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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기캐로 살아가는 법-183화 (183/194)

183화. 폭풍 전야

휘이이이이잉......!

카리앗 산에 가까워질수록.

칼바람은 더 날카롭게 살을 에었다.

그 눈보라를 뚫고 지나가는 우리의 인원은, 조금 줄어 있었다.

관통상을 입었던 기사 하나와 하인트 교구장 그리고 몬테드가 빠진 까닭이었다.

그들은 디오라지 마을의 복구를 조금 도운 후 합류하기로 하였다.

부상당한 기사의 회복까지 기다리며 천천히 움직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크로토스의 부활이 임박한 지금, 그럴 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나와 가우리엘, 크뢰이튼 그리고 그렌델, 나올과.

크라우스와 리오 외에 두 명의 일곱 기사단원들만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화르르륵!

화염의 기운을 쓸 수 있는 크뢰이튼이 가장 선두에 서서, 허리까지 쌓인 눈길을 뚫고 있었고.

그 바로 옆으로 내가 따라붙었다.

가우리엘의 날개를 아를렘에게 돌려주며 불의 정령왕의 힘을 잃게 될 줄 알았지만.

당시 아를렘은 내게 그 힘만은 남겨주었었다.

덕분에 지금도 이렇게 유용하게 쓸 수 있었고.

한데.

가장 놀라운 성장을 한 것은 그렌델이었다.

최근 들어 이상하리만치 쭉쭉 성장을 하더니.

지금은 우리 일행 전부를 덮을 정도의 거대한 결계를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놀랄 정도로 잠재력이 폭발함에.

나는 옆에 있던 크뢰이튼에게 슬쩍 물었다.

"그렌델의 마법 능력이 많이 는 것 같은데."

"그대의 눈에도 역시 바로 보이는가? 실은, 얼마 전에 베르티엘의 거처에서 마법서 하나를 챙겼다 하더군."

"마법서?"

"그렇다네. 품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마법서였는데, 유난히 눈에 띄어서 챙겨왔다던데. 알고 보니 그게 마녀 오르테미스가 직접 쓴 책이었다네."

"오르테미스라면, 디아즈의......"

"맞네. 저 아이의 생모. 마녀 오르테미스."

크뢰이튼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게도 그 작은 마법서에는, 오르테미스가 창안한 마법의 근본이 다 담겨 있더군. 다른 잔잔한 마법도 더 있었겠지만, 그 마법서에 있는 것들만 전부 습득해도 모자람이 없어 보였네."

그는 마법서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렌델 녀석. 속이 깊은 건지, 없는 건지. 그 귀한 걸 내게도 보여주더군. 워낙 훌륭하게 짜여진 마법이라 익혀보았네만......거의 대부분 쓸 수 없더군. 아무래도 혈통의 영향을 받는 마법인듯하였네. 아마 그 때문에 그 지혜의 대천사 베르티엘조차도 습득을 하지 못한 것이지."

"어찌 보면 가장 완벽한 보안을 가진 마법이로군."

"그렇다네. 여하튼, 덕분에 저 아이가 익히기에는 너무나 완벽했네. 순식간에 수준이 올라가니, 녀석도 밤낮으로 공부를 하기 바쁘더군. 지금은......보다시피 저 정도일세."

실제로 이 정도의 염동력을 걸어가면서 일으키는 건 보통의 수준이 아니었다.

"이것조차 다 익힌 건 아니니. 어디까지 성장을 할지 겁이 날 정도일세."

크뢰이튼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마 곧 하위 거신 하나 정도는 혼자서도 너끈히 상대하리라.

그렇다면 정말이지 큰 전력이 될 터였다.

"결국은 마법이 제 주인을 찾아간 것인가."

"세상에는 참으로 묘한 일이 많다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 역시, 종종 이런 일들을 보곤 하니까."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결국 그렌델은 오르테미스의 마법을 익히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이미 세상에 없음에도......그 유산이 돌고 돌아 그녀에게 돌아간 것이었다.

마녀 오르테미스의 마법은.

마치 수호신처럼 그렌델에게 깃들어가고 있었다.

* * *

카리앗 산으로 가는 길에서는.

예전 디아즈에게 그랬듯, 리오의 검술 훈련이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일전에 나의 가르침을 받은 직후.

바로 전투를 통해 실전 경험까지 보태어져.

리오는 급성장을 이루었다.

"허억! 허억! 허억!"

흠, 아직 체력은 좀 더 키워야겠네.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나와 달리.

리오는 눈발이 날리는 이 상황에서도 땀을 연신 쏟으며 숨을 겨우 고르고 있었다.

그는, 겨우 눈을 들어 올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헉! 헉!......로한 경은, 멀쩡하시네요?"

나는 검을 갈무리하며 그 물음에 답하였다.

"지칠 이유가 없었으니까."

"아......그만큼, 격하게 했는데요?......"

"내일부터는 체력부터 다시 훈련하도록 하지."

"아, 아닙니다! 저 멀쩡합니다!"

"늦었다, 이미."

"흐아아아......"

리오의 한숨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일행들이 머물고 있는 숙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내 뒤로 리오가 졸졸 쫓아왔다.

어깨가 축 처진 리오와 내가 다시 모습을 보이자.

크라우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저 녀석 왜 저래? 하하하. 또 혼났냐?"

"안 혼났습니다."

"근데 표정이 왜 그래?"

"내일부터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그럽니다."

"큭큭큭. 이 녀석아. 저기 저놈들은, 로한 경에게 가르침 한번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잖나. 거기에 비하면 넌 운이 좋은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근데......그래도 힘든 건 힘든 겁니다."

"하하하하하."

나는 저 반대편 구석에서 한창 수련 중인 다른 두 일곱 기사들을 쳐다보았다.

한 명은 복부에 구멍이 뚫려 회복이 힘든지라, 따라오지 못했고.

등에 상처를 입은 기사는 그래도 얕게 베인 덕에 금방 자리를 털고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은 그 기사와 다른 기사 둘이서 대련 형식으로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내가 리오를 가르치듯.

크라우스는 저 둘에게 나름의 전략과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 저 둘도 그에게 배운 것을 테스트해보는 것일 테고.

사실 이건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보통 일곱 기사들은 서로 견제를 하는 사이였으니까.

그도 그럴게, 각 기사들은 각 왕국을 대표하는 전력이었다.

당연히 타국의 전력을 키워 주고 싶어하는 국왕은 존재하지 않았고.

평화의 시대가 이어지는 와중에는 서로에 대한 경계가 극도에 달해.

각 기사들은 서로의 고유 스킬은 물론이요, 검술 실력까지도 어느 정도 숨긴 채로 활동을 해왔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국의 일곱 기사와 교류가 없는 것은 기본이고.

각국의 일곱 기사에 대한 정보는 극비로까지 치부가 되어.

어느 국가의 일곱 기사가 더 강하고 더 약한 지에 관한 것도 의견이 분분할 정도였다.

그런데 자신의 고유 검술을 알려준다?

공략법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은 물론이요, 자칫 자신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도 있었다.

이전의 상황이었다면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가우리엘이 직접 뽑은 나나, 교단에서 직접 뽑은 앤드류 정도만 교류가 있을 정도였다.

사실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가우리엘이 뽑은 기사조차 없었으니.

그야말로 일곱 기사단의 모든 기사들은 서로에 대한 정보도 흐릿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나 바뀌니.

결국 그런 현상들 역시도 지금처럼 변화를 겪고 있었다.

다 죽기 직전에서야 부랴부랴 서로 힘을 합치다니.

애초에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만들어진 일곱 기사단이었건만.

정작 이런 상황이 터진 후, 이제서야 이렇게 협력을 하니.

그나마 힘을 합치긴 하는 게 다행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던 그때.

크라우스가 내게 슬쩍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리오 이 친구에게는 검술을 알려주면서, 저들에게는 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건가? 이유가.....없진 않을 테고."

그 물음에, 리오 역시 궁금했는지.

나를 향해 귀를 쫑긋 세웠다.

* * *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으니, 사실 그대로.

"가르칠 의미가 없다."

"의미가......없다고? 그게 무슨 뜻인가? 저 둘 역시 일곱 기사단의 일원인데. 지금도 내가 가르치는 것들을 쑥쑥 흡수하고 있고."

물론 성장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실제로 저들은 디오라지 마을에서의 전투 전후가 달랐다.

하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한계가 보인다."

"흠......그대의 눈에는 다른 게 보이는 모양이로군?"

"지금은 아직 성장하겠지. 그러나, 곧 정점을 찍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점이......내 기준에선 모자람이 있다."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리라 보는가?"

"셋이서 하위 거신 하나."

"그것도 약한 건 아니긴 한데......하하."

"이길 수는 있겠지. 그러나 셋 중 한 명은 죽을 것이다."

"......"

냉정하긴 하지만 동시에 정확한 평가였다.

나중에라도 바루툼을 실제로 봤던 크라우스는.

내 말에 반박을 하지 못하였다.

그만큼 하위 거신 또한 무시무시한 존재였고.

그 하위 거신을 세 명이서 상대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 일이기는 했다.

하나 그것으로는 솔직히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당장에 내 옆에 있는 리오만 잘 키워도, 그들 3인분은 너끈히 해낼 테니까.

"시간은 촉박하고, 내가 셋을 동시에 가르치는 건 효율이 많이 빠진다. 선택과 집중. 그런 연유로 나는 저들에게서 손을 뗀 것이다. 하지만......"

나는 크라우스를 쳐다보았다.

"더불어서, 굳이 내가 뭘 할 필요도 없었거든. 내 생각보다도 크라우스 당신이 훨씬 나으니까."

"하하하. 무슨 소릴. 나도 내 수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고. 괜히 추켜세울 필요 없네."

"아니.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나와 당신이 보는 방향성이 다른 것이지. 나는 개인이 낼 수 있는 극한을 추구했다."

처음 이 세계에 떨어진 후부터.

내 스스로가 아니면 믿을 구석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러나 크라우스는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다르더군. 저들의 마음 안쪽에, 협동을 심어두었지. 저들 역시도 평생 혼자 싸우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을 텐데. 고작 며칠 사이에 저렇게 함께 움직이는 동작이 자연스럽게 만들었어."

그것이 나와 크라우스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덕분에 저 둘 또한 내가 생각한 고점보다는 조금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 터였다.

단지 둘 이상이 함께 싸워야지만 생겨나는 효과이기는 해도.

그게 어디인가?

나는 크라우스를 쳐다보았다.

"솔직히, 놀랐다. 그래서 그리 말한 것이다. 내가 가르칠 의미가 없다고."

"이것 참......자네에게 그런 칭찬을 들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구만! 하하하하!"

그렇게 우리는, 이 원정길의 와중에도 각자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었다.

나름의 방법을 강구하고, 또 갈고 닦으며.

그리고 사흘이 지났다.

우리는 순조로이 카리앗 산에 도달하였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너무나도 평화로웠기에.

마치 폭풍 전야를 맞이하고 있는 기분이 들 지경이었다.

이제부터는 진짜 가장 강력한 태풍이 휘몰아칠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마음은 편치 않았다.

차라리 마무리를 짓고 나야 편할 것이리라.

나는 카리앗 산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들어가지."

나의 그 말에.

"그러지."

"알겠네."

"예, 로한 경."

"좋아! 가 보자고."

"후우......!"

각자 각오를 다졌고.

나는 안테이오스의 기운을 일으켜.

쿠구구구궁......

안테이오스의 형상을 가진 골렘을 창조해내었다.

우리는 모두 그 안으로 몸을 숨기고는.

그들의 본거지 안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들이밀었다.

쿵, 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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