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252화 (252/305)

111, 운수좋은 날.

111, 운수좋은 날.

남천휘는 싱글벙글했다.

그나저나 숙련도 30이 된 환마소혼검법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무공총람.’

《환마소혼검법(幻魔召魂劍法)》

- 마교십대무공 중 하나.(가치:2000)

- 전설급 검법 숙련도(30/100)

- 스킬1 : 구두마룡참.

※ 직위 ‘무적자’와 특기 ‘불굴’로 인해 마기에 침습당할 위험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남천휘에게 있어서 환마소혼검법(幻魔召魂劍法)은 계륵이다. 검법이 개방된 이후 몇 번이나 수련을 하려 했지만, 방법을 알 수 없었다. 도법과 보법은 무무혁명이나 철투를 통해 수련이 가능했다.

하나 환마소혼검법만은 재이가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랬던 검법의 숙련도가 영자팔법을 깨우치는 순간 30까지 치솟았다. 심지어 구두마룡참(九頭魔龍斬)이라는 스킬까지 등록됐다. 10년의 내력을 사용하여 전방에 아홉 줄기의 마기를 흩뿌리는 참격의 일종이다.

‘하! 이걸 좋아해야 하나?’

어차피 비천무상도가 있는 이상 환마소혼검법은 주가 될 수 없었다. 보조적으로 사용하거나, 신분을 감출 때에는 의미가 있으리라.

하나 그뿐이라면 그냥 내버려뒀으리라.

문제는 환마소혼검법의 탄생 비화였다.

‘무공총람에 적힌 바에 의하면 마교십대무공 중 하나가 확실해. 그런데 왜 영자팔법과 연관이 된 거야?’

환마소혼검법은 마교의 비전이었다.

그런 검법이 강호로 흘러나오게 된 까닭은 괴겁천마가 사라지며 혼란에 휩싸인 마교에 제천검귀가 숨어들어 빼돌렸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그 후 제천검귀는 강호칠대금문 중 한곳인 자하림을 세웠다. 그리고 환마소혼검법을 일지환혼검법으로 변형하여 활용했다. 그것이 최근에 들어 황도쌍노가 일지환혼검법을 훔쳐냈고, 산동성 황도에서 숨어 익힌 것이 마지막이다. 결국 환마소혼검법의 비화에는 영자팔법이 스며들 여지가 없었다.

“회주, 회주.”

노문사의 간절한 한 마디가 남천휘를 현실로 불러들였다.

“아시겠소?”

영자팔법으로 인한 기연 때문일까.

가뜩이나 심상치 않아 보였던 노문사의 눈빛이 더더욱 묘했다. 지금까지 남천휘를 상대했던 문사들은 호불호를 떠나 승부를 보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한데 노문사에게는 그것이 없다.

본래 모르겠냐고 물어야 정상이거늘 노문사는 마치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듯 연거푸 질문을 했다.

“일곱 번째 획인 쫄 탁은 맞은편과 대칭하지 않고, 이어지는 책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군요.”

“그래서요?”

남천휘는 미간을 좁혔다.

이 정도면 노문사의 대답으로 충분했다.

하나 노문사는 그 이상의 것을 원하고 있었다.

남천휘 역시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담한한 어조가 이어졌다.

“탁의 획이 반대편과 대치되지 않고, 여덟 번째의 책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군요.”

“그리고요?”

끈질긴 노인네일세.

기어코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인가.

그 순간 노학사의 맑은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여전히 묘했다.

남천휘가 물었다.

“어르신께서는 제가 제갈세가와 은원이 있을지언정 부리로 먹이를 쪼는 것처럼 거세게 몰아붙이지 말아달라고 간청을 하시는 겁니까?”

노학사는 길게 탄식했다.

“지난 삼십 년 간 제갈세가의 녹을 먹었소이다. 좋을 때도 있었고, 나쁠 때도 있었지. 하나 본래 뿌리가 변질되면 의도치 않게 가지가 힘을 잃고, 과실이 썩는 법이외다. 회주의 말이 옳소.”

모두가 잘못한 것은 아니니 손속의 정을 베풀어달라는 의미였다.

이걸 어찌 한다.

남천휘는 한 번 더 노학사를 바라봤다.

어린 나이에 안목을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S급 특기 통찰이 있지 않던가.

노학사의 호흡, 눈짓을 비롯한 육신의 반응을 한 눈에 담았다.

‘이 자는 단순한 학사가 아니야.’

만약 영자팔법을 통해 환마소혼검법의 숙련도를 올리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으리라. 그만큼 노학사의 기도는 틈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갈무리가 되어 있었다.

이 정도라면 걸어볼만하잖아.

도박을 하다보면 촉이 올 때가 있다.

그 촉이 왔다.

무엇보다 실패해도 손해보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남천휘는 은근한 어조로 대꾸했다.

“썩은 것이 있으면 잘라내야지요.”

노학사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내려갔으면 올라가는 것이 세상의 순리.

노인네 기분 좀 띄워주자.

“하나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라 했으니 살릴 수 있는 건 살려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학사의 주름진 눈에 따스함이 담겼다.

‘일단 환심은 샀고.’

남천휘는 노학사에게 미소로 화답했다.

그러자 그가 손자뻘인 남천휘에게 고개를 숙인 채 한 마디를 건넸다.

“회주의 능력이 하늘에 닿았으니 송청풍은 패배를 자인하는 바외다.”

이름을 물어보려 했거늘 스스로 알려줄 줄이야.

‘그럼 검색이지!’

한데 남위기를 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태창이 저절로 반응했다. 오랫동안 침묵했던 인맥(人脈)이 활성화된 것이다.

◎ 청야노사 송청풍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 그는 사대마종 중 암흑군종의 후예로 필법을 익혔습니다. 판관필 한 자루로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송청풍은 사십 년 전 혈겁을 일으킨 오두교를 홀로 섬멸한 고수입니다.

남천휘는 속으로 탄성을 흘렸다.

인맥은 지금껏 전진교의 교조인 마옥이나 검후와 같이 강호 최정상의 고수들에게만 반응했다. 황보세가의 가주나 남궁세가의 이인자인 남궁재야조차 인맥에 등록될 수 없었다. 결국 무공의 성취는 물론이고, 강호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만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한데 그것이 노학사에게 반응했다.

‘사대마종, 그리고 암흑군종 검색.’

검색 결과는 놀라웠다.

마교의 근간을 이루는 네 개의 가문.

그 중 하나가 괴겁천마의 수족을 자처했던 마천종이다. 마천종은 신마대전 이후 축출됐다. 그리고 마교의 새로운 주인이 된 마종은 다른 자들을 모조리 쫓아버렸다. 마교의 내원을 관장했던 암흑군종(暗黑軍宗)의 말로도 다르지 않았다.

‘송청풍이 암흑군종의 직계라니.’

그제야 환마소혼검법의 비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

자하림의 림주인 제천검귀가 빼돌린 비급은 완벽하지 않았다. 오히려 송청풍의 영자팔법이 원형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지금껏 올리지 못했던 숙련도가 30이나 올라버린 것이다.

‘마흔아홉 명은 버려도 이 영감만은 꼭 잡아야 해!’

남천휘는 노학사의 주름진 손을 맞잡았다.

“말학후배를 부끄럽게 하시는군요.”

“회주와 같은 고인이 후배를 자처하니 오히려 노부가 부끄럽구려.”

슬쩍 미끼를 던져보자.

“차후에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군요.”

노학사는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제갈세가에 진 빚은 얼추 갚은 듯하니 어디든 못가겠소.”

됐다!

암흑군종의 후예인 송청풍을 곡부남가에 세워놓으면 맹견, 아니 맹호를 세워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정말 마음 편히 본가를 떠날 수 있겠어.’

◎ 조만간 곡부남가는 S급 성소로 격상된 후 천하를 호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원에서 가장 안전하고, 위험한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여차하면 무림맹이나 마교와 독자적으로 한 판 붙을 수도 있겠군요.

다다익선이라고 했어.

‘그만 투덜거려라.’

노학사 송청풍 이후 숙련도는 오르지 않았다.

하나 입가의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끝이 보였다.

지난했던 오십 대 일의 대결도 이제는 마지막 한 명을 앞뒀다.

《최후의 일인!》

- 최고 난이도의 천문나진법을 돌파하라.

- 현재 논파 횟수(49/50)

※ 보상 1, 1회성 아이템 황금종이 지급됩니다.

※ 보상 2, 천문나진법을 통과하는 순간 신화급 물품에 대한 위치가 지도에 표시됩니다.

퀘스트 상태만 봐도 웃음이 나는구나.

남천휘가 현월회주인 것을 알게 된 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곡부남가와 현월회를 찾기로 약조했다. 그 전에 세가를 나선 이들도 찾아가서 함께 행동한다니 더할 나위가 없다.

이제 기연 밭은 뒤로 하고 새로운 기연을 마주하자.

‘보상이지!’

최후의 일인 퀘스트의 두 번째 보상은 분명 백두가 말했던 질풍뇌격궁에 대한 선물일 터였다. 한데 첫 번째 보상인 황금종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예상되는 것이 전무했다.

일단 완료부터.

남천휘는 호기롭게 외쳤다.

“다음!”

마지막 문사가 맞은편에 나타났다.

한데 묘한 자였다.

좋은 쪽이 아니라 나쁜 의미로.

그는 한 손에 검을 쥐었고, 다른 손에 책을 들었다.

“건강한 육신에서 맑은 생각이 나오는 법. 나와 문무를 겨뤄봅시다.”

남천휘는 눈을 끔뻑였다.

저 자는 저자에서 일어났던 혈사를 모르는 걸까.

제갈세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무인들이 오백 명이상 쓰러졌다는 것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무인의 무와 문사의 무는 다른 법. 방심하다가는 큰 코 다칠 게요.”

알고 있구나.

알고 있음에도 나대는구나.

‘뭐하는 놈이지?’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람이 즐비했다.

그리고 눈앞의 문사처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자도 있으리라.

콱!

가볍게 하룻강아지를 물어주었다.

잠시 후 문사는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크허허, 그만 하시오.”

장부는 태어나서 세 번 울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데 저 자는 세 곳으로 우는구나.

남천휘는 문사의 바짓가랑이를 타고 흐르는 누런 액체를 피해 한 걸음 물러섰다.

“너는 우리 집에 오지 마.”

곡부남가에는 이미 오줌을 싸고 현월회주를 형으로 삼은 일양도 왕대만이라는 노예가 있단다.

남천휘는 제갈우를 돌아봤다.

그는 사색이 된 채로 눈만 끔뻑였다.

“언제까지 이렇게 세워둘 건가?”

제갈우는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현월회주 남 대협께서는 천문나진법을 대성하셨으니 뜻하시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마뜩찮은 목소리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제갈우와 달리 재이의 알림은 경쾌하기만 했다.

띠링-

◎ 최후의 1인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보상이 지급됩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하니 황금색 종이 들어와 있다.

확인서를 사용하여 효능을 확인하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

《황금종》

- 불굴의 정신과 기개, 지치지 않는 육신을 지녔으니 그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으리라.

- 5분 동안 모든 억압과 위협에서 해방됩니다.

- 소모성 아이템으로 사용 시 소멸됩니다.

황금종만 사용하면 황제를 앞에 두고도 떨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이것이야 말로 언제고 든든한 생명 줄이 되어 주리라.

‘오늘은 운이 좋구나!’

백두를 따라 정처 없이 나선 길이 아니던가.

한데 유능한 문사를 오십여 명이나 얻었고, 아이템까지 획득했다.

곧이어 두 번째 보상이 활성화됐다.

발아래 황금색 동그라미가 그려졌고, 삐죽 튀어나온 화살표의 끝이 북쪽을 가리켰다.

운무가 가득한 봉우리.

그곳이 신화급 보상이 깃든 장소이리라.

‘그러고 보니 저게 신무대진인가 보네.’

그 때 제갈우가 슬쩍 다가와 물었다.

“가주께서 만나고자 하십니다.”

남천휘는 거절했다.

제갈세가와 이미 악연으로 엮인 상황이다.

또한 백두의 말에 의하면 이곳 또한 일원의 세력이 깊이 침투했을 터였다.

그러니 시간을 길게 끌어서 좋을 것이 없으리라.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니 바로 시작하겠어.”

백두가 반색을 하며 따라붙었다.

“신무대전으로 가자!”

제아무리 제갈세가가 자랑하는 신무대진(神霧大陣)이라고 해도 재이와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

남천휘는 보무도 당당하게 걸음을 내딛었다.

다행히 제갈세가는 약속을 지키려는 듯 남천휘와 백두를 막지 않았다.

‘후훗, 그냥 보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역시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이곳입니다.”

제갈세가의 내원을 지나 마주한 작은 별채가 목적지였다.

“별채와 연결된 후문으로 나가시면 곧장 신무대진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신무대진을 통과하시면 그쪽이 가려고 했던 천주봉의 신무대전이 나타날 겁니다.”

봉우리 이름이 천주봉이었군.

별채를 지나 뻥 뚫린 오솔길을 마주했다.

그리고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주변경관이 천장단애로 바뀌었다.

신무대진의 시작이다.

‘후우, 잡생각을 하다가는 골로 가겠는 걸.’

S급 특기인 통찰과 불굴이 흔들릴 만큼 강렬한 진법이 아닌가.

‘재이야.’

남천휘는 파해법을 묻기 위해 재이를 불렀다.

한데 이 빌어먹게 요망한 것이 기다렸다는 듯 알림을 울렸다.

띠링-

◎ 마지막 보상이 지급됐습니다.

- 지금부터 입춘대길 특별행사가 진행됩니다.

- 회회회판의 사용료가 50%할인 됩니다.

- 회회회판의 당첨 확률이 50% 증가합니다.

- 회회회판의 제약이 해제되어 신화급 보상까지 획득이 가능합니다.

뜬금없이 이 시기에 특별 행사를?

그나저나 신화 급 보상까지 등장한다면 자수정을 모아놓은 보람이 충분했다.

하나 남천휘는 재이의 마지막 한 마디를 듣고 얼굴을 붉혀야 했다.

◎ 입춘대길 특별행사는 30분 동안 진행됩니다.

크아아아아아!

외나무다리 위였거늘 앞뒤에서 수백 마리의 호랑이가 달려왔다. 게다가 위태롭던 다리는 광풍을 맞이하여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어.”

◎ 입춘대길 특별행사를 마음껏 즐겨주세요.

- 지금부터 시작합니다.(00:29:58)

이제는 하늘에서 집채 만한 독수리가 날카로운 부리를 들이댄 채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남천휘는 그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 어쩐지 운이 좋더라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