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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회귀해도 개고생이네-3화 (3/200)

[3] 3화.

제1강 이게 정녕 내가 바라던 회귀라고?

큰일 났다.

내가 가진 삶의 기회는 총 세 번이라는 것까지 기억났다.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

내가 다시 살게 된 몸은 웬 18살짜리 망나니의 것이었다.

노인에게 내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경제적으로 조금 더 풍요로운 집에서 태어나게 해 달라는 것.

분명 경제적인 면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눈을 떠 보니 내가 이전 삶에서 가져 보지 못했던 큰 방이 보였다.

‘와, 이게 새로 태어난다는 거구나.’

아주 어린 애기, 신생아로 돌아가나 싶었더니 마치 누군가가 살다 만 육체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주현아! 얼른 내려와! 학교 안 가니?”

‘주현? 그게 내 이름인가?’

혹시라도 오해를 살까 봐 대답은 하지 않은 채로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방문을 열었다.

방문 바로 앞에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까지? 생각보다 돈이 많으신 부모님이신가 보군.’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나쁘지 않았다.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니 넓은 거실이 보였고, 반대편 계단 아래쪽으로 주방이 있었다.

슬쩍 엄마일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을 보니 생각보다 엄청 젊은 외모에 깜짝 놀랐다.

많이 쳐 봐야 30대 중후반, 내가 이전 삶에서 생을 끝낸 나이와 비슷해 보였다.

그녀가 계단에서 내려와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나를 보더니 말했다.

“주현아, 얼른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아, 네. 알겠습니다.”

“응? 너 말투가…….”

“말투가 왜요?”

“아무것도 아니야. 얼른 먹어.”

나의 말투 때문에 내가 주현이라 불리던 아이가 아닌 것을 들킬까 봐 순간 긴장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다른 이의 삶 중간에 끼어드는 것이 현실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할 테니깐.

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무슨 아침을 이렇게 거하게 차려 먹나 싶긴 했으나, 내가 죽기 전에도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단지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라 전부 새로웠다. 아니 새롭게 느끼는 것 같았다.

여기까지라면 내가 정말 이 새로운 삶에 적응을 잘하고, 부모님의 부와 나의 남아 있는 지식을 이용해 훨씬 성공하는 삶을 살았을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마 그 사고가 없었더라면 그렇게 살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끝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이건 뭐 프롤로그 올라가자마자 엔딩 크레딧이 뜨는 격이었다.

학교를 가기 위해 책가방을 싸야겠다 싶어 방으로 다시 올라갔다.

모처럼의 아침밥을 먹고는, 물론 이 몸의 원래 주인은 매일 이런 밥을 먹었겠지만, 나는 방을 잠시 둘러보았다.

방은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이 거대한 방을 어떻게 이렇게 지저분하고 정신없게 꾸며 놨는지,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에 어두컴컴한 배경의 가수들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하나같이 이 방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어두운 모습의 옛날 로커나 다 벗은 여자 사진이었다.

서랍을 열어 보자 웬 주사기와 고무줄들이 있었다.

내가 사용해 본 적은 없었으나, 이건 분명 약쟁이들이 하는 그것이었다.

‘이 새끼 진짜 이상한 녀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 봐도 집이 좀 살아 보이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부유한 것 같았다. 그러니 이런 말도 안 돼는 짓을 하고 다닌 것이었을 테고.

갑자기 화가 약간 치밀어 올랐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녀석이 이런 한심한 짓거리나 하고 다녔을 것을 상상한다면…….

하지만 지금은 내가 바로 그 한심한 녀석이었다.

그제야 조금씩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신기하고, 어색하고, 하지만 기대로 가득 찬 내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할 일이었다.

“학교 가야지! 이러다 늦어!”

“알겠어요! 지금 내려가요!”

일단 학교를 다녀와서 생각해 보자.

계단을 내려와 엄마로 보이는 이 여성 분의 배웅을 받으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을 때, 나는 다시 한번 그 자리에 우두커니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얼른 타!”

이번엔 아빠로 보이는 40대 중후반의 남성이 집 앞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반말로 나를 부르는 것을 보면 아빠가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차가 외제차였다. 아주 보기 어려운 차는 아니었지만, 서울 시내에 가야 어느 정도 보고 지방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그런 차.

‘와, 진짜 경제적으론 문제가 없겠구나.’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야겠다.

이전 생애와는 차원이 다른 삶을 살 계획.

그리고 차가 출발한 뒤, 30분쯤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나의 상상은 잔잔한 개울 가장자리에 있는 폭포로 사라져 버린 종이배처럼 사라져 버렸다.

쾅!

“으악!”

극심한 통증이 가슴을 압박했다.

분명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차가 미끄러지더니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 * *

눈을 떴을 때 눈앞에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이었다.

아니 하얀 천장이 아니었다. 그냥 하얀 공간이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함, 사실 어디선가 본 것이 아니라 분명 봤던 적이 있던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누워 있는 자세로 눈을 뜬 것도 기억에 남아 있었다.

“뭐야? 이 녀석, 억세게도 재수가 없는 녀석이구먼. 쯧쯧.”

누군가의 목소리조차 익숙했다.

그렇다. 목소리는 그 노인의 것이었다.

젠장. 나는 그의 말대로 정말 억수로 재수가 없는 존재였다.

“아, 안녕하셨어요?”

“며칠이나 지났어? 거기 간 지?”

며칠은 무슨, 다시 살아나 남의 몸으로 돌아가고 나서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두 시간? 세 시간이요? 이건 카운트 하시면 안 돼요.”

세 번의 삶이었는데 그 중 한 번은 전기 감전으로 사망, 두 번째는 얼마 살아보지도 못하고 차 사고로 사망했다.

운이 나빠도 이렇게 나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사실 나를 그자의 삶으로, 정말 곧 죽을 자의 삶으로 보낸 이 노인 탓이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노인이 이번에도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단호히 대답했다.

“아니, 내 탓은 아니지.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죽을지는 내 소관이 아니니.”

신은 아닌가 보다.

그렇다면 단순히 기회를 몇 번 더 주는 NPC같은 존재인가?

게임을 별로 하지도 않았던 나인데도 NPC라는 것을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맞다. 마치 게임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부활을 시켜 주는 아이템을 쓰고 몇 번까지는 살아날 수 있는 그런 게임 말이다.

“너무 욕심을 내면 가끔 이런 경우가 있어. 새로 받은 삶이 굉장히 짧게 끝나 버리는. 어떤 이의 삶으로 돌아갔었나?”

‘어떤 이의 삶인지 뭘 살아 봤어야 말을 해 주고 말고 할 것이 아닙니까.’라고 말은 하고 싶었으나, 생각만 하고 넘겼다.

내가 부린 욕심은 부모님의 경제력이 전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으면 한 것이었다. 그것이 너무 큰 욕심이었나?

너무했다.

“너무해요. 카운트하시면 안 돼요. 세상에 애프터서비스라는 것도 있잖아요!”

“그건 그쪽 이야기고, 우리는 달라. 세 번 넘게는 줄 수가 없어. 이제 한 번 남은 거야, 너는.”

더 따지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저렇게 말하는 노인의 표정에 왠지 안타까움이 드러난 것 같았다.

그냥 안 된다고 꼬장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할 수가 없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마지막 한 번의 기회다.

아, 정말 젠장이다. 기회가 그냥 이렇게 날아가 버리다니. 나의 포부는 이것보다 훨씬 원대하고 컸는데.

꾀가 하나 떠올랐다.

“할아버지, 그러면 할아버지가 삶을 주고 나중에 다시 죽어서 돌아온 사람 중에 괜찮은 결과를 가졌던 사람이 있었나요?”

“나름대로 괜찮게 살아간 사람들은 있지. 그리고 본인 스스로는 만족해도 이상하게 살아간 사람들도 있고.”

“누구죠? 그게 누구에요? 이건 대답해 주실 수 있으시죠?”

나름 괜찮은 꾀라 생각하니 입가에 그간 사라졌던 미소가 지어졌다.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전철을 밟으면 될 것이다.

“흠. 가만있자.”

저 말을 끝으로 정말 이 할아버지는 내가 느끼기에 영겁의 세월 동안 생각만 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그냥 그의 생각을 끊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아마도 기회가 한 번밖에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

가만히 앉아 그의 대답을 기다리던 나는 지쳐 이런저런 생각을 막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 또는 상상이란 것은 미약하게나마 그것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어야 하든 말든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노인이 입을 열었을 때,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맞아. 이거 재미있군. 그가 떠오르다니.”

“누군데요, 그게?”

“아돌프 히틀러라는 자가 있었지.”

지금 이 노인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히틀러라면……. 그 히틀러요?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한 주범?”

“맞을 거야. 독특한 사내였어. 허허.”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은요?”

“다른 사람? 글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게.”

아…….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이미 영겁의 시간이 흘렀잖은가.

그가 다시 생각에 잠기면 이번에는 정말로 천 년 뒤, 적어도 내가 느끼기로 이미 천 년이나 지난 것 같이 긴 시간이었지만 아무튼, 너무 오래 걸릴 것이다.

히틀러, 내 기억에 히틀러란 사람에 대해 부러워할 만한 부분이 있을 리 없겠지만, 그가 만약 다시 태어나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라면 뭔가 내가 배울 점이 있을 것 같았다.

“그냥 히틀러, 그 사람 이야기 들려주세요.”

“응? 괜찮겠나?”

“네, 네. 다른 사람 찾지 마시고요.”

“흠. 재미있는 사내였어. 첫 삶에서는 자네처럼 그냥 평범하게 산 것 같더군. 그리고 두 번째 삶을 택할 때 자신의 부모님과 그대로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했다네. 똑같은 조건에서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고. 해 보고 싶은 일이 많다고 했지.”

똑같은 조건에서 다시 시작을 했다.

그의 삶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내 머리에 아무리 사범대학을 다니며 배웠던 많은 지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는 해도, 역사적 지식이 많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리고 그 두 번째 삶이 끝난 뒤에 만났을 때는 세 번째 삶은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어.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다고.”

그는 진짜 미치광이였던 것 같다.

단 두 번의 삶 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서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고 말하다니.

내 속에서 그에 대한, 잘은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는 이제 다시는 삶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고, 나에게는 아직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았다는 것이다.

히틀러의 삶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의외로 쉽게 한 가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내가 두 번째 삶에서 바랐던 것은 경제적 풍요 하나였다.

그것조차 많은 것이라고 하니, 이렇게 된다면 아예 바라지 않고 새로운 삶만을 바라면 될 것이 아닌가.

히틀러가 그리했고, 자신의 전생과 똑같은 부모를 만나 똑같은 조건에서 그렇게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같은 조건이라고 해도 이미 두 번째 살아 본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이점이 되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을 하며 발밑을 바라보다가 결심을 하고 고개를 들어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는 이번에는 이전보다 조금 더 확실히 웃고 있었다.

“건투를 비네,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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