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268화 (268/305)

118, 백두야, 또 속냐!! (3)

사령신은 청송진인의 일갈을 듣는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

쥐새끼 한 마리를 잡으려던 중이다.

한데 수십 마리의 날벌레가 눈앞에서 빙빙 돌고 있지 않은가.

“그래, 오늘 무당파도 없애고, 제갈세가도 없애고, 다 죽여주마!”

사령신은 발을 굴렀다.

쾅!

“내가 있는 이상 이곳은 나의 땅이다. 피의 폭풍아 계속 휘몰아쳐라!”

그 순간 그가 발을 구른 지점을 중심으로 붉은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대지를 물들이는 기운과 접촉한 무당 제자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발바닥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음유한 기운에 한순간 전신이 마비되는 듯했다.

사령신은 불판 위의 메뚜기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무당 제자들을 비웃었다.

“나의 흘러넘치는 힘이 하늘로 흩날리리라. 내 피로 말라붙은 대지의 힘이 휘몰아칠 것이다!”

그는 주술과 같은 일갈과 함께 양 손을 번쩍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천사강림의 영역까지 뻗어나간 혈강기가 마치 벽처럼 솟구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혈강기는 벽을 완성하고 지붕처럼 서로 얽혀들었다.

“내 결심으로 인해 피의 창이 너희들을 찢어발길 것이다!”

그 순간 시뻘건 천장이 불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낙뢰처럼 붉은 강기가 빗발쳤다.

사령신의 십대무학 중 여덟 번째 절학이다.

폭우적설정(暴雨赤雪釘)은 말 그대로 핏빛 강기가 눈과 비처럼 쏟아지는 것을 의미했다.

“뭉쳐라!”

청송진인은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그만큼 폭우적설정은 시각적인 효과만으로도 상대를 주눅들게 만들었다. 청송진인은 뭉쳐드는 제자들을 모며 강기를 뽑아 올렸다.

하나 본능적으로 막을 수 없음을 직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았다.

그는 수십 발의 혈강기를 향해 강기를 찔러넣었다.

콰콰콰쾅!

발 밑의 청석이 으깨졌고, 발목이 삐걱거렸다.

무릎으로 전이된 충격은 한순간에 전신을 휘감았다.

하나 폭우적설정의 절반도 막지 못했다.

‘크흑, 이렇게 끝나는 건가?’

그 때 좌측에서 한 줄기 강기가 휘몰아쳤다.

남천휘가 기관진식의 파악을 끝내고 끼어든 것이다.

◎ 신화급 무공이 감지되었습니다.

- 불완전한 ‘폭우적설정’이 발동합니다.

알고 있어! 위험한 것도 알아.

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

살려야 한다!

남천휘는 손을 쥐락펴락했다.

그 순간 휘어졌던 용린쌍도가 뭉개지더니 곧게 뻗었다. 검으로 만드는데 VIP 포인트가 소모됐지만, 쓸모는 충분했다.

‘구두마룡참!’

10년의 내력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검 끝에 맺힌 강기가 아홉으로 갈라져 전방을 찢어발겼다.

콰콰콰콰콰콰쾅!

모든 폭우적설정을 무위로 돌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령신의 시선을 끌기에는 차고 넘쳤다.

“허허, 이 새끼 봐. 검은 또 어디서 주워 왔냐?”

못 봤나? 못 봤으면 감사하고.

남천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탐이라도 나더냐? 역시 속설은 틀리지 않구나.”

사령신의 얼굴이 시뻘겋데 달아올랐다.

머리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녀석이니 매순간 관심사가 변경됐다. 그리고 매번 분노를 되새길 때마다 이성은 마모될 터였다.

‘더 흥분해라. 대머리야!’

남천휘는 청송진인에게 눈짓을 했다.

이 정도면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한 셈이다. 더 이상의 것을 원한다면 무당의 전멸밖에 없으리라.

청송진인은 표정 변화없이 물러섰다.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정세를 판단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굳건한 협기에 냉철한 이성까지 지녔으니 함께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아! 무당제일검을 내 마음대로 평가하는 날이 오는구나.’

격세지감이란 이런 것일까?

어린 시절 지나가는 절대고수의 제자가 되어 공짜로 무공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렸던 것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남천휘는 피식 웃으며 검을 고쳐 잡았다.

한데 사령신은 그 모습이 또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이 새끼야! 따지고 보면 나는 삭발을 한 것일 뿐 대머리는 아니었어!”

뒤늦게 깨달은 것이 고작 그 정도의 기억이더냐?

남천휘는 도둑이 제발 저려 하는 것처럼 날뛰는 사령신을 향해 검 끝을 흔들었다.

“잘 안 되네.”

사령신은 방금 전까지 길길이 날뛰다가 금세 눈을 빛냈다. 저 놈은 언제고 호기심 때문에 명운을 달리할 것이 분명하다.

“뭐가?”

남천휘는 검을 흔들며 말했다.

“잘하면 햇빛과 네 머리와 검을 이용해서 무당산까지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야! 이 개새끼야.”

사령신이 양 팔을 활짝 벌렸다.

양 어깨가 등 뒤에서 맞닿을 만큼 기괴한 동작이다. 하나 그로 인한 기세의 발현은 경악을 금치 못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짓눌려봐라!”

콰콰콰콰콰콰콰쾅!

천사강림의 절대영도와 폭우적설정이 동시에 펼쳐졌다. 천사강림의 외곽으로 몸을 피한 무당의 제자들이 피를 쏟아낼 만큼 위력적이다. 잔가지와 풀은 썩어문드러졌고, 연무장의 청석은 가루가 되어 돌풍을 일으켰다.

‘시간!’

남은 시간 2분.

팔황지존보의 숙련도는 25까지 올랐다.

‘구두마룡참으로 오를 줄이야.’

아무래도 반복되는 동작보다 새로운 무언가를 통해서 성장이 가속화되는 듯했다.

“궁신탄영, 잔영은무.”

남천휘의 신형이 넷으로 갈라지며 사방에 번쩍였다.

오행군림보가 팔황지존보로 격상되는 순간 스킬에 대한 숙련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렇기에 둘을 동시에 펼치는 순간 이형환위에 버금가는 신위가 만들어졌다.

남천휘는 여럿이 함께 대적하듯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럴 때마다 묵빛의 검강이 아홉으로 갈라지며 낙뢰처럼 내리꽂히는 폭우적설정과 충돌했다.

콰콰콰콰쾅!

숙련도가 올랐다.

이제 26이다.

‘28에서 한 번 선보여야겠군.’

남천휘는 빠르게 몸을 뺐다.

그러자 사령신은 먹잇감을 노리는 멧돼지처럼 거침없이 따라붙었다.

“네 놈이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더냐?”

남천휘는 코웃음을 치며 손을 쥐락펴락했다.

두 개의 검이 진흙처럼 뭉개지더니 장궁으로 형태를 바꿨다.

파팟!

남천휘는 궁신탄영을 뒤로 펼치며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은 없다.

하나 손가락과 활시위 사이에 뭉쳐든 내력이 존재했다. 그가 활시위를 놓는 순간 지풍(指風)과 같은 기파가 전방으로 꽂혀들었다.

“얼씨구! 장난 하냐?”

핑핑핑핑핑-

활시위가 수십개로 보일만큼 빠르게 당겼다.

하나 수십 발의 지풍은 사령신의 지척에 이르는 순간 먼지처럼 흩어질 뿐이다.

남천휘의 눈동자가 슬쩍 상단을 향했다.

‘27’

한데 사령신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남천휘에 대한 살의가 극에 이른 듯했다.

“죽어!”

혈무사혼권이 꽂혀들었다.

터터터터터터텅!

한 호흡에 백팔번의 권격이 꽂혀드는 순간 남천휘는 한 움큼의 피를 토했다.

“크허헉!”

남천휘는 비틀거리며 일 장이나 뒷걸음질 쳤다.

그러고도 여력을 해소하지 못한 듯 한 번 더 피를 토했다.

사령신은 그 모습을 보며 짐승의 어금니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보일 만큼 환하게 웃었다.

“크큭! 그래, 남추의 피를 이은 놈답게 제법 버텼어. 하나 네 조상조차 내 앞에서 꼬리를 살랑이며 도망쳤단 말이지. 그 때는 놓쳤지만, 오늘은 결코 놓치지 않으리라.”

그는 절대영도를 더욱 강화했다.

솨아아아아아아-

천사강림의 영역을 맴도는 혈강기의 색깔이 더욱 진득해졌다.

하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남천휘는 사령신의 안색이 변한 것을 눈치 챘다.

‘처음보다 훨씬 좋지 않아.’

제아무리 절대지경의 고수라고 해도 지치는 건 마찬가지였다. 우물에 물을 채우는 것보다 빨리 소모한다면 비워지는 것이 당연했다. 놈은 몇 번이나 계속된 분노로 이성을 잃고 내력을 흩뿌리지 않았던가.

그 영향이 이제야 드러나는 듯했다.

하지만 사령신은 개의치 않았으리라.

남천휘는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칠공에서 피를 토할 것처럼 위중한 상태였다.

“어디부터 잘라줄까?”

사령신은 남천휘를 향해 머뭇거림 없이 다가왔다.

남천휘는 사령신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신음을 흘리듯 입술을 달싹일 뿐이다.

‘적선단, 벽선단, 적선단, 벽선단.’

혈무사혼권을 백팔 번이나 막았기에 사지가 떨어져나갈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하나 혈맥이 끊어지거나, 근맥이 상하지 않은 이상 물약으로 회복이 가능했다.

“일단 한 대 맞아!”

사령신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쥐어박듯 내리쳤다.

평범해 보이는 일권에 담긴 내력은 초절정고수라고 해도 짓뭉갤 수 있을 만큼 강대했다.

남천휘는 멍하니 지켜봤다.

사령신은 남천휘의 한쪽 어깨가 뭉개져서 떨어져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데 주먹이 지척에 이르는 순간 남천휘의 신형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그러더니 좌측에서 기다란 철창이 꽂혀들었다.

“이 새끼가!”

사령신은 미간을 좁혔다.

애초에 방심할 거리도 없는 상태가 아니었던가.

절대영도에 장시간 노출됐고, 혈무사혼권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그러니 구파의 장문인은 물론이고, 무림맹주라고 해도 중상을 입어야 마땅했다.

이것은 자만심이 아니라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한데 남천휘는 마치 갓 잡은 생선처럼 팔딱이며 공세를 펼치는 것이 아닌가.

‘이거 뭐지? 왠지 익숙한 광경인데.’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하나 그것과 별개로 혈강기는 제대로 펼쳐졌다.

콰쾅!

사령신은 철창을 후려친 후 인상을 썼다.

남천휘는 기이한 재주를 부려 무기를 쉴 새 없이 바꿨다. 그렇기에 철창이라고 해도 의심 없이 두들긴 것이다. 한데 그것은 건물의 벽이 뒤집히며 쏘아낸 철창에 불과했다.

‘기관?’

철창을 종잇장처럼 구겨버렸다.

입가에는 실소가 맺혀 있었다.

자신이 기관의 공격과 사람의 공격을 구별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순간 허공에서 남천휘가 내리꽂혔다.

“멍청한 놈!”

용린쌍도를 일도양단의 기세로 내리친다.

“크아아아아!”

사령신은 양 손을 휘둘러 월아혈천수를 튕겨낸 후 손끝을 모았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마관광살기를 발출했다.

콰콰콰콰콰쾅!

공간이 일그러지며 한순간 시계가 어지럽다.

그 틈을 노려 흑린도가 사각에서 솟구쳤다.

촤악!

강기가 사령신의 팔뚝을 긁고 지나갔다.

사령신 또한 사람이라는 증거로 붉은 피가 솟구쳤다.

“어.”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신의 상처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였다.

생소한 감각의 정체는 분명 고통이리라.

사령신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미간을 좁혔다.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냉정하게 진단할 수 있었다.

진신 무위의 절반 정도만 회복한 상태였다.

한데 자신의 성취가 가장 왕성했던 시절처럼 무공을 펼치지 않았던가.

“이 새끼가 나를 속였어!”

남천휘는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훗! 속은 놈이 등신이지.”

사령신은 말없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쥐새끼라고 생각했거늘 발톱을 숨긴 여우였다.

“너는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은 거다!”

남천휘는 울상을 지었다.

“몇 개 남지 않은 털을 또 뽑아?”

하나 사령신은 미간을 좁힐 뿐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그는 머리 쓰는 걸 즐기지 않을 뿐 바보는 아니었다.

“전력으로 죽여주마.”

그 증거로 하늘을 뒤덮었던 붉은 장막이 흩어졌다.

절대영도를 끝내고 천사강림을 해제한 것이다.

“엇! 사령신이다.”

“회주도 멀쩡해!”

천사강림 밖에 있던 제갈세가의 가솔들을이 웅성거렸다.

하나 사령신과 남천휘는 서로를 응시할 뿐이다.

“너부터 죽인 후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을 멸할 것이다.”

“네 콧털을 다 뽑고,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의 털까지 모두 뽑을 것이다.”

“빌어먹을 개종자!”

“빌어먹을 대머리!”

결국 사령신이 먼저 움직였다.

하지만 그는 예전과 달리 신중하게 접근했다.

원거리에서 탄강을 줄기차게 날렸다.

월아혈천수와 마관광살기가 번갈아가며 남천휘에게 꽂혀들었다. 그리고 틈틈이 혈화만개공이 전방에서 폭발했다.

콰콰콰콰콰쾅!

폭음과 폭연이 사라진 후에도 남천휘는 쓰러지지 않았다. 하나 단정하게 묶어놨던 머리카락은 산발하여 흩날렸고, 값비싼 비단으로 만든 옷은 중요부위만 가린 채 찢긴 지 오래였다.

그리고 온 몸에 생채기가 가득했다.

마치 피로 물든 사람처럼 시뻘건 형체에 사람들은 탄식을 흘렸다.

“끄으으.”

사령신은 그제야 웃었다.

피를 저 정도 흘렸다면 몸속에 남은 피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마지막 일격을 노린다고 해도 저런 상태라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꽈드득!

사령신은 두 주먹을 말아쥔 채 읊조렸다.

“일권에 죽여주마!”

파팟!

그의 신형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며 한순간 남천휘의 전면에 등장했다.

쇄애애애애애액!

핏빛 강기로 물든 권강이 안면에 꽂혀들었다.

쩡-

남천휘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사령신이다.

“엇.”

남천휘는 용린쌍도를 교차하여 권강을 막아낸 상태였다. 그는 용린쌍도 사이로 사령신을 보며 히죽 웃었다.

“백두야, 또 속냐?”

그 와중에도 남천휘의 머릿속에는 재이의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렸다.

◎ 비천무상도의 숙련도가 100에 이르렀습니다.

- 마지막 스킬이 등록됩니다.

◎ 팔황지존보의 숙련도가 30에 이르렀습니다.

- 첫 번째 스킬이 등록됩니다.

남천휘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군림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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