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301화 (301/305)

134, 모든 건 계획대로.

134, 모든 건 계획대로.

기묘한 광경이다.

한 사람만 등장해도 일대에 파란이 일만큼 대단한 무인들이 밧줄을 쥔 채 뛰었다. 마치 뱀처럼 일렬로 선 채 뛰는 모습은 더없이 낯설기만 했다.

남천휘는 속도가 슬쩍 느려지자, 힐끔 뒤를 돌아봤다. 종남파의 장문인이 어기적거리며 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인솔자인 남천휘가 나설 필요는 없다.

입영열차에 흠뻑 빠져버린 화산의 장문인이 혀를 차며 종남장문인을 타박했다.

“종남 장문께서는 발을 좀 맞춰주시오. 거 왼 발, 왼 발, 이게 그리 어렵소이까?”

종남파의 장문인은 불같은 성정으로 유명했다.

하여 종남의 제자들은 장문인만 봐도 오금이 저린다고 투덜거리기 일쑤였다. 한데 그런 종남의 장문인이 부끄러움으로 인해 얼굴을 붉혀야 했다.

“본파의 보법은 복잡해서 이렇게 단순한······.”

“본파의 제운종은 복잡하기로 강호의 일절이지요.”

“클클, 암향부동 앞에서 주름 잡으시는 게요?”

무당장문인과 화산장문인의 연이은 공격에 종남의 장문인은 앓는 소리를 흘렸다.

“허허, 은하검객께서는 앞을 보시구려. 이제 곧 자갈밭이 시작될 게요.”

소림의 방장이자, 행렬의 제일 큰 어른인 혜각성승의 말에 은하검객은 입술을 달싹이며 왼발을 연호해야 했다.

남천휘는 그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흘렸다.

저들에게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개개인이 일대종사의 기도를 지녔으니 정마대전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하나 눈빛만 보면 강렬한 결의가 느껴졌다.

저들은 작전 발귀리를 수행하지만,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마외도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라면 목숨마저 초개와 같이 버리려 할 터였다.

그렇기에 안타까웠다.

남천휘에게 있어서 정마대전은 계기일 뿐이다.

사령신은 이미 인벤토리에 가두지 않았던가.

그러니 괴겁천마만 정리한다면 강호은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마대전이란 괴겁천마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 놈 또한 그렇겠지.’

남천휘는 나직이 읊조렸다.

그의 시선이 난주 북쪽의 요충지라 할 수 있는 천관산으로 향했다.

누군가 녹빛으로 번쩍이는 것이 아닌가.

남천휘가 추노를 통해 낙인을 찍은 무극중사의 증표였다. 그는 지난 날 무극중사의 행적을 차례로 돌이켜봤다.

놈은 축지지책이 10레벨에 이르러야 가능한 공간 이동을 사용했다. 하나 남추처럼 아무 곳이나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할 터였다.

‘그래서 저기 있을 수밖에 없는 거겠지.’

놈들의 행적을 살펴보면 뻔했다.

괴겁천마는 사령신의 육신을 얻기 위해 제갈세가의 코앞에서 혈겁을 일으켰다. 또한 수천 리 떨어진 중지봉의 혈사까지 조장하지 않았던가.

놈은 육신을 필요로 한다.

마침내 백 년을 기다린 후에야 사령신이 손에 쥘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하나 사령신의 종적은 묘연했고, 괴겁천마는 또다시 무한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 터였다.

그가 계속 기다릴까?

남천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불멸과 불사를 위해 함정인 줄 알면서도 남추를 따라갔던 그였다. 그러니 지금 당장이라도 육신을 만들어 깃들고 싶을 것이 분명했다.

재이가 불쑥 튀어나왔다.

‘주인님이라면 사령신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먹잇감이라고 할 생각은 아니겠지?

요망한 녀석은 슬쩍 딴청을 피우더니 자취를 감췄다.

재이의 말은 고깝지만, 틀린 말은 아닐 터였다.

자신만한 먹잇감을 어디 가서 찾을 수 있겠는가.

놈들의 계획을 예상해 보자.

괴겁천마 또한 정마대전은 수단에 불과할 터였다.

분명 적은 천관산 쪽으로 정파를 끌어들이려고 할 것이다. 그 후에 무극중사가 남천휘를 납치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리라.

‘귀여운 놈들!’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렸다.

본래 모략이란 들켰을 때 가장 위험한 법이다.

그리고 모략이란 알고 있을 때 가장 역이용하기 쉬운 법이다.

‘재이야, 이게 남추의 은신처와 관련된 퀘스트가 확실하지?’

남천휘는 시야 상단에서 반짝거리는 퀘스트 목록을 살폈다. 난주에 발을 들이는 순간 생성된 퀘스트인지라 따끈따끈했다.

《3-4, 주조정실을 점거하라.》

- 남추의 신분을 알게 된 당신은 이미 비틀린 천의에 발을 들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천의는 언제나 순리를 따르니 비틀린 것을 바로 잡아 온 세상이 조화롭도록 힘을 보태세요.

- 남추의 은신처 중 핵심 장소를 찾으세요.

- 성공 시 보안 인가가 최상급으로 조정됩니다.

- 실패 시 사망합니다.

※ 퀘스트 제한 시간은 364:02:22:22입니다.

무려 1년짜리 퀘스트였다.

한데 퀘스트 내용을 살펴보자면 위화감이 느껴진다.

괴겁천마의 모략과 상관없이 진행되는 퀘스트였기에 빈틈이 보였다. 주조정실은 VR에서 봤던 공간이 분명했다.

하나 축지지책으로 이동할 수 없었다.

보는 것 외에 직접 발을 들였어야 했다.

한데 괴겁천마는 현재 남추의 은신처에 갇혀 있지 않던가. 그리고 놈은 무극중사를 이용해 자신을 그곳으로 끌고 가려 할 터였다.

‘이거 내가 납치되어줘야 하는 상황인 거지?’

‘주인님의 행보가 만사형통이니 분명 하늘이 보우하시는 것이 확실합니다.’

녀석, 이제는 아부하는 법도 배웠구나.

남천휘는 미소 지었다.

‘좋아! 이번 일이 잘되면 신발을 사주마.’

‘주인님이 최고십니다. 물론 상점 최상단에 위치한 꽃무늬 당혜를 사주시는 거겠지요?’

재이는 벌써 새 신발을 신은 것처럼 기포의 치맛자락을 들고 춤을 췄다. 새하얀 발을 꼼지락거리는 꼴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간을 좁히게 된다.

최상단에 위치한 꽃무늬 당혜의 가격이 얼마더라?

그 때 소림방장인 혜각성승이 침음을 흘렸다.

“회주! 기감이 흐트러지고 있소이다.”

장애물이다.

남천휘는 빠르게 손짓을 했다.

“당장 어찌 되는 독은 아닙니다. 숨을 참고, 저를 따라서 전속 전진합니다.”

“독을 마시라고?”

종남 장문인이 잠시 머뭇거렸다.

“어허! 참. 발, 발맞추시라고.”

화산 장문인이 종남장문인을 타박한 후 남천휘에게 눈짓을 했다.

남천휘는 어색하게 웃었다.

화산 장문인과는 초면이다. 심지어 강호행을 하면서도 화산파와는 엮인 적이 없지 않은가. 한데 그는 남천휘를 만나자마자 한 가족이니 허물없이 대하자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회주, 적이 있을 게요. 독무 속에서 적을 상대하는 건 위험하지 않겠소?”

혜각성승의 충고마저 귓등으로 흘릴 수는 없었다.

남천휘는 속도를 올리며 말했다.

“저만 믿으세요. 여러분의 힘을 쓸 곳은 여기가 아닙니다.”

파팟!

자욱한 안개가 일행을 휘감았다.

“크흡.”

누군가 신음을 흘렸다.

하나 남천휘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이쯤 되면 나타나야 하지 않겠냐? 이러다가 그냥 지나가면 어쩌려고?’

그 때 안개 속에서 광소가 터져 나왔다.

“크하하하! 죽을 자리인지도 모르고 기어들어오다니!”

호탕한 웃음에 이어 간드러지는 교성이 들렸다.

“상공, 한 놈도 살려두지 마세요.”

“부인의 말대로 하리다!”왔다! 용봉쌍휘(龍鳳雙輝).

부부가 함께라면 광혈오주 내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노괴들이다. 심지어 사마천세 시절 마천종조차 두 사람을 동시에 상대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는 말이 전해지지 않던가.

“용봉쌍휘!”

세수 백 세를 넘긴 혜각성승은 사마천세 시절을 몸소 체험했다. 그렇기에 남녀의 살기 등등한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성승!”

남천휘의 말에 혜각성승은 미간을 좁혔다.

공적을 앞에 두고 손자 뻘 되는 남천휘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하나 남아서 짐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혜각성승은 남천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밧줄을 놨다. 그를 필두로 이백여 명의 무인들은 일렬로 뛰던 행위를 멈추고 제각기 신위를 드러냈다.

파파파파파팟!

구파오가의 고절한 신법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졌다. 더없이 화려한 광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지기에 충분했다.

“이 놈들이 어디를 도망가려고!”

안개가 걷히며 용봉쌍휘가 모습을 보였다.

남천휘는 남녀의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백 년 전 우내제일미남과 미녀라고 소문이 자자했다더라. 그렇기에 일말의 호기심을 지녔던 것이 사실이었다.

한데 남천휘의 앞에 등장한 남녀는 평범한 촌부와 노파일 따름이다.

“너희들은 나랑 놀아야지!”

남천휘의 일갈에 용봉쌍휘가 눈을 빛냈다.

그들 역시 정마대전의 최대 전공은 남천휘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어린놈의 새끼가!”

“호호호! 어디 내 치마폭에서 놀아나 보거라!”

남천휘는 대답 대신 손을 쭉 뻗었다.

“나와라!”

사내인 용군사가 여인인 용랑랑의 앞을 막았다.

하나 기다렸던 암기 대신 갑작스레 전방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쇄도했다.

‘사람?’

남천휘는 팔황지존보를 극성으로 펼치며 외쳤다.

“정신 차려! 멍청한 놈아. 네 수하가 너를 배신하고 괴겁천마에게 붙었다!”

그 순간 고깃덩이처럼 보였던 것이 팔다리를 쭉 펴고 활공했다. 동시에 눈을 부릅뜨니 마치 귀화가 일렁이는 것처럼 보였다.

“크어어어! 용군사! 이 개새끼야,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용군사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주, 주군.”

사령신은 기세 좋게 날아들었다.

하나 용군사에게 일격을 날리기는커녕 땅바닥에 정면으로 내리꽂혔다. 인벤토리 안에서는 시간이 정지된다. 그렇기에 사령신은 지난 날 남천휘에게 하루 종일 얻어맞고, 녹초가 됐던 그대로였다.

“아우! 젠장, 쪽팔리게.”

사령신은 진저리를 치며 벌떡 일어났다.

흙투성이가 된 그의 겸연쩍은 마음이 분노로 승화된 듯했다. 그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대뜸 용군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 이 배신자 새끼야!”

용군사는 언제 당황했냐는 듯 미간을 좁혔다.

[정상이 아니야.]

[어차피 저 새끼는 우리를 살려둘 생각이 없어요. 죽여요!]

부부는 능숙하게 좌우로 나뉘어 사령신을 공격했다.

“어! 이 새끼들 보게.”

사령신은 기세 좋게 달려든 것과 달리 금세 수세에 몰렸다. 용봉쌍휘는 백수십 년 간 합공을 수련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사령신이 멀쩡했더라도 쉬이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었다.

하나 시간은 사령신의 편이다.

그는 부상이 늘수록, 피를 흘릴수록 눈을 빛냈다.

어차피 죽지 않는 몸뚱이가 아니던가.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의 무위를 되찾았다.

“놈! 네 마누라 침상에 기어들어왔을 때에도 너를 위해 내쳤거늘!”

“닥쳐라! 이 돌대가리야.”

사령신은 십여 개로 분화하여 짓쳐드는 검강을 몸으로 받아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용군사의 어깨를 후려쳤다.

쩡-

용랑랑의 수강(手罡)이 방패처럼 용군사를 보호했다. 한데 그 순간 그녀의 등 뒤로 새하얀 백광(白光)이 치솟았다.

“부인!”

남천휘는 용군사의 외침을 귓등으로 흘린 채 백룡도를 내리그었다.

촤아악!

용랑랑의 어깨부터 골반까지 피가 맺히기 시작했다.

옷이 찢기고, 살이 갈라지고, 뼈가 으스러진 가운데 몸뚱이가 절반으로 쪼개져서 좌우로 튕겨나갔다.

“아!”

용군사가 비명을 지르는 사이 사령신의 주먹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사령신이 심장을 움켜쥐려는 순간 어느새 반대편으로 돌아나온 남천휘의 흑린도가 용군사의 목을 쳐냈다.

촤악!

사령신은 뒤늦게 용군사의 심장을 뽑으며 인상을 썼다. 아무래도 자신의 먹잇가을 빼앗겼다고 여기는 듯했다. 하나 남천휘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살기는 눈 녹듯이 사라졌다.

“하하! 우리 제법 잘······.”

놈은 말을 끝맺지도 못한 채 용군사의 심장과 함께 인벤토리로 추방됐다.

남천휘는 지도를 보며 숨을 골랐다.

‘무극중사는 움직이지 않았어.’

놈은 이곳의 상황을 모른다.

알았다면 당장 달려와서 뒤를 쳤으리라.

남천휘는 자신의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과정을 즐기며 발을 옮겼다.

“회주, 용봉쌍휘는 어찌 되었소?”

다행히 별동대는 속도를 맞춰 진격하고 있었다.

남천휘는 혜각성승의 물음에 피 묻은 용린쌍도를 내미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목적지는 정상이다.

그리고 그곳에 무극중사가 숨을 죽인 채 남천휘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놈은 내가 나타나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지.’

남천휘는 정상에 발을 들이는 순간 말했다.

“계획대로!”

무인들은 재빨리 흩어졌다.

남천휘는 중앙에 홀로 남는 순간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준비물을 꺼냈다.

쑤우우욱!

장정 크기의 석비를 꽂아넣었다.

그 순간 알림이 울렸다.

띠링-

◎ 성소 100개 획득 기념 보상이 활용됩니다.

◎ 명성 1위의 기념 보상이 활용됩니다.

◎ 현재 지역을 성소로 선포하시겠습니까?(y/n)

남천휘가 수락하는 순간 수백 명의 악사가 경축하듯 연주가 들려왔다.

◎ 성소 ‘신마척결비’가 생성되었습니다.

- 대상자의 현재 능력을 기반으로 성소의 등급이 책정됩니다.

과연?

◎ 성소 ‘신마척결비’의 등급은 A입니다.

- 천관산과 난주가 성소 영역으로 지정됩니다.

- 신마척결비를 통해 천관산 일대의 정보가 업로드됩니다.

재빨리 지도를 통해 전황을 살폈다.

무림맹의 무인들은 난주 일대에 진입하여 마교도와 물고, 물리는 싸움을 계속했다.

남천휘는 성소 목록을 확인한 후 성소 포인트를 쏟아부었다.

그에게 속한 이들에게 온갖 축복을 내려준 후 별동대를 향해 외쳤다.

“마교의 뒤통수를 치러 갑시다!”

남천휘의 일갈을 시작으로 이백여 명의 무인들이 빠르게 천관산을 내려갔다. 그리고 남천휘가 마지막으로 떠나려는 순간 무극중사가 공간을 비집고 등장했다.

스르르륵-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렸다.

하나 무극중사를 돌아보는 표정에는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너!”

솨아아아아!

무극중사가 검은 안개처럼 흩어지더니 남천휘를 휘감았다. 동시에 공간이 열리더니 두 사람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

이제는 동굴이라 부를 수 없는 곳.

온갖 계기판이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내는 공간의 중심부에는 검붉은 액체가 못을 이뤘다.

그리고 그 위에 떠있는 묵빛의 안개는 여느 때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요동쳤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기괴한 곳에 갇힌 지 벌써 백 년이다.

남추는 그의 장담처럼 거짓을 논하지 않았다.

괴겁천마는 불멸과 불사를 이뤘다.

다만 육신이 사라졌고,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제약이 있을 따름이다.

『드디어!』

눈이 있었다면 눈물을 흘렸으리라.

입이 있었다면 환호성을 내질렀으리라.

사지가 멀쩡했다면 내력이 바닥날 때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때려 부쉈으리라.

하나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심령으로 연결된 무극중사가 접근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몸부림치는 것이 전부였다.

솨아아아아!

묵빛의 안개가 팔처럼 늘어났다.

무극중사가 나타날 자리를 휘감은 채 남천휘가 뚝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 순간이 찾아왔다.

공간이 갈라졌다.

허공에서 검은 안개가 내리꽂혔고, 그 사이로 남천휘가 나타났다.

『크하하하! 드디어 너를 만났구나.』

남천휘는 묵빛의 안개가 눈앞에서 일렁였지만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괴겁천마로구나. 만나서 반갑다.”

그리고 히죽 웃으며 말을 보탰다.

“나중에 또 보자.”

파팟!

남천휘의 발아래 공간이 열렸다.

그리고 묵빛의 안개가 그를 휘감기 전 공간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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