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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만렙지존-266화 (266/305)

118, 백두야, 또 속냐!!

118, 백두야, 또 속냐!!

제갈세가의 연무장이 희뿌연 안개로 뒤덮였다.

사령신의 천사강림(千邪降臨)이 극에 달하는 순간 마치 공간이 잘려나간 듯했다.

절대영도(絶對嶺島).

천사강림 안에 있는 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밀폐된 공간에 갇힌 것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할 터였다. 그리고 종극에 이르러서는 칠공에서 피를 토하고 절명하리라.

신마대전 당시 천사강림에 발을 들였다가 죽은 자의 숫자만 해도 천여 명을 넘어섰다. 한데 천사강림의 비의라고 할 수 있는 절대영도가 펼쳐졌으니 무당의 제자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 기음(奇音)이 들려왔다.

온 세상에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띠링-

◎ 신화급 물품 ‘황금종’을 사용했습니다.

- 5분 동안 모든 억압과 위협에서 해방됩니다.

- 황금종이 소멸됩니다.

남천휘가 쥐고 있던 황금종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는 희뿌연 막으로 둘러싸인 대지에 거리낌 없이 들어섰다.

천사강림? 절대영도?

엿이나 먹으라고 해라.

황금종의 가호를 받는 이상 인세의 그 어떠한 힘도 남천휘를 옥죌 수 없었다.

◎ 타인의 권역 ‘천사강림’에 발을 들였습니다.

- 생명력과 내력이 하락합니다.

- 혈맥이 굳기 시작합니다.

- 혈도가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 혈류의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집니다.

제대로 펼쳐진 천사강림은 부연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하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 재이가 응원의 한 마디를 건넸다.

◎ 황금종의 효과로 인해 모든 디버프가 삭제됩니다.

솨아아아-

안개가 갈라지며 길이 열렸다.

그리고 목숨을 건 자에게만 허락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사령신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청송진인이 한쪽 무릎을 반쯤 꿇은 채 사령신을 올려다봤다. 다른 무당 제자들은 아예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고통스러워했다.

‘확실히 약점이라고 할 만하네.’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가 알던 백두라면 천사강림에 발을 들이는 순간 자신의 기척을 알아차렸으리라. 하나 사령신은 여전히 무당 제자들을 짓누르며 미친 듯이 웃고 있을 뿐이다.

‘뒤치기는 언제나 옳지!’

남천휘는 발소리를 죽인 채 빠르게 접근했다.

거리는 삼 장.

아직 무기를 꺼낼 때가 아니다.

이 장으로 줄었고, 이내 일 장으로 좁혀졌다.

스킬 궁신탄영을 발동했다.

촤라락-

인벤토리에서 빠져나온 용린쌍도가 펼쳐지며 순백의 도신을 만천하에 선보였다.

“죽어라! 이 대머리야.”

남천위는 사령신의 뒤통수를 향해 백룡도를 휘둘렀다. 제아무리 반질반질한 머리라고 해도 도신을 흘려낼 수는 없으리라.

한데 그 순간 사령신이 상반신을 비틀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백룡도의 도신을 움켜쥐는 것이 아닌가.

텅!

강기에 휘감긴 도신을 맨손으로 잡았다.

고금을 통틀어 유례가 없을 만큼 놀라운 일이다.

하나 남천휘에게는 예상했던 범주였다.

하지만 사령신에게는 예상 못한 일격이었다.

“어! 너 뭐야?”

그는 미간을 좁힌 채 손가락을 오므렸다.

혈강기의 힘으로 백룡도를 산산조각 내려는 의도였으리라.

하나 신화급 물품인 백룡도는 건재했다.

오히려 남천휘가 백룡도를 놓고 땅에 내려섰다.

동시에 좌수가 움직였고, 흑린도가 횡으로 공간을 찢어발겼다.

“허허!”

사령신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결국 강기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한 걸음 물러났다. 지금껏 미동조차 하지 않았던 사령신을 처음으로 밀어낸 것이다.

“네 놈이로구나!”

사령신은 뒤늦게 남천휘의 얼굴을 확인하고 미간을 좁혔다. 그는 조금씩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있었다. 또한 산혼자였던 시절의 조각났던 기억도 천천히 되돌아왔다.

남천휘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

비천무상도와 집백등, 그리고······.

“나를 대머리라고 놀려!”

사령신은 손에 쥐고 있던 백룡도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쌍심지를 켠 채 돌아섰다.

무당의 청송진인과 제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람처럼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자가 아니던가. 그리고 그렇게 행동했음에도 실패한 적이 없다. 그렇기에 양 손에서 솟구친 혈강기가 모조리 남천휘를 향해 꽂혀들었다.

‘빌어먹을 대머리!’

천사강림을 극성으로 운용하게 만들었고, 결국 절대영도까지 끌어냈다. 그로 인해 사령신은 평소의 절반 밖에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터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했다.

일청대사나 청송진인보다 서너 수는 윗줄이다.

‘적선단. 벽선단!’

남천휘는 빠르게 생명력과 내력을 가득 채운 후 좌측으로 움직였다. 궁신탄영을 펼치며 고속으로 이동했지만, 혈강기는 떨어질 줄을 몰랐다.

결국 마주해야 했다.

남천휘는 용린쌍도를 교차하여 전방을 긁어내렸다.

콰콰쾅!

혈강기가 흩어진다.

하나 핏빛 안개는 흩어지는 듯하더니 중앙이 뻥 뚫렸다.

그 사이로 재차 혈강기가 꽂혀들었다.

혈무사혼권(血霧斜魂拳)이다.

애초에 첫 번째 공격은 허초였다.

남천휘는 손을 쥐락펴락 했다.

그러자 청석에 꽂혔던 백룡도가 눈처럼 녹아내렸다.

인벤토리로 돌아갔다가 다시 구현됐다.

남천휘는 용린쌍도를 재차 긁어내렸다.

콰쾅!

비천무상도로 구체화된 백색 강기는 혈무사혼권을 깼다. 하나 사령신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고, 천사강림 내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이번에는 혈무를 꿰뚫고 쇄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먼지구름을 에두르더니 호선을 그리며 좌우에서 짓쳐들었다.

월아혈천수(月牙血穿手)다.

핏빛 초승달이 용의 어금니라도 된 듯 모든 것을 찢어발겼다.

이번에는 팔황지존보를 통해 물러났다.

파파팟!

사방에 잔영이 남았다가 흩어졌다.

“죽어! 죽어!”

사령신은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내력을 발산했다.

마침내 마관광살기가 펼쳐졌다.

마치 거대한 창이 꽂혀들 듯 길게 늘어진 핏빛 강기는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

남천휘는 5레벨까지 올린 통찰의 힘을 빌려 마관광살기를 피했다.

콰콰콰쾅!

사령신은 미간을 좁혔다.

한없이 뻗어나간 마관광살기가 천사강림의 경계와 충돌한 것이다.

남천휘는 그 모습에 입꼬리를 올렸다.

‘제어가 안 되는 걸 보니 확실히 약해지기는 했네.’

◎ 사령신의 현재 동기화는 51%입니다.

남천휘로서는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사령신은 현재 절대영도로 인해 제 실력의 절반만 발휘하는 것이 가능했다. 한데 그조차 절반의 실력으로 펼쳤다는 의미가 아닌가.

‘기억이 완전하게 돌아오면······.’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곳에서 죽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하나 남천휘가 살의를 내비치는 순간 재이가 경고했다.

◎ 신화급 무공이 감지되었습니다.

- 불완전한 ‘혈화만개공’이 발동합니다.

남천휘는 화들짝 놀랐다.

혈화만개공(血花滿開功)은 격공(隔功)의 끝이라고 할 만큼 신묘한 무학이다. 사령신의 의지가 닿는 거리라면 발동하는 순간 폭발이 가능했다.

남천휘는 미간을 좁혔다.

한순간 임맥 쪽의 흐름이 끊기는 듯했다.

누군가 가슴의 한가운데 위치한 옥당혈(玉堂穴)을 누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이 혈화만개공!’

그는 황급히 상체를 비틀며 물러섰다.

그 순간 허공에 붉은 기운이 뭉쳐들더니 폭발했다.

쩡!

꽃이 만개하듯 펼쳐지는 혈강기를 보고 있자니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 조금만 늦게 움직였다면 혈화만개공의 폭발로 인해 가슴에 큰 상처를 입었으리라.

“후우.”

남천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혈화만개공을 접하는 순간 저절로 불굴이 발동했다.

평정심이 유지되며 머리가 맑아졌다.

동시에 남위기에서 검색했던 사령신의 정보가 뇌리를 스쳐갔다.

사령신은 십대 무공을 익혔다.

혈화만개공까지 고작 여섯 개가 등장했을 뿐이다.

그 중 아홉 번째와 열 번째는 괴겁천마에게만 펼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남천휘가 염두에 둔 것은 아홉 번째 절학이다.

‘여기서 죽이는 건 불가능하구나.’

그제야 3-3 퀘스트의 의미를 알게 됐다.

애초에 완료조건으로 사령신의 죽음이 아니라 퇴각을 거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황금종의 발동 시간은 5분이다.

한데 벌써 1분 30초가 흐른 상태였다.

원래의 계획대로 움직여야겠다.

콰콰쾅!

남천휘가 고속 이동을 하는 중에도 공간이 쉴 새 없이 폭발했다. 혈화만개공은 내력의 소모가 극심하지만, 그 이상의 위력을 선보였다. 적과 대치하던 중 얼굴 앞에서 강기가 폭발한다면 막을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그렇기에 사령신은 필살의 의지를 드러낼 때 혈화만개공을 펼쳤다.

‘절대영도에 이어 혈화만개공까지 사용했으니.’

제아무리 사령신이라고 해도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 도한 인외비경을 엿봤을 뿐 여전히 인간의 육신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산혼자라는 극단적인 수를 써서라도 한계를 넘으려 했겠지.

‘할아버지가 노린 것도 그것일 테고.’

무인으로서 닿을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절대지경이라 했다. 수백 년 간 변하지 않았던 경지의 구분에 한 가지가 더해졌다.

인외비경(人外秘境)이다.

오직 괴겁천마와 사령신에게만 허락된 경지였다.

‘허락했을 뿐 오르지 못했으니 너는 오늘 나한테 당한다!’

남천휘는 눈을 빛냈다.

쇄골의 중앙 부근인 천돌혈이 따끔거렸다.

반 박자 빠르게 피했다.

그러자 마침내 사령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얼굴에 맺힌 분노는 여전했지만, 전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그 또한 서서히 한계를 느낀다는 증거였다.

마르지 않는 샘에 바닥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러니 아까워한다.

전처럼 혈화만개공을 쉼 없이 사용할 수 없으리라.

아니나다를가 사령신은 뒷짐을 풀고 양 손을 떨쳤다. 당장이라도 출수를 하여 직접 남천휘를 노릴 것만 같았다.

‘그러면 안 되지.’

남천휘는 입술 안쪽을 물어뜯었다.

비릿한 향과 함께 핏물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가슴을 부여잡은 채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크허허헉!”

혈류의 흐름을 조정하는 순간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창백한 얼굴이 잘 보이도록 사령신의 앞에서 헛구역질까지 했다.

‘걸려라. 걸려라. 이 단순 무식한 놈아. 걸려라!’

그가 사령신에 관하여 찾아낸 정보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엄청났다. 하나 수많은 사람이 사심을 담아 작성한 문건이라고 해도 불변의 사실이 존재했다.

그리고 남천휘는 산혼자가 되었어도 그 성격마저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았다.

“크하하하하! 이제야 절대영도의 영향을 받는구나. 아무렴 그렇지! 네 놈이 비천무상도를 익혔어도, 절대영도만은 벗어날 수 없다! 남추와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부터 일단 가루로 만들어주마!”

사령신의 두 눈이 시뻘겋게 변했다.

동시에 둘로 나뉘었던 눈동자가 품(品)자 형태로 재차 갈라졌다. 그리고 남천휘의 안면에 붉은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2회전 또한 혈화만개공이다.

남천휘는 득의의 미소를 감춘 채 인상을 썼다.

하나 짐짓 여유로운 척 사령신을 바라봤다.

여기서는 ‘척’이 중요하다.

“도대체 너처럼 환히 빛나는 자가 어찌 이런 살수를 펼친단 말이냐?”

일견하기에는 칭찬 같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령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크큭! 그래, 곧 죽을 놈이 무슨 말을 못하랴!”

콰콰콰콰콰콰쾅!

혈화만개공이 연이었다.

네 번의 혈화만개공이 폭발하자, 장내에는 핏빛 기운이 가득했다.

남천휘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얼굴은 당장 죽을 것처럼 창백했고, 눈에는 핏발이 섰다. 입가에는 진득한 핏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고, 심지어 양 팔은 수전증이 온 것처럼 쉴 새 없이 경련을 일으켰다.

“잠깐! 잠깐!”

사령신은 남천휘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여기며 히죽 웃었다.

“크큭! 이제 와서 용서해달라는 건 아니겠지?”

남천휘는 거친 호흡을 숨기지 못했다.

“후우, 후우, 한 가지만 묻자.”

사령신은 남천휘의 진중한 표정에 미간을 좁혔다.

“뭐냐?”

남천휘는 두 손으로 얼굴을 닦는 시늉을 하며 물었다.

“너는 세안을 할 때 어디까지 손이 올라 가냐?”

대답 대신 세 개의 혈화만개공이 남천휘의 이마와 양쪽 귓가에 맺혔다.

“너, 진짜 나빴어. 죽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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