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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7화 (7/200)

[7] 7화.

보습 학원은 보충의 개념이 강하기에 자리만 잘 잡는다면 어느 정도 수의 학생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단과 반의 경우에는 강의력에 따라 망하면 아예 반이 통째로 사라지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학원에 들어올 사회 초년생이 자신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공세적인 학원 경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알고는 있습니다. 그만큼 저는 이 학원에서 학원의 성장과 함께 성공하고 싶습니다. 제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학원이 갑자기 커지고 저보다 훨씬 유능한 강사 분이 새로 오시더라도 제 자리는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 부분 만큼은 다소 이들이 건방지게 여기더라도 양보할 수는 없었다.

동네 보습 학원에서 돈을 버는 것이라면 과거에도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지금 당장도 어딜 가든 할 수 있었다.

내가 신성 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살았던 과거, 나에게 있어서 과거이지만 앞으로 올 미래에, 신성 학원이 이 주변 일대를 장악하는 대형 입시 학원으로 성장하기 때문이었다.

나의 이런 개입이 어떤 변화를 야기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선점을 해 놓고 준비를 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원장과 주현필의 야망을 믿었다.

잘 아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분명 이 학원이 그렇게 커지려면 그만한 야망을 가지고 공세적인 운영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 나는 그 공세의 첫 출발로 나를 선택해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때 또다시 주현필이 산통을 깼다.

“말을 잘하는데, 문제는 우리가 아직 실제로 유현덕 씨의 능력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거죠. 아직 채용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데 비율제를 제시하다니,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닌가요?”

야망이 넘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도 견제가 우선인 자였나 보다.

하긴, 고정급은 강사 간의 인기 차이가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지만 비율제는 달랐다.

나를 선택해서 오는 학생이 늘면 늘수록 학원 내에서의 영향력도 그만큼 강해진다.

주현필은 아마 그 부분이 걸릴 것이다.

혹시라도 내가 자신보다 영향력이 세지는 상황.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노리는 것이다.

물론 잘하면 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매력도 있었지만 말이다.

“일단 그 부분은 다른 선생님들과도 협의를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유현덕 선생님. 지금 우리 학원에서 비율제로 계약한 강사는 아무도 없거든요. 시강은 잘 봤습니다. 혹시 비율제 외에 다른 할 말은 없으십니까?”

“네. 5 대 5 비율제만 해 주신다면 기본급은 없어도 괜찮습니다.”

5:5 비율제, 마지막 건방이었다.

신임 강사가 학원과 5:5로 나누는 경우는 드물었다.

도박이지만 7:3으로 한다면 학원이 커지는 속도를 내가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기본급도 빼고 비율로만 평가받겠다고 한 것이었다.

“5 대 5요? 허, 참. 너무 처음부터 세게 나오시는 것 같은데…….”

“주현필 선생님, 잠시만요. 유현덕 선생님, 한 번 그 부분도 협의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 * *

빈 강의실 안에는 신성 학원 소속 강사 네 명이 앉아 있었다.

물론 그 중 한 명은 원장 겸 강사인 이미도였다.

“갑자기 비율제라니. 이건 너무 건방 떠는 것 아닙니까?”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주현필이 책상을 탁탁 치며 말했다.

다른 두 명의 강사는 수학 과목이다. 이들은 별 말 없이 조용히 분위기만을 보고 있었다.

주현필의 흥분에도 이미도는 곧바로 반응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녀가 이 학원을 처음 차렸을 때부터 함께 해 온 사람이었다.

비록 비슷한 또래임에도 신비로운 남녀 간의 썸은 전혀 생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이후 들어온 다른 강사들보다 믿을 수 있었다.

신성 학원 이전에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포기하기까지 이미도 원장을 돕기 위해 지방까지 내려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비율제로 넘어가지 않겠어요? 그럴 거면 이번에 차라리…….”

“그건 조금 어려워요.”

조용히 분위기만 보던 수학과 유환 대표 강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다만 주현필이 그보다는 훨씬 선배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말을 전부 끝내지도 못한 채 얼버무리고, 곧이어 이미도가 그에 대한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전적으로 비율제가 우리 학원이 가야 할 방향임은 맞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기적으로 위험부담이 있어요. 그 점을 주현필 선생님께서 짚어 주신 거고요.”

일단은 주현필의 기분을 맞춰 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그가 비율제에 반대하는 주된 원인이 학원의 재정 여건 외에 다른 부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아마도 비율제 전환 이야기를 처음 꺼내는 것은 그녀와 처음부터 계속 같이 고생을 해 온 그였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닐까.

비율제로 전환하면 학원 규모에 따라 수입이 오를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

작은 학원의 경우 일정 기간 약간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반면 큰 학원은 유지만 제대로 한다면 강사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파이 조각이 훨씬 커진다.

말 그대로 자신이 끌어들인 돈 만큼 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전부 외부에서 학생들을 더 끌어모을 수 있는 강의력과 판촉력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다.

그게 없다면 고정급이 없는 강사도, 그리고 매달 관리와 유지, 판촉에 돈이 들어가는 학원도 망하기 십상이다.

아직 신성 학원의 규모나 인지도는 전격적으로 비율제 전환이 어려웠다.

“그러면 이 사람은 쓰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시는 건가요?”

주현필이 원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신도 유현덕이란 어린 학생이 잠재성이 엄청나다는 것은 분명 느꼈다.

신성 학원이 그의 첫 번째 학원도 아니었고, 이제까지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교육 시장에 몸담으며 봤던 수십의 강사 중 굉장히 기억에 남을 만한 사람인 것은 확실했다.

다만 무엇인가 모를 불안감이 계속 그의 가슴속에 남아 있었다.

젊음의 패기는 엄청난 힘이 되지만, 방향이 잘못된 패기는 모두를 시궁창으로 끌고 들어간다.

자신의 단순한 질투일 수도 있으나, 왠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비율제는 자신이 꺼냈어야 할 주제였다.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몇 달 뒤, 학원이 조금 더 성장하면 말이다.

“아니요. 그건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요.”

“원장님께서 비율제는 어렵다고 말씀하셨잖습니까.”

“전부 다 비율제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겠죠. 주현필 선생님은 유현덕 선생님의 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죠?”

“그야, 잘할 것 같긴 합니다만…….”

“저는 한 번 같이 일을 해 보고 싶어요. 다만 요구하는 사항은 제가 생각해도 지금 당장은 무리가 있고요. 일단 딱 세 달간 수습 기간을 두면 어떨까요?”

“수습이요? 그걸 그 사람이 받아들이겠습니까?”

“받아들이지 못하면 같이 할 수 없는 것이고요.”

주현필이 이미도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단호했다.

결심은 섰지만 그녀의 제안을 유현덕이 거절하면 그녀도 깔끔하게 털고 다른 사람을 찾아볼 것이었다.

학원 시장이란 것이 아무 강사나 찾겠다면 널려 있는 것이 사람이었다.

다만 능력은 보장하지 못하겠지만…….

“세 달 뒤는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단 세 달 동안 말하는 것처럼 수업 능력이나 판촉 능력도 되는지 볼 겁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회의를 거쳐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그때는 다른 선생님들도 원하실 경우 순차적으로 비율제로 전환시켜 드리는 것을 고려하겠습니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이미도는 알고 있었다.

사실 신성 학원의 영어과는 나름 빠르게 이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수학과는 그렇지 못했다.

비율제는 강사의 능력과 노력만큼 큰 보상이 따른다.

반대로 능력에 자신이 없거나, 현재 상황에 안주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안정적인 고정급이 좋다.

현 수학과 강사 둘은 아마도 고정급으로 남아 있으면서 경력에 따라 조금씩 올려 달라는 요구를 할 확률이 높았다.

관건은 이제 ‘유현덕이 정말로 그의 입처럼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 그리고 어느 정도나 성공할 수 있느냐’였다.

주현필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원장님 뜻대로 하시죠.”

* * *

시강이 끝났다.

대학에 막 들어온 신입생이 준비 없이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상황이 달랐다.

사범대학 졸업반이 되어서야 나갈 수 있는 교생실습, 그리고 그 교육실습생들을 담당하는 업무까지 해 봤다.

공교육의 연구수업과 사교육은 분명 다르지만, 고등학교의 수업은 사실 비등했다.

좋은 대학 보내는 목표는 학교나 학원이나 마찬가지.

자,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딱히 뭘 준비를 하고 말고 할 것이 없었다.

“이거 날은 좋은데 계속 성공을 향해 달리기만 하니깐 재미는 없네. 이제야 계획의 첫 번째를 시작하다니…….”

내가 죽을 때의 시점까지 아직 10년이 훌쩍 더 남았다.

다시 살아났을 때는 고등학생.

계획은 이것저것 계속해서 세웠으나, 결국 대학을 간 뒤에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다.

오늘, 아니면 내일쯤 전화가 오겠지 생각하고는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신성 학원 원장 이미도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유현덕 선생님, 이미도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원장님.”

-결과 알려 드리려 연락 드렸습니다. 지금 통화 괜찮으신지요?

“네, 가능합니다.”

어떻게 됐냐고 바로 물어보고 싶었지만 원래 협상이란 것은 초조한 쪽이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아마 신성 학원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은 했다.

하지만 내가 제시한 비율제가 받아들여지느냐 마느냐가 문제였다.

-선생님께서 능력이 있는 분이시란 건 주현필 선생님과 생각이 같았습니다. 다만, 수당 제안 말씀인데요.

주현필도 내 능력을 인정을 한 것일까?

아니, 그냥 립 서비스가 아닐까 싶었다.

오너는 자신의 부를 불려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하지만 피고용자의 입장은 오너와는 조금 다르다.

어차피 회사가 크게 성공하고 작게 성공하고는 피고용자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과 오히려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는 분명 그에게 유리한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막 그 사람을 꺾어 버릴 생각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내가 뛰어나면 뛰어난 대로 자신의 자리에 위협을 느낄 테니깐.

그리고 이어진 이미도 원장의 새로운 제안은 내가 생각했던 최선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타협 가능할 만한 것이었다.

-세 달간 유현덕 선생님의 능력을 직접 지켜보고 싶습니다. 수습 기간이라 여기시면 되지만 월급은 현재 우리 학원 강사 선생님들이 받으시는 고정급의 평균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세 달 뒤에 다시 한 번 협의를 거쳐 선생님이 제안하신 비율제 적용 여부를 다시 논의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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