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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기캐로 살아가는 법-97화 (97/194)

97화. 가끔 칭찬을 해줘야 하나?

희번덕!

고울룬 동굴의 끝자락.

해가 하늘의 한가운데에서 작열하고 있었으나, 빛 한줄기 닿지 않는.

시커먼 어둠의 그 깊숙한 곳에서.

눈동자 하나가 불현듯 떠졌다.

그리고 이어서.

파파팟!

일곱 개의 눈이 더 떠지며.

칠흑 속 허공에서 여덟 개의 안구가 둥둥 떠다녔다.

"입구가 뚫렸다?......"

얼핏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무언가 섬뜩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단지 목소리에 불과했음에도.

그 여덟 개의 눈동자는 입구 쪽을 바라보던 것에서 방향을 휙 돌려.

한쪽 구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서는 말을 이었다.

"전부 산 채로 잡아와라. 꽤나 훌륭한 제물이 될 터이니. 군단이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다. 저 제물들만 있으면......그 문을 열리라."

그녀의 목소리에 대한 대답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스스슷......!"

"샤아아아!"

"크르륵."

동시에, 셀 수도 없이 많은 눈알들이.

사방에서 떠졌다.

* * *

"앤드류!"

나의 외침과 동시에 앤드류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드디어 내가 활약할 타이밍인 건가! 읏차!"

"독거미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주의해라."

"알고 있어요!"

앤드류는 앞으로 튀어 나가며 검을 뽑았다.

스릉!

그와 동시에 독거미들이 기어오고 있는 바닥을 가로 그었고.

퍼퍼퍼퍼펑!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순식간에 독거머들을 휩쓸었다.

그 모습을 본 로제스타와 아펠리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폭염의 기사......!"

"어, 엄청나네요......!"

앤드류는 한껏 흥이 올랐는지.

더더욱 검격에 박차를 가했다.

퍼펑! 퍼퍼펑! 퍼엉!

"이거, 맨날 로한 경 보면서 놀라기만 하다가, 간만에 나보고 놀라는 사람 나와주니까 느낌이 새로운데요? 히힛!"

그가 휘젓는 곳마다 독거미들이 속수무책으로 사라져갔다.

덕분에 나는 더 이상 황금의 창을 만들 필요도 없어졌다.

이거......가끔 칭찬을 해줘야 하나?

'칭찬 몇 마디 들어갔다고 내 몸이 편해지네.'

칭찬이 고래는 춤추게 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앤드류는 확실히 춤추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았다.

진짜로 지금 그의 검무는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했고.

그런 앤드류를 보며, 오르헬이 혀를 찼다.

"에잉, 쯧쯧! 기사라는 놈이 뭐 저리 가벼워? 칭찬 두 번만 했다가는 아주 날아가겠네, 날아가겠어."

오르헬의 불만 섞인 목소리에 디아즈가 웃었다.

"원래 앤드류 경의 성격이 저렇습니다. 그간 많이 참은 걸 겁니다."

"뭐? 여태까지 본 그게 참은 거라고? 하이고, 머리야."

"하, 하하......"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로제스타와 아펠리아는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렇게 빠른데도 움직임에 저렇게나 빈틈이 없다니. 저기서 스탭을......대단하네......!"

"역시 최연소 일곱 기사라는 타이틀을 아무나 얻는 건 아닌가 보네요."

"같은 생각입니다."

앤드류의 귀에는 오르헬의 혀 차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로제스타와 아펠리아의 칭찬만 들리는 모양이었다.

"유후! 끼야호! 다 덤벼라, 요것들아!"

칭찬을 해야 하나, 라고 생각했던 것......

철회하기로 한 나였다.

* * *

한참 몰려오는 독거미들을 다 처리하고 나니.

이제는 아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이지 과하게 극단적인 동굴이었다.

하지만 우리들 중 그 누구도 긴장을 풀지는 않았다.

이곳에 고작 저 잔잔한 독거미 무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왔었기에.

뚜벅, 뚜벅.

침묵으로 이어지는 진군.

그러나 그 폭풍전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온다......!"

내 목소리를 기점으로, 그다음으로 오르헬이 반응을 했고.

"그렇군."

이어 앤드류, 디아즈 역시 적이 다가오고 있음을 눈치챘다.

"한바탕 더 해 보자고."

"준비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렌델과 로제스타, 아펠리아가 낌새를 알아채었다.

그렌델은 자신의 옆에 선 로제스타와 아펠리아를 보며 말했다.

"맨날 혼자 꼴찌였는데, 그나마 좀 위안이 되네요."

"하, 하하......저 분들이 너무 빠른 것 같습니다."

"마법사분이 이 정도면 엄청난 거 아닌가요?......"

나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보았다.

"로제스타."

"아, 예! 죄송합니다, 잡담은 않겠습니다."

"아니. 물의 창 준비하라고."

"예? 아, 예!"

그때였다.

타탓!

저 멀리에서 거대한 형체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것들은 순식간에 도약을 하더니 거리를 좁혔고.

보통 사람이라면 반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우리들 중, 보통 사람은 없었다.

로제스타나 아펠리아 역시 다른 곳에서는 충분히 대접받을 괴물이었으니까.

촤악! 촥!

놈들이 어둠 속에서 달려오며 선공으로 무언가를 뱉어내었다.

다들 반사적으로 그것을 재주껏 피해내었고.

샤삭, 샥, 샥!

목표를 잃은 그 액체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치이이익......!

연기를 피워내었다.

그걸 보고 오르헬이 중얼거렸다.

"에이, 더러운 놈들. 침도 아니고 독을 찍찍 뱉어 자꾸!"

아라크네에 대해 알고 있던 나나 오르헬은 별반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말로만 듣고 실제로는 처음 보는 나머지 인원들은 바짝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저런 강력한 독을 어디서 경험해봤겠는가?

"돌이.......녹았어?"

"이런,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이겠는데요?"

"한 시도 정신을 놓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 독을 뱉은 놈들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캬아아아아!"

"스스슷!"

"크르르르륵......!"

그 모습은 가히 엽기적이었다.

아펠리아는 헛구역질까지 했으니.

"우웁......!"

그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몸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옆구리에서는 네 개의 거미 다리가 추가로 갈비뼈를 뚫고 튀어나와 있었고.

덕분에 내장이 드러나기까지 했다.

턱은 반으로 갈라져 벌어지며 소리를 지르고.

눈은 여섯 개가 더 돋아나 여덟 개가 되어 있었으니......

맨정신으로 마주하기에는 썩 좋은 비주얼은 아니었다.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저들이 바로 산제물로 바쳐진 인간이었다는 걸.

아라크네는 산제물들을 이용해 자신의 군단을 만드는 중이었던 모양이었다.

저런 괴물들로.

나 또한 역한 그 모습에 속이 더부룩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무너진다면 모두의 멘탈이 흔들릴 것이리라.

나는 목소리를 내어 그들의 정신을 다시 다잡아주었다.

"말해두었듯, 저 독은 무한히 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30초 이내에 다시 쓸 수 없으니 지금 공격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동시에 스스로의 마음도 다잡았다.

다행히 효과는 있었다.

내 뒤를 따르는 모두의 호흡이 조금씩 되돌아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물론 오르헬은 그럴 필요도 없이 이미 돌진하고 있었고.

"오케이, 브라더! 기억하고 있다고!"

그의 뒤를 디아즈와 앤드류가 따랐다.

"같이 가요! 형님!"

"저도 갑니다!"

나는 로제스타에게 외쳤다.

"지금이다! 물의 창에 검은 번개 연격!"

"예! 로한 경!"

그녀는 순식간에 물의 창을 창조하여 쏘아내었고.

내가 일러준 대로, 바로 전격을 이어서 뿌렸다.

물의 창들 사이로 번개가 흐르며.

촤아악, 파직! 파지지직!

"끄그그극!"

"켁! 케에에에에!"

"크륵? 크르륵?"

유효타를 날렸다.

탄 내음과 함께 놈들의 몸이 살짝 둔해지는 틈을 타.

오르헬과 디아즈, 앤드류가 날아들었고.

"손톱 맞이나 봐라!"

"흐읍!"

"폭염으로 찢어주마!"

나 역시 함께 뛰어들려던 그 순간.

섬뜩!

갑자기 제3의 눈이 위험을 알려왔다.

나는 얼른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어둠 속 암살자처럼 조용히 후미를 노리던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 여인은, 작게 중얼거렸다.

"이런......"

우리를 저 위에서 내려다보며.

귀까지 찢어지는 거대한 입으로, 씨익 웃으면서 말이다.

"들켰네?"

* * *

전방으로 핵심 병력들이 빠진 사이.

아라크네는 천장에서 후미를 노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확실히 사람은 자신의 머리 위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당장 우리들 역시도 바로 위는 놓치고 있었으니까.

그나마 제3의 눈이 밥값을 해준 덕분에, 너무 늦지 않게 감지를 할 수 있었다.

하나 아라크네는 벌써 자신이 승기를 붙잡았다 생각한 듯 착각을 했다.

"용케 눈치채기는 했다만, 이미 늦었다! 하하하하하!"

나머지 여섯 개의 다리로 천장을 박차며 수직으로 쏘아지는 아라크네.

기습적 공격에, 그렌델과 아펠리아는 뒤로 움찔하며 물러섰고.

그 순간.

턱!

그들은 일제히 발목에 무언가 걸린 듯 멈칫하였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발아래를 살폈는데.

"이, 이건 설마......!"

"거미줄!"

그런 그녀들을 보며 아라크네가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 거미줄에 걸린 나비 꼴이로구나! 가여워라!"

하지만 나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기에, 거미줄 따위에 걸릴 일도 없었다.

그 덕분에 아라크네의 최우선 타겟이 된 것 같긴 하다만......

'오히려 좋아!'

항상 느끼지만.

악마 특유의 악취를 풍기는 놈들을 마주하고 있자면, 광증에 가까운 짜증이 올라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막 미쳐 날뛰는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듯, 최대한 괴롭히고 죽이고 싶어진단 말이지.'

나는 아라크네가 내게 돌진하는 걸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궁금했다.

과연 내 독 손톱과, 아라크네의 독.

어느 쪽이 더 굉장할지.

나는 만티코어의 내단도 먹었고, 뱀파이어 로드 드레트노어의 힘도 흡수한 상태였다.

그리고 저쪽 또한 나름 네임드 신화급 독 사용자 아라크네.

내가 당하는가, 아니면 아라크네가 당하는가 그런 건 궁금하지 않았다.

내가 이기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내 독이 저 반인 반 괴물 독거미한테 얼마나 통하는지가 알고 싶었다.

'내 독이 더 강하다면......놈도 중독되겠지?'

완전체 페트리엘은 그래도 버티긴 하던데, 과연?

나는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덕분에 우리 둘의 거리는, 더 빠른 속도로 좁혀졌다.

화아악!

나는 날아오르며, 왼팔을 독 기운으로 채워 보랏빛으로 변화시키며 손톱을 뻗었고.

아라크네 역시 독을 가득 머금은 손톱을 세워 나에게 휘둘렀다.

촤악! 촥!

우리 둘은, 서로를 스치며 지나갔다.

쿠웅......!

아라크네가 여덟 개의 다리로 먼저 땅에 안착했고.

타닷!

나 역시 곧이어 바닥에 내려앉았다.

아라크네는 미소를 지었다.

"뭐지 이건? 인간 주제에 나와 할퀴기 대결이라도 해보자는 건가? 후후후. 잘 모르나 본데, 내 손톱은 맹독이......"

휘청!

손톱을 들어 보이며 말을 하던 아라크네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흔들렸다.

"무, 무슨 짓을 한......! 쿨럭!......?"

혼란스러워하는 아라크네를 보며, 그녀처럼 나도 손톱을 들어 보였다.

"아무래도 내 독이 더 센가 본데?"

"이, 인간의 손톱에 도, 독이라니......! 그, 그런 말도 안 되는......쿨럭!"

아라크네의 입에서 피가 울컥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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