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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기캐로 살아가는 법-117화 (117/194)

117화. 달밤과 악마의 냄새

"하, 하하. 농담도......지금 무슨 소릴......"

처음에는 잠시 헷갈려 하는듯 보였다.

그러나 내 입가의 잔인한 미소가 사라지지 않자.

"제, 젠장!"

눈치가 빠른 다크 엘프 놈들은, 내가 자신들의 편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채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나 그것은 이미 늦은 후였다.

나는 어깨를 붙잡은 놈을, 거신병의 왼팔의 힘을 이용해 들어 올려 그대로 벽으로 냅다 던졌고.

퍼억!

머리가 터지며 절명을 하였다.

다크 엘프라고 해도 머리가 터지면 별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 광경에 다른 녀석이 순간 얼어붙었다.

나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이, 이럴 수가......!"

다음 순간.

번쩍!

나의 검이 섬광처럼 빛을 뿜으며.

털썩......

또 다른 다크 엘프의 목을 바닥에 떨구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그 짧은 시간에 벌써 네 명의 다크 엘프 중 둘이 죽은 것이었다.

그에, 한 놈이 눈을 부릅뜨며 일갈을 하였으나.

"이, 이놈이......감히 우릴 속여!"

리베카가 다급히 외쳤다.

"일단 도망쳐! 지금은 아니다! 정면 승부로는 못 이긴다고!"

"마, 망할......!"

나는 리베카의 그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

"당연하지......못 이기고말고. 그러니 도망쳐 보아라. 후후후후!"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쯤은 더 죽일 수 있었다.

'후......달밤과 악마의 냄새. 이러면 이 광기가 쉬이 잠들지 않는단 말이지......!'

자고로 악마는 물론이요, 악마와 연관된 놈들조차도 최대한의 고통을 겪고 나서 죽어야 하는 법.

곱게 죽는 악마 따위 내 눈에는 복에 겨운 것에 불과하였다.

잠깐의 시간을 내어주자.

리베카와 남은 다크 엘프는, 육체를 변형시켰고.

뚜두둑! 뚜둑!

리베카는 팔, 다리 그리고 목이 비틀리더니 길게 뻗쳐진 괴이한 모습으로.

그리고 또 다른 녀석은 온몸에 눈알이 돋아난 형태가 되었다.

아름다운 척, 고고한 척은 혼자 다 하다가 죽기 직전이 되어 추악한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게, 영락없는 악마 놈들 스타일이었다.

"캬아아아악!"

"크르륵!"

둘은 이제 인간과 비슷한 목소리가 아닌, 괴수의 비명을 질러대며.

정반대의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파팟! 파팟!

도망치는 건 굉장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벌써 느꼈지만......놈들은 내 상대가 되지 못하였으니까.

그러나 도망치는 것도 꼭 정답은 아니었다.

이미 바깥에는......많은 인원들이 다크 엘프가 튀어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슬슬 발을 움직였다.

"어디 보자......저쪽이 더 빠르니, 저리로 붙어야겠군."

리베카의 뒤를 쫓아서.

* * *

모건과 체프먼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붕에 올라온 지 채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콰아아아아앙!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건물 양쪽 벽면을 뚫고 각자의 방향으로 튀어 나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는 그 속도도 어마 무시하였다.

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바, 방금 뭐가 지나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거지?"

그때.

한 그림자가 더 튀어나와서는, 먼저 튀어 나간 것들을 뒤쫓았다.

그러면서 자신들에게 말을 거는 게 아닌가.

"거기 둘! 당장 쫓아 따라와!"

눈이 마주쳤기에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을 부르는 것이란 걸.

모건과 체프먼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그 목소리를 낸 자를 따라갔다.

파파팟! 파팟!

온 전력을 다리에 집중하고 나서야, 겨우겨우 그의 속도에 근접한 둘.

그제서야 모건과 체프먼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챘다.

"로한......?"

모건은 최대한 로한의 곁으로 붙으며 물었다.

"우, 우리가 여기 있었다는 걸 어떻게......"

"처음부터 다 보였다. 숨으려면 제대로 숨던가."

"......"

모건의 입이 막히자, 체프먼이 치고 들어왔다.

"무슨 일인지 설명은 해줘야지!"

"보면 모르나. 괴물 쫓는 중이잖아."

"그러니까, 저 괴물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느냐는 말이다!"

로한은 피식 웃었다.

"너희가 그리 눈을 떼지 못하던......리베카가 아닌가. 보고도 모르나?"

"......!"

"저, 저 거미같이 생긴 괴물이......리베카라고......?"

자신들이 여태껏 추파를 던졌던 여인의 본 모습이......저런 흉측한 괴물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둘의 얼굴이......싸하게 굳었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 * *

추적은 몇 분 정도 더 이어졌다.

당장에라도 강하게 도약을 한다면 얼마든지 리베카를 따라잡을 수는 있었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혹시나 앞의 다른 놈들처럼 독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야 문제없었다.

이전에는 나도 독에 취약했지만, 지금은 만티코어의 내단과 뱀파이어 로드의 독혈이 나를 보호해주고 있었으니까.

다만 이런 도심 한가운데서 독무가 거대하게 터져 피어오른다면......

'나 빼고 다 몰살이겠지.'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놓칠 듯 말듯 보이도록 거리를 유지하면서 쫓는 중이었다.

진짜 전력으로 곧 잡아낼 듯 쫓게 된다면 오히려 리베카 쪽에서 도주 자체를 포기하고 그냥 자폭하는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제, 젠장! 이러다 놓치겠어!"

그 와중에 모건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들 둘은 이미 땀을 뻘뻘 흘리며 거침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꽤나 전력으로 질주를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흘끗!

그 때.

때마침 리베카가 뒤를 돌아보았고.

힘들어 하고 있던 모건과 체프먼을 확인하였다.

그녀는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될 것 같다는 듯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에 나는 속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걸려들었어.'

내가 사실 이 둘을 쫓아내지 않고 따라붙으라고 한 이유.

그것은 리베카를 기만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었다.

만약 나만 쫓아갔더라면, 의심을 살 수도 있었을 터.

거리는 좁혀지지도 않고 멀어지지도 않으며 유지될 것인데, 내 얼굴에는 땀이 흐르질 않았으니 말이다.

하나 모건과 체프먼은 달랐다.

그들의 진심 어린 표정이, 리베카의 의심을 사그라지게 만든 것이다.

이럴 줄 알고 쫓아오던 두 녀석을 그냥 둔 건데......

'생각보다 잘 먹혀들어갔군.'

그리고 결정적으로.

'겁을 집어먹고 도망치는 악마를 쫓는 건......정말 재미있어......!'

덕분에 리베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내달려 주었다.

도시를 벗어날 때까지.

* * *

"끈질긴 놈들......!"

리베카는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난 팔다리를 휘저으며 숲 속을 내달렸다.

그녀가 여기까지 온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런 일이 혹여나 생길까 싶어 숲 속에 은신처를 마련해 두었지!'

이 은신처는 로한 놈도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슬슬 놈들도 지친 듯 보였다.

'적당히 근처에서 시간을 조금만 더 끌다가, 숨으면......절대 찾지 못할 것이다!'

리베카는 보일 듯 말듯 미소를 지으며 나무 사이를 비집고 질주를 하였다.

그때.

화아악!

저 아래에서 무언가 타이밍 좋게 튀어 오르는 게 아닌가!

리베카는 다급히 팔을 뻗어 나무를 밀치며.

휘리릭!

몸을 회전시키며 그 무언가를 피해내었다.

그리고 다시 바닥에 턱, 착지를 하며 눈을 돌렸는데.

"......!"

그런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리베카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대장장이 드워프 훔카리안이었던 것이다.

도끼를 든 채 입술을 할짝거리는 훔카리안.

그의 안광이, 살벌하게 희번덕 거렸다.

"매, 매복? 내가 이리 올지 어떻게 알고......서, 설마......일부러 여기로 몰아붙인 건가?"

그제서야 리베카가 눈치를 챘다.

지금 이 순간까지, 자신이 방향을 정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뒤에서 쫓아 오는 각도를 이용해서, 약간씩 내 이동 방향을 바꾸었던 거였구나!'

리베카는 로한을 돌아보았다.

놀랍게도, 그는 전혀 숨을 헐떡이지 않고 있었다.

모건이나 체프먼과는 달리.

그 말인즉.

로한은 언제든 잡아낼 수 있으면서도 그러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지금 알아차리다니......!'

은신처까지만 가면 도망칠 수 있다는 희망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돌변했다.

그러자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서, 설마......다른 한 명도 그냥 놓친 게 아니라......"

그에 로한이 싸악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당연하지. 이미 그놈도 죽었을 것이다. 그쪽에도 쓸만한 추적자들이 붙어 있었거든."

"......!"

완전히 당했다.

하나 이미 지금은 완전 함정의 한가운데에 빠진 이후였다.

심지어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리베카. 오랜만이네."

숲 속에서 몇 명의 인영이 더 튀어나왔다.

그 중 하나는 리베카도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으니......

"레바르센......!"

* * *

훔카리안과 함께, 레바르센, 디아즈까지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머지 인원은 저쪽으로 튄 놈에게 붙었으니.......

'아마 저쪽도 곧 정리되겠지.'

제3의 눈으로 봤을 때, 저쪽 다크 엘프 역시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다.

제일 강한 놈은 내가 가장 처음 처리한 둘이었다.

기습적으로 해치웠기에 크게 힘을 들이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 내 옆으로 어리둥절한 표정의 체프먼과 모건이 다가왔다.

"저 여인들은......어제 무도회에 참가했던 여인들 아니오?"

"도와야 되는 거 아닌가?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저 여인들이 괴물에게......"

나는 그런 그들을 보며 어이가 없어 웃었다.

"저 둘이 너희들 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나?"

"그, 그게......무슨......"

"진심으로 하는 소리요?"

그에 턱짓으로 대답을 하는 나였다.

"직접 지켜보던가."

실제로 곧이어 리베카와 그들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하나 내 말은 일체의 거짓도 없었으니......

모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속도를......리베카의 속도를 따라잡고 있어!"

하나 체프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따라잡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빠르다......드워프가 느리게 보일 지경이군. 저 드워프도 우리보단 빠른데......!"

눈앞에서 펼쳐지는 황당한 현실에.

둘은 입을 뻐금거리며 얼빠진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그럼......크라켄을 잡았다는 이 사람은 대체......그 모든 소문이 진짜였다고?......"

"게다가 저자는 필로렌에 온 지 채 일주일도 안 되지 않았나. 그럼에도 리베카 저 괴물의 실체를 꿰뚫어 보았어......"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우리, 자살 행위 할 뻔한 것 같은데?......"

"그러게......"

나를 힐끔거리며 속닥거렸다.

물론 내 귀에는 다 들렸지만.

뻘쭘할 테니 모른 척 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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