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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10화 (10/200)

[10] 10화.

“여기 한 층 임대료가 얼마인 줄 알고 하는 소리야?”

“대략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제가 건물주를 만나 볼 수는 없으니까요.”

“응. 치밀한 성격이니 만나 볼 수 있으면 이미 만나 봤겠지. 연 5천은 들어. 우리 학원만 한 크기로 생각한다면…….”

예상 수치 이내이다.

오래된 건물이라 엄청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 수중에 그만한 돈이 당장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랑 나누어서 임대료 일정 부분 부담한다고 치면, 절반이라고 하면 2천 5백. 이걸 투자해서 유현덕 선생이 받고 싶은 것은 수강생뿐이야?”

“당연히 아니죠.”

“그러면?”

“지금 제가 받고 있는 수강생당 강사료 비율을 올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5 대 5였으니 제가 투자를 한 후로는 7 대 3으로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내가 얻는 이익은 그다지 없는데? 절반이나 투자를 해 놓고도 그 정도라면 메리트가 없잖아.”

“그리고 새로 확장한 공간의 절반은 제 전용 강의실로 자리를 60개로 맞춰 주시면 좋겠습니다.”

60개 세트.

한 수업당 60명의 수강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내가 노리는 것은 단순히 강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신성 학원에 수업을 듣기 위해 찾아오는 학생들은 이 근방 네 개 학교 학생들이다.

나는 각 학교마다 두 개의 반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하면 수업도 각 학교 선생님들의 출제 스타일에 맞추어 진행할 수 있다.

“나한테 돌아오는 이익은?”

“학원 이름만 빌려 주시고 그 층의 나머지 절반 강의실을 활용해 주시면 됩니다. 국어과를 새로 만드는 것이 어떨까 생각은 하지만 그 부분은 원장님께서 판단하시고 결정하실 부분이고요.”

“이름만 빌려 달라니?”

“임대료는 전액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임대료 전액, 연 5천이다.

이것도 값이 조금 싼 건물이라 가능한 것.

하지만 내가 이 학원을 선택한 이유도 이곳이 시내 중심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굳이 레드 오션을 찾아 경쟁할 필요는 없었다.

현재 6개월간 내가 번 돈이 대략 3천.

월별로 계속 올라갈 것이다.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홍보를 겸한다면 세 개 학교 외에 다른 학교 학생이 찾아올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내 수업을 듣는 학생 115명. 오늘까지 추가된 숫자가 다섯이니, 최소 120명.

현재 나에게 배정된 모든 강의실을 다 돌리는 상황이다. 내일부터는 새로 내 수업을 듣겠다고 오더라도 받을 수가 없다.

“호오. 꽤나 적극적이구만?”

돌변한 그녀의 태도.

이미도가 웃었다.

아직 확실히 긍정의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단 긴장이 조금 풀렸다.

이렇게까지 저돌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학교 선생님보다 훨씬 넉넉한 삶을 살 수는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죽은 뒤 다시 살아나면서 고작 그 정도에 만족하긴 싫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싶지는 않았지만,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가져 보고 싶었다.

“네. 빨리 돈을 더 벌어야죠.”

“좋아. 대신 약간 조정을 하지. 비율은 지금 그대로 가져가 줘.”

“네?”

지금 5 대 5 비율이라면 내가 대출까지 받으며 5천을 투자한 의미가 너무 사라진다.

“왜? 그 정도 투자하기는 조금 간당간당하지?”

“아, 네. 대출까지 받으면서 넣으려는 건데…….”

“됐어. 투자는 내가 해. 강의실 부족해서 애들 못 받는 상황은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그녀에게 그 정도 자금이 있다?

사실 내가 벌어들인 돈 만큼 학원의 수입도 늘어난다.

나만 근무하는 것이 아니기에 최근 몇 달간 꽤나 많이 벌긴 했을 터.

그 돈으로 확장을 하겠다는 것인가?

하긴 몇 년 뒤의 신성 학원은 지금보다 대여섯 배 큰 학원이었다.

“빠르면 4달 정도 걸려. 리모델링은 해야 하니깐. 그때까지 기다려 줄 수는 있지? 동시 수강생 100명짜리 강의실도 하나 만들 거야.”

그녀는 이미 확장 준비를 끝낸 상황이었다.

어쩌면 계약까지 해 둔 것일지도 몰랐다.

늘어난 수강생을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급격히 수강생이 는 것은 최근 몇 달.

미래의 그 거대한 신성 학원이 되기까지 이런 식으로 학원을 키웠던 것이었을까?

“그나저나 신박하네? 내가 생각했던 걸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이미 생각하고 계셨어요?”

“당연하지. 내 학원이야. 유현덕 선생은 돈을 더 벌고 싶은 거지만 나는 내 모든 것을 다 바친 곳이라고.”

하긴 나는 내 모든 것을 다 바칠 생각은 없었다.

웬만큼 성공하면 떠날 것이다.

다른 학원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을 시작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다.

가능성은 어디에든 있으니깐.

“좋습니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야…….”

“한 가지 더.”

역시.

“이제까지 올려놓은 강의들, 전부 우리 학원 홍보로 바로 돌려줘. 신성 대입학원, 그리고 신성 학원 재수 종합반 이름으로.”

재수 종합반?

이것만큼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규모의 확장이었다.

재수 종합반은 국, 영, 수, 사탐, 과탐 총 다섯 영역에, 사탐, 과탐은 적어도 강사가 세 명씩은 필요하다.

그만한 돈이 그녀에게 있던 것인가?

“그리고 재수 종합반 영어과 대표 강사는 유현덕 선생이 맡아 주는 것으로.”

“저, 저기, 주현필 선생님은 알고 계시는…….”

“아니. 그건 유현덕 선생이 이야기해 봐.”

이런 젠장.

제5강 원장의 정체

신성 학원 건물 1층 막창집.

회사원들이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 하루의 노고를 풀며 두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앉아 있는 한 자리.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그곳에 꽉 찬 소란스러움은 어려운 말을 편하게 꺼내도록 해 준다.

내 앞에는 주현필이 앉아 있다.

“그러니깐, 나라면 그 나이에 학원에서 힘들게 아등바등하면서 버티는 것보다 차라리 대학 공부를 빡세게 해서 공교육으로 들어가겠다고. 왜 벌써 돈을 그리 벌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알아요, 형님. 그래도 지금 당장 벌고 싶은걸 뭐 어쩌겠어요.”

잘 안다.

삶과 역사는 원래 반복되는 것이랬나?

내가 대학 졸업하고 임용시험 떨어지면서 곧바로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근무 시작했을 때, 같이 들어갔던 형님, 나보다 여덟 살 더 많은 형님도 똑같은 소리를 했다.

그는 정확히 ‘내가 너라면 기간제 생활하면서 남 비위맞추고 구질구질하게 사는 것보다 차라리 그 나이에 공부해서 정교사로 들어오겠다!’라고 했었다.

그래서 내가 시험 준비를 시작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다시 그 삶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현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고.

“어휴. 말을 해서 뭐 하냐. 학교는 안 빼먹고 잘 다니는 거고?”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내가 학원에 들어오고 지난 반년 동안 주현필과 몇 번 술자리를 따로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편한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나를 경계했고, 지금도 분명 그랬다.

첫 술자리에서는 심지어 다음 날 강의가 있는데도 나한테 술을 계속 주는 바람에 요리조리 피하느라 죽을 뻔도 했다.

다행히 살아남는 방법도 나름 과거에 터득한 상태.

“잘 다녀요. 걱정하지 마세요. 형님, 그나저나 형님 반 점수 꽤나 올랐던데요? 가끔 상담실 업무 할 때면 형님 반 보내겠다고 찾아오는 학부모들 많아요.”

“하나하나 다 봐주니깐 그런 거지. 너랑은 다른 방식이야. 너야말로 학생 숫자 늘어 가는 것 봐라. 대단하다고 생각은 한다. 내가 그렇게 내색은 안 하더라도.”

“에이, 그냥 운이 조금 좋았을 뿐입니다. 게다가 젊잖아요. 그게 이유죠.”

“아니, 젊은 건 장점이 아냐. 네가 애들 점수 올리면서 새로 들어오겠다는 학생들 쏟아져 들어오는 속도 보면 놀라워. 무슨 방법을 쓰기에 그렇게 힘도 안 들이면서, 자료는 또 잔뜩 만들고, 수업까지 준비하냐?”

힘이 안 드는 것은 아니었다.

엄청 힘든 삶이었다.

학교에서 근무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아마 지옥 같은 삶을 보내고 있는 것일 테다.

내 하루는 오전 8시에 시작된다.

대학에서도 공부를 많이 하는 학생들에 비하면 뭐 이르다고도 보기 어려운 시간.

그리고 대충 4시까지 모든 수업을 몰아 놓았기에 학원에 도착하는 것은 5시 정도.

학원에서의 첫 수업은 매일 7시에 시작된다.

그리고 1시간 20분씩 세 타임, 11시 20분에 마지막 수업을 마친 뒤 정리를 하고 12시쯤 학원 문을 나선다.

출퇴근 스케줄은 학원의 모든 강사가 엇비슷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출근 시간은 다르지만 퇴근 시간은 같다.

원래는 보통 2~3시 사이에 자율적으로 출근.

나는 대학생이기에 출근 시간이 다른 선생님들보다 많이 늦은 것이다.

어쨌든 오전부터 낮까지 대학생으로 살아가고, 저녁 시간이 되기 조금 전부터 밤까지는 학원 강사가 된다.

나이에 비해 아주 성공하고 있는 강사.

그래 봐야 아직 반년이다.

“힘들어요. 학원 끝나고 수업 준비하고 잠자리에 들면 3시고요.”

“집이 어딘데? 학교 기숙사나 근처에 살지 않아? 그러면 준비할 시간이 대충 2시간 남짓인데 그걸로 다 준비한다고?”

지금 주현필은 모든 준비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강의 준비는 특별히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그의 강의 경력만큼 내 수업 경력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의 삶에서 내가 가졌던 경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삶에서 그런 경험은 없다. 완전 초짜.

그에게는 내가 완전 초짜임에도 10년 가까이 경력이 쌓여 있는 자신과 비슷하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죽었다가 살아나면 선생님도 훨씬 성공하실 겁니다.’

내가 술이 약간 들어가고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그가 알면 무슨 짓을 했을지 누가 알랴.

“그러니깐 운이 좋았다는 거죠. 운 좀 떨어지고 제가 제자리 찾으면 형님하고 경쟁도 안 될 겁니다. 하하.”

“말은 잘해요. 요즘 애들은 싹싹한 맛이 없는데, 너는 완전 능구렁이라니깐? 생긴 거랑 다르게.”

말하는 것 보소. 요즘 애들이 아니니깐 당연한 일 아닌가.

“그래서 더 찜찜하단 말이지.”

능구렁이는 내가 아니라 주현필이다.

어쨌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 했다.

“형님, 그나저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오늘 뵙자고 한 겁니다.”

슬슬 긴장감이 올라왔다.

먹은 술은 많지 않았다.

지금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것은 소주 두 병.

그마저도 하나 절반은 남아 있었다.

딱 적당한 취기였다.

주현필이 내 이야기를 듣고 정신이 나가 소동을 치는 것은 스스로 자제할 수 있을 정도.

“형님 강의도 그렇고 제 것도 그렇고, 지금 거의 만석인 상태잖아요?”

“그렇지.”

주현필이 테이블에 턱을 괴고 익어 가는 막창을 뒤집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말인데, 원장님께 확장 건의를 조금 드렸습니다.”

“확장? 학원 확장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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