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208화 (208/305)

92, 우리 집에 왜 왔니? (3)

*

윤석명은 숲에 의지한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직까지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처음은 떨린다던데······.’

하나 첫 실전을 앞둔 그의 마음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오히려 작금의 자신을 돌이켜 볼 때마다 실소가 절로 흘러나왔다.

‘천지문의 막내 제자가 많이 컸구나.’

천지문은 청도에서 북쪽으로 삼 일을 가야 나타나는 봉래에 위치했다. 한데 산동성의 모든 것은 제남과 곡부, 청도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던가. 그 말인즉슨 윤석명의 고향인 봉래는 궁벽한 벽촌임을 의미했다. 천지문이라는 광오한 이름과 달리 삼류 방파나 다름없었다.

삼류로 끝나고 싶지 않았기에 곡부로 찾아왔다.

새롭게 시작하는 신공부의 한 축이 되고 싶었다.

하나 선발전에서 마주한 후기지수들은 하늘의 별과 같았고, 군계 속의 일학 같았다.

결과는 탈락.

항의하고 싶은 용기마저 사라졌다.

‘그 때 그분을 만났지.’

자신을 수많은 후기지수 중 한 사람이 아니라 윤석명으로 대해준 사람이 뇌리에 떠올랐다.

선발전의 심사 위원이었던 남천휘는 윤석명의 무공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줬다. 장점을 칭찬하고, 단점을 아쉬워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던 그였다.

이제 천지문으로 다시 돌아가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지우면 성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데 남천휘가 손을 내밀었다.

윤석명은 기꺼이 그 손을 잡았다.

남천휘의 그림자라도 쫓고 싶었다.

그렇게 윤석명은 신교대에 입대했고, 효치(梟鴟) 9호라 불렸다. 아직도 신교대의 대원들을 올빼미라는 뜻의 ‘효치’라 부를 까닭은 모르겠다.

그저 남천휘가 지어줬다니 감사히 받을 뿐이다.

‘9호였던 내가······.’

신교대의 교육이 끝나는 날 효치의 의도는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번호의 의미는 알게 됐다. 윤석명은 남천휘가 판단한 마흔여덟 명의 신교대원 중 아홉 번째 잠재력을 지녔단다.

그래서 효치 9호였다.

하나 지금은 달랐다.

신교대를 졸업한 윤석명은 대의 세 개뿐인 조장 중 한 명이 되었다. 아홉 번째 있었던 그가 세 번째까지 치고 올라온 것이다.

윤석명은 슬쩍 돌아봤다.

자신의 뒤에는 신교대원 열다섯 명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쥐었다가 피는 것으로 경계를 지시했다. 조원들이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수신호만으로 대부분의 의사표현이 가능했다.

하나 윤석명은 월동문이 부서질 것처럼 열리는 순간 속안의 말을 내뱉었다.

“우리가 그분의 그림자다.”

*

신교대의 이조장인 위강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별채를 응시했다. 별채는 외원에서 내원을 거치지 않고 우회했을 때 나타났다. 즉 봉황곡이 별동대를 운용했을 때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요처였다.

“봉황곡이라.”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누군가 봉황곡을 거론한다면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강호칠대금문의 행사에 얽혔다가 비명횡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데 지금은 달랐다.

봉황곡은 그저 봉황곡이다.

그만큼 위강은 성장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는 곡부남가의 전력을 떠올린 후 혀를 찼다.

‘봉황곡 전체가 몰려온다면 모를까. 여인에게 혼을 빼앗긴 머저리들이라면 만 명이 몰려와도 두렵지 않다.’

불현 듯 자신의 아집을 깨어버렸던 남천휘의 한 마디가 뇌리를 스쳤다.

- 위강! 정신 차려. 젠장, 너는 스승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닌 반편이야!

위강은 남천휘의 말을 떠올릴 때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듯했다. 쉬고 싶을 때,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저 말을 되새겼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그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조필현이라고 했던가?’

남천휘의 제안을 거절하고, 강호를 경험하고 싶다며 떠났던 후기지수가 있었다. 조필현은 사내의 호방함을 드러내듯 남천휘의 제안을 칼같이 거절했다

낭시에서 낭인들하고 어울리겠다고 했던가?

위강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호방함이 아니었어.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치기였지.”

그 때 별채의 기둥에 숨어 있던 조원이 주먹을 폈다. 야행의를 입은 것과 달리 손바닥에는 은 부스러기가 붙어 있었다. 달빛이 은편(銀片)에 반사되는 순간 위강은 조필현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적이 왔다.”

스릉-

조원들은 대답 대신 검을 뽑았다.

두려움 대신 투기가 가득했다.

*

양방언의 계획은 간단했다.

조상의 북풍대는 가솔들이 모인 대전을 지킨다.

그리고 남천휘가 용봉쟁투에서 우승한 후 모여든 낭인들로 조직된 북악대가 전방에서 나타날 매혹대를 상대하기로 했다.

사실 북악대의 무공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강호에서도 오갈 데 없는 이들이 칼밥을 먹기 위해 모였다. 고수가 왔을 리 만무했고, 대부분 일류와 이류 사이의 무인들이다.

그러나 북악대의 힘은 머릿수에서 나왔다.

북악대주인 벽추는 북풍대의 부대주였던 시절부터 약한 대원들을 위해 검진에 몰두했다. 그 결과 무공은 조상보다 약할지언정 수하들을 다루는 건 한 수 위였다.

그렇게 북악대의 백팔연환검진이 탄생했다.

열여덟 명으로 이뤄진 여섯 개조가 돌아가면서 상대를 밀어내는 연환진이다. 소림의 십팔나한진을 흉내냈지만, 어디 비교할 수나 있겠는가. 그러나 벽추는 비슷한 무위라면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을 자부했다.

양방언은 흔쾌히 벽추의 호언장담을 받아들였다.

“신교대의 이조는 후방의 기습을 대비한다. 삼조는 매혹대가 돌입한 후 봉황곡이 등장하기 전에 허리를 끊는다. 적은 별다른 계획 없이 무턱대고 몰려오는 형국이다. 허리를 끊어 적들의 시선을 분산시킨 후 본대를 상대한다!”

대전에 모였던 이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양방언은 봉황곡과 매혹대가 정문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모든 계획을 세웠다. 단순히 금군의 교두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뛰어난 재능이 아닌가.

특히 백주검은 양방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북풍대와 북악대마저 적재적소에 배치하다니. 대국을 보는 혜안이 대단하군.’

그 순간 내원과 외원의 경계에서 화시(火矢)가 솟아올랐다. 신교대의 이조가 매혹대와 봉황곡의 허리를 끊었다는 신호였다.

“가자!”

양방언을 필두로 건장한 체격의 청년 두 명이 뒤따랐다. 한 명은 아들은 양대안이었고, 다른 한 명은 남천휘가 신교대에서 으뜸가는 재능이라 인정했던 양천중이다.

양대안은 양천중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양천중 역시 주먹을 맞댄 후 입꼬리를 올렸다.

“오늘은 양씨 의형제가 강호에 이름을 떨치는 날이로구나.”

“누가 형인지는 머릿수로 정하자고!”

“좋지!”

그 뒤를 따르는 서산노옹과 백주검은 산보를 나선 것처럼 느긋했다. 돈의 힘을 체험한 건 비단 신교대뿐이 아니었다.

혜소처럼 선한 이가 웃어른을 챙기는 건 당연했다.

두 사람은 그 동안 소화시킨 영약의 양을 증명하듯 정명한 눈빛을 번뜩였다.

“밥값을 하려니 속이 시원하군.”

“이제 밥값이라고 하지 말자고. 우리도 이제 곡부남가의 일원이 아닌가.”

“클클, 아니라고 했다가는 무도한 자가 되겠어.”

“막 총관이 술상을 봐놓는다고 했으니 몸 성히 돌아가세. 뒷일은 저기 혈기 넘치는 이들에게 맡기고.”

두 사람의 뒤에는 강호에 위명이 자자한 혈검살의가 무려 세 명이나 함께 했다. 노강호라 불리는 두 사람보다 약한 이가 없을 정도였다.

“오공아, 사부의 무공을 잘 보아라.”

마이의 거만한 한 마디에 오공은 맞장구를 치며 대꾸했다.

“혈검살의 중 으뜸이신 사부께서 나서신다면 적이 아무리 강성해도 마의동풍을 벗어날 수 없지요.”

“클클, 그건 그렇지.”

“누가 감히 사부의 능력을 의심하겠습니까? 오히려 적이 더 많았으면 좋겠네요. 제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온갖 입에 발린 말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긴장감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에 마이가 인상을 썼다.

“아부는 태나지 않게 적당히! 과유불급이라 했다!”

혈검살의의 막내인 홍칠은 사제의 낯 뜨거운 대화를 들으며 혀를 찼다.

“나도 더러워서 제자나 한 명 들이든가 해야지.”

성시는 표정을 굳힌 채 가타부타 대꾸가 없다.

“형님. 설마 봉황곡인지, 뭔지 때문에 걱정이라도 되는 거요?”

홍칠의 말에 성시는 한숨을 흘렸다.

“봉황곡이 왜?”

“우리가 지금 봉황곡하고 싸우러 가잖소.”

“아, 그랬냐?”

위기감 없는 건 이쪽이었다.

홍칠은 성시가 남쪽을 보며 연거푸 한 숨을 쉬는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

‘누가 보면 연 소저가 정혼자인 줄 알겠소.’

잡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그 순간 선두에서 양방언의 일갈이 들려왔다.

“봉황곡이다!”

그 순간 잡담을 하거나, 딴 짓을 하던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져서 삽시간에 포위망을 구성했다.

*

백타선자는 믿을 수 없었다.

정문을 뚫고 들어섰을 때만 해도 더 이상의 지지부진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 여겼다. 곡부남가의 북풍대와 북악대 정도는 매혹대만으로도 쓸어버릴 것이라 확신했다.

한데 눈앞의 현실은 어떠한가.

차라리 정문에서 막혔던 것이 현실이었으면 싶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푹푹푹푹-

매혹대의 무인들은 잠깐의 시간도 끌지 못한 채 짚단처럼 허물어졌다. 미약으로 심신을 절여 놨기에 저 정도였으리라. 그게 아니었다면 매혹대는 이미 뿔뿔이 흩어졌을 만큼 곡부남가의 대응은 폭력적이었다.

공자의 후손? 유가의 일맥?

‘저게 어디 유자의 후손들이 보일 법한 무위인가?’

양방언은 남천홍에게 받은 검을 지휘봉 삼아 휘둘렀다. 그 때마다 양대안과 양천중은 무리를 이끌고 매혹대를 쓰러트렸다. 마치 두 개의 머리를 지닌 뱀이 독아를 드러낸 것처럼 거침이 없다.

“사자!”

백죽선자의 다급한 외침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믿기 싫은 광경이 들어왔다.

“으아아아아!”

사마갈이 포위망을 뚫기 위해 허공으로 솟구쳤다.

하나 제대로 뛰지도 못한 채 어깨를 내주고,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이립의 나이에 초절정이 될 것이라 칭송받던 후기지수는 피투성이가 된 채 광기 가득한 악다구니를 내뱉을 뿐이다.

“네 안의 소우주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기루의 단골처럼 보이는 중년 무인이 벼락 같은 일갈과 함께 검을 뻗었다. 그 순간 수많은 별무리가 유성처럼 번뜩였다. 그리고 사마갈의 상체에는 십여 개의 구멍이 뚫린 채 피를 쏟아냈다.

“끄어어.”

백타선자는 신교대의 무위에 놀랐고, 혈검살의를 보며 한 번 더 놀랐다.

“혈검살의가 왜 이곳에?”

성시와 홍칠은 봉황곡의 무희들에게 들이쳤다.

두 사람의 우주류검술은 애초부터 괴겁천마가 사성신위 중 천마신의에게 선사한 것이다.

뿌리가 마도인 게다.

그러니 여인을 상대함에 있어서 거리낄 것이 없다.

죽는 데 순서 없고, 죽는 데 성별 없는 게다.

“죽어!”

홍칠의 허리가 버드나무처럼 휘는 순간 검이 번뜩였다. 무희들의 백의가 피로 물들어 낙화처럼 흩날리기 시작했다.

“저, 저! 환열나락무를 펼쳐라!”

무희들이 뒤늦게 환열나락무(歡悅羅落舞)를 펼쳤다.

초식이 이어질 때마다 옷고름을 푸르거나, 옷을 슬쩍 내리기 시작했다. 나신이 드러날 때마다 보이지 않게 손가락으로 소매를 흔들었다. 그러자 소매에 숨겨져 있던 미혼약이 살포됐다.

미혼공에 미혼약이 더해졌다.

그러니 혈기왕성한 사내들이라면 얼굴을 붉히며, 숨이 가빠져야 마땅했다. 심하게 중독되면 개처럼 헐떡이며 매달려야 할 터였다.

“이 요녀!”

푹-

신교대원의 검이 옷을 반쯤 벗은 무희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신교대원들의 검이 번뜩였다. 미혼약과 미혼공을 믿고 달려들던 무희들로서는 갑작스런 일격을 당해내지 못했다.

“통하지 않잖아!”

백타선자가 탄식하는 사이 양방언의 일갈이 들려왔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눈앞이 흐릿하면 정명단을 먹어라!”

잠시 후 은자 천 냥 짜리 정명단을 간식처럼 먹는 광경이 흔하게 보였다.

돈의 힘은 미혼공보다 강했다.

“네 년이 수장이로구나!”

양방언이 백타선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터터터텅!

“흥!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놈이!”

백타선자는 철장을 휘두르며 양방언을 밀어냈다.

제아무리 양방언이라고 해도 백타선자를 홀로 상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그는 기꺼이 조력자를 청했다.

“대안아!”

양대안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었다. 그리고 우두머리를 놓치고 싶지 않은 양천중마저 합세했다.

“크흑! 정파의 위선자 놈들!”

하나 양방언을 비롯해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양방언은 곡부남가를 위해서, 양대안은 눈이 큰 여아를 위해, 양천중은 양대안의 형이 되고 싶을 뿐이다.

“으아아아!”

백타선자의 두 눈이 하얗게 번들거렸다.

빙공의 일종인 백소수정공은 내가기공의 일종으로 상대의 혈맥에 냉기를 심어놓는다.

터터터터터텅!

하나 이번에도 백타선자의 노력은 무효로 돌아갔다.

‘어째서 영향을 받지 않는 건가?’

양천중은 백타선자의 속내를 읽은 듯 코웃음을 쳤다.

“크큭! 봉황곡의 빙공이 일절이라기에 몸보신 좀 했지! 화웅단이라고 들어봤느냐?”

백타선자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했다.

양기의 집합체라 불리는 화웅단의 제조는 극도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그렇게 형성된 가격이 은자 삼천 냥이다.

‘곡부남가의 힘은 그렇다 치자. 한데 돈은 어디서 이렇게 나오는 게야?’

일반 대원에게 은자 천 냥짜리 정명단을 먹이고, 수뇌에게 화웅단을 먹일 수 있는 건 구파오가라고 해도 불가능했다.

잔잔했던 마음이 심하게 요동쳤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순간 양방언의 어깨 너머로 혈검살의에게 목이 베인 채 쓰러지는 백죽선자가 보였다.

‘아!’

양천중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촤악!

그의 검이 백타선자의 옆구리를 훑고 갔다. 한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시야가 어질했다. 그녀는 양천중의 의도대로 한순간 평정심을 잃었고, 그것이 곧 생사와 직결됐다.

푹푹푹푹푹!

양방언은 피투성이가 된 채 허물어지는 백타선자를 뒤로 한 채 황급히 주변을 바라봤다.

“부상자를 뒤로 물려라. 동료의 빈자리를 채워라. 단 한 놈도 내원에 들이지 마라!”

그의 일갈이 터져 나오고, 정확히 스물을 헤아렸을 때였다.

“와아아아아아아!”

신교대의 무인들이 환호성을 내뱉었다.

매혹대는 전멸했고, 봉황곡의 무희들 중 도망친 건 몇몇에 불과했다.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곡부의 수많은 상단 중 한 곳이었던 곡부남가가 이뤄낸 쾌거였다.

“잠깐! 누가 온다.”

양방언과 혈검살의들이 먼저 반응했다.

신교대의 무인들은 흥분을 가라앉힌 후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나 담장을 넘어 솟구친 자는 남천휘였다.

“대협!”

남천휘는 양방언을 향해 눈짓을 했다.

양방언은 예상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두가 함께 이뤄낸 결과지요.”

그 때 남천홍이 만세를 부르며 등장했다.

“내 동생 왔구나! 다 끝난 건가? 끝났네. 그러면 이제 잔치를 합시다. 오랜만에 고기로 포식도 하고!”

하나 남천휘가 고개를 내저었다.

“형, 고기는 포기해.”

“이 녀석아. 맛있게 먹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니까!”

남천홍의 해괴한 논리에 무인들은 혼란에 빠졌다.

남천휘는 변함없는 남천홍을 보며 돌아섰다.

무시한 게 아니다.

그냥 돌아섰을 뿐이다.

“진짜 적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적이라고?”

“신공부로 가던 봉황곡주와 봉황곡이 이리로 오고 있어요.”

남천휘의 말에 무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승리로 인해 뜨거워졌던 피가 한 순간에 식었다.

‘봉황곡주가 온다고?’

‘봉황곡 전체를 상대할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서서히 전염될 때였다.

남천홍의 수발을 들기 위해 함께 온 소혜가 투덜거리듯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냥 신공부로 갈 것이지. 우리 집에는 왜 오는 거야?”

절묘한 순간에 내뱉은 한 마디였다.

바람 난 개구리도 이렇게 쓸모가 있구나.

남천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오기는. 쳐 맞으러 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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