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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만렙지존-42화 (42/305)

30, 흘린 땀만큼 나아가리라.

30, 흘린 땀만큼 나아가리라.

이제는 익숙한 비무였다.

남천휘는 홍춘이를 상대로 거리를 쟀다.

자신은 오행군림보를 통해 일합에 거리를 좁힐 수 있고, 상대는 공방을 선택하기 애매한 거리였다.

‘이쯤이 내가 얻을 수 있는 최대야.’

비무의 효과는 단순히 수치 상승에서 끝나지 않았다. 상대의 체형에 따른 유불리는 물론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감을 갈고 닦는 것이 가능했다.

잠시 후 성과를 알리듯 알림이 울렸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하나 무시했다.

지금은 레벨 업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었다.

남천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직도를 늘어트리지 않았다. 도의 끝을 내려놓는 건 상대방에게 목숨을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겼다.

이제 세 가지 목표 중 하나를 이뤘을 뿐이다.

‘도법과 보법도!’

숙련도 100을 찍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했다.

그 때 맞은편에 있던 홍춘이가 벼락처럼 검을 찔렀다. 쾌검의 달인답게 지쳤을지언정 검속은 줄지 않았다.

타탓!

남천휘는 좌후에 위치했던 두발을 우전으로 바꿨다. 그 순간 홍춘이의 검이 등을 스치듯 지나쳤다. 남천휘는 그 사이 직도를 역으로 쥔 채 내리그었다.

“흡!”

홍춘이는 검세를 거두려 했다.

하나 절정에 오르지 못한 그가 온전히 검을 수습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갔고, 다섯 합이 넘기 전 검을 늘어트렸다.

“졌습니다.”

남천휘는 홍춘이의 머리 위를 보며 손을 모았다.

“좋은 비무였습니다.”

현재 홍춘이의 레벨은 24다.

불과 며칠 사이에 21에서 3레벨이나 끌어올렸다.

공교롭게도 남천휘와 중평산장으로 향하던 중 많은 깨우침이 있었던 듯했다. 아무래도 보법의 운용을 어깨 너머로 보고 익힌 탓이리라.

하나 남천휘와 홍춘이 사이에는 레벨 차이가 무의미했다. 특수 기술인 ‘특기’와 아이템으로 무장한 남천휘가 아니던가.

‘특기는 어쩔 수 없지만, 아이템은 사용하지 않겠어.’

적선단과 벽선단은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바꿀 수 있을 만큼 사기적인 물품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약물에 의지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여 남천휘는 아이템의 사용을 자제했다.

‘일곱 번인가?’

지금껏 북풍대의 이조장인 홍춘이와 삼조장인 양방언을 상대로 연승(連勝) 중이다.

근력(筋力) : 128. 민첩(敏捷) : 155

체력(體力) : 125. 지혜(知慧) : 155

내공(內功) : 120.

- 미 배분 능력치(+20)

근력과 체력이 상승한 반면 다른 세 수치는 정체됐다. 레벨 업이 늦어지는 이유는 수치의 불균형 때문일까.

일단 체력과 근력에 10씩 투자했다.

‘다음 레벨부터 추가 능력치가 늘어나나?’

◎ 30레벨 까지 고정 수치가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절정까지 레벨 업으로 모을 수 있는 스텟의 총합은 200이다. 다섯 개의 능력 수치 어디에 대입을 해도 눈에 띄는 성장을 바랄 수가 없었다.

결국 레벨 업 외에 추가로 스텟을 상승시켜야 했다.

‘답은 실전 같은 수련 뿐.’

남천휘는 호흡을 가다듬은 후 수치를 살폈다.

수치는 소모된 만큼 빠르게 회복됐다.

이 또한 체력 수치와 관련이 있을 터였다.

체력이 늘어날수록 회복속도도 빨랐다.

“다음 갑시다!”

북풍대의 삼조장인 양방언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몸을 일으켰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남천휘는 이빨을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아직 거뜬해요. 양 조장은 힘에 부칩니까?”

양방언은 남천휘의 도발에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다가왔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요!”

남천휘는 양방언의 레벨을 살폈다.

그 또한 그간의 수련과 연속 비무로 인해 19였던 레벨이 22까지 올랐다.

그 때 조상이 홍춘이와 양방언을 불러들였다.

그는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더니 남천휘를 향해 다가왔다.

“삼공자, 괜찮으시면 두 사람과 동시에 비무를 해보시겠습니까?”

조상의 현재 레벨은 37이다.

그 또한 짧은 시간 엄청난 성취를 이뤘다.

게다가 곡부남가를 향한 충심과 수련에 대한 열정은 따를 자가 없을 터였다.

그런 사람의 제안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해볼게요.”

조상은 이미 홍춘이와 양방언의 승낙을 구했기에 가벼운 턱짓으로 비무의 재개를 알렸다.

“조금 전 지시한대로 실행한다.”

홍춘이와 양방언은 대답 없이 적당한 거리를 벌린 채 접근했다.

남천휘는 미간을 좁혔다.

한 사람이 둘로 늘었을 뿐이다.

한데 예기치 못한 압박감에 호흡이 가쁠 정도였다.

이거 왜 이래?

한 명씩 싸웠을 때에는 어렵지 않았다.

하나 두 명이 거리를 좁힐수록 자신감이 사라졌다.

일단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 때 조상의 담담한 한 마디가 들렸다.

“비무와 실전은 다릅니다. 실전은 단순히 진짜로 싸우는 행위만 뜻하지 않습니다. 기습과 합공은 물론이고, 불리한 지형에서 싸워야 할 때도 있지요. 비무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경험, 삼공자에게는 그 경험이 필요합니다.”

남천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조상의 말을 듣는 순간 부끄러웠다.

홍춘이와 양방언은 물론이고 부대주인 벽추도 이겼다. 심지어 북풍표국의 왕망과 대등하게 싸우기도 했다.

하나 모두 비무였다.

또한 혈랑회의 무인을 처치한 건 영웅 등급의 무기로 인한 이점을 살린 것에 불과했다. 돌이켜보니 지금껏 진짜 싸웠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있기는 한가 싶었다.

‘내가 아이템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구나.’

홍춘이와 양방언, 그리고 그간 싸워왔던 벽추나 왕망이 과연 전력을 다했을까. 그들은 고용주의 자신인 자신과의 비무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으리라.

정작 남천휘만 하더라도 만약 큰형인 소가주와 비무를 한다면 살수를 쓰지 않을 터였다.

“그렇군요.”

“당연한 겁니다. 삼공자는 그간 남모르게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겠지요. 그러니 그만한 성취를 이루시고, 무위를 자랑할 수 있었을 겁니다.”

사실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두어 달 전만 해도 그냥 백수였는걸요.

그래서였을까.

남천휘는 조상의 말이 이어질수록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나 진정 높은 곳은 단순히 좋은 무공, 좋은 칼만으로 오를 수 없습니다. 삼공자의 무재는 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합니다.”

글쎄, 그 정도는 아니라니까.

한데 조상의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다시 직도를 고쳐 잡을 수 있었다.

“그러니 피하지 마세요. 비무에서 패배하고, 수련에서 성과를 얻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비무와 수련이란 몇 번이라도 다시 할 수 있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실전에서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남천휘는 의지를 담아 외쳤다.

“오세요!”

“가겠습니다!”

홍춘이와 양방언이 좌우로 흩어지며 동시에 달려들었다.

쇄애애애액!

두 사람 모두 쾌검을 익혔다.

하나 홍춘이는 호리호리한 체구에 팔다리가 길었고, 양방언은 자그마한 체형에 팔다리도 짧았다. 그로 인해 똑같은 섬영검이 아니라 각기 다른 검법을 펼치는 듯했다.

채채채채챙!

남천휘는 다섯 합이 지나기도 전에 가쁜 호흡을 이어갔다.

‘두 명이 아니라 네다섯 명을 상대하는 것 같아.’

지금껏 상대의 시선을 파악하고, 상대의 동선을 예상하여 공세를 펼쳤다. 한데 이제는 등 뒤에서 거칠게 몰아붙이는 한 명의 적을 더 대비해야 했다.

이건 검진(劍陣)이다.

같은 무공을 익힌 다수가 정해진 법도에 따라 공수 전환을 하는 진법이 분명했다.

곡부남가의 검진이니 강호의 드높은 검진과 비교할 수는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천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쉭쉭쉭쉭쉭!

두 사람은 쉴 새 없이 자리를 바꿨고, 높고 낮은 곳을 가리지 않고 검을 휘돌렸다.

-따라라라라라란 따라라!

귓가에 울리는 파진악의 연주는 더욱 빨라졌고, 종래에 이르러서는 악기 소리가 뒤섞이는 듯했다. 음악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수많은 표식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 와중에도 재이의 알림은 끊이지 않았다.

《체력이 +1 증가했습니다.》

《근력이 +1 증가했습니다.》

《민첩이 +1 증가했습니다.》

그간 뜸했던 능력 수치가 때를 만난 것처럼 상승했다. 이것만 봐도 지금의 비무가 얼마나 격렬한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빌어먹을!’

남천휘는 중양칠도의 칠도격을 준비했다.

횡으로 긋는 순간 칼을 역수로 잡고 올려친다.

이제 반대편 손으로 고리를 낚아챈 후 사선으로 내리쳐야 할 차례였다.

하나 그 사이를 홍춘이의 검이 비집고 들어왔다.

“쳇!”

남천휘는 초식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물러섰다.

억지로 직도를 당겼기에 팔꿈치의 힘줄이 끊어질 것처럼 욱신거렸다.

하나 상대는 남천휘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직도의 도격에서 벗어난 양방언이 쇄도했다. 가뜩이나 작은 사람이 상체까지 숙인 채 발목을 노리며 검을 휘둘렀다.

애초부터 칠도격의 빈틈을 노린 것이 분명했다.

“크흑!”

남천휘는 당황스러움에 좌상(左上) 표식을 무시하고 뒷걸음질 쳤다. 발목이 잘리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 순간 홍춘이가 기다렸다는 듯 좌측에서 치고 들어왔다. 동시에 양방언은 가볍게 검을 거둔 채 전방에서 짓쳐들었다.

‘허초였구나!’

속았다. 표식이 옳았어.

남천휘는 내력 수치가 한 자리까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급히 표식을 밟았다.

타타탓!

다행히 홍춘이의 무릎은 아슬아슬하게 남천휘의 옆구리를 스쳤다. 또한 양방언의 검세는 허공을 가르며 사라졌다.

그 순간 두 사람의 검세가 멈췄다.

“후우. 후우.”

지쳤다. 완전히 지쳤어.

일합만 더 이어졌다면 평범한 정권에도 쓰러졌으리라.

홍춘이가 탄성을 흘렸다.

“허초임을 알고 유도를 하신 겁니까?”

“북풍대의 검진은 처음 보셨을 텐데요. 역시 삼공자의 재능은 대단합니다.”

두 사람은 연방 남천휘의 재능을 추앙했다.

남천휘의 얼굴은 다른 의미로 빨갛게 달아올랐다.

‘빌어먹을! 표식을 믿지 못하다니.’

부끄러웠다.

지금까지 겉핥기식의 수련을 한 듯했다.

위기의 순간에 시스템을 믿지 못한다면 작금의 수련은 아무 의미도 없을 터였다.

‘이러니 보법의 숙련도가 95에서 멈춘 거야.’

남천휘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말을 흘렸다.

“그저 운이었습니다.”

그 때 조상이 다가와 말했다.

“강호인에게 본능이란 여벌의 목숨과도 같습니다. 수백 번 반복됐던 상황도 본능에 따라 무시해야 할 경우가 있지요. 하나 삼공자의 지금은 본능이 아니라 평소의 수련을 믿을 시기입니다.”

오늘 따라 조상의 말이 가시처럼 온몸에 박혔다.

‘쳇, 반박할 수가 없군.’

조상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자!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해보시지요.”

그래, 지금까지의 자만심을 버리자.

초심으로 돌아가서 일도일보에 혼을 싣는 거야.

“그런데 대주는 왜 검을 뽑는 겁니까?”

남천휘는 눈을 끔뻑였다.

조상이 해맑게 웃으며 홍춘이와 양방언 사이에 섰기 때문이다.

그는 검을 휘휘 돌리며 웃었다.

“역시 실전은 가장 빡세게 해야 효율적이니까요.”

거짓말 하지 마.

그냥 구경하기 심심하니까 끼어든 거잖아!

“자! 기분 좋게 한 판 더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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