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127화 (127/305)

63, 몽산의 은거괴인.

63, 몽산의 은거괴인.

◎ 곡부남가와 대두동의 정보가 통합됩니다.

- 문파 관리로 성소의 운용이 가능합니다.

- C급 성소 간에 최단 경로가 생성됩니다.

- C급 성소 간에 이동 시 소모값이 사라집니다.

남천휘는 재이의 알림을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메인 퀘스트 1-5를 완료한 보상으로 곡부남가의 성소 등급이 올랐다. 그 결과 C급으로 상향되는 순간 대뜸 몽산의 대두동과 연결이 되어버렸다.

‘최단 경로.’

그 순간 시야 우측 상단에 위치한 지도에 확장됐다.

그러더니 몽산으로 향하는 최단 거리가 붉은 선으로 표시됐다.

놀라운 점은 지금부터다.

잠시 후 붉은 선이 번쩍이더니 경로가 변경됐다.

변경된 부분을 살펴보니 폭설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러니 갑자기 내린 폭설로 인해 최단 경로가 변경된 것이다.

‘이것만 있으면 산속에서도 길을 잃을 걱정이 없지.’

지금은 성소와 성소의 경로만 표시되는 것이 전부였다. 하나 만약 중원 전체에 원하는 경로를 띄울 수 있다면 고금제일의 쾌속함을 자랑할 수 있으리라.

‘재이야, 네가 최고야.’

마지막 문구를 볼 때마다 재이를 칭송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C급 성소에서 C급 성소로 이동할 때 소모값이 없다는 말은 곧 체력의 소모가 없다는 뜻이리라.

◎ 자연지기의 농도를 조절하여 최단 경로를 질주할 때 대상자의 주변으로 무균실이 생성됩니다.

- 체력과 내공의 소모가 최저 수준으로 고정됩니다.

이러니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더라.

남천휘는 천수련이 없음에도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명분과 방법을 얻어낸 셈이다.

‘보상을 보자!’

이미 S급 특기인 ‘통찰은 목록에 등재된 상태였다.

게다가 이인삼각 퀘스트를 통해 황도쌍노를 쓰러트리지 않았던가. VIP 포인트 1000 점과 자수정 3000 개를 확인했다.

VIP 4 레벨을 위한 포인트가 어느 정도 모였다.

이제 몽산에서 수련을 한 후 100레벨만 찍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아! 또 손이 근질근질하네.’

인벤토리에 모아놓은 자수정을 확인하는 순간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고, 심장은 미인을 마주한 것처럼 쿵쾅거렸다.

‘12600개면 기록이잖아.’

지금껏 이만한 양을 모은 기억이 없다.

회회회판을 40 번 이상 돌릴 수 있는 물량에 계속해서 침을 삼키게 된다.

하나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다.

애초에 다짐했던 15000개 코앞이다.

참고, 또 참아서 기필코 50 번을 돌려버릴 것이다.

‘견물생심이라 했어.’

눈에 보일수록 욕심이 커지는 법.

남천휘는 인벤토리를 닫고 상태창을 열었다.

《남천휘(南天輝)》

- 소속 : 곡부남가(C등급).

- 호칭 : 추억팔이

- 별호 : 용봉삼협 中 귀협

- 등급 : 87

- VIP : 3등급(잔여 점수 : 2770)

- 성소 포인트 : 34000

- 저항 수치

※ 냉기 : 164, 독기 : 27.

근력(筋力) : 450 민첩(敏捷) : 450

체력(體力) : 450 지혜(知慧) : 414

내공(內功) : 1450.

- 미 배분 능력치(+180)

짧은 순간 많이도 변했다.

일단 레벨이 9나 올랐고, 성소 포인트는 혈사 이전보다 늘어난 상태였다. 미 배분 능력치를 잠시 응시했으니 이내 관심을 거뒀다.

‘급할 건 없으니까.’

◎ 새로운 호칭을 확인하시겠습니까?(Y/N)

기꺼이!

이번만은 멋들어진 호칭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이야기책에서나 볼법한 대단한 무위였고, 엄청난 전공이 아니었던가.

《어둠의 추적자》.

- 어둠 속에서 화살 적중률 상승.

남천휘는 눈을 끔뻑였다.

‘쓰레기네.’

애초에 활을 주 무기로 사용하지도 않거늘 이게 무슨 쓸데없는 호칭이란 말인가.

‘차라리 추억 팔이가 만 배쯤 더 좋은 듯.’

이제 남은 건 하나 뿐이다.

‘새로운 히든 모드라…….’

남천휘는 지금껏 특급강호인승급체계로 인해 성장해왔다. 그리고 히든 모드는 위기의 순간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것처럼 유용했다.

가뭄의 단비 같은 것이 바로 히든 모드였다.

미연시, 저격, VR, 문파 관리.

어느 모드 하나 버릴 것이 없다.

한데 그런 대단한 것을 퀘스트 보상으로 내려준다니 기대하게 되는 건 당연했다.

‘나, 준비됐어.’

그 순간 예의 날카로운 기음이 한 번 더 뇌리를 뒤흔들었다.

《삐이이이이이이》

《S급 특기 ‘통찰’, ‘불굴’이 확인됐습니다.》

《A급 특기 ‘신안’, ‘집중’, ‘심상’이 확인됐습니다.》

《대상자의 현재 레벨은 87로 기간 대비 성장 예정치가 기준 이하입니다.》

《보조 설정에 대한 접속 권한을 부여합니다.》

《한시적으로 히든 모드 ‘철투’가 해금됩니다.》

남천휘는 히든 모드가 열렸음에 인상을 펴지 못했다. 마치 공부를 하려고 할 때마다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던 예전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빌어먹을 기간 대비 성장 예정치!’

남천휘는 시큰둥한 어조로 되물었다.

‘그래서 철투가 뭔데?’

◎ 철투(鐵鬪)는 심상을 구현함으로서 가상의 적을 소환합니다. 심상의 구현 장소에서는 부상과 죽음이 결정되지 않으며, 원하는 만큼 체력과 내력의 회복이 가능합니다.

남천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물었다.

“야! 그럼 가상의 공간에서 가상의 적과 가상으로 싸우라는 거야?”

그렇다는 말에도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 철투 내에서 얻은 정신적 깨달음과 육체적 숙련도가 현실에 반영됩니다. 다만 ‘VR’과 달리 시간의 흐름은 현실과 동일하게 진행되는 점을 유의해주세요.

시간의 흐름쯤은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철투를 활성화시키면 죽음을 각오하고서야 수련할 수 있는 초식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좋았어! 지금 당장 수련해보자!”

◎ 철투 1회 시 VIP 포인트 100점이 소모됩니다.

◎ 철투의 장소를 등록하면 한 달간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남천휘는 이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대두동에서 무균실을 만들어놓고 경험치 2배권을 사용해서 폭발적인 레벨 업을 계획하지 않았던가.

한데 곡부남가에 등록을 해버리면 대두동에서는 철투의 사용이 불가능했다.

‘쩝, 좋다 말았네.’

흥분했던 마음이 가라앉았기 때문일까.

뒤늦게 처소 밖에서 반짝이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남천휘는 미간을 좁힌 채 문 밖을 향해 외쳤다.

“소혜냐?”

대답이 없다.

생각해 보니 소혜일 리가 없지 않은가.

제아무리 남천휘가 철투에 넋이 나갔다고 해도 시비나 하인의 접근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남천휘 비등한 무공을 지닌 사람일 터였다.

아니나다를까 퉁명스런 대꾸가 들려왔다.

“개똥이다.”

무슨 대답이 저래?

남천휘는 갑작스런 천수련의 등장에 점혈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눈동자만은 비탈길을 질주하는 마차처럼 빠르게 굴렀다.

‘왜 왔지? 그나저나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불현 듯 조금 전 재이를 향해 사랑을 부르짖었던 자신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재이를 거론한 건 의미가 없지. 다만 뒷말이 문제이기는 한데…….’

이것이 사내의 마음인 걸까.

여전히 첫 여인인 연하연을 잊지 못하면서도 개똥이가 못내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비록 천수련의 몸매는 을급이지만, 몇 번이나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전우가 아니던가.

‘아마 생사의 고비는 없었지?’

그러니 전우는 과한 듯싶다.

그냥 동료, 아니 지인 정도로 정리를 하는 편이 옳을 터였다. 천수련과의 관계가 정립되자, 해결책 또한 쉬이 떠올랐다.

남천휘는 평정을 가장한 후 천수련을 반겼다.

“후훗, 별명이 마음에 들었나 봐?”

하나 천수련은 냉랭한 표정으로 남천휘를 올려다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째려다보는 것도 아닌 묘한 눈빛이 되어버렸다.

“정말 싫거든요.”

“그렇게 싫은데 왜 찾아왔어? 한 번 개똥이는 영원한 개똥이야. 일수불퇴, 낙장불입.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어?”

“늘 그렇게 자기 멋대로 인가요?”

남천휘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아무리 바도 개구리 판박이야.’

늘 그렇지만 놀리는 맛이 있는 아이였다.

그는 문가에서 한 걸음 물러선 채 말했다.

“육포 먹고 갈래?”

천수련은 입술을 삐죽이다가 슬쩍 발을 들였다.

“줄 거예요?”

남천휘는 접객을 하듯 옆으로 비켜섰다.

“곡부남가는 손님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대접하는 것이 가풍이야. 그러니 손바닥만한 크기에 은자 한 냥인 고급 육포 정도는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어.”

천수련은 남천휘의 방에 들어서며 눈을 끔뻑였다.

“은자 한 냥?”

“응.”

그녀는 남천휘의 탁자 위에 놓은 육포 더미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부자. 짜증나.”

그러나 그녀는 짜증을 먹을 것으로 풀려는 사람처럼 육포를 질겅였다.

“또 혀 깨물겠다. 천천히 먹어라. 그런데 그렇게 맛있어?”

“제가 지금껏 먹어본 육포 중에 최고에요.”

남천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부잣집에 시집가. 그럼 육포쯤은 원 없이…….”

“…….”

왜 그랬을까?

분위기에 취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한 마디였다.

남천휘는 반성하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런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천수련은 기꺼이 새로운 화제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육포를 오물거리며 말했다.

“어머님이 모래 일찍 떠나자고 하셨어요. 그럼 탈각진체법을 수련할 시간이 없잖아요.”

남천휘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미 퀘스트를 통해 익혔으니 필요 없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 때 기가 막힌 변명이 떠올랐다.

“탈각진체법은 나 자신을 관조하는 것으로 시작하잖아. 그래서 나는 나를 지켜보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봤어. 생각을 둘로 나눠보니까 오히려 느껴지는 바가 많더라고. 자식이 아주 기특해. 작은 변화와 그로 인한 결실까지 서로 주고받다 보니 마치 가족 같더라고. 녀석으로 인해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사랑한다고 할 정도라니까. 하하하!”

통하냐? 통해라.

천수련은 남천휘의 방식에 흥미를 보였다.

그녀는 묘한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아! 혹시 이름도 붙였어요?”

통했다!

남천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알았지? 재이라고 불러.”

천수련은 피식 웃더니 대뜸 허공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재이야, 반가워. 남 소협 좀 잘 부탁할게.”

야, 그러지 마. 무서워.

이러다 재이가 반갑다고 인사라도 하면 전신에 소름이 돋을 터였다. 다행히 재이는 침묵했고, 천수련의 표정은 조금씩 부드럽게 변했다.

‘역시 배고픈 사람에게는 육포가 답이었어.’

천수련은 배를 쓰다듬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서 탈각진체법을 깨우쳤나요?”

“글쎄다.”

철투를 활성화할 수 없으니 천수련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배도 부른데 잠깐 걸을까요?”

무인끼리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목적지는 대부분 기루가 아니면 연무장이리라.

두 사람은 달빛 아래 서로를 마주보며 병장기를 뽑았다. 애틋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랭한 분위기가 연무장을 휩쓸었다.

“…….”

“…….”

남천휘도 천수련도 침묵했다.

이미 병장기를 뽑은 이상 비무는 시작된 셈이다.

하나 누구도 먼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후,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예요?”

결국 천수련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하나 남천휘는 오히려 어깨를 으쓱거렸다.

“네가 먼저 올 줄 알았는데?”

“여자한테 배려 좀 해주시지요.”

“나는 초보자야.”

결국 천수련이 삼 초식을 먼저 펼치기로 합의를 봤다. 그녀는 득의에 찬 표정으로 으스대는 남천휘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어느 쪽이 진짜인 건지…….’

잠시 후 천수련이 바람에 흩날리는 꽃씨처럼 나풀거렸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순간 그녀의 검은 이미 지척에 이르렀다.

쉭쉭쉭쉭쉭!

공격과 방어는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데 그 광경은 마치 연인이 검무를 추듯 자연스러웠고, 달빛으로 인해 묘한 감흥을 자아냈다.

그렇게 오십 초식을 주고받았을 때였다.

남천휘와 천수련은 일언반구도 없이 동시에 물러났다.

눈빛만으로 진퇴를 결정지은 게다.

“후우. 조금 더 나아갔음 다칠 뻔했어.”

“하아, 누가 다쳤을지는 해봐야 알겠지요. 남 소협은 진짜 탈각진체법에 입문했군요.”

남천휘는 히죽 웃으며 손을 모았다.

“이게 다 화협의 덕분입니다.”

하나 천수련은 남천휘의 농에도 웃지 못했다.

“당신 도대체 뭐예요? 천재 같은 뭐 그런 건가요?”

재이의 존재도, 시스템의 존재도 알릴 수 없기에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하나 뒤이은 천수련의 말에는 웃을 수 없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

천수련은 땀에 젖어 달라붙은 귀밑머리를 넘기며 나직이 읊조렸다.

“그래서 우리 언제 다시 보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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