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83화 (83/305)

47, 오늘밤 주인공은. (4)

천수련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가득했다.

하나 어제처럼 설레지 않았다.

저리 환하게 웃으면서도 호감도의 변화는 전무했다.

그러니 검은 속내를 지녔을 수도 있고, 애초에 그냥 소안(笑顔)일 수도 있으리라.

‘이 청춘의 희롱꾼!’

어찌됐든 사람을 설레게 만들었으니 다 네 탓이다.

하마터면 조강지처를 버릴 뻔하지 않았더냐.

“몇 번째로 나왔지?”

네 화술에 끌려가지 않겠어.

대화는 내가 주도한다!

“두 번째요.”

남천휘는 입술을 오므리며 탄성을 흘렸다.

그라고 해서 초류혁이 나서려고 했던 것을 모를까.

놈이 뻔히 앞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더라.

하나 자신에게 선수를 뺏긴 이상 뒤따라 나서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수련이 이등으로 백인검무를 외웠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확실히 어제 본 보법은 대단했어.’

남천휘는 박수를 쳤다.

“대단하네요. 두 번째로 성공하다니.”

천수련은 입술을 샐쭉 이며 말했다.

“제일 먼저 외운 사람에게 들을 말은 아니네요.”

그래, 그 말이 듣고 싶었어.

“그래서 무슨 일이지?”

천수련은 남천휘를 바라봤다.

동그란 눈으로 올려다보니 제법 귀엽다.

하나 남천휘는 흔들림 없이 천수련을 응시했다.

‘훗, 불굴이 발동할 정도도 아니네.’

한데 천수련은 부끄럽지도 않은 듯 빤히 그를 쳐다봤다.

천성이 웃는 낯에 맑은 성격인건가.

“왜 도와주지 않는 거지요?”

남천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천수련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먼저 자세를 외웠으면 다른 후기지수들을 도울 수 있잖아요. 함께 노력을 한다면 더 멋진 검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남천휘는 눈을 끔뻑였다.

이제 보니 이 아이는 뇌까지 맑은 듯하지 않은가.

“그렇겠지. 그런데 그러기 싫어.”

“왜요?”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왜 이유가 없지요?”

천수련의 의문은 미운 다섯 살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용봉쟁투를 통해 우리가 사마외도랑 싸울까?”

“아니요.”

“그럼 산동성 곳곳에 난립한 흑도를 정리할까?”

“아니요.”

“단지 검무야. 네 레벨, 아니 너 정도 무위라면 알겠지? 백인검무를 수련이라고 할 수 있겠어?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을까?”

남천휘의 말에 천수련은 단호하게 도리질을 쳤다.

“절대요. 백인검무는 현란하기만 할 뿐 실속이 없어요. 이런 검무를 실전에 사용하려다가는 폴짝 뛰다가 내려서는 순간 들판의 고혼이 되어 사라지겠지요.”

허허, 선한 얼굴로 지독한 말을 하는구나.

백인검무를 만든 무사부들이 들으면 오늘밤 거하게 술판을 벌일 듯했다.

“잘 알고 있네. 그러니 안 될 사람이라면 빨리 떨어지는 편이 나아. 괜히 억지로 버텼다가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나 상처받겠어.”

천수련은 대오각성한 사람처럼 박수를 쳤다.

“아! 그렇군요.”

눈빛의 초롱초롱함이 아주 별을 박아 넣은 듯했다.

◎ 호감도가 +5 상승했습니다.

이런 걸로 호감도가 올랐어?

남천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천수련을 내려다봤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다. 그뿐 아니라 용봉쟁투에 참가한 후기지수들 모두가 마찬가지일 터였다.

천수련의 참가는 간담회 도중 지나가는 말처럼 언급됐을 뿐이다. 몇몇 후기지수들이 얼굴을 굳혔으나, 신풍수사가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러다보니 천수련이 제연평을 대표한다는 정보가 알려진 것의 전부였다.

“너는 왜 참가한 거야?”

천수련은 두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었다.

“우승하려고요.”

“그런데 왜 경쟁자를 도와? 여기 친구 만들려고 왔어? 같이 술 마시고, 웃으면서 놀고 싶어?”

“······.”

그녀는 잠시 눈을 깜빡이며 당황스러워했다.

남천휘는 혀를 차며 훈계하듯 말을 건넸다.

“좋은 일을 하고 싶으면 용봉평 밖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 어차피 여기 모인 놈들은 저마다 자기 동네에서 떵떵거리던 놈들이잖아. 누가 누구를 걱정해?”

몽산에서 만난 화전민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재해보다 사람을 두려워했다.

그렇기에 정처 없이 산을 떠도는 것이 아니던가.

“후, 됐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남천휘는 천수련을 지나쳤다.

‘가뜩이나 회회회판 때문에 짜증나는데.’

이렇게 사람을 희롱하는 시스템 따위는 당장 망했으면 좋겠다. 불구덩이에 집어던진 후 활활 타는 걸 보며 오줌이라도 싸주는 거지.

‘아우! 내 자수정!’

재이 들으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한데 갑자기 천수련이 앞을 막았다.

다시 봐도 보법 하나는 일품이다.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보법이라.’

“남 소협.”

천수련은 입술을 악 다문 채 그를 올려다봤다.

‘뭐야? 싸우자는 거냐!’

남천휘가 예기치 못한 천수련의 진지한 모습에 자세를 취하려던 순간이었다.

“고맙습니다.”

너 왜 그러니? 무섭게.

그녀는 어정쩡한 자세로 포권을 취했다.

“몰랐어요. 그냥 후기지수들이 난감해하는 걸 보니 도와야 하겠다는 생각만 해버렸네요. 스승께서도 눈앞의 일만 보지 말고, 멀리 보라고 늘 충고해주셨거든요. 맞아요. 저는 우승하러 왔어요! 우승하고 싶어요. 아니, 꼭 우승해야 해요!”

남천휘는 그녀의 말을 통해 짚이는 바가 있었다.

아무래도 천수련은 사람을 대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듯했다. 속세를 멀리하고, 산속에서 지내온 사람 같았다.

‘아! 제연평에서 왔다고 했지.’

그럼 들판에서 숨어 지냈나 보지.

천수련은 고백을 하더니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안개 속에서 길을 찾은 사람처럼 환하게 웃는 것이 아닌가.

“좋은 말씀 감사해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신세만 지고 가네요.”

좋아, 빚이 누적되고 있어.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있지.

빚이 계속되면 빚더미에 앉는다는 걸 잊지 마라.

재이가 또 말을 오용했다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듯했다.

가볍게 귓등으로 흘려버렸다.

“그냥 용봉쟁투를 즐겨. 어차피 우승은 나니까.”

남천휘의 말에 천수련은 볼을 부풀렸다.

희고 고운 아이가 개구리처럼 볼을 부풀리니 방금 쪄낸 말랑말랑한 떡이 생각났다.

“힝! 지지 않을 거예요!”

엇, 낯선 여자에게서 내 시비의 냄새가 난다.

‘소, 소혜!’

불현 듯 천수련의 얼굴에 소혜가 겹쳐졌다.

물론 미모의 차이는 있었지만, 묘하게 인상이 비슷하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부지불식간에 그녀를 편하게 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 그래서 그런가? 갑자기 귀찮다.’

천수련은 남천휘의 속도 모르고 배시시 웃었다.

“찾아오기를 잘했어요. 앞으로도 많은 지도 편달을 부탁드려요.”

그녀의 해맑은 웃음을 마주하는 순간 설레기는커녕 귀찮음이 물 밀 듯이 몰아쳤다.

‘맙소사! 소혜 보존의 법칙이라도 있는 건가? 어디를 가던 저런 녀석이 한 명씩 존재해야 하는 건가?’

그러던 중 청천벽력과도 같은 한 마디가 들려왔다.

“제가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데요. 궁금한 게 있으면 찾아와도 될까요?”

남천휘는 연이은 정신적 충격에 귀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재이의 알림이 들려왔다.

◎ 호감도가 +5 상승했습니다.

상승하지 마! 왠지 더 귀찮아질 것 같잖아.

역시 사람은 겉모습보다 내면이다.

남천휘는 간절히 미연시가 발동하지 않기를 기원했다.

*

백인검무 수련 사일 째.

초류혁의 얼굴은 흉신악살을 방불케 했다.

평소라면 철면호협 공태령을 흉내 내듯 억지로라도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으리라. 하나 백인검무의 사일 째 수련을 끝내는 순간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쨍그랑!

은자 수십 냥은 줘야 할 법한 자기가 산산조각난 채 비산했다. 이미 손에 잡힐만한 물건은 모두 가루가 된 후였다.

“빌어먹을! 남천휘! 개 같은 새끼! 밟아 죽여도 시원찮은 새끼!”

친우인 모인적은 입구에 기댄 채 밖의 동향을 주시했다. 혹여 누군가 다가오려고 하면 알아서 제지할 요량이다.

“으아아아! 짜증나!”

초류혁은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주먹을 쥐락펴락 했다. 그는 남천휘를 떠올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만약 남천휘가 눈앞에 있었다면 갈가리 찢어버렸을 만큼 분노를 금치 못했다.

“감히 내가 돋보여야 할 백인검무에서 날뛰어? 감히! 이건 청도문의 소문주인 나를 우습게 여기는 거야!”

모인적은 지난 사일 간의 일을 떠올렸다.

남천휘는 첫 날에만 두각을 드러낸 것이 아니다.

둘 째 날도, 그 다음 날에도 뭐만 했다하면 가장 먼저 성공했다. 이제는 공태령과 황보장천마저 남천휘를 눈여겨보는 상태였다.

남천휘의 행보는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심지어 황보장천은 삼정의 밀약을 무시한 채 남천휘를 앞서려고 하기까지 했다.

하나 실패였다.

삼정의 실무자들이 꼼수를 부렸지만, 이대로라면 백인검무의 주인은 남천휘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모인적이 나직이 읊조렸다.

“그 새끼가 너를 볼 때마다 히죽거리더라. 이건 의도하고 하는 거야. 대놓고 너를 물 먹이려는 짓이지.”

“후기지수들은 어때?”

청도문에 줄을 선 후기지수의 숫자는 스무 명도 되지 않았다. 신공부와 황보세가가 서른 명을 넘긴 것을 보면 청도문이 가장 뒤쳐진 상태였다.

초류혁은 본래 삼정 간에 우열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후기지수들이 동요하는 원인을 모조리 남천휘에게서 찾았다.

모인적이 음산한 어조로 말했다.

“내일 명숙들을 불러놓고 시연을 할 거야. 이대로라면 남천휘가 백인검무의 꽃이 되겠지.”

초류혁은 이를 갈았다.

“그건 용납할 수 없어.”

“혹시 놈이 신공부의 밀명이라도 받은 게 아닐까? 곡부남가의 가주는 노국장주의 사위잖아.”

모인적의 이론은 충분히 논리적이다.

하나 초류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노국장은 공문십철에 이름만 올렸을 뿐이야. 이미 실권에서도 밀려난 상태야. 너도 노국장주의 성격을 알잖아. 아마 신공부주가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세 명을 꼽으라면 거기에 속할 걸.”

“흐음, 단독행동이라는 건가.”

“천둥벌거숭이 같은 새끼.”

모인적이 슬그머니 말을 건넸다.

“애들한테 넌지시 언질을 할까?”

척 하면 착이라.

초류혁은 금세 입꼬리를 올렸다.

“새끼, 빨리도 말한다.”

“여기서는 좀 착하게 보이려 했지. 집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는 좀 멀쩡해보여야 하지 않겠어?”

두 사람의 표정은 비슷했고, 이내 살기가 감돌았다.

“어느 정도나 할까? 대충 발목 정도 부러트리면 백인검무에 참가하지 못할 텐데.”

초류혁은 가느다란 혀로 푸르스름한 입술을 핥았다.

“아니, 아니야.”

유달리 작은 눈동자가 더욱 좁혀지는 듯했다.

“하아, 그 새끼가 쳐다볼 때마다 배알이 꼴렸어. 눈을 멀게 하자.”

“그렇게 되면 아예 하차해야 할 텐데?”

초류혁은 이미 살심을 품은 듯 입꼬리를 올렸다.

“살려서 보내 주는 걸 감사히 여겨야지. 뒷일은 내가 책임질게.”

책임은 초류혁이 아니라 청도문이 질 것이다.

모인적은 이미 몇 번이나 경험하지 않았던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청도문의 힘.

이번에도 그리 될 것이다.

“운기조식이라도 해. 내일 주인공이 되려면 표정 관리 좀 해야지.”

초류혁은 그제야 인상을 풀었다.

그리고 떠나는 모인적을 향해 명령했다.

“나가는 길에 계집 좀 들여보내.”

*

남천휘는 처소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이 정중앙에 다가선 듯하다.

‘이제 슬슬 시간이 됐는데······.’

그 순간 저 멀리서 삼경을 알리는 딱따기 소리가 울렸다.

자정이 됐고, 날이 바뀐 게다.

남천휘는 황급히 회회회판을 열었다.

때마침 알림이 울렸다.

◎ 일일 회회회판 실행권이 지급됐습니다.

공짜로 돌릴 수 있는 표였다.

남천휘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날이 바뀌었으니 어제 받은 것과 지금 받은 것까지 두 장의 표가 등록된 상태였다.

‘후훗, 한 번에 두 개를 돌리는 방법! 이것이 진정한 꼼수지!’

회회회판의 유혹은 대단했다.

3000개의 자수정을 모아서 11번 돌린다는 꿈은 망상으로 끝났다.

그야말로 300개 되는 족족 회회회판을 돌렸다.

하나 쓸 만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영웅 등급은 걸리기나 하는 거냐?’

몇 번이나 재이에게 영웅 등급의 확률을 물어봤지만, 녀석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무리 봐도 확률을 조작하는 것이 분명해!

결국 남천휘는 하루에 한 번씩 지급되는 무료 실행권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안 될 걸 알면서도 기대하게 되는 심정이라니.

‘회회회판 실행.’

◎ 무료 실행권은 상위 품목이 당첨될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습니다.

자수정을 쓰면 뭐가 낫더냐?

어차피 돌리는 맛으로 쓰는 거니까 닥치고 ‘돌려돌려돌림판’이다.

인형이 나와 활시위를 놓는 순간.

화살이 돌림판을 향해 느릿하게 날아갔다.

‘제발! 제발! 제발!’

남천휘는 눈을 부릅떴다.

그 희박한 확률을 뚫고, 화살은 가장 좁은 곳에 명중했다. 그 순간 돌림판 주변이 환하게 빛나더니 두 글자가 떠올랐다. 은색으로 환하게 빛나며 떠오른 ‘영웅’이라는 두 글자에 한순간 눈물이 흐를 뻔했다.

“아!”

《내공 10년분이 지급됐습니다.》

남천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엇! 내공도 주는 거냐? 아니, 줄 수는 있는 거야?’

남천휘의 현재 내공 수치는 820이다.

운기조식을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내공 수치 20은 1년의 내력과 동일했다.

즉 남천휘가 단전에 품고 있는 내력은 41년이었다.

‘일 갑자가 코앞이라니!’

호흡이 가빠졌다.

지금까지 확률 조작과 불운을 조장하는 쓰레기 같은 시스템이라고 욕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회회회판’이야 말로 인간의 희노애락을 담은 명품 같은 존재였다.

‘재이님, 이거 어떻게 흡수하면 될까요?’

남천휘는 공손히 물었다.

◎ 실행 즉시 흡수를 시작합니다.

- 대상자의 신체를 중심으로 무균실이 운영됩니다.

※ 총 흡수 예정 시간은 24:00:00입니다.

기다릴 것도 없이 수락했다.

그 순간 높은 산의 청명한 바람을 마주하듯 맑은 기운이 전신을 파고들었다. 전신의 모공이 열린 것처럼 찌릿찌릿했다.

“아아! 잘 되고 있는 거지?”

상태창을 보니 내공 수치가 1씩 상승하는 것이 보였다. 게다가 별도의 운기조식 없이 자연지기를 빨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남천휘는 하늘의 선물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두 번째도 해야지.”

영웅 등급이 번갈아 나올 확률은 희박하리라.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것이 사내였다.

이것이 도박꾼의 숙명이리라.

‘실행!’

지금껏 나왔던 아이템 중 가장 쓸모없는 게 자수정 세 개였다.

서른 개도 아니고, 세 개!

시스템이 자신을 조롱하는 듯하여 반각이나 상태창을 열지도 않았다.

‘아! 그 때는 정말 화가 났었지.’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남천휘는 느긋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탕!

화살이 꽂혀들고, 돌림판이 서서히 멈췄다.

남천휘의 두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인형이 자신을 향해 히죽 웃으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 순간 은사(銀絲)로 새긴 듯한 두 글자가 번쩍였다.

또 영웅 등급이다.

《A급 특기가 무작위로 지급됐습니다.》

남천휘는 황급히 상태창을 열었다.

목록에 낯선 특기가 등록된 상태였다.

특기를 확인하는 순간 절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런 게 나올 줄이야.’

앞으로 100번 정도 쓰레기를 줘도 용서할 만큼 좋은 게 나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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