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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16화 (16/200)

[16] 16화.

-아, 유…….

“유현덕입니다.”

-그러시군요. 저, 선생님, 실례라는 건 알지만 혹시 어디 대학 나오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이런,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이미도 원장은 본인이 자리에 있을 때는 항상 본인이 이런 전화를 도맡아서 받아왔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이 사회에서 학력이란 것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성공 가도를 달렸던 것은 현재 나이에 갖추기 어려운 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한 번 살아 본 시기이기에 대략 어떤 방향으로 교육 트렌드가 나아갈지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학력을 요구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 부분은 제가 공개를 하지 않기로 원장님과 협의한 사안이라서요. 저, 시간 혹시 되시면 원장님 오시면 연락드리라고 말씀드려 놓겠습니다. 연락처 좀 알려 주시겠어요?”

이렇게 대답하라고 이미도 원장이 미리 알려 준 내용이었다.

이런 상황을 1년 간 한 번도 겪지 않았다는 것조차 신기한 일이지만, 결국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학부모라 하더라도 확인하고 싶은 부분일 테니.

-그렇습니까? 아닙니다. 제가 나중에 다시 연락을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음,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그런 느낌이 든 이유가 다음 날 드러났다.

“원장님, 이것 좀 보세요.”

“이게 뭡니까?”

유환 선생님이 출근하며 가져온 종이 쪼가리.

거기에는 우리 학원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이미도 원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어디에서 발견하신 겁니까?”

“학원 바로 앞에 수백 장 떨어져 있었어요. 애들이 보고 주워 준 거 에요.”

[신성 학원 유현덕 강사, 사실 대학생. 학력을 숨기고 아이를 가르치다.]

이런 식으로 쓰여 있었다.

젠장, 어떤 새끼가 이런…….

* * *

“이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원장님?”

이미도 원장은 아무 대답 없이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원래 약간 진지한 타입이지만 지금처럼 심각한 표정은 처음이었다.

나 또한 뭔가 죄를 지은 것 같아 미안하고 죄송했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그런데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하긴, 별다른 방법이 없잖아. 숨긴 것은 아니지만 대학생인 건 사실이니.”

수능이 끝나고 며칠 간 어울리지 않게 밝은 분위기였던 주현필도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왔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닌데!

“터질 일이 터진 겁니다, 원장님. 일단은 전화 오는 학부모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일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제가 그만두겠…….”

“그만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냐, 이건.”

주현필이 내 말을 끊고 말했다.

내 입장에서는 그게 최선이 아닐까 생각했다.

학교에서 만약 문제가 생기면 그 부분을 배제하면 될 뿐이었으니깐.

그래도 학교는 망하지 않는다. 피곤해지기는 할지라도.

하지만 여기는 학원이었다. 내가 그만두는 것으로 해결이 되질 않는다.

이런 사건이 좋은 방향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한창 잘나가던 학원들도 순식간에 망하기 십상이다.

이미 몇몇 학부모들이 어떻게 바로 안 건지 전화로 문의를 하고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강사들 모두 사안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잘못하면 흔들려요, 학원 전체가.”

“이미 한참 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지.”

누군가는 이렇게까지 말했다.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그랬다는 말인가?

이 학원이 급격히 이 정도로 큰 것이 누구 덕인데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내가 고개를 들고 있지 않아서 정확히 누구구나 할 수는 없었지만 수학과 유환 선생님일 것이다.

평소에는 잘 대해 주던 사람인데 이럴 때는…….

계산이 빠른 탓이니 어쩌랴.

“누굴 탓할 일이 아닙니다. 일단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정해 놨어요. 지금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느냐입니다.”

맞다. 어떤 새끼가 이런 짓을 했는지.

학원 판은 정글이다.

다른 학원? 주변에 우릴 견제할 만한 학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 학원의 누군가일까?

내가 워낙 빠르게 성공하고 있었기에 내부의 누군가라도 나를 질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 일의 여파가 너무 컸다.

모든 사업에는 흐름이란 것이 있다. 잘될 때 그 흐름을 제대로 끌고 가지 못한다면 내려오는 것도 한순간이다.

우리는 이미 너울을 타고 넘어 이제 내려가는 시점이 된 것일까?

“대처는 정해 놓으셨다고요?”

“네, 주현필 선생님. 유현덕 선생님이 우리 학원에 오고 나서 학원은 급성장을 했습니다. 뭐, 단과 수강생이 많아 다른 선생님들보다 많은 돈을 받기는 하셨지만, 그랬기에 원내 다른 선생님들의 수강생들도 늘어나는 효과를 보셨으니 아시겠지요.”

“그러면…….”

“유현덕 선생님을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만약 내보낸다면 우리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아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가 거짓말을 했다는 의미가 되고요. 그러면 진짜 망합니다, 우리 전부.”

그녀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이상하게 흐르던 분위기가 그녀의 말 한마디에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아마 왕이란 것이 존재했을 시기의 목소리가 이렇지 않았을까? 아, 남자는 아니니 여왕?

그녀가 말을 이어나가는 동안 모두 잠자코 그녀의 계획을 듣고만 있었다. 달리 끼어들 틈도 없어서가 아니라 감탄한 것 같이…….

“그래서……. 유현덕 선생님?”

“네?”

“이런 일로 나간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이 정도 문제라면 내부에서 해결할 일입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없어요. 내가 채용한 거니깐. 이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유현덕 선생님의 수업 능력과 문제 출제 능력을 가능한 한 수치화시켜 주세요. 이 부분은 유환 선생님께서 도와주시고요. 주현필 선생님은 유현덕 선생님이 준비하시던 입시 설명회 자료 넘겨받으셔서 도맡아 주세요.”

이 사람, 대단하다.

이로써 그녀는 이 문제에 대해 정면 승부를 택한 것이다.

“유현덕 선생님?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특별한 방안이라도?”

이미도 원장의 표정이 많이 편해졌다. 아마도 해결책을 찾아낸 후라 그런 것이리라.

나도 나름대로 회의가 시작된 후 방안을 생각해 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동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모할 수도 있기에 가만히 있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내 생각을 묻고 있다.

나는 내가 가진 기억을 떠올렸다.

유사한 사례를 살펴보자면, 사교육 시장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잘 가르치는 것과 본인이 공부를 잘하는 것에는 큰 괴리가 있는데, 사실 이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잘 나가던 강사의 학력 위조가 드러나 그만두는 경우도 있고, 반면에 별 대응도 하지 않았는데 소문이 그대로 묻히는 경우도 있다.

묻히는 경우는 해당 강사가 가르치는 부분에서 이미 능력을 완전히 인정받은 상황이다.

내가 이 학원에서 최근 6개월간 1억, 작년 말부터 따지자면 1억 5천 정도를 번 것은 학력 때문이 아니었다.

주변 고등학교의 중간고사 시험문제 적중률, 그리고 긴 학교 기간제 교사 경력으로 다져진 수업 능력 때문이었다.

내 수업의 수강생들은 이제껏 나의 학력을 보고 들어오지 않았다. 적중률과 수업 능력, 이 두 가지로 나를 찾아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신성 학원은 홍보지에 나에 대한 정보를 이름과 과목 외에는 넣은 적이 없었다.

“지금보다 학원 홍보를 배로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소개란에 대학교 이름과 학과, 학년까지 써 주셔서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이미도 원장이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 이야기했다.

“네, 어차피 소문이 퍼진 것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누가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도 않고요. 그 소문을 인정하는 선에서 아무것도 밝히지 않는다면 오히려 의혹만 증가시킬 겁니다. 저는 오늘 강의부터 수강생들에게 제 학력 부분 다 까고 남아 있을 사람만 남아 있으라고 말하겠습니다.”

“까딱하다가 다 나간다고 하면 어쩌시려고요?”

이번에는 유환 선생님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수강생 조금 빠지는 것을 두려워해 이번 기회에 밝히지 않는다면 이번 위기에서 살아남더라도 결국 두고두고 발목을 붙잡힐 수 있었다.

“나가면 나가라죠. 하지만 많이 나가지 않을 겁니다.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제 강의 시작한 이후로 정기 고사가 네 번 있었으니까요.”

정기 고사란 학기마다 두 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말한다.

“홍보 원하는 대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차라리 이번 기회에 우리 학원 메인 급으로 올려서 홍보지 만들죠. 강사의 능력과는 관계없는 학력으로 홍보하고 성공하는 학원들 기 좀 죽여 놓자고요. 주현필 선생님, 유환 선생님, 괜찮으시겠죠?”

주현필과 유환 선생님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유현덕 선생님.”

“네, 원장님.”

“일단 입시 설명회 자료는 주현필 선생님께 넘겨주세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 부분에 대한 보답은 반드시 해 드리겠습니다. 또 한 가지.”

“네, 말씀하세요.”

“강의 동영상 아직도 제작하고 계시나요?”

참! 강의 동영상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내 자산이었다. 이럴 때 대응 가능한 내 자산.

“이번 사태에 대해 의견 이야기하는 영상 하나 찍어서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네, 바로 알아들으시네요. 그렇게 해 주세요. 주현필 선생님만 남아 계시고 다들 강의실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수강생들이 혹시 물어보면 동요하지 않도록 침착하게 대응하시고요.”

* * *

이미도 원장의 강의실에 주현필과 이미도 둘만 남았다.

다른 강사들이 전부 나간 후, 주현필이 이미도의 책상 바로 건너편에 앉았다.

“무슨 일로 남으라 하셨습니까, 원장님?”

“주현필 선생님은 누가 저 지라시들을 우리 학원 앞에 버려 놓은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애초에 저런 내용을 누가 버린 것이기는 하겠습니까. 짐작은 가지만, 이런 공격을 받는 것은 조금 더 성장하고 나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제쯤?”

“내년 초반이 아닐까요? 이번 입시 설명회 끝나고 재수 종합반 시작하면 우리도 급격한 확장으로 금전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도 원장도 그때가 가장 취약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아직 블루 오션 지대에 위치한 신성 학원이지만 재수 종합반이 개설되면 곧바로 시 전역에서 학생들이 오게 될 것이다.

그 시기에 맞추어 학원 홍보지도 시 전역에 뿌려질 것이고.

위협을 느끼게 되는 기존 시내 중심부의 대형 재수 종합 학원들이 그때는 그들 간의 싸움에 신성 학원을 공공의 적으로 상정하고 나서지 않을까?

이 상황은 주현필이 학원 확장과 재수 종합반 개설에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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