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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기캐로 살아가는 법-101화 (101/194)

101화. 난 잘못 없다고요!

신의 무기?......

내 손에 들어왔었던 그 검은 천둥의 반지가, 진짜 신의 무기였다고?

그럼 뭐야?

나는 뭔데 그걸 쓸 수 있는 건데?

'그리고 팔라딘 캐릭터는 뭐였던 거지?'

정보는 얻었는데 오히려 의문은 몇 배로 늘어난 기분이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지금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디테일한 데이터들이 필요했다.

그나마 검은 천둥의 반지 레플리카를 처음 만들었다는 사람이 이 벤마이어 대교구의 초대 교구장이라고 하니......

'도움이 될만한 자료가 남아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트라벤 대주교에게 부탁을 하나 했다.

"그 검은 천둥의 반지와 초대 교구장에 대한 자료들이 남아 있나? 괜찮다면 확인을 좀 해보고 싶은데."

다행히도 왠지 모르게 이미 호감도가 맥스를 찍은 덕분에.

"물론이오! 있는 자료들을 전부 통합해 가져다 드리겠소. 아, 숙소는 대교구 내부에 마련해 둘 테니, 그리로 자료를 보내면 되겠소?"

"그, 그래 주면 고맙겠군."

"바로 준비하겠소!"

그대로 트라벤 대주교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모습으로 사라졌고.

"......"

대주교가 직접 움직이니,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많은 게 해결되었다.

* * *

다음 날 동이 트는 새벽.

내 앞으로 수십 권의 책이 도착하였다.

"모든 자료라더니. 생각보다 그리 많지는 않군."

이 대교구의 규모에 비한다면, 생각보다는 적은 양이었다.

솔직히 너무 방대해서 감당 안 될 정도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다 검토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리실 것 같긴 하지만......"

물론 이 대교구의 규모에 비해 자료의 양이 적다는 말이었지.

실제로 또 마냥 적지는 않았다.

내 방 책상에 수북하게 쌓인 양을 보고서 오르헬은 양손을 들고 도망칠 수준이었으니까.

"으아아. 책을 딱 질색이라니까."

기대도 안 하긴 했다.

나는 책상에 앉아, 트라벤 대주교가 구해준 자료들을 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 선 디아즈가 물어왔다.

"저도 도와드릴까요?"

그리고 그렌델도.

"저도 돕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아니. 너희들도 각자 할 일이 있을 테니, 일단 그것부터 마무리 지어라."

"아......"

"음. 알겠습니다."

디아즈와 그렌델도 마냥 이쪽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애초에 이곳에 들르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장비 정비와 식료품 구비의 목적도 있었으니까.

그걸 착실하게 해줄 수 있는 건 디아즈였다.

그나마 그렌델이 그녀를 서포트 하고 있었고.

해서 나는 그녀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게다가 사실 나도 정확히 뭘 찾아야 할지 잘 모르겠기도 했고.

뭘 찾아야 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도와달라고 하겠는가.

그렇게 책과의 고독한 씨름이 시작되었다.

'찾다 보면......뭐라도 나오겠지.'

그렇게 나는, 열심히 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정확히 원하는 내용이 딱 기록되어 있지는 않았다.

때문에 관련이 있는 부분들은 따로 체크해두거나 기록해두고, 또 다른 관련 내용을 찾아 메모하고.

그것을 반복하며, 관계성이 있는 정보들을 일일이 대조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나갔다.

엄청난 노가다였다.

그럼에도 나는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오롯이 이 하나에만 집중을 했다.

"로한 님. 식사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아, 그래. 고맙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점심이 되어 디아즈가 빵을 가져다주었고.

"로한 경? 저녁도 안 드실 겁니까?"

또 잠시 지난 것 같았는데, 그렌델이 저녁 식사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왔다.

"조금만 더 하고."

"음. 알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자리를 뜨기 힘들었다.

차근차근 진행을 하다 보니, 끝도 없어 보이던 그 작업도 어느샌가 점점 줄어갔고.

점점 윤곽이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가 질 무렵.

나는 거의 모든 정보들을 검토 완료한 상태가 되었는데.

그리고 나니,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검은 천둥의 반지에 대한 실체에......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었다.

그건,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 * *

[검은 천둥을 다스리는 거신, 먹구름을 피우는 바이칼.]

재조합한 정보의 가장 앞부분은 이것이었다.

원래 검은 천둥의 주인.

[바이칼은 최초로 번개를 손에 쥔 신이었다......(중략). 그러나 거신족의 행보는 날이 갈수록 끔찍해지고, 흉포해지며, 그 정도를 넘어서게 되노니.]

나는 의외로 이 글귀에 빠져들어 탐독을 하였다.

마치 어렸을 적 읽었던 신화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인간을 사랑한 신께서는, 참지 아니하고 거신들에게 봉기를 하였다.]

원작에서도 나오지 않는 내용들이었다.

플레이어들 역시 굳이 이런 부분까지는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그러나 이 모든 게 현실이 된 나에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알아야 했다.

이전과는 달리.

이 이야기의 폭풍 한가운데에 내가 있었으니까.

[신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니. 아를렘께서는 형제, 자매들과 함께 거신들에 맞서 죽였고. 그들의 힘을 흡수하심에 스스로 점점 더 천상의 꼭대기에 올라서셨다.]

아를렘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처음 언급되었다.

아를렘 교단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했으나.

서적에서는 이쯤이 되어서야 등장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형제자매라니.

유일 신이 아니었던가?

이 역시 원작 속의 정보만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신께서는 바이칼을 죽이고 그 힘을 취하시고, 그것을 반지에 봉인함에, 악마 대공 아크비톤을 영원토록 감시하게 만들었다.]

아크비톤의 이름이 다시 한 번 거론되었다.

나는 페이지를 더 넘겼다.

[먼 훗날. 아크비톤이 죽음에 당도하는 날. 우리들의 신께서 그것을 되찾을지니.]

신?

신이 검은 천둥의 반지를 손에 넣는다고?

미래가 틀어진 것일까?

실제로 내가 비튼 미래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니긴 했으니까, 이상할 건 없었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문제라기 보다는......의문점?

[오로지 우리들의 신께서만이 그 검은 천둥을 휘두르며, 악을 처단하리라.]

"......"

오로지 신만 쓸 수 있다는 소리인가?

그렇다기엔 이미 내가 너무 잘 쓰고 있었다.

그리고 원작의 스토리대로 흘러가더라도, 팔라딘 캐릭터는 분명 검은 천둥의 반지를 사용했었다.

'책이라고 다 믿을 수는 없는 건가?'

하긴.

지금 이 내용들 역시도, 후대의 누군가가 기록을 해 놓은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당사자가 쓴 것도 아니니, 어떻게 완벽히 팩트를 기록하겠는가.

'적당히 걸러들을 필요가 있겠어.'

검은 천둥의 반지와 관련된 내용은 이것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가짜 검은 천둥의 반지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혹은 검은 천둥의 반지로 이룬 업적들에 관한 이야기들뿐이었다.

* * *

그대로 책을 덮고 뻗은 나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바깥으로 나왔다.

"으으으으!"

기지개와 함께.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오르헬과 트라벤 대주교였다.

의외의 조합이었다.

심지어는 그냥 인사치레 차 있는 게 아니라, 꽤나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교단의 대주교와 뱀파이어 로드가 무슨 얘기를 저렇게도 재미있게 하고 있는 건지.

트라벤 대주교는 나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어 보였다.

그리고 이어 오르헬도.

"아! 로한 경!"

"어, 브라더. 잠깐 쉬러 나온 거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침 인사를 했다.

"아니. 잠깐 쉬는 게 아니라, 대충 다 훑어본 것 같더군."

"......그 산더미 같은걸?"

"버, 벌써 다 보신 것이오?"

"집중해서 보다 보니."

좀 많기는 많았는데......

내가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긴 했다.

'엄청 집중하기는 했지.'

그래도 저렇게까지 사람을 빤히 보는 건 좀......

"......"

"......"

잠깐만.

이거 눈치를 보아하니......

단순히 놀랬다기보다는 뭔가 당황한 것 같은데?

특히 오르헬이.

"다, 다 읽으려면 이틀은 족히 걸린다면서?"

"저도 그럴 줄 알았지요......"

둘이 뭔가 속닥이는 게 내 귀에 들어왔다.

단박에 상황을 눈치챈 나는.

정곡을 찔렀다.

"오르헬. 그러고 보니, 그 아라크네의 둥지에서 찾았던 그 위치. 찾아냈나?"

아라크네의 둥지에서는 전부 피로 그려진 지도밖에 없었기에 정확한 장소를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오르헬이 그 부분을 책임지고 제대로 된 위치를, 실제 지도와 대조하여 찾아두기로 한 것이었다.

"거, 거의 다 찾긴 했는데......조, 조금만 더 하면, 완성인 느낌?"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럼 식사만 하고 와서, 한 번 직접 보도록 하지."

"바, 밥 먹고 바로? 좀 쉬지도 않고? 밥 먹고 한숨 돌리지 그래?"

"쉴 필요가 뭐가 있나? 책을 읽긴 했지만, 이 정도 여건이면 충분히 편했는데."

"......그, 그래도."

"식사 후 바로 찾아가겠다."

뻔히 보였다.

여태 노느라 아직까지도 제대로 안 찾았구만.

오르헬의 뺨으로 식은땀 한 방울이 흘러내리고.

내가 발을 돌리기도 전에, 오르헬은 호다닥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 아 참! 내가 그걸 안 챙겼네. 알겠으니까, 브라더는 천천히 밥 먹고 오더라고."

"금방 먹고 가지."

"천천히 먹어! 체 한다고!"

* * *

"벌써 간다니 아쉽구려."

식사를 하는 동안 디아즈와 그렌델은 준비가 어느 정도까지 진척되어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벌써 다 마쳤다는 게 아닌가.

나는 굳이 시간을 끌 필요 없이 살라리온 고원을 향해 오늘 당장 출발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해서 트라벤 대주교와 로제스타, 아펠리아가 이렇게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런데......

"배웅하는 사람은 나와 있는데, 정작 떠나야 하는 장본인은 왜 아직 안 보이는 거지?"

나는 주변을 스윽 둘러보았다.

아직도 오르헬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앤드류를 돌아보았다.

"데려와."

아마 나도 모르게 살기가 살짝 담겼던 모양이었다.

"헉! 아, 알겠습니답!"

말에 오르려던 앤드류는 어정쩡한 자세로 멈췄다가.

다시 뛰어내려서 냅다 오르헬이 묵고 있던 방의 방향으로 내달렸다.

그 모습을 신기한 듯 지켜보던 트라벤 대주교였다.

"일곱 기사단의 기사에게 저렇게 대우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소......"

"일곱 기사단이든 뭐든, 뱀파이어 로드든. 시간 약속을 잡았으면 들어 먹어야지."

"그, 그렇지요. 하, 하하하."

잠시 후.

저 멀리서 앤드류와 오르헬이 헐레벌떡 뛰어 오는 게 보였다.

오르헬은 아직도 시킨 일을 다 완성하지 못했는지, 품에 지도를 잔뜩 껴안은 채였다.

나는 그를 보며 작게 한숨을 짓고는.

"출발."

원정대의 기수를 돌렸다.

"가, 같이 가! 브라더!"

"흐아아! 나는 왜 버리는 건데요? 난 잘못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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