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7,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짧은 몸 풀기만으로도 민첩 3개가 올랐다.
처음에는 민첩 상승에 기뻤다.
하나 돌이켜보니 얼마나 약하면 이런 걸 했다고 민첩이 오르나 싶어 자괴감이 든다.
어쨌든 현재 근력과 체력은 20, 민첩은 17이다.
그 순간 중양칠도에 걸려 있던 숙련도 제한이 풀렸다. 민첩을 어느 정도 맞추는 순간 자연스럽게 숙련도도 올랐다.
현재 중양칠도의 숙련도는 61.
민첩 3개를 올렸을 뿐임에도 직도가 만들어내는 도풍이 상당했다.
쉬이익! 쉬이익!
입으로도 낼 수 없는 소리가 연이었다.
이제 민첩의 효과를 확실히 깨우쳤다.
자신의 힘을 뜻한 대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민첩(敏捷)이다.
그렇다면 근력 20에 민첩 10보다 근력 15에 민첩 15가 훨씬 더 위력적일 터였다.
‘단순히 무공의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능력치를 골고루 올려야 해.’
그래, 이제 시작인 셈이다.
방심은 금물이야.
민첩 상승은 과정일 뿐 칠도격의 완성을 목적으로 삼아야 했다.
올려치고, 내리찍는다.
그리고 횡으로 최대한 길게 그어야 완성이다.
남천휘는 매 표식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찌르고, 베었다.
촤아아아아악!
49번 째 표식을 찍는 순간 둔탁한 울림이 있다.
둥-
남천휘의 화색이 밝아졌다.
처음으로 최악이 아닌 불호(不好)가 뜬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중양칠도의 숙련도가 올랐다.
‘더!’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송겸의 존재를 잊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재차 중양칠도를 펼쳤다.
팔과 다리를 최대한 쭉쭉 뻗었다.
관절마다 떡을 끼워놓은 듯하던 고통을 조력자로 삼았다. 그 덕에 몸이 조금이나마 유연해진 듯했다. 이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멀리 뻗었다.
‘더더!’
민첩이 오르고, 근력이 오르고, 체력이 올랐다.
짧은 순간 며칠의 수련이 무색할 만큼 빠르게 능력치가 상승했다.
‘더더더!’
하나 남천휘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오직 직도를 조금이라도 더 강력하고, 더 빠르게 내지르고 싶을 뿐이다.
모든 표식을 완벽(完璧)하게.
땅- 땅- 띠링-
불호는 보통을 지나 최고로 변했다.
그리고 마침내 청명한 울림이 뇌리를 가득 채웠다.
띠리링-
완벽이라는 문구가 빛에 휩싸인 채 사라졌다.
‘됐어!’
처음으로 칠도격을 성공했다.
그 순간 재이의 알림이 들려왔다.
《중양칠도의 성취가 칠성이 되었습니다.》
《퀘스트 ‘무인이 되어라.(1)’이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 보상이 지급됩니다.》
어느새 숙련도 70을 찍었다.
남천휘는 직도를 힘껏 움켜쥔 채 입꼬리를 올렸다.
그 순간 짜릿하면서도 상쾌한 기운이 온 몸을 휘감았다. 추궁과혈을 받은 것처럼 피로가 사라졌고, 숙면을 취한 사람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튜토리얼을 완료할 때 느꼈던 쾌감이 아닌가.
‘이건?’
《레벨이 상승합니다.》
《추가 능력치가 부여됩니다.》
남천휘는 황급히 상태창을 펼쳤다.
등급은 2가 되었다.
그리고 등급 상승으로 인해 추가 능력치 10개 등록됐다.
‘등급이 오를 때마다 열 개씩 주는 거야?’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더더욱 아낄 필요가 없다.
생각할 것도 없이 골고루 분배했다.
근력과 체력, 민첩은 25로 맞췄고, 지혜와 내공은 20이 되었다.
‘내공 쪽도 신경을 써야겠어.’
중양칠도의 숙련도는 70이지만, 삼황내문의 숙련도는 60을 겨우 넘겼다. 다음 퀘스트를 대비해서라도 내공을 쌓아야 할 필요성이 충분했다.
‘그 전에 한 번 즐겨볼까?’
칠 성의 중양칠도를 맛볼 차례였다.
눈앞에 표식이 만들어지는 순간 남천휘의 직도가 공간을 잘랐다.
촤아아아악!
등급이 올라서였을까?
아니면 능력치 때문일까?
뭐가 됐든 중양칠도를 펼치는 내내 온 몸에 힘이 넘쳤다. 게다가 도속이 늘어난 까닭에 직도의 기세는 매섭기만 했다.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다르다고!’
남천휘는 게으름뱅이의 전매특허를 읊조렸다
지금 이 순간만은 자신이 2레벨인 것을 잊고 한껏 자부심에 부풀었다.
그 만한 자격이 있는 변화였다.
조상이 돌아와 찬사를 보내지 않았다면 마냥 고양된 분위기에서 수련을 끝마쳤을 것이다.
남천휘는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내가 중양칠도를 대성했다고요?”
조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의 대련 상대였던 제가 장담합니다.”
하나 당사자인 남천휘로서는 당황스러울 뿐이다.
상태창을 다시 한 번 확인해봤지만, 숙련도는 여전히 70에 머물렀다.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립니다.”
송겸이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맞장구를 쳤다.
남천휘는 조상과 송겸을 번갈아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얘들이 단체로 약을 잘못 먹었나?’
아니면 새롭게 전파되고 있는 칭찬 요법이라도 되는 걸까.
조상은 남천휘의 마음도 모른 채 진중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모양새를 조금 더 다듬어야겠지만, 중양칠도의 요체를 명확하게 펼치고 계십니다. 가주께서 아신다면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저 사람 표정을 보아하니 농담은 아닐 테고.
남천휘는 침음을 흘렸다.
‘내 예상이 옳았군.’
표식이 늘어났을 때부터 긴가민가했다.
하나 이제는 확실히 재이의 중양칠도와 곡부남가에 전해지는 중양칠도가 다름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느 쪽이 진짜일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만약 재이의 중양칠도를 대성한다면 가솔들의 반응이 어떨지 못내 궁금한 순간이었다.
남천휘는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가 불현 듯 미간을 좁혔다.
조상은 칭찬을 끝내고, 아쉬운 점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섬영검법 뿐이라는 약을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두려웠다.
“잠시만!”
남천휘는 조상의 말을 끊고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민첩 수치를 올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아니던가. 한데 목적을 이뤘으니 굳이 섬영검을 수련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차라리 중양칠도를 대성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편이 나을 터였다.
“삼공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상은 남천휘가 머뭇거리는 이유를 달리 생각했나 보다.
“내내 수련을 하셨을 테니 섬영검은 조금 쉬었다가 배워보도록 하지요.”
아니다. 이 진지 벌레를 먹은 작자야.
핑계를 대야 했다.
남천휘는 일단 헛기침을 하며 시간을 끌었다.
“크흠! 중양칠도는 곡부남가의 뿌리일 뿐입니다. 파격도나 진위십이도식을 대성한 것도 아닌데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곡부남가의 사내가 중양칠도를 대성했다면 응당 파격도나 진위십이식을 수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상은 탄성을 흘렸다.
파격도(破擊刀)와 진위십이도식(鎭威十二刀式)은 곡부남가의 비전도법이다.
가주인 남운군은 진위십이도식을 익혀 절정의 고수가 되지 않았던가. 두 가지 도법 모두 단순한 초식으로 구성된 중양칠도에 비해서 훨씬 강맹했다.
“아! 제가 잠시 삼공자의 눈부신 재능 앞에 눈이 멀었군요. 그렇지요. 아무래도 섬영검보다는 다른 도법을 익히시는 것이······.”
아쉬움을 담아 말끝을 흐려도 안 돼.
돌아가. 돌아가서 대원들이나 가르쳐.
“그럼 이건 쓸모가 없겠군요.”
남천휘는 조상이 주섬주섬 꺼내는 것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거 뭡니까?”
“소가주께서 비운고에서 약재를 내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제 비전의 단약을 만들어봤습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정좌해서 운기조식을 하면 꽤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곡부남가의 심법은 움직이면서 수련하는 동공을 추구하지요. 그러니 섬영검을 익히지 않으실 거라면 크게 쓸모가 없을······.”
남천휘는 조상의 손에 있던 단약을 낚아챘다.
내공을 올리는 단약이라는 말에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반사적으로 움직인 게다.
“수련합시다!”
조상은 눈을 끔뻑이며 되물었다.
“네?”
“남아일언중천금! 일구이언은 이부지자라 했습니다. 게다가 송 대원과 잠시 수련한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봤어요. 북풍대원처럼 열심히는 못해도 약속은 지키겠습니다.”
지혜 수치를 올렸기 때문일까.
어려운 말도 척척 튀어나온다.
조상은 그답지 않게 감정을 드러내며 좋아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잠깐만.
절정의 고수가 손에 쥔 걸 이리 쉽게 뺏겨?
남천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조상을 살폈다.
하나 그는 어느새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 아니겠지. 그런 꾀를 쓸 만큼 능글맞은 사람이 아니잖아.’
낚인 것 같지만, 아닌 척하자.
어쨌든 영약이잖아.
남천휘는 단약을 쥔 채 읊조렸다.
‘확인.’
《조상의 비전으로 만든 정용단.》
- 비운고의 좋은 약재로 조제.
- 약식으로 제조한 것이라 절반의 효능을 보임.
- 2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가치:20)
탄성이 흘러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현재 남천휘의 내공은 십년 남짓이다.
그러니 소설에 나오는 유명한 영약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대단한 약재였다.
‘몇 개 더 만들어달라고 해야겠어!’
“그럼 섬영검을 배우시겠습니까?”
조상은 남천휘가 정용단(靜龍丹)에 정신이 팔렸을 때 기습적으로 물었다.
“네. 그럼요.”
별 생각 없이 대꾸하는 순간.
재이의 알림이 이어졌다.
◎ 조상의 진심어린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 〈무공〉에 섬영검법을 등록합니다.
《섬영검법》
- 숙련도: (0/100). (가치:150)
남천휘는 섬영검법(閃影劍法)의 가치를 확인하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리고 가치 150의 검법을 아무 조건 없이 반포하는 조상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