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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기캐로 살아가는 법-137화 (137/194)

137화. 너, 혼자 남았는데......?

'데미지가 아예 없지는 않은 모양인데.'

나를 한 방에 보낼 생각이었는지.

바르바우는 자신이 쏘아 낸 검은 얼음 가시 공격에, 순간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기회였다.

"페가수스! 가자!"

"히힝!"

바르바우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검을 세우고 쇄도를 하자.

놈이 얼굴을 크게 찌그러뜨렸다.

"이 날파리 같은 놈!"

바르바우는 양팔에 만든 두 방패들 중, 오른손에 들린 것을 없애고는 검으로 바꾸어냈다.

약간은 짧고 뭉툭한 검.

그 모습이, 콜로세움의 고대 검투사를 떠오르게 하였다.

방패를 세워 들고.

검을 찌르기 좋은 모습으로 준비한 자세.

굉장히 안정적인 느낌에, 상대하기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퍽 들었다.

더불어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단순히 검술만으로 덤벼 올 리는 없었다.

'필시 마법이 더해져 들어 올 터.'

그렇다면 보통의 검술과는 달리, 전혀 예상치 못한 경로에서 의외의 공격이 들어 올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때문에 극도로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물러설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는 페가수스의 기동력을 믿고 바르바우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결국은 부딪혀 보아야 상대가 가진 패도 알아낼 수 있을 테니.

"페가수스! 사방을 주의해라! 그러나 나 역시 널 지킬 테니, 겁먹지 말고!"

"히히히힝!"

우리는 그렇게, 거신의 그 넓은 품 안으로 돌진하였다.

* * *

마그마로스는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저쪽에 누워 있는 크뢰이튼의 방향을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안력을 돋우자.

거의 죽기 직전의 상황에 직면한 크뢰이튼이 보였다.

저대로 놔둔다면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하리라.

그에 마그마로스는 오르헬에게 물었다.

"조금 전 굴러떨어진 나올. 혼자서 상대할 수 있겠는가?"

"크뢰이튼 때문에?"

"그렇네......그가 분전해 준 덕분에, 우리가 로한 경이 도착할 때까지 버티지 않았던가."

"맞는 말이지."

"살리려면 지금뿐이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 혼자 나올 놈을 상대해야 하겠지."

"......"

마그마로스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였다.

그에 오르헬은 피식 웃었다.

"이봐.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브라더가 있어서 만만해 보이나 본데, 나 이래 봬도 뱀파이어 로드야. 알아?"

"알고 있네."

"눈깔 두 개 다 잃은 거신 정도야, 문제없다고."

마그마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함세."

"그래. 저 불도마뱀 녀석, 잘 좀 케어해 줘."

"알겠네."

그렇게 마그마로스와 오르헬은.

각자의 목표를 향해 몸을 날렸다.

* * *

후우우우웅!

살벌한 칼날 소리가 바로 귀 옆을 스쳤다.

거신의 손에 맞춘 검이었기에.

단지 스치기만 해도 그 압박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거기에 검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바르바우의 그 글라디우스는.

주변으로 일으키는 바람마저도 살기를 띄고 있었다.

'확실히......! 지독하다!'

쌍둥이라고는 하지만, 직전에 마주했던 나올보다도 바르바우의 검은 훨씬 살기가 그득그득했다.

그의 성향이 드러나는 검술이었다.

죽이겠다는 신념이 확실히 느껴지는 검.

잘못 걸리면 그대로 끝이라는 걸 페가수스 역시 느꼈는지, 녀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날랜 몸놀림을 유지하며 속도를 내었다.

그 순간.

화아아악!

아래에서 방패 날이 나와 페가수스를 반으로 잘라버릴 기세로 솟구쳤다.

나는 곧바로 고삐를 잡아당겼고.

페가수스 역시 그 살기를 눈치챈 듯 다급히 앞발을 세우며 방패 공격을 회피해내었다.

나는 거의 일어선듯한 자세의 페가수스에 딱 달라붙으며 떨어지지 않게 매달렸다.

페가수스는 그 방패 면을 타고 측면으로 내달리며 추진력을 더 얻었다.

다그닥! 다그닥!

거신의 덩치에 맞게 방패 역시 거대하였기에.

우리는 꽤나 그 위를 달려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방패의 끝에서 도약한 페가수스.

타앗!

우리는 작은 몸의 이점을 살려.

최대한 바르바우 시야의 사각을 돌아 움직였고.

그 와중에도 나는 손을 멈추지 않고 검을 휘둘렀으니.

촤악! 촤아악!

바르바우의 몸 구석구석은 점점 상처들로 뒤덮여가기 시작하였다.

"이 조그만 것들이 정녕!"

눈 깜짝할 사이 꽤 많은 상처를 입게 된 바르바우는.

순간 힘을 폭발시켜, 자신의 주변으로 얼음 가루가 가득한 폭풍을 만들었다.

쿠우우우......콰과가가가가!

강력한 폭풍 속 얼음 조각들이 나와 페가수스를 덮쳤다.

"크윽!"

페가수스야 금속으로 된 몸통에 큰 데미지를 입지 않았지만.

나는 예기치 못하게 눈 근처에 한 방을 먹으며, 결국 낙마를 하였다.

휘우우웅......

"히히힝!"

내가 자신의 등에서 떨어진 것을 깨달은 페가수스가 다급히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쐐애애애액!

추락하는 나를 향해 전력으로 쏘아지는 페가수스.

낮지 않은 높이였기에, 바로 바닥에 닿지는 않았지만.

전력을 다했음에도, 페가수스 녀석이 다시 나를 잡아내기에는 조금 늦은 것 같았다.

그에 나는 바닥에 험하게 뒹굴기 직전에.

펄럭!

내 날개를 펼치며, 머리부터 떨어지던 것을 다시 돌려 다리로 정확히 착지를 해내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페가수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히히힝?......"

기운 빠지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고 보니, 내 날개를 보는 건 처음이겠네.'

나름 주인님 구해보겠다고 열심히 날아온 것 같았는데.

그 주인이라는 자가 날 수가 있으니, 당황을 한 모양이었다.

그 어리둥절하는 모습에, 나는 작게 피식 웃었다.

* * *

콰가가가가가!

내가 나가떨어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아직 바르바우의 폭풍은 멈추지 않은 채였다.

'뭔가 작전을 짜려면 지금이 적기이다......!'

나는 땅바닥에 발을 디디자마자, 그 생각부터 하였다.

그리고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이미 마그마로스는 마그마로스 나름대로 바빠 보였고.

오르헬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올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그쪽으로 간 건가? 그럼......당장 지원군으로 쓸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아, 아니지.'

나는 페가수스를 돌아다 보았다.

"네가 있는 걸 잠시 잊었네."

내 입꼬리가 싸악 올라가자.

페가수스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나는 녀석의 등에, 얼음 덩어리를 툭 올리고.

후드로 그 위를 덮었다.

그리고는 얼음을 살짝 얼리자.

"잘 붙었네."

대충 스윽 보니 얼핏 사람의 형상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페가수스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시선 좀 끌어 줄 수 있겠어?"

"히히힝!"

페가수스 녀석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 작전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때마침 바르바우도 폭풍을 없애고 있었으니.

나 역시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녀석의 등을 퉁퉁 두드렸다.

"자, 그럼 슬슬 가 볼까?"

* * *

바르바우는 폭풍 속에서 눈을 굴렸다.

'떨어져 나간 건가?......이걸로 죽지는 않았겠지.'

당장에 보이지는 않는 것 같지만.

나올조차도 힘으로 이기던 그놈이, 겨우 이 정도로 나가떨어졌을 것 같지는 않았다.

바르바우는 검과 방패를 다시 꼬나쥐고는 힘을 끌어모았다.

'이제 놈의 움직임은 대충 파악했다......이번에는 진짜 죽여버리리라!'

그는 이제 기세를 돋우며, 천천히 폭풍을 없앴다.

솨아아아아......!

혹한의 폭풍이 사라지자 바르바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살폈다.

비록 녀석이 조그맣기는 하나, 검으로 베던 그 공격이나 나올을 상대하던 힘은 결코 거신에 비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마치 아를렘이 떠오를 정도로.'

그러나 이제부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날아다니는 이상한 검은 말의 빠른 속도.

놈의 검술.

그리고 강인한 힘.

전부 파악이 되었으니 말이다.

'완벽히 간파한 적에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옛날.

아를렘에게 당했던 것도, 전력 분석이 모자란 게 이유라고 생각하는 바르바우였다.

만약 당시에도 아를렘의 전력을 꿰고 있었더라면 지지 않았으리라고.

그랬으리라고 여기고 있었을 정도이니.

저 로한이라는 놈 역시 아를렘만큼이나 귀찮기는 했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한, 당할 일은 없었다.

바르바우는 재빠르게 주변을 스캔하며, 날아다니는 그 검은 말을 찾았고.

'저기다!'

금방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도 놈은 다시 빠른 기동성을 이용하여 이상한 검격을 날릴 생각인 듯 보였다.

'또 똑같은 수법!'

바르바우는 방패 뒤에 몸을 숨기고, 검을 내질렀다.

그 역시 직전과 똑같은 수법을 쓴 것이었다.

하나 뒤의 계산은 아까 전과 달랐다.

'여기서 놈이 회피를 하면서 접근을 할 테지.'

바르바우의 계산대로, 페가수스는 첫 검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 기동하며 날아들었고.

그는 방패를 들이밀었다.

다그닥! 다그닥!

방패 너머로, 방패를 타고 달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예상대로.

바르바우는 눈을 번뜩였다.

이 순간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텅!

그는 온몸을 이용해 방패를 밀쳐내었고.

퉁, 하는 소리와 함께 말과 로한 놈이 부딪힌 게 느껴졌다.

바르바우는 즉시 방패를 열어 시야를 확보하였고.

저 앞에서 말과 분리된 채로 날아가는 로한이 보였다.

"딱 걸렸도다!"

그는 바로 글라디우스를 힘껏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로한을 향해.

서리보다도 더 서늘하게 날이 선 그 검은.

서걱!

말에서 떨어진 로한을 베었으나......

'......?'

그 순간 바르바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베는 느낌이, 이질적이기 때문이었다.

이건 생명체를 베는 느낌이 아니라......돌멩이 같은 무생물을 베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위를 덮고 있던 가운이 벗겨지며.

그 정체 깨닫게 된 것이었다.

"어, 얼음?......"

바르바우가 전력을 다해 베어낸 것은, 다름 아닌 얼음 덩어리였다.

그제서야 일이 꼬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뜨며, 로한을 찾기 바빴다.

분명 이 정도 시간을 소모한 것이라면 충분히 간계를 벌여도 모자람이 없었을 터.

샤샥!

그때 등 뒤에서 불안한 소리가 들려왔다.

휘황찬란한 날개를 펼친 로한이, 날아올라 뒤를 잡았던 것이었다.

"네, 네놈이 어찌 천계의 날개를......!"

그러나 눈만 겨우 돌렸을 뿐.

회피를 하거나, 몸 전체를 돌려 놈을 막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그러는 동안에 로한은, 거대한 물의 창을 소환하여 자신에게 던지고 있었으니!

바르바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것은 필시 물의 정령왕이 가진 힘이라고.

'벌써 놈이 정령왕의 정수를 차지한 것인가?'

씨익.

그러나 이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으니.

정령왕의 정수가 하필 물의 정령왕이라는 것.

자신이 저것을 가진다면, 세상의 절반은 물에 빠뜨려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겠지만......

'인간 놈이 가져봤자, 기껏해야 나와 비슷한 수준일 뿐이다!'

즉, 저것으로는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바르바우는 광범위하게 물의 장막을 펼치며, 방어를 준비하였다.

저 정도 거대한 물의 창이라면 충격이 없지는 않겠지만......대비만 충분하다면 치명상은 너끈하게 피할 것이었다.

화아아악!

물의 장막이 온 몸에 펼쳐지자마자 로한이 물의 창을 던졌고.

철퍽, 하는 파도가 덮치는 소리와 함께 물의 창과 물의 장막이 격렬히 맞섰다.

"크으윽!"

확실히 충격이 있기는 하였다.

그러나 바르바우는 티를 내지 않았다.

"하하하하! 고작 짜낸 꾀가 이것인가? 가소롭구나, 내가 누군지 모르......"

물의 창을 잘 막아내며 버틴 바르바우는, 허풍을 떨며 웃어 보였으나.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로한의 손에서.

파지지직!

검은 번개의 스파크가 튀는 게 보였던 까닭이었다.

로한이 히죽 웃었다.

"누가 고작 그게 전부라고 하던가?"

바르바우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저, 저 번개는......! 분명 거신 바이칼의......! 저걸 저 놈이 왜!'

전신이 물에 홀딱 젖은 상황.

이때에 저런 벼락이 내려친다면......

'죽는다!'

소름이 돋은 바르바우는 도움을 요청하였다.

"나, 나올! 저놈을 막아라!"

그러나, 로한은 여전히 여유로울 뿐이었다.

그랬다.

나올은......

'내, 내가 발로 차서 날려버렸......'

상황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은 후였으니.

사색이 된 바르바우를 향해 로한은 손가락을 튕겼고.

"누굴 찾는 거지? 여긴......너, 혼자 남았는데......?"

"사, 살려......"

우르르릉......콰과과가가가가강!

검은 벼락이 하늘에서 사정없이 추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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