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282화 (282/305)

127, 아! 이건 아닌데.

127, 아! 이건 아닌데.

남천휘는 거대한 힘이 집약될 것이라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지봉에 있는 곡부남가의 무인만 해도 구백 명이다. 그들 중 절반만 수락해도 거대한 힘의 물결이 노도와 같이 들이칠 것이라 여겼다.

“수백 명의 힘을 모아 너희들을 처단하겠다!”

남천휘의 일갈에 광혈오주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사령신을 이긴 것이 사실이라면?’

‘매복이 있는 건가?’

‘설마 저 놈도 독에 내성이 있는 건 아니겠지.’

‘수하들이 있을 때 승부를 봤어야 하나.’

‘암자 주변에서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 걸?’

‘독을 못 쓰면······.’

만독노옹은 생각이 두 바퀴 도는 순간 이성을 회복했다. 남천휘는 기세등등했던 조금 전과 달리 눈을 끔뻑였다.

“저 놈, 조금 이상한데?”

혈인교주나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흥! 허풍이었군!”

반면 남천휘는 양 팔을 든 채 난처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거 전부야?’

◎ 현재 원기지책에 동의한 소속원의 숫자를 집계하고 있습니다.

- 현재 동의한 소속원의 숫자는 6명입니다.

남천휘는 어색하게 웃었다.

3000 VIP 포인트를 소비해서 활성화한 비책이다.

그 결과 생명력의 회복률이 0.06%상승했다.

그리고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치명타와 공격력이 0.06%올랐다.

‘아! 창피해.’

남천휘는 슬그머니 양팔을 내렸다.

사마의를 비롯해 타격대의 대주들만 헤아려도 열 명이다. 한데 450명은 고사하고, 대주들조차 반절을 겨우 넘겼으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뭘 봐? 죽고 싶어!”

남천휘가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버름함에 내뱉은 일갈에 광혈오주는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차피 죽고, 죽이기 위해서 모인 자리가 아닌가.

“죽여!”

혈인교주가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는지 일갈을 내질렀다. 만독노옹의 독이 무효화된 이후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받은 게다.

남천휘는 적의 공격을 기다렸다.

등 뒤의 연하연을 그냥 둘 수 없었다.

터터터텅!

남천휘는 세 명의 적이 도격에 들어서는 순간 용린쌍도를 떨쳤다. 삽시간에 강기가 공간을 가르며 적을 밀어냈다.

다행히 세 명의 적은 예상보다 강렬한 반격에 잠시 눈빛을 교환하는 중이다. 저들끼리 순서를 정하고, 제대로 된 합공을 펼치려는 듯했다. 저들은 서로를 질시하지만, 합공에는 탁월한 재주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저들이 익힌 모든 무학은 사령신에게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남천휘는 재빨리 남위기를 검색했다.

‘진법 말고, 기관 말고, 지금 사람이 어디 있어?’

재이가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지금 상태에서 도움이 될 리 없다.

‘일단 해결책을 죄다 띄워봐.’

남위기가 사라진 자리에 해결 방법이 나열됐다.

‘약식 진법?’

◎ 대상자 주변에 기막을 활성화합니다.

좋은 심법에 많은 내공을 지녔다면 기막을 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나 그것은 자신을 포함할 때에만 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타인에게 기막을 쳐준다는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

‘이 좋은 걸 왜 얘기하지 않았어?’

VIP 포인트가 부족하단다.

남천휘는 미간을 좁혔다.

현물은 가치에 따라 포인트로 적립이 가능했다.

하나 같은 물건을 반복적으로 적립한다면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남천휘는 지금껏 어지간한 물건은 모두 적립한 상태였다. 높은 가치를 지녔지만, 적립하지 않은 물건이 필요했다.

‘있네.’

남천휘는 시야 구석에 인벤토리를 열었다.

옥정환, 봉황미잠, 단림패.

무당 장문인에게서 뜯어낸 세 가지 신물이 보였다.

옥정환(玉靜鐶)은 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를 맑게 해주는 기물로 지혜와 심력의 수치를 올려줬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소혜에게 주려던 것이다.

단림패(單琳牌)는 요대에 묶는 장신구로 단전을 보호하고, 내력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정순한 내력을 자랑하는 천수련에게 주려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봉황미잠(鳳凰尾簪)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연하연에게 선물하려 했다.

‘적립.’

무당 장문인이 보았다면 기겁을 할 일이 벌어졌다.

제각기 백 년에서 삼백 년의 역사를 지닌 무당의 신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게다.

남천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1800, 3800, 2000점이라니.’

오래 전 VIP 시스템을 처음 각성했을 때 방안의 물건을 모조리 적립한 적이 있다. 그 때 모은 점수가 10점을 겨우 넘기지 않았던가.

한데 세 가지 물건에 7천점 이상이 모였다.

‘장문인, 고맙습니다.’

남천휘는 남서쪽에 있을 무당산을 힐끔 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건 우리끼리의 비밀이야! 자! 당장 활성화해.’

띠링-

◎ 비책 ‘무형장막(無形帳幕)’활성화됩니다.

- 7000 VIP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 재활성화까지 남은 시간(364:23:59:59).

- 무형장막 레벨1의 피해흡수량은 30000입니다.

‘삼만?’

일반적인 강기의 피해량이 일만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산술적으로 세 번의 강기를 막을 수 있는 셈이다. 재사용까지 일 년이 걸리지만, 지금 이만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렸다.

세 번이면 충분했다.

“안 와? 개과천선은 받아주지 않아!”

선수필승(先手必勝).

남천휘는 용린쌍도를 늘어트린 채 만독노옹을 향해 달려들었다.

“놈! 나를 우습게 여겨?”

만독노옹은 눈에 불을 켜고, 쉴 새 없이 양 소매를 떨쳤다. 그 때마다 형형색색의 독분(毒粉)이 전방을 가득 채웠다.

하나 남천휘는 개의치 않았다.

그가 용린쌍도를 휘저을 때마다 독 가루는 돌풍에 휘말린 것처럼 흩어졌다.

띠링-

◎ A급 위험물질 ‘칠독산’이 해독됩니다.

◎ B급 위험물질 ‘적린탄’이 해독됩니다.

◎ A급 위험물질 ‘착융화골분’이 해독됩니다.

무균지책의 덕을 보는 건 곡부남가의 가솔만이 아니었다.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여 녹선단까지 꾸준하게 복용했다.

“흡!”

만독노옹은 양 소매로 원을 그리다가 한순간 얼굴을 내밀었다. 그의 눈빛은 녹색으로 번들거렸고, 눈동자는 두 개로 갈라진 상태였다.

‘칠야호리술?’

남천휘는 일부러 멈칫했다.

사령신의 칠야호리술 자체로는 위해를 가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니 만독노옹이 준비한 비장의 한수는 칠야호리술에 이어 등장할 것이 뻔했다.

아니나다를까 만독노옹이 재빨리 양 손을 겹쳤다.

마관광살기가 분명했다.

하나 남천휘는 진짜 마관광살기를 몇 번이나 상대하지 않았던가. 여물지 않은 마관광살기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상대는 아직 남천휘의 행적을 모른다.

“죽어라! 이것이 사령신의 비술이다!”

사령신을 배신한 주제에 잘도 지껄이는구나.

남천휘는 멈칫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 만독노옹이 마관광살기를 발출하기 전 쌍도를 올려쳤다.

촤아악!

“크아아아! 내 팔!”

남천휘는 만독노옹의 양팔을 자른 후 그대로 상체를 비틀었다. 반대편에서 호선을 그리던 흑린도가 만독노옹의 목을 갈랐다.

“끄으!”

하나 만독노옹이 두 다리를 교차하는 순간 삽시간에 세 걸음이나 물러섰다.

그러나 도움을 요청할 사이도 없이 흑린도에 맺혔던 강기가 엿가락처럼 늘어났다. 강기에 직격당하는 순간 머리가 통째로 터졌다.

‘한 놈 끝!’

남천휘는 다른 두 명의 위치를 확인했다.

잔결대노는 연하연을 향해 뛰고 있었고, 혈인교주는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섰다.

동지애가 없는 건 알고 있었지.

그래도 그렇지.

쳐다보지도 않는 건 너무 하잖아?

얼씨구! 웃는다?

잔결대노는 연하연을 지척에 두고 입꼬리를 올렸다.

손만 뻗으면 연하연의 뒷목을 움켜쥘 수 있으리라.

그 순간 기음이 울렸다.

쩡-

◎ 무형장막이 17의 타격을 흡수했습니다.

역시 비책이다.

VIP포인트만 있다면 인외지경의 고수가 부럽지 않을 신위를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엇! 이거 뭐지?”

잔결대노의 두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분명 연하연의 목줄을 쥐려 했거늘 알 수 없는 힘에 의하여 밀려난 것이다.

“정신 차려! 네 놈도 저 쓸모없는 늙은이처럼 될 생각이냐?”

혈인교주의 일갈에 잔결대노가 손가락을 굽혔다.

호조(虎爪)의 형태를 취한 후 연하연의 정수리를 찍었다. 하나 이번에도 연하연의 털 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쯧쯧, 내력 발산 정도로는 500도 못 깎는다니까.’

남천휘는 느긋하게 혈인교주를 향해 다가섰다.

“교, 교주. 여기에 뭔가 있소? 그냥 함께 놈을 칩시다!”

하나 혈인교주는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듯 기지개를 켰다. 뼈마디가 쉴 새 없이 비명을 내지르는 가운데 강렬한 기세가 솟구쳤다.

솨아아아아아-

“나는 백만 교도의 주인인 혈인교주다. 백칠십 년을 살면서 괴겁천마와 사령신이 아니라면 고개를 조아려본 적이 없지.”

그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잔결대노, 계집을 잡아라. 나는 이번에도 고개를 조아리지 않는다!”

그 말을 끝으로 혈인교주가 포탄처럼 튕겨 나왔다.

콰콰쾅!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진천뢰가 터지듯 굉음이 울렸다. 그리고 대지에 퍼져나간 기세는 그대로 하나의 영역이 되었다.

사령신의 독문 무공인 천사강림(千邪降臨)이다.

‘하지만 역시 어설퍼.’

뻗어나가는 기세가 미약했다.

사령신은 대지를 지배하고, 공간을 둘렀으며, 하늘까지 막아버렸다. 그렇게 거대한 대전을 짓고, 신처럼 군림했다.

‘절대영도는 어림도 없겠군. 하지만 다른 놈들과 달리 신중해.’

남천휘는 혈인교주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두 번은 없어. 한 번에 끝내자.’

혈인교주는 자부심과 자만심을 혼동하지 않았다.

만독노옹의 죽음을 지켜봤고, 잔결대노에게 저간의 사정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놈이 구백 명을 사지로 몰아놓고 구하러 온 계집이야. 계집만 잡으면 놈은 죽은 목숨이로군.’

한 쪽은 전력을 다짐했고, 다른 한 쪽은 후일을 기약하려 했다. 고수의 대결일수록 마음가짐의 차이만으로도 생사를 가르지 않던가.

남천휘는 혈인교주가 접근하는 동안 놀지 않았다.

일기당천으로 내력을 끌어냈고, 전방에 탄강을 날렸다. 현월회의 상징이 되어버린 초승달 형태의 강기가 공간을 갈랐다.

혈인교주는 물수제비를 하듯 팔을 휘돌렸다.

그 순간 핏빛 혈강기가 호선을 그리며 쇄도했다.

콰콰쾅!

강기와 강기가 충돌하는 순간 거대한 파장이 일었다. 하나 두 개의 강기는 우열을 가리지 못한 채 사그라졌다.

먼저 움직인 건 남천휘다.

그는 강기와 강기가 부딪치기 전 승리를 자신했다.

혈인교주가 펼친 월아혈천수는 정면보다 기습에 용이한 신공이다. 한데 그는 정면으로 쇄도하는 공세를 호선으로 받아쳤다. 스스로 정면보다 측면을 자신한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촤라라라락!

남천휘는 날개처럼 좌우로 퍼져있던 용린쌍도를 하나로 더했다. 1000 포인트를 소모하는 순간 두 개의 도가 진흙처럼 뭉개졌다.

일도양단의 기세로 팔을 드는 순간 용린쌍도는 남천휘에게 있어서 가장 능숙한 직도로 변해 있었다. 다수의 공세로부터 몸을 가리기 위해 유달리 넓게 만들어진 도신이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도시의 배후에 달린 고리까지 재현하는 순간 요란한 기음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솨아아아아!

직도에 강기가 뭉쳐들었다.

햇빛을 밀어낼만큼 휘황찬란한 빛무리가 일렁였다.

그리고 남천휘가 직도를 내려치는 궤적에 잔영이 남아 호선을 그린다.

‘너는 못 막아!’

혈인교주는 황급히 몸을 빼며 양 손을 겹쳤다.

마관광살기? 아니면 혈화만개공?

뭐가 됐든 관심 없다.

남천휘의 두 눈에서 백광이 번뜩이는 순간 단전을 채웠던 내력이 한순간 자취를 감췄다. 사라진 내력은 강기에 강기를 더했고, 중첩된 기운은 노도와 같이 공간을 찢어발겼다.

혈인교주가 대경실색하여 권강을 발출했다.

강기와 강기가 다시 한 번 충돌한다.

하나 이번에는 굉음이 울리지 않았다.

현월강기는 권강을 두부처럼 쪼갰고, 혈인교주의 몸뚱이마저 정확하게 절반으로 찢어버렸다.

촤악!

남천휘는 혈인교주의 시신이 좌우로 튕겨나가는 것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방금 천사강림까지 잘린 거지?’

혈인교주가 절명함으로서 내력이 끊겼다.

그러니 천사강림은 사라지는 것이 마땅했다.

한데 그보다 빨리 천사강림이 현월강기에 짓눌려 흩어진 게다.

‘하! 이거 뭔가 대단한 걸?’

아니나다를까 재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알려줬다.

◎ 강기와 강기를 중첩하여 신위를 드러냈습니다.

◎ 퀘스트 ‘장병기 마스터’의 두 번째 조건인 강(强)이 충족됐습니다.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렸다.

황보세가에서 청하오검과의 비무를 통해 유(柔)를 깨우치지 않았던가. 한데 한동안 알림이 없어서 퀘스트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다.

‘다섯 개 중에서 이제 두 개인가?’

딱히 조급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퀘스트 보상으로 모든 무기의 숙련도가 상승한다지만, 이미 신화급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것은 파괴되지 않고, 빼앗기지 않는 남천휘만의 신병이었다.

‘어쨌든 기준점은 될 수 있겠지?’

그 때 경고음이 울렸다.

남천휘는 한순간 자신이 연하연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니 그녀는 처음 그 자리에 누워 있지 않은가. 소모된 보호막의 피해량은 만을 겨우 넘겼다.

다행이다.

그녀를 살렸다.

한데 있어야 할 놈이 보이지 않았다.

◎ 퀘스트 대상과의 거리가 벌어집니다.

‘잔결대노!’

1 대 100 퀘스트는 100명의 목숨을 원했다.

여기서 잔결대노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때 암자 옆 바위 쪽으로 뒷걸음질치던 잔결대노와 눈이 마주쳤다.

“복수해야지?”

잔결대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남천휘의 조롱에 반박할 여유도 없어 보였다.

“그럼 내가 할게.”

“네 계집은 손 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납치한 건 혈인교주였어. 한데 나와 무슨 원한이 있다는 거냐?”

남천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없어도 죽일 거야.”

남위기를 통해 드러난 잔결대노의 악행을 정리하면 열 권의 책도 부족할 터였다.

잔결대노는 눈치를 보다가 박장대소했다.

“크하하, 네 계집이나 보살펴라.”

하나 남천휘는 잔결대노와 예상과 달리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었다. 이미 지도를 통해 중지봉에는 더 이상 위협이 되는 존재가 없음을 확인했다. 게다가 절도지책으로 인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응, 너 죽이고.”

남천휘가 빠르게 거리를 좁히자, 잔결대노는 재빨리 상체를 뒤집었다. 백 년 넘게 암중에서 사파의 주인을 하던 자가 등을 보인 게다. 하나 남천휘도, 잔결대노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파팟!

남천휘는 궁신탄영과 잔영은무까지 펼치며 거리를 좁혔다.

“정파 흉내를 내고 싶지는 않지만, 지옥으로 꺼져라!”

잔결대노는 권강을 흩뿌리며 빠르게 도주했다.

그리고 남천휘가 그 뒤를 쫓았다.

두 사람이 숲으로 사라진 후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지봉 정상에서 대국을 주시하던 무극중사였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남천휘가 사라진 방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비책이라······. 어느새 이만큼 성장하였는가?”

무극중사는 산책을 나온 사람처럼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는 무형장막이 펼쳐진 경계를 아는 것처럼 정확하게 앞에서 멈춰 섰다.

앙상한 손가락을 뻗었다.

쩌쩌쩍!

손가락 끝에 냉기가 맺히더니 한순간 무형장막이 파괴됐다.

“모든 것은 하늘의 뜻대로 이뤄지는가.”

그는 피식 웃으며 손가락 끝에 뭉쳐 있는 냉기를 튕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