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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기캐로 살아가는 법-131화 (131/194)

131화. 여기......놔두어도 되는 걸까요?

'저게 무슨......소리야?'

크뢰이튼이 내뱉은 말을,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느닷 없이 아를렘의 힘이라니?

나는 그런 거, 본 적도 얻은 적도 없지 않았던가.

내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은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크뢰이튼은 다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를렘......힘. 뭐, 뭐 비밀이오?"

혹여나 숨기고 있는 걸 말해버린 것인가 싶어, 조심스럽게.

하나 비밀이고 자시고......

"나는 아를렘의 힘을 취한 적이 없다."

그나마 추측컨데.

아마 가우리엘의 날개에서 비슷한 힘을 느낀 게 아닐까.

"대신 대천사의 날개를 두 쌍 얻기는 했다. 그것 때문에 착각을 한 게 아닌가? 대천사의 날개라면 그것 또한 아를렘의 힘이 깃들어 있을 테니."

"대천사의 날개?"

백 번 말로만 하는 것보다야, 한 번 직접 보는 게 낫지 않겠나.

나는 실내에서 날개를 펼쳐 보였다.

펄럭!

그것을 본 크뢰이튼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조금 전 헬페리온과의 전투에서도 펼쳤던 그 날개로군."

"그렇다."

"하지만, 그건 나도 직접 목격하지 않았던가? 그걸 보고 한 말은 아니었네."

"이것도 아니라고?"

크뢰이튼의 부정에, 오르헬이 끼어들었다.

"착각한 거 아냐? 나도 여태 우리 브라더랑 같이 다녀서 모르지는 않는다고. 아를렘의 힘을 얻는 일이 있었다면 나도 모를 수가 없을텐데......게다가 대천사의 힘과 아를렘의 힘은 비슷하기도 하니까......"

"아니. 그런 착각은 하지 않았네. 오르헬 경."

의외로 크뢰이튼은 단호히 그의 말을 끊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직접 아를렘과 마주한 적이 있다네. 그리고 그 압도적인 강인함은, 그리 간단하게 잊을 수 있는 게 아닐세. 장담할 수 있다네."

"뭐, 그렇게까지 말을 한다면......"

오르헬도 더 이상 뭐라고 반박 하지는 못했다.

크뢰이튼을 제외하고,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아를렘과 대면한 적은 없었으니까.

마그마로스도, 오르헬도, 전부 신들의 전쟁 이후 시대의 존재들이었다.

오로지 크뢰이튼만이 그 전쟁의 시기에 태어난 존재였던 것이다.

크뢰이튼은, 내게서 감지한 아를렘의 기운을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를렘의 기운은 뭔가......조금 더 깊숙한 내면 안쪽에서 느껴졌다네. 날개를 통해 직접적으로 느껴진 게 아니라 말일세."

나는 그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깊숙한 곳?......."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의문만 커져갔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내가 가진 힘들 중 아를렘의 기운이 느껴질 만한 건 대천사 가우리엘의 힘뿐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원래 가지고 있었던 건가?"

마침 오르헬이, 내가 떠올린 것과 똑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 * *

"......"

나 역시 그것 외에는 다른 건 떠오르지 않았기에 딱히 다른 대답을 하지는 못했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오르헬이 저도 모르게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 놓았다.

"아니, 브라더라면......원래 그런 힘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잖아?"

마그마로스 역시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그렇기는 하지. 대천사의 날개를 아무런 리스크 없이 흡수해내고, 거신족의 힘도 쓸 수 있고......로한 경이라면, 그 정도 힘은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바로 납득이 될 것 같군."

저들의 머릿속에 나는 대체 어떤 존재이길래......

물론 내가 보더라도 신기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본 패시브로 악마도 증오하고, 권능도 무한히 얻을 수 있었다.

신의 권능인데 말이다.

'흠......잠깐만.'

문득 나는, 굉장히 오래간만에 내 패시브가 떠올랐다.

[패시브 : 악마를 증오하는 자 - 악마를 증오하는 자는, 사악한 족속들의 냄새조차 역겨워하며 놈들을 남김없이 도륙하리라.

그 증오로 말미암아 신의 기쁨을 사게 될지니, 그 대가로 셀 수 없는 신의 권한을 손에 쥘 것이로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도 '신'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였다.

당시에는 단순히 그저 표현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가벼이 지나쳐지지 않았다.

사실 생각해 보면 다른 캐릭터들의 패시브에서는, '신'이라는 단어 같은 건 없었기도 하고.

'신의 기쁨을 산다......? 그럼 이것도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내가 골똘히 머리를 굴리자.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오르헬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브라더, 하나만 물어보자."

"......?"

"인간이......맞기는 해?"

내가 대답이 없자.

오히려 오르헬이 당황을 하며 급하게 보충 설명을 늘어놓았다.

"아니, 그럴법하잖아. 브라더가 우리한테 보여 준 것들 중에 무엇하나 시시한 게 있었냐고."

하나 그 말에 앤드류가 반박을 하였다.

"그래도 인간이 맞냐, 아니냐 라는 건 좀 이상한 질문이잖아요. 귀가 뾰족한 것도 아니고, 드워프처럼 작은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송곳니가 길쭉하게 삐져나온 뱀파이어는 더더욱 아니고."

그러나 나는......앤드류의 말에 동의하지 못했다.

해서, 솔직한 내 생각을 내뱉었다.

"모르겠군. 나도."

그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 * *

"모르겠다니. 그게 무슨 뜻인데?"

오르헬의 질문에.

나는 디아즈를 쳐다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기억 속에서, 어렸을 적의 기억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떻게 자라났는지 알지 못한다......"

"유년기의 기억이......없다고?"

내 대답에, 크뢰이튼과 마그마로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렇다면......"

"어쩌면 진짜 단순한 인간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 아닌가?......"

오르헬 역시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진짜 인간이 아닌 거 아냐?"

"......조금 전에도 말하였듯, 아쉽게도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런......이러면 미궁 속으로 빠지는데."

"......"

그때.

똑똑똑!

숙소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우리 사이에 퍼져 있던 적막을 깨었고.

디아즈가 조용히 바깥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녀는 곧 다시 돌아와서는 나를 불렀다.

"로한 님. 한 번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별 일 아닌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에 나는, 일단 생각하던 걸 멈추고 디아즈를 따라 움직였다.

어차피 당장 무언가 떠오르는 것도 없었고.

"무슨 일이지?"

"그게......아무래도 말로 설명하기가 좀......"

"음?"

문 앞에 도착하기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기에 나는 잠시 궁금증을 참고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렇게 문 앞에 도착하자.

한 드워프가 입구의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뒤에는 날개 달린 검은 색의 말 모양 동상을 세워둔 채로.

"오랜만이오, 로한!"

그는 다름 아닌, 대장장이 드워프 훔카리안이었다.

"훔카리안? 여긴 무슨 일로?......"

"말했잖소. 불씨의 거신을 없애 준다면......내 직접 걸작품을 완성시켜서 내어주겠다고."

그는 뒤에 선 말 모양 동상을 손바닥으로 탕, 치며 말을 이었다.

"그대는 약속을 지켰고, 나도 내 약속을 지키러 온 것이지. 자! 여기 있소! 내 일생일대의 걸작품! 그대가 준 필멸조의 발톱도 잘 어울리도록 집어넣어서, 완성하였소이다!"

"......"

저 말 모양 동상을?

필멸조의 발톱까지 써서?......

'왜 때문에......'

라는 생각을 하기 무섭게.

스으윽!

동상의 머리가, 움직이는 게 아닌가!

나는 물론이요.

함께 있던 디아즈도 화들짝 놀랐다.

"으악?!"

깜짝 놀라 제자리에서 뛰어오른 디아즈를 보며.

훔카리안이 야심찬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냥 동상 따위가 아니야. 페가수스의 모습을 한 골렘일세! 물론 전설 속의 페가수스처럼 실제로 날 수도 있지! 어떤가? 이 정도면 걸작품 중의 걸작품 아니오? 후하하하하하!"

"......!"

세상에나......날아다니는 골렘이라니......

이건 진짜......예상치 못한 작품이긴 한 것 같았다.

* * *

훔카리안은, 페가수스 골렘만을 남겨두고 금세 떠났다.

타는 방법 정도와 간단한 내용만 전달해주고 말이다.

[로한 경의 말은 무조건 들을 걸세. 날아다니는 것 빼고는 보통의 말처럼 타면 되고, 먹이는 필요 없어. 무한 동력이지! 후하하하하]

나와 디아즈는 훔카리안이 사라지고 나서도 한동안 골렘을 구경하다가.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다시 들어왔다.

일단은 마구간에 넣어둔 채로.

마구간의 말들 역시도, 갑자기 등장한 이상한 존재에 당황을 하며 먹이를 먹던 것도 멈추고 일제히 구경을 하였다.

물론 페가수스 골렘은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 동상처럼 그대로 굳었다.

'아니......신경을 쓰니, 안 쓰니 하지도 않는 것 같긴 한데.'

디아즈는 그 모습을 보며 내게 물었다.

"여기......놔두어도 되는 걸까요? 로한 님?"

"그렇다고 들고 들어갈 순 없지 않겠나."

"그, 그건......그렇죠."

생긴 건 저래 보여도, 발자국이 찍히는 걸 보니 무게도 장난 아닌 것 같았다.

당장 촉감도 금속 덩어리이고.

말이라기 보다는 약간 날아다니는 탱크 같은 느낌이 들긴 했다.

어찌 되었든, 먹이도 필요 없으니 당장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고.

나와 디아즈는 녀석을 남겨두고 일단 다시 숙소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에서는 한창 회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브라더? 뭐, 밖에 무슨 일있어? 왜 혼이 나간 얼굴이야?"

"......"

그에 입을 열고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한 나는.

"나중에 직접 보여주도록 하지."

그 말로 이야기를 돌렸다.

밖에 있는 저걸, 어떻게 말로만 표현한단 말인가.

오르헬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대답을 했다.

"그, 그래? 뭐. 아, 그런데. 브라더가 나간 사이 우리도 나름 머리를 좀 굴려봤는데 말이지."

"음?"

오르헬의 말을 이어받아, 마그마로스가 재미있는 의견을 하나 던졌다.

"불의 거신과 달리, 물을 관장하는 거신은 쌍둥이였다네. 바다의 거신과 호수의 거신. 그래서 물의 정령왕도 혼자가 아니었지. 그에게는 충실한 대장군 트레이톤이 있는데......그 자라면, 알고 있는 게 있을 걸세."

"알고 있는 것이라니?"

"그대와 아를렘의 연결 고리."

자신 있게 대답하는 마그마로스에.

나는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한가?"

"물론."

"어떻게?"

"트레이톤은, 다름 아닌 아를렘이 직접 창조한 생명체이니 말일세."

"......!"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당장 아를렘을 직접 만날 수 없다면, 이게 최선으로 보였으니까.

마그마로스는 뒤에 말을 조금 더 덧붙였다.

"더불어 크로토스에 대한 것도 조금은 들을 수 있겠지."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사실이라면......가 보지 않을 이유는, 없겠군. 디아즈."

"예!"

"출발 준비 시작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물의 정령왕이 머물렀던......

천 년의 얼음골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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