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214 촤르르르륵- -!! (213/215)

  기계신과 함께 214 촤르르르륵- -!!

  킹 크라켄의 끔찍하게 큰 다리가 양쪽에서 [슈퍼 트리슈라]를 짓뭉개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슈르륵- [슈퍼 트리슈라]의 양 발바닥에서 이동 계열 스킬들이 뿜어져 나오며 [슈퍼 트리슈라]의 몸 전체가 순식간에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그 아래로 문어 다리가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스킬 전개].

  [나한침투공], [음파 찌르기], [아이스 스피어], [아이스 익스플로전], [스크류 썬더]…….

  [슈퍼 트리슈라]로부터 또 다시 여러 스킬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슈퍼 트리슈라]의 아래를 스쳐 가던 킹 크라켄의 다리 하나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하지만 무결의 눈빛은 그다지 밝아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까 구멍을 냈던 다른 다리가 이미 재생된 채로 멀쩡해져, 다시 [슈퍼 트리슈라]를 노리고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 트리슈라]에 탄다른 헌터들은 그 모습을 질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까처럼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무결의 냉정하고 정확한 조종 실력을 이미 몇 번이나 확인한 상태 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몇몇 헌터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가운 눈으로 전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토록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무결의 능력을 예의 주시 하고 있었다.

  지금껏 이런 능력을 보여준 헌터는 세계에서 무결이 유일하다시피했다.

  그들은 그 비밀을 하나라도 알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온 정신을 지금 벌어지는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슈퍼 트리슈라]와 킹 크라켄의 사투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커다란 다리로 [슈퍼 트리슈라]를 잡으려는 킹 크라켄.

  그리고 그런 다리를 피하며 계속 해서 다리에 타격을 가하는 [슈퍼 트리슈라].

  인간과 괴수의 정점에 선 두 존재의 다툼에 다른 인간들과 괴수들은 숨을 죽였다.

  하지만 사투가 계속될수록 전투를 자세히 관찰하고 있던 헌터들은 조금씩 이상한 점을 느끼기 시작했다.

  '왜 먹히지도 않는 공격을 계속하는 거지?'

  '다리는 계속 재생되는데, 이러면 본체인 머리를 노려야 하는 거 아닌가?'

  무결이 계속 바닷속을 빙빙 돌며 킹 크라켄의 다리만 주야장천 뚫어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오오오오---!!

  킹 크라켄은 미꾸라지같이 잘도 빠져나가는 [슈퍼 트리슈라]의 움직임에 광분하며 울음을 토해냈다.

  자꾸만 잡힐 듯 잡힐 듯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슈퍼 트리슈라]의 움직임에 잔뜩 약이 올랐던 것이다.

  이윽고 놈이, 자신의 특기인 [소용돌이 생성]을 다시금 사용했다.

  구구구구-!!

  "크륵, 크르륵!!!"

  물살이 거칠게 휘돌기 시작하며 주변에 있던 해양종 몬스터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달리 자신들마저 휩쓸릴 정도로 거센 물살이 킹 크라켄의 주변에서 휘돌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들의 왕이 기분이 상당히 안 좋음을 감지한 몬스터들은 꽁지가 빠져라 킹 크라켄으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최외곽의 몬스터들뿐.

  [슈퍼 트리슈라]를 비롯해 킹 크라켄의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던 몬스터들은 아까의 소용돌이에 비해 물살의 위력이 수십 배나 상승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바닷속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으음, 이거 꽤 다이내믹한걸?"

  [돈 내고 워터파크 갈 필요가 없겠네요.]

  킹 크라켄의 지근거리에서, 규모도 압축되어 전개된 덕인지 소용 돌이는 아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셌다.

  덕분에 무결은 사방에서 부딪치려 드는 몬스터들을 피해 정신없이 [슈퍼 트리슈라]를 조종해야 했다.

  [꼭 x 피하기 게임 같군요.]

  슈리가 그 모습을 보며 한 마디 감상을 내뱉었다.

  "되게 크고 사나운 X이구나?"

  무결이 강철같은 턱 힘으로 [슈퍼 트리슈라]를 물어뜯으려는 상어 몬스터 한 마리를 발로 뻥 차버리며 대꾸했다.

  소용돌이에 휘말린 몬스터들은 필사적으로 [슈퍼 트리슈라]를 물거나 촉수로 휘감거나 코로 꿰뚫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슈퍼 트리슈라]의 몸에 닿지 못했다.

  신기에 이른 무결의 조종 실력이 몬스터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결은 소용돌이에 휘말려 빙빙 도는 와중에도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버텨냈다.

  하지만, 그는 느끼고 있었다.

  소용돌이가 점점 압축되며 [슈퍼 트리슈라]를 한곳으로 몰이하고 있음을.

  물살의 흐름이 너무 강력해 그 흐름에 거스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임의 방향이 제약된 [슈퍼 트리슈라]에게로, 거대한 문어의 다리가 내려쳐져 왔다.

  하지만.

  "훼이크였다, 이 멍청아!!"

  [스킬 발동].

  [역장], [안티 워터 플로], [워터 부스테, [헤이스트]…….

  무결은 즉시 다양한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펑--!

  [슈퍼 트리슈라]가 이제까지 갇혀서 못 빠져나오던 '척'하던 소용 돌이로부터 가볍게 빠져나오며 손 쉽게 문어 다리를 피해냈다.

  무결이 일부러 킹 크라켄의 수에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던 것이다.

  킹 크라켄은 다시 헛발질을 친 것에, 그리고 무결에게 속은 것에 분개하며 포효를 울렸다.

  그오오오오--!!!

  놈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이 미꾸라지 같은 놈이 자꾸만 자신의 포식을 방해하는 것도 짜증이 났는데, 놈이 자신을 깔보듯이 계속 툭툭 치는 게 굉장히 얄미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놈은 자신의 최후의 수를 쓰기로 했다.

  그그그그그그-!!

  후쿠오카시를 감싸고 있던 녀석의 네 다리 중 두 다리가 들려 올라왔다.

  그 두 다리는 이제까지 등장했던 다리와는 조금 달랐다.

  색깔도 보라색과 흰색으로된 다른 다리들과 달리, 황토색으로 된 데다가 기묘한 문양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본 무결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

  "왔다."

  저것이 바로 무결이 기다리던 것.

  [테베르크의 팔]로 감싼 킹 크라켄의 두 다리였다.

  놈의 두 다리가 도시 방어 결계에서 떨어져 나가며, 도시 방어 결계가 다시금 강하게 활성화되었다.

  킹 크라켄이 [테베르크의 팔]을 통해 마력을 흡수하던 것이 일시적으로 멈춰 버린 것이다.

  무결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입니다."

  그 순간.

  도시 방어 결계가 다시금 얇아지더니, 심지어는 킹 크라켄의 다리에 둘러싸여 있을 때보다 얇아지며, 이윽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츄르, 츄르르르--!!

  막대한 양의 바닷물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도시 방어 결계의 틈으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구르르릉?!

  킹 크라켄이 무결을 공격하려다 말고 당황해서는 사라지는 도시 방어 결계를 허우적허우적 잡아채려 했다.

  하지만 사라진 도시방어결계가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 대신.

  아직 사라지지 않은 도시방어결계의 아래쪽에서, 갑작스레 찬란한 불꽃이 솟구쳤다.

  [화룡(火龍) 현신(現身)].

  거대한 불의 용이 솟구치며 도시 방어결계에 착 달라붙어 있던 킹 크라켄의 입 부근을 강타했다.

  콰르르르륵-!!

  킹 크라켄은 갑작스럽게 급소라 할 수 있는 입 부근을 엄청난 열기가 강타하자 깜짝 놀라 후쿠오카시로부터 떨어져 후다닥 물러섰다.

  킹 크라켄의 입장에서는 예상치도 못한 꽤 강력한 공격이 '먹잇감'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사이 도시 방어 결계는 거의 붕괴하여 후쿠오카시는 온통 물에 의해 잠겨 버렸다.

  -아, 아아…….

  -안돼!!

  -마츠모토!!

  [슈퍼 트리슈라]에 타고 있던 헌터들은 그 모습에 절망에 찼다.

  그중에 후쿠오카시에 지인을 두고 있던 헌터들은 비명을 지르며 후쿠오카시가 수몰되는 과정을 지켜 봤다.

  도시 전체가 엄청난 수압에 의해 짓눌려 붕괴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속에 살아남아 있었을 사람들이 어찌 되었을지는 안 봐도 뻔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이곳으로 온 이유가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촤아아아아-!!

  후쿠오카시로부터 튀어나온 거대한 화룡은 킹 크라켄을 강타한 후, 그를 덮쳐드는 엄청난 양의 물에 의해 급속도로 석화(石化)되었다.

  화룡은 급속도로 크기가 줄어들며 작은 바윗덩이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파앗--!!

  재빨리 다가온 [슈퍼 트리슈라]가 낚아챘다.

  무결이 딱딱하게 굳어진 화룡을 오른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스킬을 발동했다.

  [삭월검기].

  한 헌터의 검기류 스킬이 [슈퍼 트리슈라]의 오른손 손바닥에 발현되었다.

  동시에 오른 손바닥과 접해 있던 화룡의 배 부분이 쩌억하며 갈라졌다.

  오른손과 바짝 붙은 부분이 갈라졌기 때문에 물이 갈라진 틈으로 새어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 직후, 그 갈라진 틈과 접해 있던 [슈퍼 트리슈라]의 오른손 손 바닥이 위잉-하며 열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사람이 빠져 나왔다.

  무결이었다.

  그는 갈라진 화룡의 배 부분을 양손으로 잡고 쩍 벌렸다.

  돌가루가 떨어져 나가며, 그 안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사내가 드러났다.

  무결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자에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어서 오시죠, 이화정검가주님."

  가부좌를 틀고 있던 자가 눈을 번쩍 떴다.

  "반갑소. 이화정검가주 리 신쿤, 한국명 이진훈이라 하오."

  그가 유창한 한국어로 말하며 무결의 손을 턱 맞잡았다.

  무결은 그를 끌어올리며 물었다.

  "시민들은요?"

  리 신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시간이 너무 부족했소. 그 때문에……."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20% 정도의 사람을 잃었소."

  그가 그렇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 말은 반대로 말하면 후쿠오카 시에 있던 80%의 인원을 모조리 대피시켰다는 뜻이었다.

  그의 '던전 월드'에.

  "당신 덕분이오."

  그는 무결을 보며 정중히 포권 (拘券) 했다.

  그의 사문에서 사용하던 전통적인 옛 중국식 인사법이었다.

  "당신이 내 목소리가 후쿠오카시 전역에 울리게 해준 덕에, 그리고 당신이 저 무시무시한 녀석을 상대로 시간을 끌어준 덕에 그래도 이 정도나마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소."

  리 신쿤이 저 너머 바다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킹 크라켄을 일별하며 무결에게 말했다.

  킹 크라켄은 깜짝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아직 무결 일행에게 달려들지 않고 있었다.

  그는 잠시 대피 작업을 할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이미 후쿠오카시가 가라앉았을 때부터 자신의 던전 월드 속에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휴대폰이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상, 대피 작업은 지지 부진했다.

  그때 무결이 그의 휴대폰에 후쿠오카시 전역으로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능력을 설정해 주었다.

  그는 그 능력으로 대피 작업을 지시했다.

  -지금부터 몇몇 피신지를 정해두고, 정해진 시간에 그곳으로 가겠으니, 다들 그곳에 대기하도록 하시오. 시간이 없으니 혹시라도 도착하지 못한 사람은 버리고 가겠소.

  리 신쿤은 그 능력으로 후쿠오카시의 각 지역에 집결지를 정해주었다.

  -후쿠오카 돔 3시 20분, 후쿠오카 시 박물관 입구 3시 25분…….

  관공서나 학교 등 누구나 알 만한 곳이 지도를 보는 그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시간제한을 정해둔다는 그의 말에 득달같이 그곳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헌터들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서너 명씩을 안고 집결지로 달려갔다.

  그러면 리 신쿤은 약속해 둔 시간에 그곳으로가 던전 월드를 엶으로 써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었다.

  "헌터들의 협조가 주효했소. 교통이 마비된 그때 헌터들이 발벗고 비능력자들을 옮겨주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 구출은 불가능했을 것이오."

  헌터들은 전투능력이 없는 아무리 약한 헌터라 해도 서너 명의 사람을 안고 뛰는 것은 문제없었다.

  그리고 전투능력이 있는 헌터라면, 특히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베테랑 헌터라면 관광버스 한 대를 업고 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들이 발벗고 나서서 전 도시의 사람들의 대피 작업을 도운 덕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단 걸 어떻게 알았소?"

  리 신쿤이 신기한 얼굴로 무결을 바라봤다.

  그는 이 젊은 영웅의 놀라운 상황 판단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무결이 빙긋 웃었다.

  "영업 비밀입니다."

  그 말에 리 신쿤이 피식 웃었다.

  "알겠소."

  헌터가 무언가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은 그의 스킬에 관계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스킬 정보는 알려지는 것만으로 약점이 될 수 있어서, 자신의 스킬에 관한 것을 밝히지 않고자 하는 헌터에게는 더 이상 그것을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뭐, 스킬도 스킬이지만, 어떻게 스토커처럼 계속 당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말을 하겠습니까.'

  무결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전생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리 신쿤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정의감이 투철하고, 실은 시무라 켄지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감추고 있는 잠롱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라면 후쿠오카시의 사람들을 구조하는데 앞장섰을 거라는 무결의 생각은, 들어맞았다.

  무결이 [디바이스 컨트롤]로 그를 다시 찾아냈을 당시, 그는 이미 구출 작업에 한창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 뿐이었다.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풀렸어.'

  후쿠오카시의 사람들도 구하고, 그의 호의도 얻고.

  '이제 킹 크라켄을 잡고 [테베르크의 팔]만 회수하면 일이 마무리 되겠군.'

  "리 신쿤 씨, 피곤하시겠지만 혹시 지금 바로 도움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무결은 리 신쿤을 바라보며 정중히 부탁했다.

  지금 상황에서 킹 크라켄을 물리 치는데 있어서 그의 능력이 있다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알았소. 나는 은혜를 잊는 사람이 아니오. 무슨 요청이든 들어드리지."

  리 신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희의 오른팔을 맡아주십시오."

  무결이 씨익 웃었다.

  "……?"

  리 신쿤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화룡검(火龍劍) 현신(現身)].

  [슈퍼 트리슈라]로부터,  거대한 불의 검이 뿜어져 나왔다.

  심해의 해수에도 꺼지지 않는 뜨거운 불의 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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