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사실 난 의사가 아니다.
77, 사실 난 의사가 아니다.
당당하게 나섰지만, 속마음은 그게 아니다.
‘하늘이 주신 기회라 얼떨결에 나서기는 했는데······.’
사실 나는 의원이 아니다.
그저 단양자의 유산을 얻은 후인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얻었을 뿐이다.
‘이걸 어쩐다?’
쓰러진 사람은 남천휘를 귀신이나 찾는 돌팔이 의원으로 몰아붙인 노인이었다. 그 때 남천휘를 한심하다고 삿대질 했던 소년이 외쳤다.
“엇! 저 분 의원이 맞아요.”
처음 본 노인의 말을 믿는 거냐?
한데 순박한 소년의 얼굴이 만들어낸 위력은 생각보다 컸다.
“다행이야. 의원이라니.”
“그렇지. 유선관이라면 의원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남천휘는 어색하게 웃으며 노인을 눕혔다.
“환자분, 어디가 아프신가요?”
“가슴, 가슴이······.”
이럴 때 혈인도를 띄울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나 혈인도는 신뢰가 생성된 사람에게만 발동하지 않던가.
노파가 노인의 손을 부여잡은 채 울먹였다.
“의원이 왔어요. 걱정 말아요. 잘 될 거예요.”
“의원? 의원이라면 나 좀 살려주시오.”
기식이 불규칙한 덕분일까.
노인은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듯했다.
어찌됐든 자신을 신뢰하고 있는 듯하기에 슬쩍 물었다.
“저를 믿으십니까?”
그러자 노인은 헛기침을 하는 와중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유선관의 의원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소.”
됐다!
그 순간 노인의 외형을 따라 선이 그려지면서 혈인도가 등장했다.
호흡 곤란이라면 뼈나 근육의 문제는 아닐 터였다.
아니나다를가 혈인도만 봐도 기혈이 엉켰음을 알 수 있었다.
‘심장 주변과 임맥 전체가 불안정하네.’
남천휘는 침통을 꺼냈다.
치료 방법은 간단했다.
문제가 있는 혈자리는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켰고, 붉게 물들어 있지 않은가.
남천휘가 제 손가락보다 기다란 장침을 꺼내자, 노파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큰 걸 꽂아도 살 수 있는 게요?”
그 때 구경꾼 중 학사의를 걸친 젊은 문사가 탄성을 흘렸다.
“묵빛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곧은 심지에 예기를 감췄으니 특상의 대침이라 할 수 있겠구려. 능히 탁기를 제어하고, 생명의 꿈틀거림을 북돋을 수 있을 것 같군요.”
미사여구로 점철된 한 마디의 힘은 엄청났다.
사람들은 장침을 보며 탄성을 흘렸고, 남천휘도 자신이 들고 있는 침을 보며 생각을 달리했다.
‘허, 이게 그렇게 좋은 거였어?’
남천휘는 가장 붉게 빛나면서 흔들리는 혈도에 장침을 꽂았다. 내공까지 운용하면서 호흡의 세기와 근육의 떨림을 조절했다.
그렇기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마치 성자가 은총을 내리듯 경건하기 그지없다. 지금껏 중구난방 격으로 떠들던 사람들이 입을 닫고 집중할 정도였다.
‘어디까지냐?’
한데 손가락 두 마디만큼을 꽂았음에도 혈도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다행히 절반 정도 밀어 넣자 혈도의 떨림이 멈췄다.
동시에 붉은 색이 조금씩 옅어졌다.
“으으으.”
하나 노인의 안색은 밝아지지 않았다.
아직 치료해야 할 혈도만 여덟 곳이 넘었다.
‘뭐가 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지.’
남천휘는 속도를 냈다.
집중할수록 이마의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숭고한 모습에 지켜보는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어이쿠, 땀 흘리는 것 좀 봐. 이보시오. 당신도 의술에 조예가 있는 것 같던데 도와주는 것이 어떻겠소?”
학사의를 걸치고 있는 젊은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손을 다쳐서······.”
“땀이라도 닦아주시오.”
청년은 사람들의 시선에 쫓기듯 남천휘의 곁에 앉았다.
“그, 그럼······.”
혈도가 안정화될수록 파랗게 변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이내 노인의 호흡 또한 안정됐고, 안색 또한 제빛을 찾았다. 그야말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삼도천을 건너려던 노인의 멱살을 잡고 끌어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혈도의 떨림이 멈췄고, 붉었던 혈맥이 모두 파랗게 빛났다.
“살았어! 살았다!”
모든 사람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남천휘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말을 잇지 못했다.
◎ 의술을 사용하여 처음으로 사람을 살렸습니다.
◎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보상으로 자수정이 지급됩니다.
◎ 천성혈법을 수련할 수 있는 자격을 일부 갖췄습니다. 보상으로 혈인도에 대한 발동 기준이 완화됩니다.
사람 살리기 참 쉽죠?
남천휘는 가슴을 활짝 폈다.
뭐가 됐든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살리는 쪽이 즐겁지 않겠는가. 그리고 뒤이어 고대했던 재이의 알림이 이어졌다.
◎ 단양자 마옥은 전진교의 교리를 따릅니다.
◎ 만물의 생성은 하늘의 뜻에서 비롯됐으니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의미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칼을 지닌 자는 약자를 보호하고, 의술을 익힌 자는 환자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을 퍼트렸습니다.
알림과 함께 공백지에 대한 영향력이 대폭 증가했다는 알림이 들려왔다. 그렇게 남천휘는 C등급 공백지 유선관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 특기 ‘유지’가 발동합니다.
- 유선관의 영역 내에서 의술을 펼칠 시 효과가 소폭 증가합니다. 그로 인한 명성의 전파 또한 소폭 증가합니다.
좋았어!
남천휘가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 사람들은 박수로 응대했다. 사람을 살리는 숭고한 행위에 기꺼이 동참한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남천휘는 황급히 자리를 뜨려는 중년 문사의 소매 깃을 잡아챘다.
“의생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무사히 환자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중년 문사는 멋쩍게 웃었다.
“하하, 의술을 배운 이로서 당연히 해야 될 일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또다시 자리를 뜨려 했다.
하나 노파가 문사를 막아섰다.
“은공을 이리 보냈다가 영감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 걱정이 되네요. 저쪽에 우리가 운영하는 객잔이 있으니 요기라도 하시고 떠나시오.”
“그것이······.”
남천휘가 젊은 문사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좋은 날이잖소.”
유선관을 먹은 날이지.
“그러니 한 잔 합시다!”
청도문의 영역에서 처음 마주하는 환대였다.
남천휘는 울상을 짓고 있는 청년을 잡아끌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
‘사실 나는 손을 다치지 않았다.’
그리고 의생도 아니었다.
청년은 여전히 어색한 미소를 유지한 채 주변을 살폈다. 출입구를 확보하고, 주변에 가득한 사람들의 표정과 자세를 확인했다.
이것은 그의 직업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그는 살수였다.
게다가 의뢰를 수행중이기까지 했다.
유명한 유생을 죽여 달라는 말에 문사로 변장을 한 채 나선 길이다.
‘유생도 아니고 의생으로 오해를 받을 줄이야.’
그저 몇날며칠 동안 연습했던 문사 흉내를 냈을 뿐이다. 그런데 그는 수백 명이 모인 연회장의 상석에 앉은 채 억지웃음을 지어야 했다.
‘얼굴 팔려봤자 좋을 게 없는데······.’
그는 한 시라도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은 이미 연회가 한창이다.
죽다 살아난 노인이 구명의 빚을 갚겠다며 남천휘와 문사를 억지로 끌고 온 것이다. 하필 노인은 유선관 인근의 객잔을 여러 개나 운영하는 부호였다.
그러니 연회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런 곳에서 눈에 띄었다가는 내 정체를 들킬 수도 있어. 조용히 있다가 떠나야겠어.’
그는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사람들이 시선이 떠나기만을 기다렸다.
그 때 남천휘가 다가와 술잔을 내밀었다.
“제대로 인사도 못했네요. 형장은 의원이 어울리지 않아요.”
청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곳까지 끌려오면서 몇 번이나 남천휘의 팔을 뿌리치려 했다. 하나 갈고리에 잡힌 것처럼 빼낼 수가 없었다.
‘분명 무공을 익힌 의원이야. 설마 내 정체를?’
남천휘는 술을 따르며 목소리를 낮췄다.
“아까 장침을 표현하는 솜씨가 대단하시더군요. 차라리 대과를 보는게 어떻겠어요?”
이제야 문사로 오해받는 것에 성공했다.
청년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남 의원께서 눈썰미가 좋으시군요. 예, 사실 저는 유생입니다. 명승지를 구경하며 안계를 넓히는 중이지요. 소우주라고 합니다.”
이렇게 된 이상 원래의 위장 신분을 써먹었다.
“아! 소 형이시군요.”
이렇게 살수와 무인은 술잔을 나누며 교분을 쌓았다. 지나고 나면 무의미해질 친분을 쌓던 중 화복을 입은 노인이 등장했다.
“은공!”
노인은 남천휘와 소우주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혔다.
“은공께서 노구를 회복시켜주셨군요.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닥쳐! 이 늙은이야.
아까는 귀신에 홀린 돌팔이 취급하더니.
남천휘는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표정을 굳혔다.
“이 근처의 객잔은 모두 제 것이니 원하시는 만큼 묵었다가 떠나셔도 좋습니다.”
좋은 노인이었다.
남천휘는 노인의 주름진 손등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귀하신 분이 몸조리를 잘 하셔야지요. 제가 근처에 머물려 자주 봐드리겠습니다.”
노인은 환하게 웃으며 옆에 있던 중년인을 불렀다.
“장 총관. 남 의원께 가장 좋은 별채를 내어드리게. 그리고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뭐든 다 내어드려. 알겠는가?”
장 총관은 무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천휘는 총관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군식구가 생겼다고 귀찮아하기는.’
저래서야 큰 일을 할 수 있을까 싶다.
별 일이 없으면 평생 남의 밑에서 빌빌 댈 것이 분명했다. 남천휘가 악담을 하는 가운데 소우주의 표정은 더욱더 어두워졌다.
‘시선을 더욱 끌고 있어.’
*
장 총관은 연회가 벌어지는 객잔의 앞마당을 벗어나자마자 인상을 썼다.
“총관! 총관! 총관! 빌어먹을! 나는 총관이 아니야.”
사실 그는 몇 개의 객잔을 운영하는 부호의 자식이다. 하나 아비가 세상을 떠난 후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알거지가 됐다.
그런 그를 노인이 거둬준 것이다.
“빌어먹을! 남의 객잔을 빼앗아 놓고 선심을 쓰는 척 하다니.”
그는 씩씩거리며 객잔 옆 골목에 들어섰다.
“나 왔소.”
잠시 후 얼굴에 흉터가 즐비한 장한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황 노대가 살아 있군.”
“나는 제대로 약을 탔소. 한데 재수없게 쓰러진 자리에 명의가 있었다는군. 이건 내 잘못이 아니오.”
장한은 침음을 흘렸다.
“흐음, 상부에는 오늘 이곳 거리를 접수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해놨거늘.”
“다시 독을 주시오. 제대로 하독하겠소.”
장 총관의 말에 장한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이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시간은 끝났어.”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 보니 객잔 거리의 주인들이 여기 다 모여 있군. 차라리 잘 됐어. 한 번에 쓸어버리면 반발하는 놈도 없을 게야.”
장 총관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하면 약속은······.”
“설마 청도문을 의심하는 건가?”
“그럴 리가 있겠소.”
“일각 후 문을 열어 놓게. 우리 아이들이 다 해결할 것이야.”
장한의 음산한 한 마디에 장 총관의 눈빛이 욕망으로 인해 번들거렸다.
“이번에는 제대로 합시다.”
“당연하지. 청도문의 이름에 두 번의 실패는 없다.”
*
남천휘는 술잔을 기울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특기 유지가 활성화된 순간부터 각 지역의 정보가 새로이 갱신됐다.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대화동이다.
‘역시 양 교두야.’
남천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제 이십 일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한데 신교대의 무인들은 몇 레벨씩 상승했다. 특히 잠재력이 높았던 대원은 두 자리의 성장을 한 상태였다.
“무슨 상을 줄까?”
잠시 고민하던 남천휘는 대화동 전역에 폭우와 안개를 소환했다. 그리고 지기의 흐름을 바꿔 진창으로 만들었다.
분명 수련 효과는 배가 되리라.
“크하! 이게 자식 키우는 재미인가?”
그러던 중 소우주가 슬쩍 엉덩이를 뗐다.
남천휘가 즉각 반응했다.
“소 형, 어디 가?”
소우주는 울상을 한 채 침음을 흘렸다.
“왜 그러시오?”
“여기 젊은 사람은 우리 둘 뿐이잖아. 소 형이 없으면 나 혼자 쑥스럽잖아.”
남천휘의 천연덕스러운 한 마디에 소우주는 울화가 치밀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웃으며 술잔을 나눈 사람이 할 행동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무슨 전리품도 아니고.’
그러던 중 소우주가 미간을 좁혔다.
‘살기?’
살수의 본능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객잔 밖에서 물건 깨지는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객잔 부부의 초대를 받아 놀러 나온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흩어졌다.
노인은 언제 쓰러졌던 사람이냐는 듯 벌떡 일어나 나섰다.
“무슨 일이냐?”
하나 기세 좋게 나선 것과 달리 주춤거리며 물러서야 했다. 객잔 앞에는 백여 명의 흑의인이 칼을 겨눈 채 살기를 흩뿌리고 있었다.
“황 노대.”
흑의인들 사이로 장 총관과 밀담을 나눴던 장한이 등장했다.
“엇! 너는 흑랑회주가 아니더냐? 아직도 객잔을 욕심내는 건가? 안 판다고 하지 않았더냐!”
흑랑회주는 히죽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당신도 남에게 돈 주고 샀잖아. 그러니 내게 다시 팔라는 거요. 이걸 왜 안 해?”
“놈! 일할의 가격으로 객잔을 내놓으라면 누가 거래에 응하겠는가. 설마 관부가 코앞이거늘 흉사를 저지를 생각이더냐?”
황 노대의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
백여 명이 칼을 차고 돌아다니면 당장 관부가 움직여야 마땅했다. 게다가 황 노대를 비롯한 객잔과 다루의 주인들은 정기적으로 관부에 상납까지 하는 관계였다.
한데 관부의 군사들은 물론이고, 거리에는 쥐새끼 한 마리 없다.
“크큭, 내 뒤에 누가 있는 지 잊은 게요?”
“청도문주가 이런 일을 허락했을 리 없어. 소문이 무성할 뿐 명색이 정파를 지향하지 않았던가!”
“그건 당신 생각이고.”
황 노대는 씩씩거릴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무슨 일입니까?”
남천휘가 입구에 나타났고, 소우주는 여전히 부록처럼 옆을 지켰다.
그러자 흑랑회주가 인상을 썼다.
“너로구나. 황 노대를 살린 의원이라는 놈이.”
황 노대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안 돼. 이 분은 생명의 은인이다. 이분들은 보내주고 다시 이야기 하자.”
흑랑회주는 살기등등한 눈빛을 쏘아냈다.
“죽다 살아났더니 아직 상황파악을 못하는 건가? 누구도 살아서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어.”
“이런 잔악무도한 놈!”
황 노대의 한 서린 외침에 흑랑회주는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 뻣뻣하던 노인네가 아주 말랑말랑해졌군. 좋아! 거기 의원 놈아. 네 스스로 팔을 자른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남천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크크큭, 나는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 순간 남천휘의 신형이 좌우로 찢기듯 흩어졌다.
파팟!
객잔 입구에서 사라진 남천휘는 어느새 흑랑회주의 면전에 이르렀다. 그는 흑랑회주의 허리춤에서 검을 뽑은 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내리쳤다.
촤악!
흑랑회주는 자신의 팔이 잘려나가는 모습에 말을 잇지 못했다. 땅에 떨어진 팔과 어깨에서 솟구치는 핏물로 봐서 필시 꿈은 아니리라.
그 때 남천휘가 속삭이듯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제 살려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