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255화 (255/305)

112, 사부 각성(覺醒).

112, 사부 각성(覺醒).

백파도 남추의 새로운 영상이 등록됐단다.

평소였다면 상황을 가리지 않고 영상부터 확인했을 것이다. 심지어 개똥이나 제비가 옷을 벗고 앞에서 춤을 췄어도 그랬을 터였다.

하나 지금은 새롭게 등록된 영상을 건드릴 여력조차 없었다.

터터터터터터텅!

권강(拳罡)이 이렇게 무서웠던가.

그도 그럴 것이 백두의 주먹이 공간을 두들길 때마다 파장이 일었다. 마치 공간이 깨지며 지옥이 펼쳐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백두의 진짜 무서움은 마르지 않는 내공과 불사를 방불케 하는 육신이다. 현월강기로 권강을 밀어낼 때마다 생명력이 빠르게 하락했다.

‘적선단! 적선단! 적선단!’

동시에 150년의 내력 또한 밑 빠진 독처럼 줄었다.

‘벽선단! 벽선단! 벽선단!’

그 동안 숫돌과 동격이었던 물약의 값어치가 폭등했다. 그렇기에 줄어드는 적선단과 벽선단을 확인할 때마다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크아아아아아!”

백두가 괴성을 지르더니 자신의 양 뺨을 긁었다.

손톱에 긁힌 피부에 고랑이 생겼고, 피가 잔뜩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흩뿌려진 핏물은 붉은 기운을 따라 와류를 그렸다.

“비천무상도!”

백두는 남천휘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노리는 것처럼 일갈을 내질렀다.

‘할아버지, 저 놈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백파도 남추를 애타게 불러봤지만, 광풍이 휘말려 공허하게 흩어졌다. 대신 백두의 권강이 코끝에 닿을 것처럼 쇄도했다.

쇄애애애애애!

남천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조금 전의 강기와 달랐다.

붉은 기운을 따라 휘돌던 핏물이 강기와 함께 번쩍였다.

그 순간 재이의 알림이 들려왔다.

◎ 신화급 무공이 감지되었습니다.

- 불완전한 ‘혈무사혼권’이 발동합니다.

눈깔 두 개로 나뉘면서 칠야호리술이더니 이제는 세 개로 나뉘면서 혈무사혼권인가.

S급 통찰과 불굴이 동시에 발동했다.

그러자 어깨를 짓누르던 압박감이 다소 사라졌다.

‘혈무사혼권 검색.’

몸을 빼면서 빠르게 검색을 시도했다.

혈무사혼권(血霧斜魂拳) 또한 칠야호리술처럼 사령신의 독문무공이란다.

‘육신의 움직임과 별개로 혈무가 발동하다고?’

불길한 예감은 조금씩 확신으로 변해갔다.

남천휘는 더욱 빠르게 몸을 뺐다.

그 순간 권강보다 빠르게 그가 있던 자리를 핏빛 기운이 파고들었다.

콰콰콰콰콰쾅!

마치 피로 만든 창과 같은 것이 세 개나 땅에 박혔다. 그것은 다시 안개로 변하여 사방으로 흩어졌고, 권강은 그 후에야 남천휘를 따라 꽂혀들었다.

마치 두 명의 연환격처럼 상이한 방향에서 꽂혀드니 창졸간 거리를 허락해야 했다.

쩡-

남천휘는 인상을 쓴 채 뒷걸음질 쳤다.

용린쌍도는 여전히 예기를 잃지 않았다.

‘내가 문제네.’

이갑자 반에 이르는 내력도 백두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 남천휘가 용린쌍도를 완성함으로서 강해졌다면 백두는 기억을 되찾는 과정으로 강해졌다.

아무래로 쉽게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듯했다.

더 이상의 변화만 없다면 말이다.

‘눈동자가 더 벌어졌어.’

이제는 확연하게 세 개의 눈동자가 품(品)자의 형태를 그렸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완전하게 셋으로 갈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백두는 더 강해지겠지.

‘빌어먹을!’

이렇게 싸워서는 답이 없다.

시간을 벌어야 했다.

남천휘는 거리를 벌린 후 내력을 담아 외쳤다.

“집백등! 비천무상도! 누가 말해줬지? 정천칠공이냐? 남추냐? 괴겁천마냐? 누구야? 생각해봐! 어서!”

효과가 있다.

백두는 잠시 주춤거렸다.

아무래도 조각났던 기억이 뒤섞인 듯했다.

“집백등.”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렸다.

백두는 완전하게 기억을 되찾은 것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놈의 공세는 모두 불완전했다.

칠야호리술이 그러했고, 혈무사혼권이 그렇다.

완전해지면 얼마나 더 무서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기에 여유를 부렸다.

“아.”

백두는 장탄식을 했다.

길게 흘러나온 숨은 그대로 붉은 기운이 되어 일렁였다. 일견하기에도 하나의 형상을 만들려고 애쓰는 듯했다. 하나 울퉁불퉁한 형상이 만들어지는 순간 흩어졌다.

“으으으.”

백두가 이번에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대머리를 긁어서 피를 흩뿌리려는 것일까?

알게 뭐야.

‘튀자!’

일단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남천휘는 몸을 뺐다.

그리고 만변만해휘발액이 담겨 있던 통나무를 슬쩍 건드렸다. 뭐든지 녹여버린다는 휘발액을 오랫동안 품고도 멀쩡했던 물품이다.

분명 쓸모가 있는 물품이리라.

남천휘는 통나무를 인벤토리에 넣자마자, 올라왔던 길과는 반대로 내달렸다.

제갈우는 몇 번이나 경고했다.

신무대진의 입구와 출구는 반대편에 위치했다며, 반드시 반대편으로 하산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무슨 꿍꿍이가 있든 백두를 뚫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남천휘는

파팟!

궁신탄영까지 펼치며 내달렸다.

쾅! 쾅!

남천휘는 등 뒤에서 들려온 굉음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백두가 한 걸음에 일장씩 쫓아오고 있었다. 한데 쇠 신발이라도 신은 것처럼 산길을 박찰 때마다 굉음이 울렸다. 불굴이 발동하지 않았다면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으리라.

하나 남천휘는 더 이상 동요하지 않았다.

백두의 눈동자가 세 개가 되지 않는 한 백중세였다.

‘라고 믿고 싶은데?’

재이는 답이 없다.

분명 강 건너에서 불구경을 하며 육포나 뜯고 있겠지.

띠링-

《신무대진에 진입했습니다.》

좋아! 이제 한 숨 돌리겠네.

사방에서 들이치는 자욱한 안개가 이렇게 반가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

◎ 진법의 여파로 환영이 등장합니다.

- 대상자의 내면에 잠든 고통을 끄집어냅니다.

◎ 불굴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 평정심을 되찾습니다.

◎ 진법의 여파로 방향 감각을 상실합니다.

- 미로에 갇힌 것처럼 헤맬 수 있습니다.

◎ 통찰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 감각이 돌아옵니다.

◎ 진법의 여파로 심신이 무력화됩니다.

- 산공독의 여파로 녹선단으로 해독할 수 없습니다.

◎ 의술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 혈인도를 통해 혈맥을 정화합니다.

◎ 진법의 여파로 사기가 올라옵니다.

- 시체의 썩은 냄새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 만해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 부정한 기운이 배제됩니다.

남천휘는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을 차단했다.

결국 신무대진은 방해가 되지 않는 다는 결과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천하제일에 근접하지 않았을까?’

그도 그럴 것이 백독불침은 거뜬했고, 초절정을 넘어서는 이능은 동수 이상의 위력을 보였다.

하나 재이가 남천휘의 여유로움에 찬물을 끼얹었다.

띠링-

◎ 신화급 무공이 감지되었습니다.

- 불완전한 ‘천사강림’이 발동합니다.

진법에 갇힌 백두가 발광을 하는 듯했다.

하나 천사강림을 검색하는 순간 남천휘는 표정을 굳혔다.

사령신의 독문무공일 것은 당연했다.

한데 이것은 일인을 타격하는 무공이 아니라 광역으로 피해를 입히는 절세 신공이 아닌가.

‘일정 공간에 기세와 내력을 흩뿌려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고?’

마치 남천휘가 성소에서 신위를 발현하는 것과 흡사했다. 그 순간 남천휘는 한 가지 가설을 떠올리고는 진저리를 쳤다. 재이의 알림이 울린 이상 천사강림(千邪降臨)은 자신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구구구궁-

그 순간 거대한 압력이 어깨를 짓눌렀다.

천사강림이라는 명칭처럼 천 개의 악귀가 강림하듯 주변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나무가 으스러지고, 바위가 깨졌다.

얼어붙은 땅이 진흙처럼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젠장!”

남천휘는 내력을 끌어올려 궁신탄영을 펼쳤다.

그 순간 저 멀리서 괴성이 들려왔다.

“크아아아아아!”

동시에 공간 전체가 요동을 쳤다.

콰콰콰콰콰쾅!

남천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한순간 진법이 깨지며 권강에 휩쓸린 나무와 바위는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족히 십여 장은 초토화가 된 듯했다.

띠링-

◎ 신무대진이 손상되었습니다.

- 손상 비율은 2%입니다.

욕이 절로 나왔다.

불완전한 놈의 일격이 산 전체에 펼쳐진 진법에 영향을 끼칠 정도였다. 불길한 예감은 확신을 넘어서서 묘한 감정을 만들어냈다.

시스템을 얻은 후 잊었던 감정이다.

속이 메스껍고, 목이 타며 절로 인상을 쓰게 되는 감정의 이름은 두려움일 터였다.

‘기분 더럽네.’

남천휘는 더욱 빠르게 걸음을 내딛었다.

해야 할 일부터 끝낸 후 백두를 상대할 요량이다.

그 때 산길의 꺾어지는 부분에서 묘한 기척이 느껴졌다.

‘기습?’

적은 내력을 갈무리하고 있겠지만, 통찰이 활성화된 이상 주변 경관의 부조화만으로도 기척을 읽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누가 됐든 손은 흔들어줄게.’

*

파진악은 미간을 좁혔다.

“제갈표가 수작을 부린 건 아니겠지?”

백결공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하면 어째서 내려오는 길로 안내를 한 거지? 놈들을 한 시라도 빨리 때려죽여야 좌사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있을 텐데.”

파진악의 흉성에 백결공은 미간을 좁혔다.

‘점차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는군. 팔을 잘린 후 아예 다른 사람이 되고 있어.’

경솔하고, 성급하고, 포악하며, 안목이 좁은 자.

백결공이 사람을 판단할 때 이용하기는 어렵고, 단명하기 쉬우니 멀리 해야 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속내를 숨긴 채 말을 이었다.

“일원우사가 ‘하늘’의 가르침을 얻어와 제갈세가에 전한 비전으로 만들어진 것이 신무대진입니다. 그러니 사부와 현월회주라 해도 쉬이 통과하지는 못할 겁니다. 설령 통과했다고 해도 온갖 고초를 다 겪었을 테니 내려올 때 기습하는 것이 병법의 묘리입니다.”

파진악은 코웃음을 쳤다.

“흥! 누가 그걸 몰라? 만약 놈들이 올라가다가 죽기라도 하면 내 원한은 어디에 풀어야 한단 말인가?”

그가 원독한 한 마디를 내뱉는 순간 오솔길 좌우에 매복했던 망자와 수하들이 살기를 드러냈다.

“사형, 진정하세요. 이러다가 들키겠습니다.”

파진악은 마뜩찮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사위가 고요해졌다.

백결공은 그 후에야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저는 싸울 때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하산할까 합니다.”

파진악이 미간을 좁혔다.

“왜?”

“사형의 말처럼 놈들을 처리하는 건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손쉽겠지요. 그러니 저는 제갈세가주의 속내를 한 번 파악해볼까 합니다. 어찌됐든 우리의 적은 한낱 강호인이 아니라 우사이니까요.”

백결공의 말에 파진악은 히죽 웃었다.

“클클! 한 번 패배했다고, 아주 겁쟁이가 다 되었군. 그래, 가라. 가서 네가 잘하는 혀로 제갈세가주의 속내를 알아내라.”

“예, 사형.”

백결공은 끝까지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는 사부와 현월회주, 그리고 파진악까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을 흔쾌히 들여보내준 제갈세가주가 두려웠다.

‘만약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제갈세가주는 자신들이 기습할 장소까지 알려줬다.

폭탄이 매설되었을 수도 있고, 하산했을 때를 노려 포위망을 구성했을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여기 있는 건 하책이다.’

파진악은 백결공이 사라진 후에도 몇 번이나 살기를 일으켰다가 누그러트렸다.

그러던 중 중턱 쪽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내려오는 건가?’

그는 수신호를 보내 수하들을 준비시켰다.

아니나다를까 잠시 후 오솔길을 따라 현월회주가 등장했다.

파진악은 입꼬리를 올렸다.

‘어차피 그물 속의 물고기 신세렷다. 하나씩 없앨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야.’

그는 남천휘가 다가오는 속도를 계산하며 손을 들었다. 그가 손을 내리는 순간 좌우의 수하들이 벼락처럼 달려들어 기습을 할 것이다.

‘셋, 둘······.’

한데 그 순간 남천휘가 뛰었다.

그것도 잔영이 남을 정도로 신묘한 신법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

“쳐라!”

파진악이 황급히 외쳤다.

하나 가장 빨리 뛰쳐나간 그만이 남천휘를 막아섰다. 한 호흡만 버티면 수백 명의 수하들이 남천휘를 포위할 터였다.

‘좌사의 검진이라면 네 놈은 반드시 죽는다!’

쩡!

파진악의 상념은 이어지지 못했다.

남천휘와 부딪치는 순간 애검이 반으로 쪼개졌다.

그리고 상대는 눈앞에서 물거품처럼 사라지더니 등 뒤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큭!”

파진악은 황급히 몸을 돌려 방어를 하려 했다.

하나 남천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리는 것이 아닌가. 그는 한참을 멀어진 후에야 헤죽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수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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