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57화 (57/305)

38, 진(鎭) 삼국무쌍(三局無雙). (2)

◎ 대상자의 경지가 능력 수치와 비례합니다.

- 무쌍 게이지는 서서히 줄어듭니다.

‘일순이면 충분해.’

무쌍난무(無雙亂舞)의 시작은 단전이다.

3000 중반에 이르는 내공이 단전에 모였다.

온 몸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내력이 주먹만하게 뭉쳐드는 순간 폭발했다.

쩡-

남천휘만 느낄 수 있는 대폭발

내력은 한순간 기경팔맥과 십이경맥은 물론이고, 삼백육십 개의 전신세맥까지 내력이 휘돌았다.

놀랍게도 그 모든 과정이 세세하게 느껴졌다.

‘될 거 같아.’

무쌍 모드로 인해 능력 수치는 다섯 배가 됐다.

하나 다섯 배가 됐을 뿐 활용법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예전보다 빠르고, 강하고, 오래 싸우는 것이 전부였다.

여전히 절정의 상징인 내기발현조차 불가능했다.

절정을 뛰어넘되 절정이 아닌 묘한 상태.

그게 남천휘였다.

고오오오오오-

한데 그 모든 제약이 해제된 것이다.

쾅!

발을 구르는 순간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그것만으로도 확신할 수 있었다.

진각(震脚)을 통해 내력이 외부로 발출됐음을.

남천휘는 진각을 통해 대지에서 솟구친 반탄력을 거부하지 않았다. 발을 비틀며 시작된 회전력이 골반과 허리에 이어지는 순간 용트림을 하듯 상체가 떨렸다.

그 상태로 단전의 내력을 실어 양 어깨를 털었다.

내력이 전사의 형태로 양팔에 전해졌다.

그 순간 남천휘가 쥐고 있던 직도가 우렁찬 도명(刀鳴)을 토해냈다.

찌이이이이잉-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손끝을 빠져나간 내공이 직도를 타고 휘돌았다.

도신을 검게 물들이더니 이내 안개처럼 휘감은 채 춤을 췄다.

첫 도기(刀氣)였다.

가상현실에서 보았던 남추의 도기보다 작고, 옅었지만 도기가 확실했다.

내기발현을 이룬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남천휘는 재차 발을 굴렀다.

쾅!

그가 허공으로 몸을 띄우는 순간 적도의 머리 위로 솟구쳤다. 제자리에서 한 호흡에 사람을 뛰어넘는 일학충천의 묘리와 다를 바가 없다.

“피해!”

적들이 먼저 반응했다.

촤아아악!

도기가 교차하며 원을 만든다.

직도를 휘감은 검은 불꽃은 그 안에 걸려드는 모든 것을 베어버렸다.

단 세 걸음.

십 수 명의 적이 절명했다

그리고 무쌍난무가 끝났을 때 남천휘는 화전민들 앞에 섰다.

“대협!”

“형아!”

사람의 표정이 저렇게 밝을 수도 있구나.

남천휘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피하세요.

그가 포위진형을 돌파한 탓에 입구 쪽으로 향하는 통로가 열려 있었다. 화전민들은 그제야 점혈에서 풀린 듯 서로를 부축한 채 내달렸다.

“대협은 어찌?”

화전민의 우두머리였던 털보 장한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을 걱정하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쑥스럽기만 했다.

대협이라는 말에 절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남천휘는 쓴웃음을 지었다.

“걱정 마세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겁니다.”

대협이 아니기에, 영웅이 아니기에.

얼굴에 금칠을 하는 건 못할 짓이다.

“가세요! 방해됩니다.”

털보장한은 시큰둥한 한 마디에도 눈인사를 하며 말했다.

“그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관제묘에서 기다릴 시간에 더 멀리 떠나세요.

그게 서로를 위한 길입니다.

그가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남천휘는 시야 상단의 시간을 확인했다.

무쌍 게이지가 바닥을 보였다.

‘한 방 정도는!’

남천휘는 한 번에 운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내력을 뽑아냈다.

도기가 한 자 가까이 치솟았다.

그대로 적을 향해 돌진했다.

흑살당의 낭인들이 포위를 하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나 남천휘의 직도는 그들의 예상보다 빨랐다.

쇄애애애애액!

불꽃이 흩날리고, 피가 튀는 가운데 십수 명이 팔다리를 흐느적거리며 나자빠졌다.

남추의 비천무상도를 흉내 낸 것에 불과했다.

하나 네 자리 수의 능력은 흉내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어줬다.

텅!

그런데 초식을 마무리 짓기 전 예기치 못한 반발력이 전해졌다.

그 자식이다.

나를 조롱하고, 양민들을 죽인 노인.

흑살당과 같은 무공을 쓰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수장이리라.

흑살당주는 미간을 좁힌 채 뒷걸음질 쳤다.

남천휘가 화전민을 보살필 때 뒤를 노리려 했다.

한데 지금껏 숨겨왔던 신위를 선보이니 한순간 주춤했던 게다. 뒤늦게 달려 들어봤지만, 막상 상대하니 예상 보다 강했다.

흑살당주는 손끝의 저릿함을 숨긴 채 뒷걸음질쳤다.

‘이 새끼, 뭐 이리 강해?’

흑살당주는 손끝의 저릿함을 뒤로 한 채 남천휘를 노려봤다.

‘구파인가? 내공의 형태로 봐서는 정파는 아닌 것도 같고. 사파? 아니지. 엄밀히 따지면 마교 쪽인데. 한데 마교가 산동성에는 왜?’

잡생각이 길어진다.

그만큼 남천휘의 공세는 충격적이었다.

한데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았던 남천휘가 잠시 눈을 끔뻑이는 것이 아닌가.

‘저 새끼, 왜 저러지?’

흑살당주는 슬쩍 옆으로 이동했다.

남천휘의 시선은 자신을 쫓지 않는다.

마치 잡생각에 빠진 듯하지 않은가.

흑살당주의 눈빛에 살기가 스며들었다.

‘지쳤네. 지쳤어.’

그는 자신의 무공을 신뢰했다.

자신보다 강한 무인들도 원앙쌍검(鴛鴦雙劍)의 절초에는 피를 흩뿌리지 않았던가.

흑살당주의 눈짓을 받은 수하들이 달려들었다.

그는 수하들을 방패막이 삼아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남천휘의 사각을 확인하는 순간 전력을 다해 검을 찔러 넣었다.

쇄애애애액!

그 순간 남천휘가 벼락처럼 몸을 비틀며 직도를 내리쳤다. 하나 흑살당주는 기습이 무효화됐음에도 끝까지 검초를 이어갔다.

끼릭-

흑살당주는 직도와 검이 부딪치기 직전 손잡이를 비틀었다. 그 순간 검신과 손잡이가 분리됐다. 그가 손잡이를 잡아끄는 순간 검신의 내부에서 뾰족한 협봉검이 등장했다.

기병(奇兵)의 일종인 모자검(母子劍)이다.

모자검 중 자검(子劍)의 검신은 새빨갛게 번들거렸다. 남만의 유명한 오독(五毒)을 모아 정제한 절독을 발라놓은 게다.

땅!

직도는 검신을 두들긴 채 아래로 향했다.

흑살당주가 노린 건 그 순간이었다.

자검이 공간을 찢어발기며 꽂혀든다.

지금껏 자신보다 강한 무인의 심장에 몇 번이나 구멍을 뚫어준 절초였다.

한데 남천휘의 움직임은 흑살당주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는 상체를 사선으로 비틀며 자검을 피했고, 아래쪽으로 향했던 어깨를 흔들었다.

흑살당주의 사타구니 사이로 직도가 솟구쳤다.

촤아아악!

남천휘의 사각이라 여겼던 곳은 그의 사각이기도 했다. 좌수에 들려 있던 직도는 흑살당주의 아랫배부터 턱 끝까지 깊은 상흔을 새겼다.

“끄으.”

흑살당주는 자신을 과신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그 순간 남천휘의 뇌리에 알림이 울렸다.

띠링-

◎ 퀘스트 1차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남천휘는 흑살당주를 기억에서 지웠다.

그의 시야 구석에는 조금 전 새로 부여받은 퀘스트가 존재했다.

《진삼국무쌍(鎭三局無雙)》

- 무쌍 지속 내에 세 지역의 수장을 진압하세요.

- 외부 책임자를 척살했습니다.(1/3)

- 외부 진압 중입니다.(0/3)

- 잔여 지역 : 내부, 요처

시야 상단의 시간을 살폈다.

무쌍 지속시간이 벌써 절반이나 흘렀다.

‘이 정도면 충분해.’

이제 절반이 지나 반각 정도 남았다.

남천휘의 서늘한 눈빛이 낭인들을 향했다.

그들은 흑살당주의 죽음에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따닥-

직도가 사라졌다.

따닥-

새로운 직도가 나타났다.

낡은 직도는 수리할 수 있지만, 부러진 직도는 돌이킬 수 없는 법이지.

새로운 직도는 언제나 환영이야.

그러니 새 직도를 쥐고 뛰어보자. 파팟!

남천휘가 상체는 낮춘 채 질주하는 순간 좌우에서 걸리적거리던 낭인들이 피를 쏟으며 튕겨나갔다.

가야 할 곳은 은신처의 내부.

아마도 흑살당주의 곁에 있던 냉막한 인상의 노인이 목표이리라.

‘K.P’ 수치가 100을 넘겼다.

그리고 외부 진압을 알리는 경쾌한 울림과 함께 내부에 들어섰다.

은신처의 구조는 호리병이다.

그러니 남천휘는 아래쪽의 넓은 부분을 지나 안쪽에 이른 상태였다.

수십 명이 적이 남천휘를 막아섰다.

통로를 막지 않고, 넓은 곳에서 기다리는 걸 보니 외부의 사정이 아직 전해지지 않은 듯했다.

‘잘 됐네.’

어찌된 것이 바깥쪽 녀석들보다 이쪽의 녀석들이 더 빨갛다. 생각해보면 지난 수 년 간 산동성 주변에서 일어났던 모든 혈사에 개입된 악인들이 아니던가.

저벅.

남천휘가 걸음을 내딛는 순간 진득한 느낌이 들었다.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쓴 것이 발까지 흘러내린 탓이다.

한데 그 모습이 기괴했나 보다.

적들이 슬쩍 주춤거렸다.

찰나의 틈.

평소였다면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했을 빈틈 사이로 남천휘가 파고들었다.

촤라라라라락!

무쌍난무 때처럼 검은 불꽃을 피워내지 못했다.

하나 전력이 담긴 직도는 쇳덩이조차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도풍을 흩뿌렸다.

짚단처럼, 허수아비처럼, 바람개비처럼.

적들이 쓰러졌다.

지금 이 순간만은 무쌍(無雙)이라는 두 글자에 부족하지 않았다.

촤악! 촤악! 촤악!

그 모습은 마치 무쌍 모드에 심취한 듯보였다.

하나 남천휘의 분노는 여전했다.

다만 처음처럼 뜨겁게 불타는 대신 차갑게 가라앉았을 뿐이다.

그렇기에 무쌍에 끌려가지 않았다.

네 번째 히든 모드인 무쌍이 끝나도 공허함은 낯선 단어일 뿐이다. 그에게 있어서 히든 모드란 언젠가 현실로 이뤄낼 수 있는 희망이었다.

진정한 강자가 된다면.

재이의 말처럼 특급 강호인이 된다면.

그 모든 제약을 벗어던지고 온갖 히든 모드를 현실화하여 강호만렙지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비켜라!”

저들에게 허비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악인은 지옥으로!

그 단순한 명제를 실행할 뿐이다.

콰콰쾅!

십여 번의 칼질로 망루 하나를 쓰러트렸다.

마지막 남은 낭인들이 망루에 깔린 채 피를 토하는 것을 뒤로 한 채 전각으로 향했다.

◎ 내부 진압이 완료되었습니다.

자! 이제 내부 책임자를 찾아보자.

남천휘는 전각 내부에서 서류와 기물의 흔적을 처리하고 있는 낭인들까지 일거에 쓸어버렸다.

시야 상단의 인원을 확인했다.

- 23/257. 430/690

스물세 명의 적과 사백삼십 명의 양민.

전자는 죽이고, 후자는 살린다.

남천휘는 후원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 흑살당주와 함께 있던 노인이 보였다.

후원과 연결된 절벽에는 줄사다리가 위태롭게 걸쳐 있었다.

비공회주는 남천휘를 보는 순간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외쳤다.

“막아라!”

비공회의 낭인과 살류방의 살수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저들의 공격 방식은 이미 여러 번 몸으로 체득하지 않았던가. 비공회가 독을 뿌리며 시선을 사로잡으면 살류방의 살수들이 빈틈을 노릴 것이다.

하나 그와 같은 방식은 동수를 상대할 때나 쓸모 있을 터였다.

남천휘는 일직선으로 꽂혀드는 독단을 모조리 낚아챘다.

‘녹선단!’

독은 해소됐다.

십여 개의 독단을 그대로 적진에 던졌다.

퍼퍼퍼퍽!

◎ 제한된 공간에서 이상폭발이 발생합니다.

녹빛 독무가 피어올랐다.

비공회는 기침을 하는 정도였으나, 살류방의 살수들은 비수를 떨군 채 목을 움켜쥐었다.

그렇게 같은 편끼리 왜 내외를 하냐?

해독제도 나눠주고 했으면 얼마나 좋아!

남천휘는 독무 안으로 발을 들였다.

시야를 가리는 독무에 개의치 않았다.

독은 녹선단으로 해독했고, 적의 위치는 재이가 표식으로 알려줬다.

띵- 띵- 띵- 띵- 띵- 띵- 띵-

그는 독무 속에서 반짝이는 붉은 점을 향해 직도를 휘둘렀다. 적들의 비명이 쉴 새 없이 울리는 가운데 독무가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홀로 남은 남천휘는 절벽 쪽을 응시했다.

비공회주가 빠르게 절벽을 기어 올라가고 있지 않은가.

따닥-

직도를 넣고, 질풍뇌격궁을 꺼냈다.

그리고 손바닥을 아래로 한 채 흔들었다

푸푸푸푸푹!

십여 발의 철시가 땅에 박혔다.

남천휘는 철시 한 발을 뽑은 후 활에 걸었다.

잠시 후 엄청난 속도로 철시가 발사됐다.

콰직!

비공회주의 머리 옆에 박혔다.

창백한 회주의 안색을 목표로 한 발 더 쐈다.

핑! 핑! 핑!

남천휘가 활줄을 튕길 때마다 비공회주는 전력을 다해 몸을 움직였다. 하나 밧줄 하나에 매달린 탓에 운신의 폭이 좁다.

결국 어깨에 꽂혀든 철시가 절벽까지 파고들었다.

그리고 뒤이은 철시가 비공회주의 등판에 작렬했다.

콰직!

*

남천휘는 땀을 뻘뻘 흘렸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거늘 뇌옥에 갇힌 양민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다행히 먼저 풀려난 자들 중 상태가 양호한 이들이 돌과 쇠망치를 들고 뇌옥의 자물쇠를 부쉈다.

“대협! 감사합니다.”

“으허헝!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햇볕 아래 나타난 양민들은 피골이 상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기에.

“대협, 고맙습니다. 제 자식 놈들도 살았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대나무처럼 삐쩍 곪은 노인이 지팡이를 든 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얼굴을 수놓은 수많은 주름과 상흔만 봐도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별 말씀을요.”

남천휘는 빙긋 웃으며 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 순간 올라갔던 손과 함께 허공을 가리켰던 직도가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촤악!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던 노인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물러났다. 하나 직도에 묻은 진득한 핏물은 노인이 제대로 피하지 못했음을 증명했다.

남천휘는 오행군림보를 펼쳐 노인의 품안으로 몸을 던졌다.

“큭!”

쉬익-

평범한 지팡이 속에서 손바닥만 한 비수가 나타났다. 하나 이미 중상을 입은 노인의 초식이 제위력을 발휘할 리 만무했다.

채챙!

남천휘는 비수를 흘려낸 후 노인의 옆구리를 타고 돌아갔다. 그와 함께 직도가 노인의 허리를 절반이나 베었다.

“끄어어.”

노인은 피거품을 물면서 남천휘를 노려봤다.

공허한 눈동자 사이에 숨길 수 없는 분노와 살기가 가득했다.

“완벽했는데. 어떻게 내 정체를?”

남천휘는 직도를 든 채 말했다.

“네가 제일 빨개. 이 개새끼야.”

직도는 허공을 좌우로 갈랐고, 그 끝에 존재하는 살류방주의 몸뚱이까지 베어버렸다.

띠링-

◎ 요처의 책임자가 사망했습니다.

◎ 히든 퀘스트 ‘진삼국무쌍’이 완료됐습니다.

◎ 특별 보상이······.

남천휘는 눈매를 찡그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뭘 그리 했다고 보상 알림이 끊이지 않는 걸까.

보상을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 히든 모드 ‘무쌍’이 해제됩니다.》

- 모든 수치가 빠르게 하락합니다.

- 잠시 후 탈진하여 행동불능 상태에 이릅니다.

※ 안전한 곳에서 운기조식을 하세요.

※ 영약 흡수를 권고합니다.

‘적선단, 벽선단.’

체력과 내공이 조금이나마 회복됐다.

하나 그조차 빠르게 하락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재이가 재빠르게 조치를 취했다.

◎ 대두동까지의 최단 경로를 표기합니다.

시야 구석의 지도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그 길의 끝에 대두동이 존재하리라.

‘적선단, 벽선단.’

남천휘는 한 번 더 물약을 흡수한 후 빠르게 내달렸다.

“은공!”

핏물을 흩뿌리며 달리는 광경이 아름다울 리 만무했다. 하나 남천휘가 움직이는 순간 양민들이 길을 열며 무릎을 꿇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를 표하며.

*

남천휘는 헐떡거리며 읊조렸다.

‘하아, 죽을 거 같아.’

하나 재이는 언제나 그렇듯 침착했다.

◎ 적선단과 벽선단의 잔여 개수를 확인하세요.

남천휘는 대두동의 시작을 알리는 안개를 헤치며 빙긋 웃었다.

“그래, 너밖에 없다.”

그는 늦지 않게 대두동의 상징인 거대한 부조물을 맞이했다. 긴장이 풀렸기 때문일까. 대두동에 들어서는 순간 주저앉았다.

◎ 운기조식을 시작하세요.

남천휘는 헐떡거리면서 가부좌를 틀었다.

한데 거대한 부조물을 바라보는 순간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맺혔다.

“나 무모했지?”

◎ 비정상적인 행위로 인해 평가가 하락합니다.

“그래도 할아버지가 봤다면 칭찬해주지 않았을까?”

◎ 비이성적인 판단으로 인해 평가가 하락합니다.

남천휘는 반쯤 정신이 나간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미 재이의 알림 자체를 귓등으로 흘렸다.

“기분 좋더라. 애들 표정 보니까 너무 좋았어.”

눈꺼풀이 너무 무겁다.

혼절하기 전 운기조식을 시작해야 마땅했다.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린 채 읊조렸다.

“하기를 잘했어.”

그가 운기조식을 통해 심상에 빠져들자, 재이가 부드러운 음색으로 알림을 전했다.

◎ 전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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