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220화 (220/305)

98, 산동성의 주인이 정해졌다.

98, 산동성의 주인이 정해졌다.

어린 시절 어머니, 안자영은 말했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놀아도 좋으니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랬다.

한데 오늘은 집에서 먹지 못할 듯했다.

아니 아예 걸러야 할 수도 있겠다.

파파팟!

남천휘는 사방에서 들이치는 검영(劍影)을 피해 이리저리 몸을 피했다.

저것들 때문이다.

황보세가의 장로는 팔대부로 유명했다.

한데 팔대부 중 다섯 명이 동시에 남천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남천휘가 쌍장을 후려치는 순간 공간이 일렁였다. 노인들은 한순간 서로에게 공력을 전달하며 남천휘의 공세를 무마했다.

그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물러섰다.

“흥! 방약 무도할 자격이 있구나. 제법이야!”

그 중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가볍게 옷자락을 털며 말했다.

“네 무공을 보아하니 신공부의 것은 아닌 듯하구나. 제법 명가의 기풍이 느껴져. 지금이라도 가주에게 사죄를 한다면 목숨만은 빼앗지 않으리라.”

그러자 네 명의 노인이 수장을 따라 옷을 털며 자세를 고쳤다.

“대형은 허언을 하지 않으신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예를 표하라.”

하나 남천휘는 그들을 뚫어져라 응시할 뿐이다.

‘지금까지 겪었던 합격진과는 격이 다르다.’

저들은 쾌활십이장보다 어려운 상대였다.

저녁을 집에서 먹지 못하고, 야식을 먹어야 할 정도의 귀찮은 대상이었다.

‘저런 게 진짜 검진이라는 거겠지?’

검진(劍陣)을 막상 상대하니 기분이 묘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합격진은 합공을 기본으로 하여 공방을 조율하는 형식이다. 그렇기에 하나에 하나를 더하여 셋의 효과를 내면 족했다. 쉽게 말하자면 너도 한 번 때리고, 나도 한 번 때리는 식이다.

하나 명가(名家)의 진법은 달랐다.

특히 검진을 사용한다면 저들 다섯 노인은 사형제가 분명했다.

“크하하! 이 놈! 저분들은 쾌활십이장과는 격이 다르다. 네가 아무리 천지분간을 못한다고 해도 지금쯤이면 눈치 챘겠지?”

황보장천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삿대질까지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가 소리를 칠 때마다 몇몇 사람이 얼굴을 찡그렸다.

쾌활십이장이다.

저들은 단주급이라던 소개가 무색할 만큼 처참하게 패배한 상태였다. 가장 강한 무공을 자랑하던 자가 다섯 합을 넘기지 못했다.

그 다음에 나선 것이 다섯 명의 노인이다.

“어서 무릎을 꿇지 못할까? 저분들이 바로 청하문의 고수시다!”

궁금했는데 때마침 잘 됐다.

‘알려줘서 고마워.’

황보장천이 귀엽게 보일 때도 있구나.

그 때 남천휘의 귓가에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사마의가 소매로 입을 가린 채 입술을 달싹일 때마다 정보가 전해졌다.

“청하문은 요동의 터를 잡은 명문입니다.”

요동성이면 북해의 입구라 불릴 만큼 혹한의 대지가 아닌가. 남천휘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방파의 제자였다. 하나 사마의의 뒤이은 말을 듣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모용세가입니다. 청하문이 곧 모용세가입니다.”

모용세가라면 수백 년 간 요동의 패주를 자처했을 만큼 강맹한 방파가 아닌가. 게다가 백 년 전 신마대전 때 정파를 대표했던 정천칠공 중 비류검사(泌柳劍師)를 배출하기까지 했다.

만약 모용세가가 장성 안 중원에 위치했다면 분명히 오대세가에 속했으리라. 그리고 황보세가는 이견의 여지없이 밀려났겠지.

“모용세가와 황보세가가 결연을 맺었습니다. 모용세가주는 청하오검을 파견하여 중원에 터를 잡으려 하는 상태이고요.”

남천휘는 혀를 찼다.

남의 사람을 제 사람인 양 장로로 삼았다는 뜻이 아닌가. 황보세가에서 사람이 얼마나 없으면 외인을 장로로 삼았을까.

하긴 저들의 무위는 황보세가와 어울리지 않았다.

개 발에 편자요, 돼지 목의 진주였다.

그 사이 사마의의 조언은 끝을 맺었다.

“모용세가의 낙화유망검진은 강호의 일절로 손꼽힙니다.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니, 그럼 파해법은?

하나 사마의는 이미 소매를 내린 후였다.

남천휘는 사마의를 보며 눈짓을 했다.

[군사라면 파해법이라도 내놔야지.]

그러자 뼈아픈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어제까지만 해도 말단 학사였습니다.”

그랬구나. 말단 학사였구나.

언제 쫓겨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비정규직이었구나.

사마의의 활용은 여기까지.

이제부터 남위기 차례였다.

남천휘는 청하오검(淸河五劍)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척하며 남위기를 활성화했다.

‘낙화유망검진. 단점. 파해법. 약점.’

수많은 정보가 쏟아졌다.

하나 어디선가 보고 들은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화려한 미사여구만 가득할 뿐 실속 없는 감상평만 가득했다.

낙화유망검진(落花柳網劍陣).

‘떨어치는 꽃잎이 버드나무 그물에 갇힌 형국이라니······.’

자신의 모양새가 그러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리라.

그러던 중 VIP 포인트를 소모하여 획득한 고급 문서에서 활로를 찾아냈다.

낙화유망검진에 갇혔던 이의 증언이다.

‘구매.’

◎ 이 기록은 파산쌍부(破山双斧) 단전강이 만취하여 지인에게 남긴 넋두리를 기반으로 구성됐습니다.

재이의 설명을 시작으로 짧지만, 굵직한 감상평이 나열됐다. 한데 그것을 일독하는 순간 재이가 기습적으로 알림을 들려왔다.

그것도 히든 퀘스트였다.

띠링-

《맞을수록 즐거우리라.》

- 모용세가의 낙화유망검은 유검(柔劍)의 극의에 달한 비류검사의 절예입니다. 모든 것을 흘려내고, 모든 것을 비껴내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검에 대한 조예가 상승합니다.

- 보상1 : 특기 ‘검수’의 등급 상승.

- 보상2 : 장병기(長兵器) 마스터(1/5).

- 연계 보상 : 무공총람에 등록된 환마소혼검법에 대한 수련이 가능해집니다.

변태 같은 퀘스트 명과 달리 보상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계륵 같은 존재였던 환마소혼검법의 길이 열린 게다.

한데 조건이 문제였다.

‘반 시진 이내에 다섯 번을 지켜보라니······.’

그 말인즉슨 저 끈질긴 노인들과 못이기는 척 한참 동안 놀아줘야 한다는 뜻이다.

귀찮다. 심하게 귀찮다.

하나 환마소혼검법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을 터였다.

한다. 해버리자.

‘그런데 장병기 마스터는 뭐냐?’

기다렸다는 듯이 알림이 연이었다.

히든퀘스트에 이어 연계 퀘스트의 등장이다.

《장병기 마스터.》

- 강, 유, 환, 쾌, 둔의 묘리를 깨우친 자.

- 보상1 : 모든 무기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 보상2 : 모든 무기가 전설 등급의 효과를 지닙니다.

남천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신마대전 이전에 천하제일인이라 불렸던 자는 모든 병장기를 능숙하게 다뤘다. 그는 말년에 이르러 모든 무기의 사용법을 다섯으로 나눴고, 그것을 대성하면 만류귀종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강(剛), 유(柔), 환(幻), 쾌(快), 둔(鈍).

그 중 유(柔)를 만난 셈이다.

‘이건 소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꼬리로 황금을 주운 꼴이네?’

아닌 말로 장병기 마스터를 완료하면 나뭇가지를 들어도 전설급 무기의 위력을 보인다는 뜻이 아닌가.

한 마디로 손에 쥐는 모든 것이 무기였다.

남천휘가 퀘스트 창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이에도 황보장천은 입술이 마르도록 청하오검을 칭송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제자라도 되고 싶은 건가?’

하긴 녀석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리라. 한데 저들은 남천휘의 웃음을 자신들에 대한 조롱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방자한 녀석.”

“손속에 정을 기대하지 말거라!”

청하오검은 요(凹)자 형태로 섰다.

검으로 땅을 가리키고, 다시 하늘을 가리킨 후 서서히 힘을 뺐다. 그러자 검 끝이 물결을 치듯 내려앉는다. 그 모습이 마치 봄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와 같았다.

하나 물결칠 때마다 내력이 번뜩였다.

저들의 내력이 정순함을 증명하는 광경이었다.

남천휘는 눈살을 찌푸렸다.

저들의 무위에 두렵기 때문이 아니다.

‘굳이 기수식부터?’

본래 무공을 대성하면 초식의 선후가 없어진다. 모든 초식은 거미줄처럼 얽혀서 어디로 향하든 절예를 선보였다. 선후가 없어진 후에야 절대지경의 상징이라는 무초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는 건······.’

저들이 지극히 예법을 따지거나, 낙화유망검진을 대성하지 못했다는 뜻이리라.

“좋습니다! 무림에 위명이 자자한 청하문의 무학을 견식하고 싶습니다. 청하오검들게 가르침을 청합니다!”

남천휘의 우렁찬 일갈에 놀란 건 다름 아닌 황보장천이다. 지금껏 그가 지켜봤던 남천휘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의 격으로 오만방자하지 않았던가.

검후를 제외하고 저렇듯 정중한 모습은 처음이다.

‘지칠 때까지 오래오래 가르쳐달라고!’

남천휘의 속내와 달리 청하오검은 제법 감탄한 표정이다. 황보세가에 난입한 이후 오만불손하던 남천휘가 아닌가. 그가 황보세가의 가주보다 자신들을 우대하니 싫어할 까닭이 없다.

“좋다! 여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디 한 번 후배의 솜씨를 구경해보도록 하지!”

청하오검이 기수식에 이어 낙화유망검법을 펼쳤다.

다섯 명이 하나의 검법을 펼치지만, 어느 것 하나 거슬리지 않았다. 이름처럼 초식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남천휘라는 ‘낙화’를 가두기 위해 펼쳐진 그물은 촘촘했다.

쇄애애액!

인중을 찌르는 검.

고개를 젖히는 순간 두 자루의 검이 좌우 골반을 노렸다. 손등으로 쳐내려는 순간 검은 스스로 물러났다. 마치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듯 자연스럽다. 하나 그 뒤를 쫓았다가는 스스로 그물에 발을 들이는 꼴이다. 남천휘가 물러서는 순간 검진의 형태가 바뀌더니 다섯 자루의 검이 전방을 노렸다.

어느 쪽으로 비켜서듯 저들은 꽃이 만개하듯 흩어지며 궁지로 몰아붙일 것이다.

저들이 노리는 방향은 뻔했다.

요(凹)자 형태에서 유일하게 뚫린 방향이다.

언뜻 생문(生門)처럼 보이지만, 몸을 빼는 순간 입구를 닫는 그물이 감옥이 될 터였다.

“하아!”

남천휘는 장소성을 내뱉었다.

뾰족한 기음이 울리는 순간 흉중에서는 자연스럽게 호연지기가 솟구쳤다. 그만큼 낙화유망검진은 훌륭했다. 그것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만큼 말이다.

“제대로 가겠습니다!”

남천휘의 두 손이 장포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타났다. 양 손에 쥔 백룡과 흑린은 다섯 검의 검을 연이어 후려쳤다.

따다다다다다당!

청하오검은 쌍도에 깃든 내력이 웅혼함에 놀랐고, 쾌속함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사제들! 오행화엽이다!”

다섯 명의 노인이 오행의 방위로 흩어지더니 일제히 뭉쳐들었다. 그 모습은 활짝 폈던 다섯 개의 꽃잎이 봉오리를 다무는 듯했다.

‘안에서 밖으로 흩어지고, 밖에서 안으로 모이니 일체의 묘리는 허상과 다르지 않았다. 허상 속에서 맴도는 칼끝은 살의를 담았으나, 베지 못한다.’

남천휘는 다섯 개의 칼이 꽂혀드는 순간 오히려 움직임을 멈췄다.

쉬이이이익!

당장이라도 사지를 벨 것처럼 음유하던 칼끝은 아슬아슬하게 몸을 스쳐갔다. 그리고 청하오검은 저들끼리 교차하며 위치를 바꿨다.

청하오검의 수장이 탄성을 흘렸다.

“좋구나! 어린 나이에 정중동을 익혔고, 그것을 드러낼 평정심까지 지녔어.”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렸다.

만약 이번 퀘스트에 숙련도가 있었다면 쉴 새 없이 알림이 울렸으리라. 지금껏 본능적으로, 또는 시스템의 힘으로 행했던 것의 원리를 깨우치는 기분이었다.

‘질풍난무!’

청하오검과 오랫동안 겨루려면 공방을 주고받아야 할 터였다.

남천휘가 공세를 펼치는 순간 청하오검의 진형이 다시 한 번 변화했다.

채채채채채채채챙!

용린쌍도가 2초 간 전방을 찢어발겼다.

하나 청하오검은 정확하게 그만큼의 거리만큼 물러났을 뿐이다. 확실히 비류검사의 후손답게 공세를 받아넘기는 재주만큼은 봉황곡주보다 윗줄이다.

“내공의 웅혼함까지! 자! 이것도 받아봐라.”

수장이 검초를 펼치는 순간 검영이 너울거렸다.

햇살의 힘을 빌려 마치 수십 개의 등잔을 켠 듯 번쩍이기 시작했다.

‘공방을 주고받았으니 이제는 공과 공이다!’

남천휘는 회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백룡도를 내리쳤다.

쩡!

검기와 도기의 충돌.

하나 파장이 이는 대신 음유한 기운이 검 끝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어느 새 청하오검의 다른 넷은 검을 등 뒤로 한 채 좌장으로 수장의 등을 짚었다.

‘격체전공!’

남천휘는 적선단을 연이어 흡입한 후 손목을 튕겼다. 그 순간 백룡도는 강성을 잃고, 채찍처럼 흐느적댔다.

따당-

청하오검 전체의 내력을 흘려내며 역공을 취한 게다. 이것은 저들의 낙화유망검법을 지켜보며 체득한 것을 흉내 낸 것이다.

하나 저들은 그것만으로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허허, 어떤 고명한 인사가 저런 제자를 키워냈을꼬?”

“과찬이십니다.”

어느새 청하오검의 얼굴에서는 적의가 사라졌다.

버릇없는 후학에서 무예를 겨룰만한 상대로 격상한 게다.

청하오검의 수장이 가슴까지 내려온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더 할 수 있겠는가?”

남천휘는 어깨를 흔들며 상체를 튕겼다.

‘당연하지. 아직 두 번 밖에 못 봤는데!’

그는 용린쌍도로 청하오검을 겨눈 채 한 마디를 내뱉었다.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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