 아니더라도 현재 받는 월급의 1.5배 정도는 약속받지 않았을까.

“대충 정리만 되면 가겠습니다. 거의 다 된 것 같아요. 한 달? 한 달 이내에 최종 답변 드리겠습니다.”

현재 신성 학원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완전 박살 난 수학과에 강사를 급히 채용하느라 인근 학원들을 뒤졌고, 다행히도 그간 적당히 잘 지내 온 두 개 학원에서 이미도 원장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수학과 강사만 일단 신성 학원 편입.

대우는 현재 메인인 주현필과 유현덕 급. 기존 수강생 중 강사 교체를 수용하는 전원 강의 보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후 있을 학원연합과의 대치 상황에서 상호 협력 관계 유지.

엄청 큰 제안이었고, 중소규모 학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학과 강사들이 대거 이직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원생 수는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그나마 주현필의 고3반과 내 내신반이 선방을 하며 상태 유지를 한 정도.

아직 내 땅값이 폭등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미녀 적장(미녀보고 적장이라니)이 나를 찾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성공 학원도 자금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중이란 의미.

“어차피 지금 상황 보면 알 것 아니에요? 신성은 끝물이에요. 살아남기 힘들어요.”

‘과연 신성이 끝물일지, 성공이 끝물일지는 두고 봐야 알 걸요?’

“알아요. 그래도 저를 믿고 키워 주신 분인데……. 결착이 정말 날 것 같으면 한 달 이내라도 바로 옮길게요. 그나저나 조건은 아직 동일한 거죠?”

“그럼요. 그래도 한 달, 그 이후에는 내려갈 겁니다. 우리도 많이 기다렸어요. 미래 학원에 유현덕 선생님이 강의를 나가시니깐 원생들이 그쪽으로 빠져나가서.”

내 계획대로다.

오광필 할아버지와 이미도 원장이 손을 잡은 이상, 한쪽은 방어를 하고 한쪽은 공격을 하는 것.

그래서 성공 학원 조규만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저쪽에서는 방어에 급급한 신성 학원을 보며 우리가 말라죽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 우리가 저쪽을 말려 죽이고 있었다.

“아이고, 제가 무슨 그런 능력이 된다고……. 아무튼 한 달입니다. 갈게요, 꼭.”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규만에게는 전혀 그럴 것이 없었지만 그녀에게는 조금은…….

하지만 어쩌랴. 내 선택지는 저들이 제거해 버렸다.

“알겠어요. 아무튼 확실히 약속했어요, 이번에는!”

“네!”

* * *

내가 성공 대입학원의 강사 빼 가기 계획을 이미도 원장과 오광필 할아버지에게 알린 날, 나와 이미도 원장, 그리고 주현필은 신성 학원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유환이, 이 새끼가…….”

“흥분하지 말고 생각을 해요, 주현필 선생님. 돈 걸린 문젠데 당연히 옮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역시 주현필. 어떤 때는 냉정하면서 또 이렇게 단순 무식하게 반응할 때도 있는 이중적인 사람.

아군이라 다행이지 적으로 만났으면 의외로 상대하기 어려웠으리라.

머리를 쓰는 사람에게는 머리를 쓰는 사람으로 대응해야 한다고들 착각하지만, 그럴 경우 머리가 딸리면 순식간에 상황은 종료된다. 머리에는 차라리 힘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생각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전쟁 중에 깃발을 바꿔 달겠다는데요. 설득을 하던 협박을 하던 남겨 놔야죠. 원장님이 그 인간 챙겨 준 것이 얼마인데.”

“챙겨 주긴 뭘 챙겨 줘요. 본인이 알아서 번 거지.”

그나저나 이렇게 티격태격 할 때는 둘의 관계가 참으로 궁금해진다.

서로 굉장히 가까운 사이인 것은 분명한데, 그게 또 남녀 사이는 아닌 것 같은.

학원 개원부터 함께해 왔고, 이미도 원장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그녀의 무한한 신뢰를 받는 이 주현필이 여자에 관심은 없는 건가?

아니면 설마…….

“유환 불러오죠? 직접 이야기를…….”

“아직요. 직접 불러서 어쩌시게요? 반응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을 해 보고……. 응? 참, 유현덕 선생님? 이번 건은 별 의견 없어요?”

“네? 으앗! 아이고.”

아, 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불러서 들고 있던 커피를 쏟아 버렸다.

다행인 것은 앉아 있던 차라 잘못하면 위험한 곳에 쏟아질 뻔했는데 반사적으로 커피 잔을 밀어내서 건너편으로 액체가 날아간 것.

그리고 다행이지 못한 것은 건너편에 주현필이 앉아 있었다는 점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급히 곽 티슈를 뽑아 주현필에게 쏟아진 커피를 닦으려는데 또 위치가 하필이면 닦아주기 애매한 위치였다.

나는 손을 대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고 주현필은 주현필대로 얼굴이 벌개져서 나를 노려보는 모습.

그걸 보고는 잔뜩 심각하던 이미도 원장도 소리를 내 웃을 정도였다.

그리고…….

“원장님이나 주현필 선생님은 유환 선생님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으신가요?

나는 꼭 왜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이 상황 겪어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해? 못 믿을 사람이지.”

“그래도 함께 오래 해 온 분이셔요.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나쁜 사람은 아니고.”

“근데 그건 왜?”

지금은 급한 성격의 주현필이다.

“어차피 유환 선생님이 가신다고 하면 막을 수는 없잖습니까. 그러면, 우리 쪽에서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을 해 놓고 보내는 건…….”

“그런 제안을 하기가 어렵다는데 무슨 소리야.”

“아니, 안 보낼 제안이 아니라 가도 할 수 있는 일을 부탁드리는 거죠.”

어떻게 주현필에게 쏟은 커피를 보고 이런 생각이 떠오른 것인지 도무지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내 옷에 안 흘리려고 그쪽으로 무의식적으로 던져 버린 커피.

“가서 학원 망치고 오도록?”

“아니요. 그건 유환 선생님의 강사로서의 미래에 좋지 않으니 받아들이지 않으실 겁니다. 그게 아니라 지금 우리 신성 학원의 현 상황을 알려 주고, 성공 대입학원으로 가서 우리에게 정보만 건네주는 조건이죠.”

“정보? 무슨 정보요? 자세히 말씀해 보셔요.”

지금 우리가 하려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금이었다.

뭐, 필요하다면 대출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자금력 싸움이 된다면 대출은 단지 패배의 시점을 늦추는 것일 뿐 대세에 큰 영향은 못 미칠 터.

성공 학원의 분위기와 원생 수의 변화를 내부에서 지켜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분위기만 전해 달라고 하죠. 그 정도면 유환 선생님도 수긍하실 겁니다. 성공 대입학원이 아무리 지금 거대하고 조규만 회장이 강하더라도, 유환 선생님은 우리가 크는 것을 바로 옆에서 보아 왔잖아요.”

“이중 스파이를 제안해 보라는 건가요?”

“그런 거라면 내가 하는 게 낫잖아?”

주현필이 끼어들었다.

하긴 이 사람이 충성도 면에서는 확실하니깐.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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