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161화 (161/305)

74, 제 점수는요. (1)

74, 제 점수는요.

◎ 성소의 주인으로서 ‘유지’가 발동합니다.

◎ 철귀협의 명성이 산동 전체에 퍼졌습니다.

◎ 불안해하던 부원들이 안정됐습니다.

◎ 오 할 이상의 부원들이 존경합니다.

◎ 칠 할 이상의 부원들이 동경합니다.

◎ 신공부에 대한 영향력이 증가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히든 모드가 발동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영향력의 증대로 인하여 한 가지가 추가됐을 뿐이다.

◎ B급 성소의 주인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 문파 관리의 추가 명령어가 해금됩니다.

그 순간 익숙한 경고음이 울렸다.

《삐이이이이이이》

《B등급 성소의 관리자 모드를 생성 합니다.》

《보조 설정에 대한 접속 권한을 부여합니다.》

《한시적으로 히든 모드 ‘문파 관리’가 해금됩니다.》

시야 하단에 문파 관리에 대한 목록이 생성됐다.

[군사][인사][정략][상벌]

하나 전과 달리 인사 목록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새로운 것이 추가됐다는 뜻이다.

‘이거군.’

목록을 여는 순간 변화가 여실이 느껴졌다.

인사는 본래 인명(人名)과 인재(人才)로 나뉘어 있었다. 전자는 신공부에 등록된 무인과 하인의 정보였다. 그리고 후자는 신공부 주변에서 등용 가능한 재사의 위치가 표시됐다.

한데 놀랍게도 신공부 주변에는 등용할 수 있는 인재가 없더라. 유가의 성지답게 이미 함께 하거나, 다른 물을 찾아 떠난 것이다.

남천휘의 시선은 세 번째 하위 목록에 고정됐다.

[발탁(拔擢)]

- 신인을 지명하여 소속 무인으로 영입합니다.

일견하기에도 신공부의 무인을 선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명령어일 터였다.

하나 지금 당장은 사용방법조차 알 수 없었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건데?’

◎ 발탁 무인은 상대방의 동의를 필요로······.

남천휘는 손을 내저어 재이의 말을 끊었다.

처소에 못 보던 이들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귀협. 잘 돌아왔네.”

불계산은 남천휘를 반겼다.

공문십철 중 아직까지 유자(儒子)로 활동하는 무인은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불계산의 청유서원은 신공부의 대외적인 평판을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좋은 사람이다.

무엇보다 모두가 철귀협이라 부를 때 아직까지 귀협이라 불러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지나가는 말로 철귀협이 마뜩치 않다고 했더니 내내 배려를 해주는 것이리라.

“별 일 없으셨습니까?”

불계산은 헛웃음을 지었다.

“아주 많은 일이 있었지. 신공부 전체가 새로 태어나고 있어. 공교롭게도······.”

뒷말은 듣지 않아도 뻔했다.

신공부는 공후탁이 그토록 원하던 무문(武門)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강호에 발을 들인 이상 유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무력의 필요성을 절감한 게다.

“유자의 삶이라고 해서 별세계는 아니지 않습니까. 경천의 마음을 잊지 않고, 하늘에 부끄럽지 않으면 되겠지요.”

불계산은 탄성을 흘렸다.

남천휘에게서 유자의 재능을 발견한 것처럼 눈을 빛냈다. 한데 불계산을 따라온 노인도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군부의 장수처럼 각진 인상의 노인이다.

“철귀협의 별호는 철귀유협이 되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군. 반갑네. 신공부의 외단을 맡았던 봉천검이라 하네.”

철귀유협은 사양할 게요.

하나 봉천검(封天劍)의 등장은 반가웠다.

봉천검 왕학은 전대 신공부주의 측근이었다. 공문십철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존경을 받는 노야였다. 그리고 그는 수년 동안 신공부 외곽을 떠돌며 지부와 소속 서원을 관리했다. 공후탁으로 인해 변질되는 신공부를 견뎌내지 못한 게다.

하나 레벨은 그리 높지 않았다.

‘100레벨을 겨우 넘겼군.’

그러던 중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언제부터 100레벨을 우습게 봤던 걸까.

남천휘는 이내 어깨를 으쓱거렸다.

흑도 세력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130레벨을 넘기지 않았던가.

그럼 좀 우습게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찌됐든 봉천검의 합류는 신공부의 외형상 큰 힘이 되어줄 터였다.

“신공부 내의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봉천검을 내단주로 모셨네. 그리고 이번 선발전이 첫 업무야.”

전혀 전환될 것 같지 않지만.

그렇다면 봉천검을 따라온 사내도 심사관이 아닐까 싶다. 아니나다를까 불계산의 소개에 의하면 내단의 타격대를 새로 신설할 것이고, 사내는 대주로 임명될 예정이란다.

봉천검을 꼭 빼닮은 중년인이다.

돌처럼 각진 얼굴에 병장기까지 같은 것으로 보아 사문의 후예가 아니라면 친족일 터였다.

“철귀협의 명성은 많이 들었소. 이번에 새로 모집한 무인들을 관리하게 될 왕인방이라 하네.”

친족 맞네.

‘흐음. 레벨은 94에······.’

색깔은 파랗지도, 빨갛지도 않은 흰색.

나쁜 사람은 아닌 듯했다.

그럼 됐지. 여기가 우리 집도 아니잖아?

“반갑습니다.”

불계산은 밖을 살피더니 세 사람을 이끌었다.

“늦었습니다. 일단 이동하시지요.”

봉천검 왕학과 왕인방은 들뜬 표정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저들이 부릴 무인을 뽑는 자리가 아니던가. 신이 날만도 했다.

하나 남천휘로서는 입 안이 썼다.

‘죽 쒀서 개주는 꼴인데······.’

신공부의 발전도 좋지만, 일단 곡부남가부터 챙겨야 할 상황이 아니던가.

‘차라리 수준 미달의 무인들만 모였으면 좋겠네.’

*

신공부주를 끌어내리고, 자정의 과정을 걸친 신공부의 문이 열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하지 않던가.

그 말처럼 신공부는 단순히 봉문만 푼 것이 아니라 문호(門戶)를 개방했다. 이미 신공부의 무인 중 삼분지 일 이상이 신공부주와 얽혔다가 좌천당한 상태였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마침 남천휘로 인해 신공부의 이름값에 날개를 단 상태가 아니던가. 게다가 신공부는 명문(名門)의 명성을 지녔으나, 거파(巨派)라 불릴 만큼 문턱이 높지 않았다.

‘나 정도면 요직을 노릴 만 할 텐데······.’

‘신공부 정도면 어디 가서 부끄러울 방파는 아니지.’

산동성은 물론이고 외곽까지 소문이 퍼졌다.

그리고 너나 할 것 없이 곡부로 몰려들었다.

“아.”

남천휘는 별원의 연무장에 모인 참가자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산동에 무인이 이렇게 많았어?’

일견하기에도 수백 명이다.

“허허, 많군.”

봉천검도 예상하지 못했나 보다.

“일차와 이차에서 걸러냈음에도 이 정도였답니다.”

“허허, 이 모든 것이 철귀유협의 협명 덕분이겠군. 신공부의 일원으로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네.”

남천휘는 어색하게 웃었다.

“과찬이십니다.”

이상하게 봉천검이 편하지 않았다.

불계산처럼 순수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듯했다. 애초에 신공부를 떠나 외곽을 돌았다고 할 때부터 심성이 엿보였다.

‘마치 동주림주 같네.’

동주림주는 광명정에서 불계산에 이어 남천휘를 지지했기에 지금도 신공부 내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위세를 자랑했다.

그의 정치적인 행보를 보고 있자니 입 안이 쓰다.

‘아, 나 뭐 잘못 먹었나?’

남천휘는 모래라도 씹은 듯한 마음에 남몰래 침을 뱉었다. 한데 그러던 중 심사석을 보고 사례가 들릴 뻔했다.

동주림주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네 명이라더니. 마지막 자리가 당신이었소?’

애초에 무인을 뽑는 자리에 저 사람이 뭘 할 수 있겠는가.

아무래도 신공부는 틀린 것 같다.

‘대충 심사나 하면서 곡부남가를 챙길만한 방법이나 생각해야겠다.’

동주림주는 마치 친인을 본 것처럼 손을 모으더니 흔들기 시작했다.

“좋아. 좋아. 다 모였군. 이제 시작하면 되겠구려.”

남천휘는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수전증인가? 그리고 뭐가 그렇게 좋은데?’

한데 왕학이 남천휘를 슬쩍 미는 것이 아닌가.

“저들 중 대부분은 철귀유협을 보러 온 것이라네. 그러니 자네가 가운데 앉도록 하게.”

“아니, 그래도 제가 상석에 앉는 건 좀······.”

“허허, 괜찮아. 괜찮아.”

내가 괜찮지 않다고! 내가 불편해!

그리고 이제는 아예 대놓고 철귀유협이라는 별호를 유행시킬 생각인 듯했다. 그래놓고 자신이 별호를 붙여줬다며 생색이란 생색은 열심히 내겠지.

‘이제는 훤히 보인다.’

강호의 지도층이라는 자들의 행태는 어디를 가나 비슷했다.

실망스러울 정도로.

남천휘는 왕학과 동주림주를 좌우에 대동한 채 자리를 잡았다. 왜인지 모르게 손을 맞잡고 만세라도 불러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저들에게 덕담이라도 하시겠소?”

남천휘는 손사래를 쳤다.

하나 왕학과 동주림주는 마다하지 않았다.

왕학은 자신 또한 새로이 요직에 앉았으니 함께 잘해나갈 성실한 무인을 찾는다고 했다. 반면 동주림주는 협객의 대표주자라도 되는 양 목소리를 높였다.

“신공부는 어린애들이 병정놀이를 하는 곳이 아니야. 지금 당장 악적을 향해 칼을 겨눠 협의지심을 드높일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을 찾는다. 그러니 혼신의 힘을 다하여 무예를 선보이도록 하라.”

왕인방이 참가자들의 환호성을 뚫고 선발전의 시작을 알렸다.

“지금부터 신공부의 새로운 타격대에 속할 무인을 선발하기 위한 선발전을 실시하겠소!”

그 순간 수백 명의 무인들이 다시 한 번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 시끄러워.’

남천휘는 팔짱을 낀 채 침묵했다.

모든 사람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앞줄에 모인 자들의 레벨은 훤히 보였다. 레벨 50 전후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30레벨도 되지 못한 이들이 상당했다.

‘하긴 왕대만 정도만 되도 처세에 따라 떵떵거리면서 다닐 수 있잖아.’

그만큼 산동성은 강호에서도 변방 취급을 받았다.

그러니 100레벨 넘는 고수가 갑자기 신공부의 하급 무인으로 입문하겠다고 하면 의심부터 해야 할 터였다.

“석검방의 석지룡.”

왕인방의 외침에 검을 든 사내가 벌떡 일어났다.

눈은 부리부리했고, 기골이 장대했다.

그 뿐 아니라 이름도 멋있다.

‘그런데 레벨이 36이네.’

그야말로 곡부남가에나 어울릴 법한 수준이다.

남천휘는 헛기침을 했다.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과 뭐가 다를까.

“1번 석지룡입니다!”

목소리는 우렁찼다.

보초로 세운 후 뿔피리나 불게 하면 어울리겠어.

남천휘는 탁자에 놓은 종이뭉치를 바라봤다.

참가자들의 신상명세와 대략적인 무공 수준이 적혀 있었다.

‘······.는 뻥이네.’

석지룡은 태산 인근을 떠돌며 협행을 해왔단다.

수십 명의 악인을 베었고, 수백 명의 양민을 도왔다는 자기소개가 장황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석지룡은 그걸 다시 한 번 외쳤다.

“의협의 성지이자, 협객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신공부에 뼈를 묻고자 합니다!”

의협의 성지는 개뿔.

“쯧쯧.”

남천휘는 혀를 찼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석검방 주변에서 암약하는 산적을 토벌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니 석검방주가 술과 기녀를 준비했다고 매달렸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쯧! 개똥이만 없었어도.’

다른 의미로 혀를 찼다.

한데 석지룡의 자료를 훑어보던 중 재이의 알림이 들려왔다.

◎ 석지룡의 정보를 숙지했습니다.

◎ 석지룡의 동의를 받아 ‘신인 지명’에 관한 목록이 갱신됩니다.

아! 이런 동의였냐.

그 순간 석지룡의 머리 위에 적힌 정보가 변경됐다.

능력 수치가 사라지고, 문양이 만들어졌다.

‘저건 뭐야?’

이름 : 석지룡 (Lv:37)

현재 능력 : ○○○◑●

잠재 능력 : ○○○◑●

※ 상세 정보 확인 가능.

남천휘가 눈을 끔뻑이는 사이 재이가 설명했다.

검은 동그라미 한 개가 2의 수치를 지닌단다.

그러니 총 수치는 10이다.

그렇다면 석지룡의 잠재능력과 현재능력은 모두 3일 터였다. 그 말인즉슨 녀석의 성장이 끝났다는 뜻이 아닌가.

‘아아, 왠지 안타깝다.’

석지룡의 근골과 자질은 부리부리한 눈빛이 아까울 만큼 하찮았다.

‘잠재능력은 변하지 않는 거야?’

◎ 기연과 영약을 통해 상승이 가능합니다.

- 효율의 문제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석지룡은 무인으로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남천휘는 석지룡이 연무장 곳곳을 뛰어다니는 걸 지켜보며 축복받은 확인서를 사용했다.

‘상세 정보가 뭔지나 좀 보자.’

그러자 능력 아래 추가 정보가 펼쳐졌다.

- 적응4, 야망7, 충성3, 인내2.

아! 잠깐. 눈물 좀 닦고.

‘너 임마! 야망이 너무 높잖아.’

아무리 사내가 큰 꿈을 가져야 한다지만 이 정도면 망상 수준이었다.

남천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담아 불통에 표기를 했다. 한데 동주림주가 통을 주는 것이 아닌가. 그는 남천휘와 눈이 마주치더니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허허, 석검방주와 안면이 있습니다. 석지룡은 지금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녀석이랍니다.”

놀고 있네.

조금 전만 해도 즉시 전력감을 찾아야 한다고 일장 연설을 하지 않으셨소.

“림주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요.”

왕학 또한 통을 줬다.

네 명 중에서 세 명이 통을 줬으니 석지룡은 통과였다. 그는 연무장 입구에 앉아 있는 무인에게서 통과 명패를 얻은 후 환호성을 내질렀다.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렸다.

‘서로 주고받겠다 이거지?’

그렇다면 이쪽도 편한 마음으로 챙길 걸 챙겨줘야겠다.

하나 참가자들의 상태는 대동소이했다.

게다가 동주림주와 왕학을 배려한 듯 뒷구멍으로 수를 쓴 자들이 앞 순서에 모여 있었다.

그렇게 오십여 명의 참가자가 지나쳤다.

그리고 통과자는 열 명 남짓이다.

‘그 중에서 쓸 만한 건 세 명 정도인가.’

남천휘가 시큰둥한 어조로 종이를 뒤적거릴 때였다.

어딘가 모르게 낯익은 헛기침이 들려왔다.

“64번 혜소입니다!”

남천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용봉쟁투가 끝났을 때 동생을 찾겠다고 떠난 혜소가 나타난 것이다.

“야!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혜소는 남천휘는 보며 헤죽 웃었다.

반면 남천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레벨이 70이네.’

저건 숨만 쉬어도 강해지는 건가?

하나 남천휘가 경악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 혜소의 정보를 숙지했습니다.

◎ 혜소의 동의를 받아 ‘신인 지명’에 관한 목록이 갱신됩니다.

결과는 놀라웠다.

‘잠재력이 8이네.’

저 놈은 숨만 쉬어도 강해지는 게 맞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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