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달마시안(達磨始眼). (2)
*
오대원로는 황보세가의 방계다.
하나 그들은 가주 자리를 염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직계인 황보관의 핏줄 또한 백 년 전에는 방계였다. 다만 신마대전 당시 황보세가의 직계가 전멸했기에 빈자리를 채웠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남천휘에게 많은 것을 양보했다.
어쩌면 황보관이 줄 수 있는 것보다 많았으리라.
하나 남천휘는 사마의의 조언을 잊지 않았다.
- 황보관을 품으면 하나만 신경 쓰면 됩니다. 다만 오대원로를 품으면 여섯을 신경 써야 합니다.
어차피 저들에게서 충성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황보관을 통해 오대원로를 조율하는 편이 나았다. 그리고 오대원로를 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쳐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황보세가 내부의 싸움은 환영이지만, 칼날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에 비무를 제안했다.
“크아악!”
오대원로 중 가장 고수라는 황보노역이 결국 무릎을 꿇었다. 현월강기를 맞은 이상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리라.
“끄흠, 배려해줘서 고맙소이다.”
황보노역은 손자뻘인 남천휘에게 포권을 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현월강기를 마주하는 순간 죽음을 떠올렸다.
다른 원로들 또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승패를 직감했다. 무엇보다 다섯 명의 원로 중 가장 강한 두 명이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남천휘는 목례를 한 후 말했다.
“더 하시겠다면 상대를 해드리지요.”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강기의 횟수는 두 번이다.
하나 남천휘는 저들이 더 이상 덤벼들지 않을 것을 확신했다. 아니, 오대원로의 성향을 조사한 사마의의 판단을 믿었다.
‘아니면 몇 대 더 때려줘도 되고.’
황보노역은 두 번째로 강한 원로와 눈빛을 교환했다. 그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하자, 다른 원로들이 뒤따랐다.
“우리가 졌으니 남 대협의 뜻에 따르겠소이다.”
남천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월회의 일원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부디 현월회가 삼정을 대신하여 산동 강호의 훌륭한 지주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남천휘는 그 말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오대원로는 별원에 둘러앉아 대화를 이어갔다.
“좋지 않군요. 황보관은 우리를 그냥 두려 하지 않을 겁니다.”
“흥! 황보관은 석 달 동안 요양을 해야 한다지 않소이까. 그 사이에 우리가 영향력을 넓힌다면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외다.”
마지막 원로가 한 숨을 흘렸다.
“후우, 나는 이렇게 끝내도 되는가 싶습니다. 황보관의 무위가 예전 같지 않다지만, 용린협을 등에 업고 압박을 할 수도 있어요.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인정을 해서는 안 됐습니다. 조금 더 매달렸어야 해요.”
황보노역은 주변을 살핀 후 목소리를 낮췄다.
“이제 용린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금 전 그가 한 말을 떠올려보시오. 그는 우리에게 현월회의 일원이 된 것을 환영한다고 했소.”
원로들이 일제히 탄성을 흘렸다.
“그렇다면 세가 내부의 일은 관여하지 않겠군요.”
황보노역은 입꼬리를 올렸다.
“황보관과 우리 모두 현월회 소속이 되었소. 대외적으로 황보관이 가주를 계속하겠지만, 우리끼리의 일은 이제 시작이외다.”
“용린협이 우리를 배려했군요. 그와 더 가까워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대원로는 저들끼리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후훗.’
밖에서 몰래 엿듣고 있던 남천휘도 입꼬리를 올렸다.
‘모든 것은 사 군사의 뜻대로.’
이제 황보세가는 저들끼리 물어뜯은 후 남천휘에게 고깃덩이를 진상하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훈훈한 결말이다.
*
현월회의 창립을 위해서는 거처가 필수였다.
처음에는 신공부와 곡부남가의 중간 지점인 대화동에 새로 건물을 올리려 했다. 이미 산채가 존재했고, 신교대가 수련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건물이 증축된 상태였다.
하나 사마의가 반대했다.
“현재 주군의 약점이라고 할 만한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우리 집.”
“그렇습니다. 대화동에 터를 잡아도 곡부남가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요. 무엇보다 불명의 적이 주군을 노린다면 가장 먼저 곡부남가를 도모하려 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
그렇기에 여러 명사를 초빙했고, 신교대까지 만들지 않았던가.
“어차피 현월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소속 방파의 대변인들이 머물러야 합니다. 그들을 수행하는 무인들의 숫자도 제법 되겠지요.”
남천휘는 탄성을 흘렸다.
“아! 아예 곡부남가를 현월회의 거처로 삼아야겠군.”
“이미 곡부남가는 강호의 방파로 알려졌습니다. 상행은 부가 되어야 할 뿐, 주가 될 수 없지요. 무엇보다 곡부남가의 외원은 예로부터 빈객을 융숭하게 대접하기 위한 별채가 가득합니다. 곡부남가 전체를 내원으로 삼고, 외부에 건물 몇 채만 올린다면 호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사마의의 설명은 끝없이 계속됐다.
“천하의 사 군사가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남천휘는 미간을 좁힌 채 말을 덧붙였다.
“설마 우리 형 때문에 그래?”
사마의는 어색하게 웃었다.
생각해보니 그가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
그가 생각해낸 방법은 곡부남가를 지키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다. 하나 그것은 곧 곡부남가의 소가주인 남천홍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자칫 형제 간에 분열이라도 날까 우려한 듯했다.
조금 전의 쓸데없이 긴 설명 또한 남천홍을 설득하기 위한 밑 작업이었겠지.
남천휘는 쓴 웃음을 지었다.
‘예전이었다면 나도 같은 생각이었겠지.’
하나 지금은 남천홍의 속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던가.
“가자.”
“네?”
“소가주한테 가자고.”
사마의는 벌 받는 학생처럼 남천휘를 뒤따랐다.
“이래도 될지······.”
남천휘는 소가주의 처소에 허락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던가. 그가 문을 벌컥 여는 순간 남천홍은 무언가를 탁자 아래로 숨겼다.
“뭐, 뭐야?”
남천휘는 개의치 않고 물었다.
“형, 현월회를 곡부남가에 차리려고 해. 괜찮지?”
남천홍은 미간을 좁혔다.
“그게 뭔데? 네 마음대로 해.”
남천휘는 사마의를 보며 이것 보라는 듯 피식 웃었다. 그리고 처소를 나가기 전 남천홍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그리고 고기 좀 적당히 먹어라.”
남천홍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최소한 현월회를 논할 때보다 두 배는 컸다.
“어떻게 알았지?”
남천휘는 남천홍의 기름기로 인해 번들거리는 입술을 가리켰다. 그러자 남천홍은 소매로 입가를 훔치며 멋쩍게 웃었다.
“허허, 이상하네. 기름기를 쫙 뺐다고 했는데······.”
남천휘는 그런 소가주를 보며 혀를 찼다.
“쯧! 형아, 맛있게 좀 먹어라. 그러다 굴러다니시겠어요.”
“야! 네가 적당히 일을 벌려야지. 매일같이 사람들이 찾아오니까 제대로 먹을 시간도 없잖아. 어쨌든 현월회인가 뭔가를 만든다는 건 네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이잖냐. 그럼 됐네.”
남천홍은 숨겼던 고기를 꺼내어 한 입 베어 물며 말을 덧붙였다.
“지금부터 맛있게 먹으련다. 그만 나가줄래?”
남천휘는 문을 닫고 나서며 말했다.
“해결됐지.”
사마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눈만 끔뻑였다.
“하아, 이것이 참······.”
남천휘는 지금까지와 달리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사 군사.”
“예, 주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할게. 부모님 또한 형과 다르지 않아. 우리 집안은 그냥 원래 이래. 기왕이면 좋은 사람이 되자. 그게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알겠소?”
사마의 또한 덩달아 표정을 굳혔다.
“군림이나 지배는 오히려 쉽습니다. 때리고, 빼앗고, 억누르면 되니까요. 한데 주군께서는 사람이 되고자 하시는군요. 무적자의 의미를 한 번 더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주군의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남천휘는 피식 웃었다.
답은 생각할 것도 없지 않은가.
만렙을 찍고, 지존이 되는 거다.
“최고가 되는 거지.”
사마의는 한 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군림이나 지배가 쉽겠군요.”
“어려우니까 사 군사한테 큰돈을 주면서까지 일을 맡긴 게 아닐까?”
남천휘의 너스레에 사마의는 앓는 소리를 냈다.
“끄응, 월봉 자체가 없이 성과급으로만 책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 수중에는 은자 한 냥도 없다니까요.”
“하하! 현월회를 반석 위에 올리는 순간 성과급으로만 은자 삼만 냥이잖아. 이게 부족해?”
사마의는 입술을 삐죽였다.
“쯧, 부족할 리가 있겠습니까. 오가 중 하나를 무너트리면 은자 이십만 냥이고, 구파급은 오십만 냥. 이름 있는 구파는 백만 냥이던데요? 조심하십시오! 제가 천산에 숨은 마교를 박살내면 은자 삼백만 냥을 주셔야 된다고요. 아! 그 조건도 있지요. 주군을 무림맹의 원주 급으로 임명하게 만들면 성과급으로 은자 칠만 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맹주가 되면!”
그는 열 손가락을 폈다.
“천! 만! 냥! 아이고, 좋아라. 이러다 제가 강호에서 가장 돈이 많은 군사가 되겠군요.”
남천휘는 사마의의 어깨를 두드리며 응원했다.
“내가 해봤더니 중간 중간에 목표가 있어야 성취감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이더라고.”
사마의는 남천휘의 손을 슬쩍 떼어낸 후 말을 건넸다.
“성과급은 됐으니까 사람이나 붙여주십시오.”
“걱정하지 마. 얘기해놨으니까 오늘이 가기 전에 자네에게 갈 것이야.”
남천휘의 말에 사마의는 반색을 했다.
“다행이군요. 사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말이 길어질 것 같다.
‘혹시 오감 증폭제 대신에 차단제는 없냐?’
재이에게 물어봤지만, 녀석은 사마의의 입이 열리는 순간 도망친 듯했다.
비겁한 녀석.
“참! 청도문을 대신해서 열 곳의 중소방파를 선별했습니다. 평이 나쁘지 않고, 무공도 적당합니다. 무엇보다 문파의 역사만 따지자면 청도문보다······.”
그러고 보면 사마의는 참으로 외로웠던 것이 아닐까 싶다. 황보세가에는 친우라고 할 만한 자가 없었고, 곡부남가 또한 아는 이가 드물지 않던가.
“용무검문은 밀주로 유명하더군요. 이번에 현월회로 합류하면서 청도의 명물인 보리로 만든 황주를 가져왔습니다. 시간이 괜찮으시면 밤에 저와 함께······.”
남천휘는 표정을 굳혔다.
‘사마의의 혈도를 짚을까?’
그 순간 반대편에서 호리호리한 체구의 여인이 나타났다. 연하연은 백봉이라는 별호와 어울리는 백의무복을 걸치고 있었다. 한데 무복은 흙먼지로 인해 지저분했고,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수련에 매진했나 보다.
그녀는 남천휘를 확인하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아마 허수아비만 때리는 것에 실증이 난 거겠지.
“하하! 주군, 그래서 말입니다. 제가 대학으로 소학의 논리를 파해했더니 상대방의 얼굴이······.”
남천휘는 미간을 좁혔다.
선택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말의 사마의냐? 아니면 몸의 제비냐?’
*
사마의는 실의에 빠진 채 처소로 돌아왔다.
남천휘는 연하연이 등장하는 순간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도주했다.
“하아.”
외로웠다.
그는 탁자 위에 가득 쌓인 서류를 보며 땅이 꺼져라 한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 때 담담한 한 마디가 들려왔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장자방과 소하가 돌아와도 바꾸지 않을 분이라고 하셨는데요. 한데 밀린 일거리에 좌절하는 분이셨던가요.”
사마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곡부남가에서 몇 차례 스치듯 마주했던 소혜가 멀뚱히 서 있었다.
“아, 너로구나. 내가 한 숨을 쉰 이유는······. 아니다. 됐다. 그런데 네가 여기 무슨 일이더냐?”
소혜는 치맛자락을 잡고 의자에 앉았다.
“공자께서 군사를 도우라고 하셨어요.”
사마의는 미간을 좁혔다.
그가 알기에 소혜는 남 가의 혈육처럼 여겨지는 여인이다. 하나 어찌됐든 가솔의 복장을 하고 있었고, 주된 업무는 남천휘를 보필하는 것이 아니던가.
‘일개 시비가 나를 돕는다고?’
차를 타주거나, 서류의 정리라도 도우려나 보다.
그는 소혜의 앞에 놓인 서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위에 보면 보낸 사람이 있고, 시일이 있을 게다. 날짜 별로 정리 좀 해다오.”
사마의는 그 말을 끝으로 눈앞에 쌓인 서류를 살폈다. 한데 그가 열 장 정도 보았을 때 소혜가 한 무더기의 서류를 내밀었다.
“다 했어요. 그런데 청도문을 대신할 문파 중에 비광파도 있네요. 그 쪽은 산적과 연계해서 독탄을 유포하던 경력이 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마냥 봐줄 수는 없잖아요.”
사마의는 눈을 끔뻑였다.
“어, 어! 그랬나? 어디 보자.”
그는 몇 장의 서류를 대조한 끝에 소혜의 말이 맞았음을 확인했다.
“크흠, 그럼 비광파는 빼도록 하자. 그럼 저 쪽에 쌓인 것을 확인해주겠느냐?”
소혜는 미간을 좁혔다.
“제 자랑을 하고 싶지 않지만, 이곳에 모인 정보 중 대부분은 제 손을 거쳤어요. 그러니까 잡무는 빼고 중요한 것부터 시작하시지요.”
사마의는 소혜가 내민 명패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무한상회. 이게 뭐냐?”
소혜는 남천휘의 명령으로 산동성 내를 오가는 상단과 표국의 정보망이 완성됐음을 알렸다.
사마의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믿기 힘들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소한 산동성 내에서는 곡부남가가 개방과 하오문에 버금가는 정보망을 갖췄다는 증거가 아니던가. 특히 요처마다 지소를 설치하여 소속 상단과 표국들에게 대략적인 정보를 전달한다는 교차로의 방안은 신통하기까지 했다.
“좋아. 그럼 내가 현월회의 일을 중점으로 다루마. 현월회의 서류를 분류하고,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확인을 해다오.”
소혜는 빙긋 웃었다.
“잘 됐네요.”
그 때는 뭐가 잘 된 건지 몰랐다.
두 사람은 경쟁을 하듯 빠르게 서류를 처리했다.
산더미처럼 모여 있던 서류가 빠르게 정리됐고, 목합 안에 차곡차곡 쌓였다.
‘허허, 저 아이의 재주가 대단하구나.’
사마의는 소혜를 보며 몇 번이나 탄성을 내뱉었다.
그녀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을 사이도 없이 붓을 놀리고, 간간히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길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헛기침이 튀어나왔다.
“크흠.”
그 때 소혜가 사마의의 앞에 섰다.
사마의가 머쓱한 마음에 볼을 붉히는 사이 한 장의 종이가 놓였다.
“이게 뭐냐?”
“아까 말씀을 못 드렸는데 제 일과표에요.”
“일과표? 잠깐 여기에 점심을 먹고 두 시진 동안 공백이 있구나. 저녁을 먹고도 있네. 새벽에도 한 시진이 비어.”
그는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
“현월회보다 중요한 일거리라도 있는 게냐?”
“네.”
“뭔데?”
소혜는 표정 변화 없이 말을 이었다.
“점심 먹고 토끼장 청소를 해야 해요.”
“뭐? 그럼 저녁에는.”
“저녁 먹고 토끼장 청소를 해야 해요.”
“설마 이른 아침에도 토끼장 청소를 해?”
“그럴 리가요. 아침에 토끼를 잡아야 해요. 그래야 탕을 끓이지요. 삼공자는 오래 우려낸 토끼탕을 좋아하시거든요.”
사마의는 말문이 막힌 채 눈만 끔뻑였다.
‘현월회와 토끼라.’
소혜는 허락이 아닌 통보였나 보다.
사마의의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보따리를 챙겼다.
보따리에서 삐죽 튀어나온 것을 보아하니 청소 용품이 분명했다.
‘토끼라니. 현월회가 토끼에게 밀린 건가?’
사마의가 허망한 마음에 토끼를 읊조리는 사이 소혜가 되돌아왔다.
“손님이 오셨어요.”
“토끼?”
소혜는 미간을 좁혔다가 한 숨을 흘렸다.
“휴, 알았어요. 삼공자가 먹다 남은 게 있으면 좀 챙겨드릴 게요. 참! 소림에서 손님이 왔어요. 저는 이만 청소를 해야 해서······.”
사마의는 입을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소림승도 토끼에게 밀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