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남남 對 남녀. (2)
천수련은 미간을 좁혔다.
“뭐라고요?”
남천휘는 오히려 반문을 했다.
“뭐가?”
그 때 작은 손해를 본 좌노가 코웃음을 쳤다.
“흥! 백협과 화협이 들러붙었다는 건 헛소문이었군. 너희 둘이야말로 오랜 시간 손을 맞췄구나.”
“흥! 손만 맞췄겠어? 배꼽도 맞췄겠지.”
천수련은 검으로 좌노를 삿대질하며 말했다.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라고요. 그건 그렇고 당신들은 몰상식하고, 부도덕한 말을 잘도 하는군요.”
남천휘는 황도쌍노의 머리 위에서 번쩍거리는 붉은 표식을 보며 혀를 찼다.
“더 심할 말도 할 노괴들이야. 아니지. 노괴보다 늙은 도둑이라고 해야 하나.”
황도쌍노는 서로를 응시하더니 남천휘를 응시했다.
“네 놈의 말을 보면 꼭 우리가 누구인지 아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남천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잘 알고 있지.”
A급 특기인 ‘신안’에 축복받은 확인서까지 더했다. 그렇기에 저들에 관한 간략한 정보가 머리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이름 : 불명(???)
별호 : 좌노.
총합 : ????(민첩 위주 성장)
별첨 : 특정 비급을 훔쳐 도주 중.
※ 친분을 쌓을 시 특정 세력과 자동적으로 적대 관계가 형성됩니다.
달라진 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도 그럴 것이 저격을 활성화하여 안개 속의 처리하던 중 신안의 레벨이 상승했다.
4레벨이 5레벨로 오르는 순간 정보의 질이 달라졌다. 이제 신안 자체로 올릴 수 있는 특기 레벨은 모두 올린 셈이다.
그리고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기왕이면 특정 뭐시기도 설명해주지 그랬냐?’
무림맹과 같은 거대 연합체의 정보단체는 정보를 공유할 때 중요 문구에 먹칠을 한다더라.
마치 그런 중요 정보를 눈으로 보는 듯했다.
우노도 좌노와 마찬가지였다.
다만 한 가지가 달랐다.
우노는 민첩이 아닌 근력 위주로 성장했다.
즉 저들의 합격술은 쾌검(快劍)과 환검(幻劍)으로 보였으나, 마지막 절초는 근력을 사용하는 중검(重劍)일 터였다.
그 때 우노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천둥벌거숭이처럼 튀어나왔다 싶었지. 한데 설마 자하림과 관련이 있었더냐?”
좌노가 헛기침을 하며 미간을 좁혔다.
반면 남천휘로서는 횡재한 셈이다.
우노의 말실수로 인해 별첨의 내용이 변경됐다.
특정 비급은 그대로였으나, 특정 세력이 자하림으로 바뀐 것이다.
※ 황도쌍노와 친분을 쌓을 시 ‘자하림’과 자동적으로 적대 관계가 형성됩니다.
강호의 견식이 부족하다 못해 없다시피 한 남천휘였다. 하나 그런 그조차 알고 있는 이름이 강호칠대금지 중 한 곳인 자하림이다.
검을 숭상하고, 검에 미친 자들이 머무는 곳.
자하림(紫霞林)은 매일같이 비무를 하며 생사를 결정하는 검귀(劍鬼)들의 세상이었다.
‘사실 연하연의 봉황곡을 조사하다가 곁다리로 알게 됐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따로 있지.
저들은 자하림의 비급을 훔쳐 도망친 자들인 게다.
삼재검법처럼 흔한 무공이 적힌 비급을 훔치지는 않았을 테니 제법 고강한 검법이리라.
‘생각했던 것보다 강할 수도 있어.’
남천휘는 저들을 상대하며 여실히 느꼈다.
그와 그녀가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처럼 저들 또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마치 훔쳐 익힌 검법을 실험하듯 다양한 투로를 선보이지 않았던가.
그는 천수련을 힐끔 쳐다봤다.
“할 수 있을까?”
천수련은 남천휘의 속내를 들여다본 사람처럼 배시시 웃었다.
“이길 수 있어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소녀.
어딘가 모르게 어수룩하기만 한 소녀.
그런 소녀의 미소만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일품이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지.
“당연히 이기지. 혼자 상대해도 될지 고민 했을 뿐이야.”
“그건 과욕입니다. 제가 백협의 몫까지 할 게요.”
남천휘는 피식 웃었다.
천수련의 다부진 말에 작은 우려마저 사라졌다.
‘그래, 저 놈들이 제 실력을 숨겨봤자, 재이를 숨긴 나만 할까?’
좋아, 용봉삼협은 세 명이어야 하니까.
최소한 오늘만은 무적임을 증명해 보자.
띠링-
온 세상에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돌발 퀘스트 알림이다.
‘그런데 어째 조금 늦다?’
세 자리 레벨의 황도쌍노라면 돌발 퀘스트의 명분으로 충분할 터였다.
아니나다를까 퀘스트 내용이 예상과 달랐다.
《이인삼각》
- 백협 공태령의 추억하며 싸우자!
- 둘이서 세 명의 몫을 했을 때 용봉삼협의 명성은 곡부를 뒤흔들 것이다.
성공 조건 - 한 몸이 되어라.
실패 조건 - 황도쌍노의 무의미한 죽음.
※ 성공 시 자수정과 VIP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추억하면서 싸우는 건 어떻게 싸우는 거냐?
겨우 곡부를 들끓게 만드는 코딱지만한 명성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성공 조건 또한 어딘가 모르게 낯 뜨거웠다.
그래도 ‘겸사겸사’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 적을 물리치면 메인 퀘스트가 달성.
- 통찰을 깨우치면 돌발 퀘스트가 달성.
모든 것이 단순해졌다.
그러고 보니 재이는 황도쌍노를 이기는 것보다 천수련과 합을 맞추는 행위에 가산점을 주는 듯했다.
그만큼 ‘통찰’은 중요한 특기일 터였다.
‘일단 이기고 생각하자!’
남천휘가 결연한 눈빛을 드러냈다.
그 순간 좌노가 나른한 한 마디를 건넸다.
“이별 준비는 끝났더냐?”
남천휘는 미간을 좁혔다.
‘확실히 좌노가 냉정해.’
머릿속까지 근력으로 채웠을법한 우노와 달리 좌노는 내내 냉정함을 유지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분명 좌노가 합격술의 핵심이리라.
지금껏 황도쌍노의 합격술은 좌노가 판을 깔고, 우노가 살초를 펼치는 형식이었다.
‘좌노를 흔들어야 하는데.’
한데 좌노는 여전히 느긋하게 말을 건넸다.
“지금부터 진짜 환혼검을 보여주마.”
남천휘는 미간을 좁혔다.
우노가 엉겁결에 자하림을 거론한 것과 달리 좌노는 의도적으로 환혼검을 자랑했다.
표정만 봐도 자만의 빛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듯했다.
배수의 진을 친 것처럼 결코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리라.
천수련의 담담한 한 마디가 더해졌다.
“제천검귀의 일지환혼검법.”
좌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어린 계집의 안목이 꽤 높구나.”
“제천검귀의 쌍검술은 천하일절이라 불렸으니까요. 한데 십 년 전 자하림의 반도가 림주를 암습한 후 비급을 훔쳤다지요?”
천수련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황도쌍노의 정보가 변경됐다.
남천휘는 천수련의 정보력에 탄성을 흘렸다.
‘허어, 개똥이가 이렇게 똑똑할 줄이야!’
그 사이 좌노가 살기 가득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높아도 너무 높구나. 어디서 너 같은 계집이 나타난 걸까?”
“이래서 도둑은 발 뻗고 편히 쉬지도 못한다는 옛 말이 틀리지 않군요. 지난 십 년 간 꽤 깊이 숨었었나 봐요. 요즘 강호에 위명이 자자한 용봉삼협 중 화협의 사문이 보타암인 걸 모를 만큼.”
개똥아, 너 원래 그런 성격 아니잖아.
갑자기 꼴사나울 만큼 으스대는 이유가 뭐니?
‘뭐긴 뭐겠어!’
천수련은 좌노가 보타암이라는 말에 움찔하는 순간 허리를 뒤로 젖혔다. 그녀는 허리를 펴는 순간 활을 튕긴 것처럼 전방으로 달려 나갔다. 상승 신법의 묘리인 궁신탄영(弓身彈影)의 발현이다.
“큭!”
네 사람의 간격은 몇 걸음에 불과했다.
그러니 천수련이 두 번째로 대지를 박차는 순간 황도쌍노의 코앞까지 짓쳐들었다. 더욱 놀라운 건 남천휘가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는 것이다.
전음을 주고받지도 않았거늘 한 몸처럼 움직였다.
‘역시 남 소협. 통찰력이 있어!’
‘역시 개똥이, 탈각진체법을 통해 좌노부터 처리해함을 인지했구나.’
남천휘는 빠르게 시야 구석을 확인했다.
돌발퀘스트 밑에 나타난 흰색 막대가 조금씩 묵빛으로 물들었다.
‘벌써 동조율이 58%라고?’
시작이 반이라더니 진짜 반을 넘어선 게다.
막대가 검게 물들며 100이 되는 순간 돌발 퀘스트는 완료되지 않을까 싶다.
그 사이 천수련의 일검이 번뜩였다.
채채채챙!
창졸간에 거리를 허락한 우노가 황급히 검을 떨쳐냈다. 시뻘건 검기가 충천하는 가운데 총채 다발처럼 흩뿌려졌다.
하나 천수련은 오히려 검기를 뒤로 한 채 허리를 꺾는 것이 아닌가. 그녀가 비켜서는 순간 자연스럽게 남천휘가 빈자리를 채웠다. 어깨를 들썩이는 순간 빈손에 두 자루의 직도가 쥐어졌다.
채채채채채챙!
우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남천휘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십여 개의 검기를 모조리 쳐냈다. 그러고도 모자라 우노의 품속으로 몸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
좌노가 한 발 먼저 개입했다.
그가 남천휘의 앞길에 검을 찔러 넣자, 한순간 투로가 막혀버렸다. 남천휘는 물러서거나, 돌아가야 할 상황이 되었다.
띠링-
하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천수련을 비롯한 세 명의 미세한 움직임이 눈에 담은 후였다.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무무혁명의 표식이었다. 오행군림보를 펼침에 있어 표식은 전방을 향해 번쩍였다.
만약 좌노의 공격이 위협적이었다면 무무혁명은 회피를 위한 이동을 강제했으리라.
아니나다를까 천수련이 사각에서 튀어나왔다.
파팟!
그녀는 어느새 남천휘의 등을 타고 한 바퀴 돌아 나온 상태였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그녀의 검이 출렁이는 듯하더니 좌노의 검을 옭아맸다.
검기와 검기의 대결.
좌노는 민첩을 중심으로 한 쾌검의 달인이다.
그러니 검을 맞대고 내력 대결로 들어서면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흥!”
좌노는 한순간 검을 비틀었다.
그 순간 우노가 자신의 옆구리를 훤히 드러낸 채 검을 내리쳤다.
쩡!
좌노와 천수련의 검이 요동을 치며 떨어진다.
남천휘가 그 사이 우노를 노린 건 당연했다.
하나 좌노는 반탄력에 내장이 진탕됐음에도 불구하고 검기를 흩뿌렸다.
채채채채챙!
결국 남천휘가 물러섰다.
그리고 천수련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법을 펼치며 뒤따랐다.
하나 남녀는 작은 이득을 봤지만, 공격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남남은 작은 손해를 봤지만, 어렵게 되찾은 주도권을 확실하게 활용했다.
쇄애애애액!
환혼검의 창시자인 제천검귀(齊天劍鬼)는 전성기 시절 백여 개의 검영을 만들었다고 알려졌을 만큼 환검의 고수였다.
황도쌍노가 제아무리 수련에 열중했어도 초절정의 끝을 봤다는 제천검귀처럼 초식을 펼치는 건 불가능했다. 하나 그들은 홀로 펼치던 검법을 둘로 나눠 함께 펼치지 않던가. 그렇기에 백여 개는 아닐지언정 스무 개가 넘는 검영(劍影)을 만들어냈다.
“위험해!”
남천휘가 손을 뻗는 순간 천수련의 손목이 잡혔다.
그녀를 잡아끄는 사이 검영이 스쳐갔다.
핑그르르-
사내의 품에 여인이 안겼다.
하나 봄바람이 불고, 꽃잎이 흩날려야 할 만큼 정다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남천휘는 허리를 비틀며 품안에 들어온 천수련을 휘돌렸다. 사내의 힘에 원심력이 더해지는 순간 여인의 신형은 한순간 반대편에 이르렀다.
찰나간 눈빛과 눈빛이 마주쳤다.
‘하, 눈웃음치지 마라!’
그는 슬쩍 입꼬리를 올린 채 자세를 낮췄다.
이미 천수련은 남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채 좌노의 옆구리를 노렸다. 남천휘는 상제를 한껏 낮춘 채 진흙탕 위를 질주했다.
파파파파파팟!
천수련이 위를 노리면 남천휘는 아래를 노렸다.
어느새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고 검과 도가 번쩍이며 공간을 갈랐다.
“흥! 건방진 것들!”
좌노의 코웃음과 함께 황도쌍노의 신형도 잔영이 남을 만큼 쾌속하게 전개됐다.
쉭쉭쉭쉭쉭쉭!
서로 상대의 시야를 뒤흔들고, 정신을 현혹하려는 초식이 쉼 없이 펼쳐졌다. 네 사람 모두 상대의 약점을 노렸고, 동료의 약점을 대신 막았다.
예상하고, 또 예상하고, 또 예상했다.
그러다 보니 네 사람은 쉴 새 없이 어우러졌지만, 쇳소리는 오히려 잦아들었다.
‘이쪽부터 시작 해봐요.’
‘좋아, 내가 보조를 맞출게.’
몇 번이나 눈을 맞췄을까.
눈으로 말하고, 호흡을 느끼며, 서로의 작은 몸짓을 통해 유추했다. 두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하나가 된 것처럼 움직였다. 그 변화와 속도는 제천검귀의 무공을 반쪽씩 나눠가진 황도쌍노를 상회했다.
“쯧!”
검이 닿지도 않았거늘 좌노가 뒷걸음질 쳤다.
어설프게 막거나, 반격했다면 사각에서 짓쳐든 남천휘의 도법에 허리가 잘렸으리라.
패색이 짙어진다.
황도쌍노의 파국은 그뿐이 아니었다.
제아무리 강호의 고수라고 해도 초절정에 이르지 못하면 세월을 이겨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자연의 섭리처럼 나이를 먹으면 체력이 쇠하고, 퇴화하기 마련이다.
우노가 유독 그러했다.
근력 위주로 성장했기에 체력의 소모가 컸고, 한계는 곧 파탄을 불러들였다. 그는 불청객을 애써 쫓아내려했지만, 그것이 가능했다면 이미 초절정이 되었으리라.
“크흑!”
오십 합을 넘어가는 가운데 우노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천수련의 검이 우노의 검을 스치듯 지나치더니 팔뚝을 긁어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남천휘와 천수련이 동시에 우노를 향해 초식을 펼쳤다. 좌노가 대경실색하여 달려드는 순간 기사가 일어났다. 남녀의 검과 도는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처럼 방향을 바꿨다.
채채채채챙!
애초부터 목표는 좌노였다.
두 자루의 도와 두 자루의 검이 쉴 새 없이 부딪치며 기음을 토해냈다.
남천휘가 고리에 검지를 끼운 후 돌렸다.
잠시 좌노와의 거리를 벌린 후 재차 도를 쥐었다.
이미 역으로 쥔 도가 횡으로 공간을 찢어발겼다.
그 끝에 좌도의 팔뚝이 자리했다.
촤악!
핏물과 함께 살점이 뜯겨나갔다.
왼손을 베였으니 검을 휘두르는 건 불가능했다.
천수련은 멈칫했다.
이제 남천휘가 반대편에 쥔 도를 휘두르기만 하면 좌도를 처리하는 건 손바닥 뒤집기처럼 쉬웠다.
‘응?’
한데 남천휘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천수련의 허리춤을 감싼 채 자세를 낮췄다.
“으아아아악!”
그 순간 우노의 괴성과 함께 검기 꽂혀들었다.
천수련의 마음은 복잡했다.
‘지금까지 통한 걸로 봐서는 피할 수 있을 걸 알았을 텐데…….’
혈투를 벌이는 와중에 볼이 화끈거렸다.
자신이 혈인검을 상대하며 흔들린 것처럼 남천휘도 흔들린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생각하느라.
천수련은 아랫입술을 살짝 베어 문 채 남천휘를 뒤따랐다.
반면 남천휘는 남몰래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현재 천수련과의 동조율은 98%였다.
퀘스트에 의하면 한 몸이 되기 직전인 셈이다.
‘휴, 하마터면 실패할 뻔했네.’
그 때 천수련이 남천휘의 허리를 툭 치고 지나갔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묘한 미소를 남긴 채 좌노와 마주하는 것이 아닌가.
‘쟤 왜 저래?’
하나 동조율 100%를 위해 달렸다.
화협과 귀협의 공세가 동시에 꽂혀드는 순간 이미 애병을 잃은 좌노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촤악!
남천휘가 도를 올려치는 순간 좌노의 손목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 사이 천수련의 검이 좌노의 목젖을 노리며 꽂혀든다. 우노가 괴성과 함께 재차 달려들었지만, 지칠 대로 지쳐버린 그의 공격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결국 좌노는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
느긋하게 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꽤 비참한 죽음이었다.
“크허허허!”
우노는 좌노가 죽고, 삼 초도 버티지 못했다.
그가 울음을 토하며 꼬꾸라지는 순간 장내의 혈향은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남천휘는 시야 상단을 힐끔 바라봤다.
돌발퀘스트의 진행 상태를 보여주는 막대가 완전히 검게 변했고, 동조율은 100을 찍었다.
‘됐다. 퀘스트 두 개 다 완료.’
그리고 재이의 알림이 울렸다.
《삐이이이이이이》
어, 이 알림이 아니지 않나?
남천휘는 뻣뻣한 목을 움직여 힘겹게 돌아봤다.
그곳에는 얼굴이 붉게 상기된 천수련이 자신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