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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만렙지존-18화 (18/305)

12, 혹시 천재?

12, 혹시 천재?

채챙!

조상은 남천휘의 직도를 비껴낸 후 침음을 흘렸다.

‘삼공자가 진짜 많이 성장했군.’

곡부남가의 북풍대를 이끄는 그가 아닌가.

그렇기에 중양칠도를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짬을 내서 수련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어차피 중양칠도는 곡부남가의 진짜 도법인 파격도(波激刀)나 진위십이도식(鎭威十二刀式)을 익히기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가주나 소가주도 지금에 와서 중양칠도에 매달리지 않았다. 파격도나 진위십이도식처럼 검증된 도법을 수련했다.

하나 남천휘는 여전히 중양 펼쳤다.

그리고 그 결과 중양칠도만으로도 꽤 훌륭한 공세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쇄애애액!

조상은 상체를 비틀었다.

그가 있던 곳을 직도가 매섭게 스쳐갔다.

하지만 찌르기는 이내 베기로 변하여 조상의 상반신을 노렸다.

‘좋군!’

꽤 괜찮은 한 수다.

이런 수법이라면 북풍대의 막내인 송겸이 버텨낼 수 없었으리라.

그 사이 남천휘가 강하게 진각을 밟으며 직도를 내리그었다. 평범한 초식에도 전력이 담긴 중양칠도만의 공세였다.

받아칠 수 있지만, 물러나는 것을 택했다.

조상은 승패보다 남천휘의 성장을 돕고 싶었다.

하나 초식이 이어질수록 그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역시 아무리 삼공자라고 해도······.’

중양칠도의 한계는 명확했다.

넓은 보폭과 강한 진각.

그로 인해 자세가 필요 이상으로 커졌다.

고수라면 자세의 빈틈을 찌를 것이다.

“차핫!”

남천휘가 호기로운 일갈을 내지르며 횡으로 직도를 휘둘렀다.

쉬이이익!

전력이 담긴 일격답게 도풍이 상당했다.

하나 조상은 이 일격에 담긴 약점을 알고 있었다.

‘뒤를 생각하지 않아.’

한 마디로 자세가 무너진다.

조상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이제 현실의 냉혹함을 알려줄 때다.

중양칠도로 송겸을 이길 수 있을지언정 북풍대의 조장 급도 이길 수 없음을 말이다.

타탓!

조상은 슬쩍 물러서며 남천휘의 직도를 흘렸다.

그 사이 남천휘의 등이 훤하게 드러났다.

‘미안합니다. 삼공자.’

그는 검면(劍面)으로 남천휘의 등을 후려쳤다.

다치지는 않겠지만, 정신이 번쩍 들만큼 따끔하리라.

쇄애애액!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남천휘가 텅 빈 곳으로 일보 내딛는다.

동시에 상체를 비틀며 재차 직도를 올려쳤다.

그것만으로도 조상의 검면은 등 전체가 아니라 상박을 살짝 스쳤을 뿐이다. 무엇보다 그 자세에서 훅 들어온 반격은 조상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흡!”

조상은 약속과 달리 내력을 끌어올렸다.

땅!

직도와 검이 부딪쳐 불똥이 튀긴다.

남천휘는 검에 대한 여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뒷걸음질쳤다.

하나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반면 조상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눈썰미가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눈치 채는 것과 피하는 것은 다르다.

심지어 피한 후 반격하는 것은 더더욱 다르다.

“괜찮으십니까?”

조상이 뒤늦게 사과했다.

하나 남천휘는 경련을 일으킨 손을 흔들면서도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하하, 조 대주의 내공은 엄청 대단하군요. 부딪치는 순간 저릿한 기운이 온 몸에 퍼졌어요.”

“죄송합니다. 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는데······.”

“제 공격이 그만큼 쓸 만했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조상은 혀를 내둘렀다.

“그 순간만큼은 진짜 놀랐습니다. 중양칠도를 펼친 것이 맞습니까?”

남천휘는 내려놓은 직도를 다시 주웠다.

“한 번 더 해보실래요?”

조상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비무는 잠깐의 휴식 이후 곧장 시작됐다.

십여 합쯤 나눴을까?

조상은 굳은 표정으로 침음을 흘렸다.

남천휘의 직도를 걷어낼 때마다 어딘가 모르게 찜찜했다.

‘이거였던가?’

가르친다고 생각할 때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나 이기고자 생각하니 무언가 보였다.

‘부딪칠 때마다 공방의 축이 어긋나는군.’

분명 전력을 다한 공격일 게다.

하지만 조상이 예상했던 순간보다 살짝 느렸다.

그 미세한 시간차로 인해 편안하게 이어졌어야 할 공수 교환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중양칠도의 초식은 그대로야. 그렇다면······.’

조금 더 궁지에 몰아넣는다면 실체가 밝혀지리라.

쇄애애액!

버드나무의 움직임처럼 부드럽던 검세가 바뀌었다.

마치 용트림을 하듯 검 끝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세 개의 검영(劍影)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은 각기 남천휘의 머리와 가슴, 배를 노렸다.

물론 진짜 찌를 생각은 없다.

그저 지근거리에서 멈추는 정도로 검속을 조절했다.

그 순간 의외의 광경이 조상을 사로잡았다.

남천휘는 직도를 연달아 휘두르면서 입술을 달싹이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호흡을 하는 줄 알았다.

하나 자세히 살펴보니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중얼거렸다.

‘장자장 따라란?’

독순술을 모름에도 금세 눈치 챌 만큼 단순한 중얼거림이다. 문제는 그것 외에도 ‘다아단 다아단’이라는 정체불명의 용어가 존재했다.

‘아아! 정신이 혼미해진다.’

남천휘는 그가 존경하는 가주의 셋째 아들이다.

한데 그런 그가 바보처럼 히죽거리며 주술을 읊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가주를 꼭 빼닮은 얼굴을 하고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왼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얼굴 한복판에 일권을 찔러 넣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아니지. 이러면 안 된다.

조상은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하여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우.”

그리고 검속(劍速)을 더욱 올렸다.

한데 남천휘는 예의 그 괴상한 중얼거림과 함께 모든 공세를 피해내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조상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남천휘의 상체는 자신의 검으로 인해 위태로웠다.

하나 하체는 어느 순간에도 뿌리박힌 것처럼 굳건했다.

‘보법! 보법이로구나.’

두 발을 통해 진퇴(進退)를 결정하고, 쾌둔(快鈍)을 조절하는 것이다.

하나 답을 찾았음에도 조상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어떻게 삼공자가 보법을?’

그는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다.

절정의 고수인 그조차 제대로 된 보법을 펼칠 수 없었다. 그저 섬영검법을 수련하고, 수많은 실전을 거치며 자신에게 걸맞은 발놀림을 체득했을 뿐이다. 명가의 제자나, 기연을 얻지 않는 이상 대다수의 무인들이 그러했다.

한데 남천휘의 발놀림은 어색할지언정 보법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조상은 그답지 않게 놀란 표정을 드러냈다.

남천휘는 곡부남가에서만 지내왔고, 외출조차 귀찮아하는 백면서생이 아니던가.

‘혹시 천재? 말로만 듣던 천재인 건가!’

조상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중양칠도에 걸맞은 보법을 스스로 만들어 내다니.

그것도 제대로 수련한 것은 수십 일 밖에 되지 않은 강호초출이 말이다.

‘더 보고 싶다. 더 키우고 싶어!’

조상의 눈에서 열망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한데 그 순간 남천휘가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됐다! 100을 채웠어!”

그러더니 연무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비무 상대를 대하는 예법은 둘째 치고서라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삼공자.”

남천휘는 조상의 물음에 히죽 웃으며 말했다.

“조 대주 덕분에 쉽게 풀렸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상은 무공에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만 보인다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하면 한 번 더 검을 겨뤄보시는 게······.”

하나 남천휘는 단호했다.

“싫은데요. 우리 약속했잖습니까. 수련의 끝은 제가 정하는 걸로.”

조상은 먹이를 빼앗긴 곰처럼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이용당한 것 같은 이 서글픈 기분은 뭐란 말인가?’

*

조상은 터덜터덜 힘없이 연무장을 떠났다.

남천휘는 조상을 향해 소리 없는 사과를 했다.

‘조 대주, 미안해요. 하지만 이게 떠버린 이상 우리의 만남은 여기까지인 걸로.’

그는 허공에 수놓인 한 줄의 문구를 보며 바보처럼 헤죽거렸다.

◎ 오행군림보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 초심 단계에서 기본 단계로 승급이 가능합니다.

◎ 기본의 난이도가 상승하는 만큼 보법의 가치도 상승합니다.

‘그렇지! 예상대로다.’

남천휘는 지난 십 수 일간의 노고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첫 날 뾰족한 돌 때문에 얼마나 심한 고초를 겪었던가.

하여 다음 날에는 평평한 돌을 가져다놨다.

그 덕에 성공률과 정확도를 80%까지 끌어올렸다. 한데 숙련도는 고작 1이 올랐을 뿐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숙련도의 비밀을 풀어냈다.

고된 수련과 실전 같은 비무.

그것을 깨닫는 순간 숙련도가 눈부시게 상승했다.

그리고 마침내 달콤한 과실을 취할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기본 단계로 승급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얼마나 오를까? 그래도 최소한 100은 되겠지.

그 순간 재이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냉담한 알림이 울렸다.

《VIP 점수가 부족합니다. 승급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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