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199화 (199/305)

89, 제2막.

89, 제2막.

신화(神話)등급이라.

백회혈을 통해 솟구치려던 열기가 단박에 잦아들었다.

영웅 등급 이하의 무공이나 물품은 발에 채일 만큼 많았다. 그렇기에 VIP 4단계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제 회회회판을 통해 전설 등급의 물품을 얻게 된 셈이다.

한데 신화란다.

칠야와 창월이 범상치 않음은 알았으나, 신화등급의 무기일 줄 어찌 알았겠는가.

◎ 신화 등급의 보상입니다.

- 자수정 10000개가 인벤토리로 지급됩니다.

- 회회회판 30회 무료 사용권이 지급됩니다.

- VIP 3000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 각 성소의 포인트가 대폭 상승합니다.

신화 정도 되니까 보상의 수치가 대폭 상승했다.

예전이었다면 당장 인벤토리를 띄운 후 자수정의 개수를 확인했으리라.

하나 남천휘는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았다.

이미 연말 이벤트와 신년 이벤트로 뒤통수를 거하게 얻어맞은 상태였다. 그러니 급할 것이 없는 이상 다음 이벤트가 발동할 때까지 쳐다도 보지 않을 생각이다.

VIP 포인트는 최종형 무무혁명의 숙련도를 올리면서 모아 놓은 것까지 포함해서 4천을 넘겼다. 그리고 성소 포인트는 20만 점을 돌파했다.

‘누가 쳐들어오지 않는 이상 딱히 성소 포인트를 사용할 곳이 없잖아.’

거창한 보상 목록이었지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결국 칠야와 창월의 상세 목록을 확인하는 것이 최고의 보상이 아닐까 싶다.

‘축복받은 확인서.’

《칠야(漆夜), 창월(暢月).》

- 주인을 잃은 신병(神兵).(가치:∞)

- 한 쌍이 되었을 때 위력을 발휘합니다.

- 무기 등급 : 신화(神話).

- 착용 시 특기 ‘분쇄’와 ‘참격’이 활성화.

- 착용 시 특기 ‘경고’와 ‘변형’이 활성화.

- 착용 시 추가 공격력 + 700

- 착용 시 내공 전달력 +50% 증가.

- 착용 시 강기(罡氣) 2회 사용 가능.

- 특정 심법 사용 시 공격력 50% 상승.

- 특정 무공 사용 시 공격력 50% 상승.

- 내구도 (700/700)

압도적인 성능에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껏 남천휘가 가장 즐겨 사용했던 질풍뇌격궁은 영웅 등급으로 추가 공격력이 200에 불과했다.

한데 칠야와 창월을 쥐는 순간 3배 이상의 추가 공격력이 더해졌다.

게다가 특기 또한 네 개나 붙어 있지 않은가.

‘두 개씩 나뉜 것으로 봐서는······.’

◎ 분쇄(粉碎)와 참격(斬擊)은 주요 특기입니다.

◎ 경고(警告)와 변형(變形)은 보조 특기입니다.

남천휘는 특기의 설명을 듣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미 공격력과 내공 전달력이 더해진 상태였다. 한데 분쇄와 참격은 뜻 그대로 공격력 외에 파괴력을 더하는 히든 능력치란다. 둘 다 A급 특기였고, 등록되는 순간 3레벨로 고정됐다.

신화 등급의 무기라는 말이 절로 입안에 맴돌았다.

반면 경고와 변형은 B급 특기였다.

그러나 싸울 때만 발현되는 전자와 달리 상시 활성화되었다는 장점이 존재했다.

경고는 위기 사항이나, 위협적인 존재가 접근했을 때 검명이나 도명처럼 스스로 우는 현상이다. 이제 암살자의 접근을 미연에 방비할 수 있게 되었다.

변형은 낙야묵철을 비약에 넣었을 때처럼 형태가 고정되어 있지 않음을 뜻했다.

남천휘는 두 자루의 무기를 양 손에 쥔 채 내공을 풀었다. 그러자 강건하던 도신이 채찍처럼 흐물흐물하게 변했다. 동시에 남천휘의 손목과 손등을 감싸는 것이 아닌가.

강호인이 보았다면 경악을 금치 못하며 신병이기라는 네 글자를 부르짖었으리라.

하나 남천휘는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적 앞에서 무기를 변형하느니 인벤토리를 운용하는 편이 훨씬 편리했다. 더불어 적의 시야를 현혹하는 위력도 비교할 수 없으리라.

결국 칠야와 창월의 능력 중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은 강기의 사용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강기를 어떤 식으로 발출할지는 알 수 없다.

하나 몇 번이고 반복하다보면 사용법을 깨우치지 않을까 싶다. 차후에는 칠야와 창월의 도움 없이도 강기를 사용할 수 있으리라.

남천휘는 백파도 남추를 떠올렸다.

‘후아, 할아버지는 이런 걸 들고 싸우신 건가?’

심심할 때마다 VR을 돌려봤더니 이제는 아버지보다 더 낯이 익었다. 이처럼 대단한 무기를 사용한 남추를 산적이라고 오해했던 것을 떠올리니 절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점점 궁금해졌다.

불현 듯 흑린곡에서 확인한 VR이 떠올랐다.

마봉파가 만들어진 과정에서 사령신은 누군가를 극렬하게 피하려는 인상을 줬다.

남천휘는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이제 창월과 칠야는 할아버지의 것과 사령신의 것이 더해진 셈인가?’

무언가 그림이 그려질 듯하다가 안개처럼 흩어진다.

남천휘는 한 숨과 함께 칠야와 창월을 인벤토리에 넣으려 했다.

그 순간 재이의 알림이 들려왔다.

《칠야와 창월을 귀속하시겠습니까?》

남천휘는 미간을 좁혔다.

지금껏 그 어떤 아이템도 인벤토리를 거부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요리는 물론이고, 자재까지 차곡차곡 쌓이지 않았던가.

‘귀속이라니?’

◎ 신화 등급 물품은 주인님에게 귀속되는 순간 이양이나 판매, 분해가 불가능합니다. 만약 선물이나 증여를 생각하신다면 귀속을 포기해주세요.

그럴 리가 있나!

제아무리 개똥이와 제비, 그리고 개구리까지 동시에 달려들어도 이건 안 되지. 할아버지가 살아 돌아와도 주지 않을 만큼 귀한 물품이 아닌가.

남천휘는 잠시 동굴의 천장을 응시하며 남추의 양해를 기원했다.

‘할아버지도 이해하시겠지요?’

◎ 칠야와 창월이 귀속되었습니다.

- 명칭의 변경이 가능합니다.(Y/N)

남천휘는 잠시 머뭇거렸다.

소용녀의 말처럼 칠야와 창월은 예전과 사뭇 다른 형태를 이뤘다. 본래에는 곡부남가에서 사용하던 직도와 비슷한 형태였지만, 현재는 직도보다 패검과 흡사한 모양이다.

‘용녀가 고민할 만큼 모양이 다르기는 한데······.’

차라리 잘된 듯싶다.

제아무리 백 년 전의 기물이라고 해도 기억하는 자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황보세가라면 부러진 도의 형태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모든 은원을 정리하고, 새로운 신병이기(神兵異器)로 대하는 것이 나을 터였다.

‘백룡과 흑린으로 등록하자. 합쳐서 부를 때에는 용린으로.’

◎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촤라락!

인벤토리에 넣기도 하고, 빼내기도 했다.

‘용린도라니.’

남천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멋있다.

어찌 이처럼 입에 착 달라붙는 이름일까.

남천휘는 용린쌍도를 휘두르며 강호를 종횡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쯤 되면 철귀유협과 같은 어설픈 별호는 안녕이다.

“용린검객같은.”

소용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 유치한 별호의 주인공이 누구야? 얼핏 들으면 객잔 이름인 줄 알겠다.”

그러더니 뭐가 그리 재밌는지 키득거리며 웃음을 금치 못했다.

남천휘는 소용녀를 째려봤다.

한데 그녀는 키득거리면서 짐을 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야, 너 뭐하냐?”

“비록 칠야와 창월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했지만, 네 표정을 보니 만족한 거지? 그럼 여기에 더 있을 필요가 없잖아.”

그 말이 맞다.

본래 흑린곡까지 찾아온 이유는 용린쌍도를 고치기 위함이 아니던가.

“더 있어야 할 이유가 있어?”

남천휘는 소용녀의 물음에 침묵했다.

이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비천무상도와 오행군림보의 숙련도가 90에 이르렀다. 더불어 레벨도 195까지 상승하지 않았던가. 며칠만 더 고생하면 레벨 200과 숙련도 100도 꿈은 아니었다.

두 번째는 경험치 상승권 때문이다.

남천휘는 최종형 무무혁명을 강제로 수련하게 된 이상 최대의 효율을 내고자 했다. 그렇기에 경험치 2배권을 아낌없이 사용한 상태였다.

‘무균실을 두고 밖으로 나가기는 조금 아깝지.’

세 번째는 퀘스트 정지 기간이다.

본래 제1막 강호행의 최종 퀘스트는 100일짜리가 아니던가. 한데 남천휘가 칠십 일이나 앞당겼기에 퀘스트 발동의 공백이 생겼다. 앞으로 오일 후면 제2막이 열리며 새로운 퀘스트가 부여될 것이다.

그러니 며칠 더 있다 가고 싶은 것이 솔직한 속내였다.

문제는.

‘세 가지 이유 중 말 할 수 있는 게 없네.’

남천휘가 우물쭈물하자, 소용녀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원 없이 야장술을 익혔어. 그래도 사람이 그립네. 너는 네 가족이 그립지 않아?”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시야에 일곱 곳의 성소가 표시됐다.

그 중 곡부남가와 대화동을 살폈다.

“다 잘 지내고 있네. 아니, 있을 거야.”

특히 대화동을 볼 때에는 탄성을 금치 못했다.

양 사부와 교관들의 가르치는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햇병아리 같았던 신교대의 무인들은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단체로 영약이라도 먹은 거야?’

농담처럼 읊조렸지만, 이내 미간을 좁혔다.

제아무리 남천휘가 상세한 보고서를 전했고, 양방언이 금군의 비의를 발휘했어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진짜 영약이라도 먹은 게 분명했다.

‘설마.’

남천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영약이 나올 구멍은 뻔했다.

신공부의 비밀창고 중 금원보로 표시된 두 곳을 신교대의 운영 자금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곳의 관리는 혜소에게 맡기지 않았던가.

‘이 놈의 자식이 얼마나 퍼준 거야?’

그래도 제대로 성장했으니 타박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냥. 본가에 새로운 동생들을 받았거든. 녀석들이 잘 지내고 있을지 생각 중이었어.”

소용녀는 옅은 미소를 보였다.

“많이 아끼는 구나.”

많이 투자했으니 아껴야지.

“응, 소중해.”

그녀는 근심 가득한 남천휘의 표정을 보다가 짐을 내려놓았다.

“며칠이나 더 있을 생각이야?”

“오 일 정도.”

“좋아. 이것도 인연인데 칼이나 몇 자루 만들어줄게. 다행히 이곳에는 남아도는 게 질 좋은 철이니까. 그래도 그 아끼는 동생이 몇 명이야?”

“마흔여덟 명.”

소용녀는 말없이 다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다 해주지 않아도 돼. 몇 자루만 해주라. 연고도 없는 우리 가문을 지켜주시는 분들이 계셔.”

“좋아.”

남천휘는 지인들의 병장기를 그림으로 그렸다.

서산노옹과 백주검을 비롯한 명숙들의 것.

그리고 백봉 연하연을 위한 장검도 포함했다.

남천휘는 오랜 세월 봉황곡에 쫓기던 연하연의 병기를 살핀 적이 있다. 날이 상한 것을 보고 어찌나 마음이 아팠던가.

‘개똥이는 천수검이 있잖아.’

소용녀의 망치 소리가 이어졌다.

이미 내실에 쌓여 있는 철은 각종 병기의 형태로 완성되어 있었다. 철편의 끝을 다듬고 손잡이만 만들면 되었기에 오일이면 충분히 완성이 되리라.

하나 남천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신당부를 했다.

“예술적인 감성은 내려놔라. 꼭!”

*

“오일이라고?”

사자탈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때마다 운무가 그의 움직임을 따라 휘돌았다.

“짧구나.”

남천휘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사부.”

수십 일 동안 동고동락을 했더니 사부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사자탈은 정겨운 눈빛으로 남천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오일 동안 네게 모든 가르침을 전하마.”

“감사합니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천휘가 공수를 한 후 자세를 취했다.

당장이라도 비천무상도와 오행군림보를 수련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특히 오늘부터는 용린쌍도를 사용할 것이기에 기대가 컸다.

“그런 의미에서······.”

남천휘는 사자탈이 말꼬리를 흐리는 순간 표정을 굳혔다.

본능이 경고했다.

위험하다고.

“성소 포인트라는 것이 있다지?”

사자탈의 기본 정보는 실존 인물이지만, 시스템으로 인해 재구성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특급 강호인 승급 체계에 대한 제반 사항을 숙지한 상태였다.

“그건 왜요?”

“포인트를 사용하여 대기의 흐름을 늦추자. 그렇다면 하늘이 짓누르는 듯한 압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더불어 호흡도 원활하지 않으니 잠력을 모조리 끄집어내는 것이 가능할 터! 어떠한가?”

저한테 묻는 거 아니시지요?

아니나다를까 재이가 대꾸했다.

수련 방식에 관해서는 권리가 이양된 상태였다.

남천휘로서는 새로운 수련법이 시작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대기의 흐름을 머무르고 하고, 왕성하게 만드는 권역, 계왕권(稽旺圈)이 흑린곡 내에 형성됩니다.

- 1회 누적 시 성소 1000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맙소사! 뭐가 이렇게 비싸?

우리 군사들이 잠도 못 자고 끌어 모은 성소 포인트를 이렇게 허비할 수는 없잖아.

‘아, 그러고 보니 군사가 재이였지.’

남천휘가 넋을 놓은 사이 사자탈의 맑은 일갈이 동굴을 가득 채웠다.

“계왕권 두 배!”

그 순간 태산 같은 압력이 남천휘를 짓눌렀다.

‘주, 죽을 것 같아.’

사자탈이 남천휘를 다독이듯 말했다.

“버텨라! 근육과 근육 사이의 힘을 끌어내고, 혈도와 혈도 사이의 내력을 빼내라!”

그러는 당신은 계왕권의 영향을 받고 있지 않잖아!

사부는 개뿔.

‘크허엉, 내 성소 포인트 돌려내!’

한데 사자탈의 다음 외침은 남천휘를 혹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스킬을 얻고 싶지 않더냐?”

“얻고 싶어요!”

“그럼 세 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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