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213 후쿠오카시와 킹 크라켄이 있는 곳으로 다가갈수록, 즉 심해로 내려갈수록 몬스터들의 수는 줄어들고 있었다. (212/215)

  기계신과 함께 213 후쿠오카시와 킹 크라켄이 있는 곳으로 다가갈수록, 즉 심해로 내려갈수록 몬스터들의 수는 줄어들고 있었다.

  심해로 내려갈수록 바닷물이 주는 수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버틸 수 있는 단단한 외피를 가진 몬스터들만이 무결과 헌터 일행을 따라붙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헌터 일행이 마주쳐야 하는 몬스터의 수는 줄었다.

  하지만 외피가 단단한 몬스터들만 남자, 헌터 개개인의 실력이 중요해졌다.

  배틀 아머의 '워터 블래스터'만으로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몬스터의 수가 줄어든 덕에 전투는 한결 수월해졌다.

  일본의 헌터들은 전장을 신기할 정도로 훤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무결의 지휘를 받으며, 계속해서 심해로 나아갔다.

  그리고 드디어.

  -후쿠오카시다!!

  여전히 '도시방어결계'로 둘러싸여 있는 거대한 도시의 윤곽이 눈에 들어 왔다.

  그리고.

  -킹 크라켄……!

  후쿠오카의 도시방어결계에 8개의 거대한다리로 찰싹 달라붙어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문어 몬스터의 검은 실루엣이 점차 선명해지고 있었다.

  -엄청…… 나다……!

  다들 킹 크라켄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입을 벌리고 킹 크라켄을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동급에서는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해양종 몬스터들이 개미로 보일 만큼 어마어마한 스케 일의 크기.

  그것을 직접 두 눈으로 대면하게 된 헌터들은…….

  -꿀꺽.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기가 꺾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걸 어떻게 공격한다…….

  헌터들이 다소 위축된 발언을 토해 낼 때.

  -여러분, 우리의 목적은 저 녀석을 토벌하는 것이 아니라 후쿠오카의 시민들을 구해내는 거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부사령관 토고 다이고가 그들의 본래의 목적을 상기시켰다.

  -아, 그렇지.

  -꼭 저놈이랑 싸울 필요 있겠어?

  -저놈 자극하지 말고 후쿠오카로 조용히 들어가서 사람들이나 구해 오자고.

  일본의 헌터들은 저놈을 굳이 상대 하지 않고 후쿠오카시에 진입하는 방법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접근해 보죠.

  토고 다이고가 슬쩍 무결의 눈치를 보며 일본의 헌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본의 헌터들이 천천히 후쿠오카 시로 접근해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마 쉽지는 않을 텐데.'

  무결이 천천히 [하늘의 눈]으로 킹 크라켄을 관찰하며 생각했다.

  저놈은 '먹이'에 대한 집착이 엄청난 놈이었다.

  그리고 지금 놈의 먹이는 바로 후쿠오카시였다.

  과연 일본 헌터들이후쿠오카시로 다가가기 시작하자…….

  쿠구구구구.

  킹 크라켄의 거대한다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이런!!

  일본의 헌터들이 당황해서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킹 크라켄은 후쿠오카시를 감쌌던 8개의 다리 중, 4개를 떼어내 위협적으로 치켜들었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마나의 파동이 헌터들을 강타했다.

  놈의 마나를 느낀 헌터들은 온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단지 느끼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 고 끔찍한 마나의 파동.

  그와 동시에…….

  번쩍.

  놈의 거대한 눈알 하나가 날카롭게 뜨여 헌터들이 있는 쪽을 노려보았다.

  -으…….

  헌터들은 자신들의 놈의 시야에 놓여 있음을 깨닫고 온몸이 마비된 것 처럼 움직이지 않음을 깨달았다.

  강대한 몬스터들이 발한다는 피어(Fear)였다.

  -저, 저것 봐.

  공포에 빠져 있던 헌터들 중 한 헌터가 치켜들어올려진 문어의 네 다리 중 하나를 떨리는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 다리 끝에는 마치 장난감 인형 처럼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

  사위가 너무 어두운 데다가, 거리가 멀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헌터들은 그것이 사람 모양의 실루엣이란 것은 알 수 있었다.

  저 킹 크라켄의 크기를 감안했을 때, 사람 모양의 실루엣은 굉장히 커다란 크기였다.

  -근데 저거…….

  한 헌터가 조금 더 자세히 실루엣을 관찰하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을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게 만약 장난감 인형이라고 한다면 망가진 인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지가 꺾여 있어……?

  네 개의 팔다리가 제멋대로의 방향으로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헌터들은 처음에는 사람 모양의 거대한 실루엣이 왜 저 문어의 손에 들려 있는지 의아해했다.

  거리가 멀지만 저 사람 모양의 실루엣은 인간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지금은 짙은 심해였기 때문에 물체를 곧 헌터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 챌 수 있었다.

  -대장!!!

  '라이징 썬' 소속의 헌터들이 비명을 질렀다.

  킹 크라켄의 다리에 들린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자신들의 대장이었던 '시무라 켄지'였으니까.

  '죽었군.'

  무결은 그의 생명 활동이 정지했음을 눈치챘다.

  타인의 도움을 끝까지 거절하고 스스로의 판단만을 믿은 오만과 아집의 결과였다.

  '저런 성격으로 용케도 지금까지 살아남았지.'

  지금 세상은 혼자의 힘만으로 살아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저 영국의 대현자 '아케우스'도 더 나은 협력자를 구하기 위해 먼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오지 않았는가.

  회귀 후 전생의 정보로 더 많은 힘을 축적한 자신조차도 계속해서 더 좋은 파트너들을 물색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무라 켄지는 시대에 뒤처진 쇄국주의를 일본의 국민들에게 강요하며 일본 전체의 안전 수준을 오히려 퇴보시키고 있었다.

  작은 견지에서 보면 그의 죽음은 한 개인의 안타까운 죽음이겠지만, 큰 견지에서 보면 오히려 그의 죽음은 그로 말미암아 발생한 일본의 쇄국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구우우웅-!!

  물속으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킹 크라켄이 내는 위협용 신호.

  무결은 그 안에 내포된 의미를 알아챌 수 있었다.

  '더 이상 다가오면 이놈처럼 죽여 버리겠다'는 뜻.

  "미안하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무결이 피식 웃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후쿠오카에 아직 들러붙어 있는 놈의 다리 4개 중 2개가 끊임없이 후쿠오카시의 도시방어결계로부터 나오는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간다면 녀석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고 말 것이다.

  파앙- 무결의 마력이 퍼지며 킹 크라켄의 강대한 마력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어……?

  -몸이 다시 편안해졌어……!

  킹 크라켄의 피어에 영향을 받고 있던 일본의 헌터들이 그 덕에 킹 크라켄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났다.

  킹 크라켄의 눈이 자신의 마력에 대항해 압도적인 마력을 내뿜고 있는 무결에게로 향했다.

  구우우우웅-!!

  놈은 자신의 마력에 대항하는 미물의 존재에 분노해 포효했다.

  그러며 들고 있던 다리 하나를 내려쳐 옆의 해저산 하나를 박살냈다.

  콰아아앙-!!

  수백 미터 높이의 해저산 하나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질리는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놈이 다시 다리를 들어 올리며, 헌터 일행을 노려봤다.

  '다가오면 이걸로 때린다!'라는 의미였다.

  [맞으면 혹 좀 나겠군요.]

  "그러게, 조금 아프겠어."

  슈리의 말에 무결이 대답하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마스터 피스].

  [디바이스 컨트롤].

  무결이 마력을 퍼뜨린 것은, 헌터들의 굳은 몸을 풀어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우웅--!

  -어, 이건 또 뭐야?

  -이, 이거 왜 이래?

  헌터들이 갑작스럽게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며 부르르 진동하는 자신들의 배틀 아머에, 그리고 배틀 크래프트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부르르 떨리던 그들의 갑주가, 그리고 그들의 수송정의 형태가 변화 하기 시작했다.

  어떤 자의 배틀 아머는 길쭉한 원통형으로, 어떤 자의 배틀 아머는 납작한 강판 모양으로 변하는 등 그 모양이 가지각색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는, 곧 하나의 기체로 귀결되었다.

  [트리슈라].

  에메랄드빛에 감싸인 '모든' 개체가 마찬가지로 에메랄드빛을 내뿜고 있는 [트리슈라]로 날아와 들러붙기 시작했다.

  트리슈라의 위로, 아래로, 전후좌우로 에메랄드빛에 휩싸인 모든 기체가 들러붙기 시작하며 팔이, 다리가. 그리고 손과 발이.

  그리고 마침내는 머리가 형성되었다.

  불과 수초도 지나지 않아 빛이 가라앉았다.

  그곳에는, 수백여기의 배틀 아머와 배틀 크래프트가 합쳐져 만들어진 거대한 로봇이 완성되어 있었다.

  "후우……. 드디어 해보는군."

  순식간에 많은 마력을 소모한 무결이 눈을 번쩍 떴다.

  [기계변환-다중합체로봇] 완성.

  -헐…… 뭐야, 이게!!

  -이게 다 어떻게 된 겁니까?!!

  [트리슈라]와 합체된 수백 명의 헌터로부터 통신이 들어왔다.

  무결은 싱긋 웃으며 그 통신에 대답했다.

  "이제부터, 저 문어를 제가 잡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

  [슈퍼 트리슈라!!]

  "……슈퍼 트리슈라를 운용하는데 있어서 여러분의 많은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무결은 슈리의 즉각적인 작명에 반응하며, 일본 헌터들에게 협조를 구했다.

  물론 그들이 협조하지 않는다 해서 협조를 받아낼 수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 갑니다!"

  부웅- [슈퍼 트리슈라]의 발바닥 부근.

  마법사와 초능력자들이 탑승했던 '배틀 크래프트'가 그들의 마력을 빌려 초능력과 마법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어, 어……?

  그 발바닥 부근에 타고 있던 초능력자와 마법사들이 저도 모르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서 마력이 쭈욱 빨려나가며 마법과 초능력이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힘으로.

  파아아앙--!!

  체고 200m에 달하는 초거대로봇 [슈퍼 트리슈라]가 발진하기 시작했다.

  - 으아아아악!

  헌터들은 갑작스럽게 킹 크라켄에게 다가가기 시작하는 자신들의 무모한 돌진에 경악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 전체가 타고 있는 [슈퍼 트리슈라]가 킹 크라켄의 사정거리에 들자마자.

  후웅-!!

  킹 크라켄은 해저산을 박살 냈던 다리를 내려쳐 오기 시작했다.

  [슈퍼 트리슈라]가 200m의 크기를 자랑한다지만, 후쿠오카 시를 통째로 가라앉힌 킹 크라켄의 수 킬로미터짜리 다리에 비하면 매우 초라했다.

  하지만.

  [스킬 전개].

  [슈퍼 트리슈라]에 탑승한 헌터 수 십 명의 스킬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며- 꽝--!!!

  놈의 다리에 비해 보잘것없던 크기의 [슈퍼 트리슈라]가, 오른손으로 놈의 다리를 막아내었다.

  그 짧은 순간 [스트렝스], [금강기공], [스틸 아메, [나한선공], [헤이스트] 등 수많은 마법과 무공이 발현되어 [슈퍼 트리슈라]를 강화했다.

  특히 무결이 무공 사용자들의 배틀 아머를 집결시켜 만든 그의 오른손은 수많은 무인들의 내공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슈퍼 트리슈라]의 외피를 보호했다.

  그리고.

  [스킬 전개].

  [나한침투공], [음파 찌르기], [아이 스 스피어], [아이스 익스플로전], [스크류 썬더]....

  또 다시 수십 개의 스킬이 [슈퍼 트리슈라]의 오른손을 통해 빠져나오며 문어의 다리 한 점을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퍼어엉-──!!

  그 순간 킹 크라켄의 다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수십 개의 스킬이 동시에 한 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생긴 구멍이었다.

  -이게…… 뭐야……!

  [슈퍼 트리슈라]에 타고 있던 헌터들은 이 기사(奇事)에 경악했다.

  자신들의 배틀 아머와 배틀 크래프트가 하나로 합체된 것도 경악할 일이었는데, 자신들의 스킬이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저절로 나가고 있는 것에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효과적인 스킬 연계라니!!

  전문가가 스킬 연계를 분석한 것처럼 스킬이 정확하게 연계해서 나가고 있었다.

  [나한침투공]와 [음파 찌르기]가 문어 다리의 내부 조직과 겉거죽을 파괴하면 [아이스 스피어]가 두 스킬로 약해진 문어의 다리를 꿰뚫는다.

  [아이스 익스플로전]이 중간에 [아이스 스피어]를 터뜨리며 문어 다리를 더욱 크게 찢어놓고, 그곳을 [스크류 썬더]가 통과함으로써 더욱 넓은 부위 파괴를 노린다.

  헌터들이 합을 맞추어 하려 해도 힘들 스킬 연계가, 무결 한 사람의 손에 의해 펼쳐지고 있었다.

  "당연하지."

  그 소리를 들은 무결이 미소 지었다.

  "나는 '꽤 많은 것'을 보고 있었거든."

  그렇게 중얼거리는 무결의 눈이, 녹빛 깃든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바야흐로.

  심해의 괴수 '킹 크라켄'을 사냥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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